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185)
◈ 185화
‘…분명 내가 이곳에 있는 걸 눈치챘을 텐데 어째서 나타나지 않는거지?’
도시를 돌아다니고 저녁이 되었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그때 만났던 그 그랜드 킬러는 찾아내지 못했고 나타나지도 않는 바람에 일단 여관으로 돌아왔다.
“음? 아니야 괜찮아. 분명 나타날 거야.”
“저… 스승…….”
아스토리안이 잠시 그림자를 향해 중얼거리던 그때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바나간드가 천천히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바나간드?”
“그… 저를 여기로 데려오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
정말이지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한다면 극단적으로 얌전해졌다.
여러 가지를 가르치며 보여준 나의 모습이 어지간히 무서웠었나 보다.
‘뭐. 가르칠 때 보면 그래도 성격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경험. 너는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단계라. 여러 가지를 봐두는 게 중요해. 내가 싸우는 모습과 슬레비나가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잘 봐봐.”
“…네 스승.”
알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과 모르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예 다른 것이다.
조금이라도 전투에 대해 이해한다면 내가 가르치는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계속 쉬고 있어. 왠지 느낌이 밤에 무언가가 일어날 것 같으니까.”
“밤에요? 스승이 이야기한 존재가 그때 기습을 한다는 건가요?”
“단순한 기습이 아닐 거야.”
“네?”
“그러니까 마음의 준비를 해둬 바나간드.”
* * *
“흐암!”
“오늘도 맛있게 마셨네~”
“빨리 가자고 졸리다고.”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두 명의 남성이 술에 취한 채로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그래 가야지. 그래야 내일도 일어나서 일을 하지.”
“기분 나쁜 소리 하기는.”
“기분 나빠? 그럼 더 해야지! 난 그렇게 힘들게 일하기 싫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야. 말 함부로 하지 마!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는 거 몰라?”
“몰라 몰라 나는 몰라~”
술이 좀 더 취한 남성을 부축하는 덜 취한 남성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음?”
그리고 그러던 중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원래 다니던 길 앞으로 4m 정도 되는 높이의 검은 무언가가 길을 막고 있던 것이었다.
“뭐야 이건?”
“에이! 별 같잖은 게 나의 귀가 길을 방해하게 둘 수 없지!”
퍽! 퍽!
술에 거하게 취한 남성은 그 무언가에 다가갔고 그대로 다리를 휘둘러 그것을 발로 찼다.
“야! 진정해 그게 뭔지 알고…….”
콰앙!
“…어?”
술에 덜 취했던 남성은 잠시 자신의 눈을 비비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같이 술을 마셨던 남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검고 기다란 마치 동물의 팔 같은 무언가였다.
“이거… 곰이잖아!”
그리고 드디어 검은 물체의 정체를 눈치챘다.
눈앞에 있던 검은 무언가는 검은 털을 가진 곰 형태의 몬스터라는 것을 말이다.
“사, 살려줘!”
정신을 차린 남성은 몸을 돌려 빠르게 도망가려고 했다.
콰앙!
하지만 그보다 먼저 곰 몬스터의 팔이 움직였고 결국 그는 친구와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쿠워어어.”
그렇게 남성 두 명을 짓밟은 몬스터는 그대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뒤로 그 몬스터와 비슷한 크기의 몬스터들이 뒤이어 걸어가기 시작했다.
온 도시에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 * *
후웅!
“바나간드 일어나!”
“네, 네!”
기습에 충분히 대비한 채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비명, 피냄새, 그리고 미약하게 느껴지는 그 그랜드 킬러의 기운.
그것으로 눈치챘다.
나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그 여자가 무언가를 시작했다는 것을 말이다.
“슬레비나.”
—준비 끝냈습니다 스승님. 바로 그림자의 안으로 들어갈게요.
“바나간드.”
“지, 지금 들어갈게요!”
제자들의 준비는 끝났다.
그럼 이제 움직일 때이다.
덜컹!
쾅!
방의 창문을 열고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림자에 손을 넣어 가면 하나를 꺼내 그대로 착용했다.
‘…이건 대체…….’
빠르게 움직여 주변에 상대적으로 높은 건물의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피, 비명 그리고 곰 형태의 몬스터들.
