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208)
◈ 208화
“오늘도 알찬 요약 잘 들었습니다.”
“뭐 이제는 익숙해졌어.”
루치아의 본거지 중 한 곳.
그곳에서 이제는 의례 행사가 된, 루치아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방금 마쳤다.
“뭐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왕국에 뿌리 깊게 박힌 스파이를 별다른 희생 없이 처리할 수 있었던 건 말이죠.”
“…뭐 그건 그렇지.”
맞는 말이다.
긴 시간 동안 왕국에 숨어 있던 스파이였다.
정말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섞여 그를 잡을 수 있었다.
황녀의 제보와 나와 후보생들의 침입, 그리고 키란 그자의 방심.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1기사를 너무 맹신한 탓도 있겠지.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변수였군.’
내가 움직였기에 1기사를 쓰러트리고 몬스터를 쓰러트려서 피해를 최소화했다.
나의 활약이 가장 크기는 했다.
“아무튼 가장 위험한 스파이는 정리가 됐으니 한동안 데미안 왕국의 정보가 적에게 유출되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다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문제는…….”
“황제와 왕들이 하게 되는 회담의 내용인가?”
회담을 위해 바로 어제 폐하는 회담 장소를 향해 이동하셨다.
베오울프인 그래노리 후작님과 우리 어머니까지 대동해서 말이다.
아마 전쟁을 하게 된다면 아르젠 데 클라라와 싸우게 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주려는 생각이신 것 같았다.
얼마나 압박을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 지금쯤 한창 이야기 중이겠군.”
“그렇겠죠. 그래서! 제가 준비했죠.”
“뭐를?”
“회담이 끝나는 대로 소식을 보낼 수 있도록 사람을 보내놨습니다!”
“행동 빠르군.”
회담이 열리는 장소는 제국과 데미안 왕국, 감바로 왕국이 비슷하게 겹치는 장소였다.
류카이 왕국은 거리가 멀어서 아마 왕 대신 왕 바로 아래의 권력을 가진 자를 보냈을 것이다.
“아마 조금만 기다리면 그림자의 그림자를 거쳐서 저희들에게 소식을 보내올 거예요.”
“흠… 사람이 많으니 그런 것도 가능하군.”
“훗! 괜히 그림자의 힘을 헛으로 사용한 건 아니라고요?”
[내가 본체였다면 그림자 분신 하나 보내고 끝날 일이었는데 말일세.]“…….”
마하트의 이야기는 무시했다.
애초에 나눠진 조각으로 할 수 없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노력이 가상해 괜히 초를 치고 싶지 않았다.
우웅!
“보스!”
그때 그림자를 통해 그녀의 부하 중 한 명이 나타났다.
그것도 상당히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이다.
“무슨 일이야?”
“빠, 빨리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녀의 부하가 건넨 것은 뭔가가 쓰여 있는 종이였다.
“도대체 어떤 소식이길래 그래?”
스윽!
종이를 받은 그녀는 그대로 그것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종이를 책상의 위로 던져 버렸다.
“미친 황제 자식!”
“무슨 일이야?”
몇 번 심호흡을 한 그녀는 일그러졌던 표정이 돌아왔고 곧 진정한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아. 아스토리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냐니까?”
“황제가…….”
“황제가?”
“황제가 왕들에게 전쟁을 선포했어요.”
* * *
“오랜만에 뵙는 군요 바우렌 왕이시여.”
“저도 오랜만에 뵙는군요, 바안 왕이시여.”
제국이 정한 회담 장소의 안.
화려한 건물 그 안에서 바우렌이 누군가와 인사를 하고 있었다.
60대가 넘어 보이는 외모에 하얀 머리카락과 얼굴을 가릴 정도의 짙은 수염.
그리고 오른팔에 기계로 된 팔을 장착하고 있는 남성.
그는 바로 감바로 왕국의 왕인 감바로 아이른 바안이었다.
“저에게 따로 보내신 서신 잘 받았습니다. 제국이 그런 장치를 숨겨 뒀다니 끔찍하더군요. 그래서 저희도 빠르게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제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저희는 항상 서로를 돕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니까요.”
동맹인 두 왕국.
본래라면 적대해야 했을 양쪽이었지만 너무나도 강력한 제국 덕분에 두 왕국은 어느새인가 깊은 동맹국이 되어 있었다.
제국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것이 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허허.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군요.”
끼익!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런 두 분은 벌써 와 계셨군요.”
안에 들어온 것은 류카이 왕국의 대표로 온 류안이라는 남자였다.
부족들이 모인 왕국인 류카이 왕국은 왕이 없다.
