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183)
◈ 183화
마하트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괜찮은 일인지 고민이 되었다.
물론 남은 그랜드 킬러들이 내가 그녀를 죽였다는 것을 알아냈다면 그의 부탁에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내 정체를 아직 모른다면?
그럼 나를 향해 엄청난 분노를 가지고 있을 그들을 찾아가 죽이려고 하는 것은 괜한 일을 만드는 것일 수 있었다.
“…마하트.”
[결정했는가?]“아니 아직. 그보다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무엇인가?]“내가 그곳에서 그림자의 힘을 검으로 만들어 사용했잖아. 어쩌면 다른 그림자의 힘을 사용하는 자가 그것을 눈치챌 수 있을까?”
[…4개의 파편 중 하나라면 불가능하지만 2개가 합쳐진 절반의 힘이라면… 가능하네.]“그럼 다른 그림자의 힘을 사용하는 존재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은?”
[꽤나 어렵지만 가능할 것일세. 살아 있던 시기에 나는 상당히 강하고 유능한 아크 메이지였으니까 말일세. 물론 지금의 나는 힘이 부족해 불가능하네.]어쩌다 보니 그의 자기 자랑을 듣게 되었지만 결국 결론은 그림자의 힘을 사용하는 그 메이지 그랜드 킬러는 내가 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나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도 있고 말이다.
‘나의 정체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위치를 알아낸다면… 자칫하면 수도가 위험해질 수도 있겠어.’
물론 수도에는 그랜드 마스터도 있으니 그녀가 만약 복수에 미쳐 길들인 몬스터들을 데리고 수도에 들어온다고 하여도 퇴치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피해는 상당할 것이다.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아쉽게도 나는 그런 피해에 무심한 인간은 아니었다.
‘결국 생각해 본다고 했지만, 결론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거나 다름없었군.’
“…마하트 너는 내가 어떤 결정을 할지 예상하고 있었나?”
[…어느 정도는 말일세. 성격을 고려해 본다면… 아마도 하겠다는 결론이 나올 것 같았네. 자네가 정의로운 건 아니지만 악인은 아닐세. 그리고 무고한 이가 이용당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언제 이렇게 나에 대해 파악을 한 것인지 조금 놀라웠다.
하지만 맞는 말이다.
소중한 이들을 절대적으로 우선시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고한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희생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예상하고 이야기했다니 조금 비겁하군.”
[내가 평소에도 많이 도와주지 않았나? 앞으로도 열심히 도와주겠네 전력을 다해서 말일세. 그리고 이번 기회에 숨겨둔 보물이 있는 위치도 알려주겠네.]“…하하.”
마하트는 이미 내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확신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 해야겠지. 마침 싸웠던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울 상대가 필요하기도 했고 말이야.”
[…고맙네. 이유가 어땠든 나의 원수를 갚아준다니 말일세.]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들을 처리해야 한다.
나에게 또 주변에 위험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말이지 제국에 이어 제국이 만들었던 호문클루스 때문에 고생이라니 좋아할 수가 없는 나라였다.
[그럼 어떻게 할 건가? 두 명이 남았다고 했으니 그때 보았던 그 여성 메이지를 먼저 노릴 건가?]“…아마 그렇게 되겠지.”
한 명은 감바로 왕국에 있기에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쿠단의 뼈 앞에서 만났던 그림자의 힘을 사용하는 메이지는 분명 데미안 왕국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녀를 먼저 처리 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겠군.]“그래. 이번처럼 검 한 자루만 들고 싸울 수는 없지. 거기다가 그녀도 그림자의 힘을 사용하니 아이온으로 만든 그림자의 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말이야.”
현재 가진 가장 강한 무기가 어느 의미로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에 준하는 강한 무기가 필요하다.
그림자 안에 넣어둔 것들이 많으니 그것들을 가지고 대장간에 들리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사람을 좀 데리고 가야겠어.”
[누구를 데려갈 생각인가?]“내 제자들이랑 뭐 추가로 한두 명 정도? 이번 기회에 좋은 경험 좀 시켜주려고.”