간단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지금 이것은 학살의 현장이었다.
‘그 미친X이 도시에다가 몬스터를 풀어?’
원한을 만든 것은 나이기에 노린다면 나를 직접 노릴 줄 알았다.
숨어 살고 있다면 정체를 들키지 않는 것을 원하는 게 분명하기에 이런 대학살과 같은 짓은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이건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단순히 복수 때문에 도시의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다니 조금 머리가 아파왔다.
—스, 스승님! 사람들이…….
“그래 보여 슬레비나.”
—저 사람들을 그냥 두고 보실 건가요?
“…….”
그럴 수는 없다.
내가 한 짓이 아니라고 해도 몬스터들이 공격하게 된 계기를 준 것은 아마 나일 것이다.
그리고 몬스터를 푼 정확한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이 몬스터를 푼 장본인의 위치를 알아낼 수 없다면 일단 몬스터를 죽여 사람들을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했다.
“…슬레비나, 바나간드, 너희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정문으로 인도해.”
—알겠어요 스승님. 그럼 스승님은…….
스릉!
아이온으로 그림자의 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야를 움직여 주변의 모든 몬스터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몬스터들을 죽이겠어. 전부.”
—…네 스승님. 그럼 조심하세요. 바나간드.
—아 네 누님. 그럼 스승 다녀오겠습니다.
바나간드의 목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두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저 두 제자를 부탁해도 괜찮을까?”
—…알겠어.
우웅!
이어서 그의 그림자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뒤 다시 조용해졌다.
이제 이곳에 있는 것은 그와 그림자 속 마하트 뿐이었다.
[이건 좀 화가 나는군.]“나도 그래.”
[생명을 뭘로 생각하는 건지 원. 그리고 그쪽 마하트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여자를 돕는지 이해가 가지 않네. …아스토리안.]“응.”
[이 상황을 부디 막아주게. 나의 힘이 이런 학살의 상황에 일조하는 것은 바라지 않네.]“그럴 생각이야.”
스윽!
아스토리안이 가면 속의 안대를 풀었다.
몬스터를 죽이는 것과 동시에 내가 찾는 그녀를 찾으려면 이것이 가장 좋고 빠른 방법이었다.
“일단 이 주변부터 전부 죽이고 가야겠어.”
앞을 바라본다.
그리고 현재 공간안의 범위로 파악 할수 있는 범위까지 넓혀 몬스터 혹은 적으로 판명되는 사람을 찾아낸다.
‘…이 주변은 몬스터 뿐이군.’
몬스터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은 수월했다.
스윽!
손을 살짝 높이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손가락을 튕겼다.
* * *
“사, 살려줘!”
“저리 가!”
수많은 이들이 도망가지 못하고 곰 형태의 몬스터에게 습격을 받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마치 명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다른 것에는 일체 관심 없이 살아 있는 사람들만을 노리고 공격하고 있었다.
“엄마!”
“안 돼!”
절규하고, 절망하고, 분노하고, 단념한다.
살고 싶다, 하지만 살 수 없다.
그런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며 하나둘 삶을 포기하고 있었다.
촤악!
쿵!
그 순간 그들을 노리던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목이 잘려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거기다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적어도 그들의 시야에 보이는 모든 몬스터가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주, 죽었어?”
“사, 살았다!”
순간적으로 삶을 포기했던 이들의 눈빛이 되살아났다.
“여러분 여기예요!”
그때 누군가가 나타나 그들을 큰소리로 불렀다.
슬레비나였다.
아스토리안의 명령대로 살아남은 사람들을 도시 밖으로 보내기 위해 행동하고 있었다.
“빨리요! 여기서 도망가야죠!”
“가, 가자.”
“아, 알겠어요.”
그녀가 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몬스터가 죽은 직후 나타났기에 그들은 그녀가 몬스터를 베어낸 장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해였지만 그 오해 덕분에 슬레비나는 그들을 데리고 빠르게 움직일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고 그들뿐만이 아니라 슬레비나 그리고 바나간드는 살아남은 이들을 데리고 도시의 정문이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안 돼!”
하지만 정문은 막혀 있었다.
죽은 몬스터의 시체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벽처럼 막혀 있었다.
거기다가 그것을 지키는 것마냥 강렬한 기운의 몬스터가 그곳에 서 있었다.
5성급 몬스터였다.
“뭐, 뭐 하는 거야 너희들! 가서 싸우라니까!”
그 5성급 몬스터가 있는 바로 근처.
그곳에는 이 도시의 주인인 네온 칼리안과 그의 기사들이 서 있었다.
“그, 그치만 저건 5성급 몬스터입니다 자작님! 저희들로써는 무리입니다!”
“그래도 싸워야지 어쩔 거야? 여기서 다 죽을 거야? 저기 있는 사람들 다 죽게 둘 거야?”
“그, 그건…….”
기사들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제일 강한 기사도 상급 오러 유저 정도였다.
그들은 싸워봤자 죽음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으음 큰일이네. 5성급 몬스터가 문 앞을 지키고 있다니.”
“어, 어떻게 하죠 누님?”
“…일단 다른 길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아.”
슬레비나는 아카데미에서의 단련으로 중급 오러 유저에 중급 소드 유저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5성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빨리 움직여야겠어. 남아 있지도 않은 가족의 사망을 명분으로 아카데미를 나와서 스승님을 따라왔는데 여기서 내가 죽을 수는 없지.’
“바나간드…….”
“싸우라고! 그동안 너희들한테 돈을 얼마나 투자했는데 이것도…….”
푹!
“커억!”
““……!””
바나간드에게 슬레비나가 이야기하려던 그때 누군가가 검으로 귀족인 그를 뒤에서 찔렀다.
자세히 보니 그림자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자, 자작님!”
“전부 죽여.”
우웅!
귀족을 찌른 남성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주변의 그림자에서 몇몇의 이들이 나타나 주변에 있는 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림자의 힘을 받은 델타의 부하들이었다.
“안 돼!”
슬레비나는 허리춤에 검을 뽑으며 그대로 그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누님!”
그것을 본 바나간드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분명 방금 나타난 이들은 자신보다 강했고 죽는 것은 무섭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용병의 일을 했다고 하여도 이제 그는 12살의 소년일 뿐이었다.
“으으.”
바나간드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마치 무언가를 결심하는 듯이 말이다.
“하앗!”
움직이지 못하는 바나간드를 이해하며 슬레비나는 기사들을 도와 싸우기 시작했다.
“도와줘서 고맙군. 너는…….”
“일단 먼저 싸우고 이야기해요!”
델타의 부하들은 강했다.
하지만 슬레비나는 그에 밀리지 않았고, 아직 기사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전력은 비등비등했다.
“사람들을 지켜라!”
“죽여!”
기사들과 루치아의 부하들이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화(花)의 예찬(禮讚) 유화(流花).”
강물 위에서 흘러가는 꽃과 같은 유연하면서 자연스러운 움직임.
그런 움직임으로 검을 휘두르며 그녀는 그들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촤악! 촤악!
“크윽!”
“윽!”
그녀의 움직임에 대항하지 못한 이들은 그대로 무기를 놓치며 쓰러졌다.
‘다행이야. 하급 오러 유저랑 방심한 중급 오러 유저였어. 그래도 조금 더 움직임에 신경 쓰면서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이런 상황에 그녀도 두려움은 있었다.
뒤에는 5성급 몬스터가 버티고 앞에는 그림자의 힘을 사용하는 자들.
그녀도 20살도 되지 않는 소녀였다.
이런 일이 익숙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앞서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불합리함에 대항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그녀를 멈추지 않고 싸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아스토리안이 구해준 투기장에서부터 그 마음은 점점 커졌고 이제 주변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굉장한데?’
‘어린 나이에 이 정도로라니 대단해.’
‘스승의 얼굴이 궁금하군.’
그녀의 싸우는 모습에 기사들은 질 수 없다며 검에 힘을 더 주었다.
상황은 점점 기사들이 우세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움직여! 우리가 이기고 있어!”
“조금 더 힘을 내!”
“사람들은 거의 다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
기사들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곤란하군.”
“그걸 사용해야겠어.”
기사들과 반대로 표정이 좋지 않던 그들은 귀를 막았다.
그리고 그들 중 대표로 보이는 한 남성이 품 안으로 손을 넣어 피리 같은 무언가를 꺼냈다.