[흠. 뭐 그들이 자네가 싸우는 모습을 본다면 그것도 경험이 되기는 하겠군.]“맞아 그렇겠지. 대충 그렇게 정해 놓고… 흠 그래 그럼 이번에 폐하한테 포상으로 그걸 받으면 되겠어.”
[무엇을 말인가?]“휴가.”
* * *
—델타… 감마가 죽었다는 게 정말이야?
“사실이야 세타.”
어떤 집무실 같은 방 안에 앉아 있는 델타는 수정구슬을 책상 위에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어. 그리고 곧 내가 죽여버릴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나도 알려줘!
“아니 감마를 죽일 정도로 강한 자야 위험해. 너는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
—…내가 약하니까?
“맞아. 넌 아직 약해 세타. 그러니까 기다려.”
잠시 동안 수정구슬 속에서는 화가 난 듯 숨을 거치게 내쉬는 세타의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내 진정시킨 듯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델타 혼자보다는 도움이 될 거야. 부탁해 나도 돕게 해줘.
“…안 돼. 감바로 왕국에 있는 네 본거지에서 기다려. 일을 해결하고 내가 연락할 테니까.”
—델타… 그러다 델타까지 죽게 된다면 나는…….
“그럴 일은 없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럼 끊겠어.”
—델…….
그렇게 그녀가 수정구슬을 몇 번 만지니 안에서 들려오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하아.”
수정구슬을 서랍 안에 넣은 그녀는 잠시 천장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세타.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는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 내 욕심을 용서해줘.”
마지막 가족까지 죽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미쳐버릴 것 같기에 그녀는 혼자 싸우는 것을 선택했다.
세타 앞에서 강한 척을 했지만 실제로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은 없었다.
그녀의 육체에는 그때 싸웠던 나히아의 검, 검의 끝이라는 존재의 공포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 준하는 실력이 아니더라도 그녀에 대한 것을 연상시킨다면… 분명 나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거야.’
그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각오는 했다.
싸우다 죽더라도 모든 수를 사용해 그 존재에게 고통을 주기로 말이다.
똑! 똑!
“델타님.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들어와.”
끼익!
방의 문이 열리고 후드를 쓴 어떤 여성이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전에 말씀하신 그 몬스터 판매자가 몬스터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값을 치르고 몬스터들을 지하로 이동시켜.”
“아 그게…….”
“무슨 일인데?”
“그 판매자가 직접 델타님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합니다.”
“일 없다 그래. 나는 만날 생각 없어. 그게 조건이면 몬스터 데리고 돌아가라 그래.”
긴 시간을 살아와 그녀를 아는 존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장신에 대한 것을 알아내고 정보를 흘리면 곤란하기에 누군가와의 접촉은 최소한으로 유지했다.
“…그게 조금 곤란한 상황이에요 델타님.”
“곤란?”
“네. 몬스터 판매를 총괄하는 통칭 몬스터 상회의 주인인 그랜드 마스터 아벨이 직접 왔습니다.”
“…그자가 직접 왔다고?”
“예.”
아벨이라는 자의 이름을 들은 그녀의 표정은 살짝 진지하게 변했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접 가지. 안내해.”
* * *
“하앗!”
콰앙!
아카데미 후보생들의 단련이 한창인 부지의 안.
그곳에서 제니온은 강철로 만든 허수아비를 향해 대검을 크게 휘두르고 있었다.
“1001! 1002! 1003!!!”
“오늘도 열심히 하네 제니온.”
“오! 안녕 아일란!”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메이지 후보생인 아일란.
그는 훈련을 마친 듯 제니온을 향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열심히 해야지. 아스토… 아니 교관님이 그랬거든, 육체 단련은 매일매일 열심히 움직이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말이야!”
“그래.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제니온. 교관님을 가끔 친밀하게 부르는데 혹시 예전부터 아는 사이야?”
“뭐… 어릴 적부터 친구 사이였어.”
“우와 신기하네. 그런데 너도 참 대단하다.”
“뭐가?”
“보통 친구가 자기보다 잘 나가면 질투하거나 경쟁심을 느끼거나 할 텐데 너는 그런 게 전혀 없어 보이니까.”