삐익!
그는 그것을 망설임 없이 불었고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저게 무슨 짓…….”
쿠워!
““……!””
피리소리가 울린 직후 지금까지 가만히 문을 지키던 5성급 몬스터가 큰소리를 내며 기사들이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금의 피리가 저 몬스터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라는 걸 눈치챈 기사들과 슬레비나는 델타의 부하들처럼 빠르게 물러나려고 했다.
스릉!
“커억!”
하지만 그것을 델타의 부하들이 막아섰다.
그들은 마치 몬스터가 무섭지 않은 것마냥 말이다.
“미친놈들! 너희들도 죽을 셈이냐!”
“우리는 안 죽어. 도망갈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죽는 건 너희들이랑 저기 도망가는 사람들뿐이지.”
푹!
“으악!”
‘그저 천천히 움직인 것뿐인데…….’
순식간에 전세가 기울었다.
슬레비나는 다시 한번 강대한 힘의 벽을 느꼈다.
단지 움직였을 뿐인 몬스터 때문에 전세가 한순간에 역전되어 버렸다.
‘제기랄. 이런 것에 대항하기 위해 강해지려는 것인데 나는 아직 약해…….’
“이봐 위험해!”
그때 어떤 기사가 슬레비나를 향해 큰 소리를 내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곧 눈앞에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검을 발견했다.
“아.”
방심.
아스토리안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던 방심을 그녀는 저질러 버렸고 눈앞에 검이 다가오는 것을 허락해 버렸다.
“윽!”
이대로라면 검에 머리가 뚫리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피하기에 검은 너무나도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푸욱!
“커억!”
검에 찔렸다.
“…어?”
하지만 검에 찔린 것은 슬레비나가 아니었다.
찔린 것은 그녀를 공격하던 남성이었다.
“누, 누님! 괜찮아요?”
“바나간드?”
바나간드가 찔린 뻔한 슬레비나를 구해냈다.
“죄, 죄송해요. 움직이지도 않고 지켜만 봐서. 그래도 같은 스승을 둔 누님을 죽게 둘 수는…….”
“괜찮아. 너는 잘한 거야. 일단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일단 네가 방금 찌른 사람……”
슬레비나는 고개를 돌려 바나간드에게 찔려 쓰러진 사람을 보았다.
‘…죽었어?’
그 사람은 이미 사망해 있었다.
정확히 급소를 찔려 아무것도 못 하고 사망한 것이다.
‘…스승님이 위험한 재능이라고 했던 이유가…….’
아스토리안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절대로 남에게 쉽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재능.
그 말이 드디어 이해가 됐다.
“누님?”
“…바나간드 검을 들어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아, 네!”
촤악!
찔렀던 검을 뽑은 그는 그대로 슬레비나의 옆에 섰다.
이제는 도망가지 않겠다는 듯 말이다.
‘바나간드 덕분에 살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나빠.’
좋은 상황은 아니다.
아직 하급 오러 유저라고 말하기 애매한 그가 한 명이 추가된다고 하여도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중간에 도망갈 수 있지만 그래도……’
쿵!
그때였다.
커다란 발소리에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어느샌가 5성급 몬스터가 그들의 바로 뒤까지 다가와 있었다.
쿠워!
몬스터는 그대로 기사와 슬레비나들이 있는 곳을 노리고 그대로 팔을 휘둘렀다.
“큭, 어쩔 수 없나. 바나간드…….”
아무리 그대로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그녀가 바나간드와 그림자 이동을 사용하려던 그때였다.
멈칫!
몬스터의 앞발이 멈춰 있었다.
“…뭐지?”
그곳에 있는 모두가 의아해했다.
누군가가 멈춘 것은 아니었다.
팔이 떠 있는 모습이 스스로 공격을 멈춘 것이었다.
쿵! 쿵!
그리고 곧 몬스터는 뒤로 천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에게서 멀어지려고 하는 듯이 말이다.
“감이 좋은 몬스터네.”
““……!””
갑작스러운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더 움직였으면 바로 죽였을 텐데.”
가면.
그리고 포니테일로 묶은 붉은 머리카락.
그녀는 변장한 미네르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