“하하. 그래 보이나?”
그런 감정이 제니온에게도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같이 지내오면서 아스토리안의 대단함을 직접 목격한 그는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가 대단하고 잘 된다면 그건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길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나는 강해질 거야. 교관님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마침 이번에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받기도 했고.”
“아. 휴가 가시기 전에 5일 정도 후보생들 집중 훈련 시킬 때 이야기하는 거야?”
“맞아. 다들 죽을 맛이라고 했던 그거.”
“진짜 대단하시기는 하더라. 후보생들을 개인적으로 봐 준 다음날 다들 실력이 늘어서 돌아왔잖아?”
“후후. 무슨 훈련을 했는지는 비밀이야.”
“뭐야 다른 사람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는데 너도 안 해주는 거야?”
“아. 메이지는 마리엘님한테 부탁하세요.”
“에휴 됐다. 아무튼 열심히 해 나도 슬슬 다시 훈련하러 가볼 테니까.”
“응 그래 잘 가.”
그렇게 아일란은 본래에 있던 곳으로 돌아갔고, 제니온은 다시 검을 고쳐 잡아 허수아비를 치기 시작했다.
‘휴가라… 부럽다 아스토. 나도 데려가 주지. 나도 오랜만에 좀 놀고 싶었는데. …으익! 빨리 강해져서 나도 그런 휴가를 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겠어!’
그렇게 그는 아스토리안이 무엇을 위해 휴가를 사용하는지 모른 채 단련을 다시 시작했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아주 조금씩 빨라지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말이다.
* * *
“방 두 개 주시겠어요?”
“…며칠 정도 묵으려고?”
“일단 이틀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늘어나면 그때 추가로 결제할게요.”
수도로 복귀하고 다음날 나는 폐하께 일주일 정도 휴가를 받고 싶다는 부탁을 드렸다.
폐하는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고 휴가를 떠나기 전 5일이라는 시간 동안 후보생들을 열심히 훈련시켰다.
아마 돌아왔을 때의 그들의 실력은 확실하게 나아졌을 것이다.
“알겠다. 여기 열쇠 받아라.”
“감사합니다.”
그리고 현재 내가 지금 있는 곳은 바칼이라는 이름의 도시로 네온 칼리안이라는 이름의 귀족이 관리하는 도시였다.
어째서 이런 곳에 있냐고 한다면 루치아가 말한 지도에 표시된 위치가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본거지라 해서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지만 설마 이런 도시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짤그랑!
도시에 지내면서 노숙을 할 수 없기에 일단 여관의 방을 구했다.
값을 치르고 열쇠를 받은 다음 그곳에 쓰여 있는 방의 번호가 있는 곳을 향해 이동했다.
“자 슬레비나 받아.”
후웅!
짤그랑!
“…감사해요 스승님. 괜히 저 때문에 방을 두 개나 잡으시고.”
“괜찮아. 얼마나 이곳에서 지내게 될지 모르는데 너희들을 계속 그림자 속에 있게 둘 수는 없으니까.”
현재 나의 등 뒤에는 슬레비나와 바나간드가 서 있었다.
아마 조금 전에 만났던 여관주인은 하인이나 동생들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방에 들어가서 짐 내려놓고 잠시 휴식해. 그리고 그림자로 들어와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서 탐색해 봐야겠어.”
산속 한가운데에 있는 본거지보다 아마 이 도시 속에 있는 본거지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산속은 숨겨져 있는 것을 찾는 느낌이라면 이곳은 자연스럽게 있는 건물도 본거지일 수도 있었다.
고려해야 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네 알겠어요 스승님. 그럼 이따가 뵐게요.”
끼익!
그렇게 문을 열고 슬레비나는 숙소로 먼저 들어갔다.
“가자 바나간드.”
“네… 스승.”
아직도 스승님이라 부르기 어색한지 스승까지만 부르고 있었다.
뭐 딱히 문제는 없지만 왠지 건방져지지 않을까 하는 작은 불안감 정도는 있었다.
끼익!
그렇게 이어서 우리들도 숙소의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에 온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른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