그저 편의상 왕국이라 부르는 것이고 강한 자가 족장이자 지도자로 선정이 된다.
그리고 그런 대표의 다음으로 강한 것이 바로 이 류안이라는 남자였다.
“류카이 왕국의 족장 대리 류안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족장 대리 류안.
그는 마치 도마뱀 같은 날카로운 눈동자에 회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30대 후반 외모를 가진 남성이었다.
“만나서 반갑군요, 류안 대리.”
“먼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겠군요.”
“하하. 고생하는 건 익숙합니다. 아무튼 오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두 분.”
그렇게 인사를 한 세 사람은 방의 중심에 배치되어 있는 커다란 둥근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류안 대리 호위가 한 명뿐인데 괜찮은 겁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시려고 합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우렌 폐하. 제 호위는 한 명으로 충분합니다. 이 친구도 충분히 강하지만 무엇보다…….”
“무엇보다?”
“제가 강하니 괜찮습니다.”
“허허. 엄청난 자신감이군요.”
바우렌도 느끼고 있었다.
분명 그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도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라고 말이다.
“그런데 바우렌 왕이시여. 오른편에 있는 호위는 처음 보는 호위군요.”
바안이 고개를 돌려 바우렌의 등 뒤를 보았다.
그는 동맹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호위로 왔던 베오울프와 멀린의 칭호를 가진 자들의 얼굴은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처음 보는 얼굴의 여성에 그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이 사람은…….”
바우렌은 본명을 말해도 괜찮은지 의문이 들었다.
호위로 대동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엄연히 왕실의 소속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자식과 왕국에 위험이 생기는 게 싫어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바우렌은 그녀를 자신의 부하처럼 소개해도 되는지 의문이 든 것이다.
“…본명을 말씀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괜찮은가?”
“어차피 평생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까요. 그냥 이름 바꾼 것만 강조해서 이야기 해주시죠.”
“…….”
고개를 돌린 그는 곧 앞의 두 사람을 동시에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름은 샤넬일세. 오늘 나의 호위로 함께 대동해준 사람이며 개명하기 전의 이름은… 아르젠 데 클라라일세.”
““……!””
그녀의 본명을 들은 순간 바안과 류안은 눈이 커지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옆 왕국에 살고 있는 바안도, 먼 왕국에 살고 있는 류안조차 알고 있는 그 이름 아르젠 데 클라라.
그녀의 위명과 악명은 왕조차 놀라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 아르젠 데 클라라라고?”
“육성 장군 두 명과도 동시에 싸운 그 전쟁의 악마가……?”
“…맞네. 하지만 지금의 이름은 샤넬일세. 괜히 잘못 부르지 말아 줬으면 하네.”
샤넬은 딱히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괜히 그녀의 기분이 나빠지면 곤란한 상황이 될 수도 있기에 바우렌은 적당히 중재했다.
“…하하하. 믿을 수가 없군. 그 굉장한 자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니 말일세.”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고는 했는데 설마 그 전설적인 인물일 줄이야. 대단한 호위를 두셨군요 바우렌 폐하.”
“허허 과찬일세. 우리는 그저…….”
끼익!
그때였다.
문이 강하게 열리고 누군가가 이곳에 들어왔다.
“처음 만나는군 왕들이여.”
““……!””
크샤르 제국의 황제 칼세이야였다.
그는 호위 한 명을 대동한 채 유유히 방의 안으로 들어왔다.
“뭐 한 명은 대리이지만 대표인 건 변함 없으니 상관없겠지.”
털썩!
그는 왕들을 한번 둘러보고 그대로 남은 자리에 앉았다.
다른 이들의 눈총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이다.
““…….””
회담실은 조용했다.
인원이 전부 모였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이 적막이 괴롭다고 느껴지던 그때였다.
“하고 싶은 말하게. 내가 서신에 쓰지 않았나? 이야기를 하자고 말일세.”
왕들에게 배송된 서신에 쓰여 있던 내용은 그의 말대로 이야기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궁금한 것과 서로에게 묵혀 왔던 이야기를 하자는 글이 쓰여 있었다.
“…그럼 묻도록 하죠 칼세이야 황제시여.”
“무엇이지 바우렌 왕이여?”
“당신이 우리 쪽에 심어둔 스파이에 관한 것입니다.”
“최근에 잡은 키란이라는 자에 대한 이야기로군. 맞네 그자는 제국에서 투입한 스파이일세.”
“……!”
“하지만 내가 아닌 전 황제가 보낸 스파이일세. 왕국의 결계에 들키지 않는 이동장치도 그 사람이 분해해 반입시킨 것이고 말이야.”
부정은 없었다.
그리고 사과도 없다.
황제의 말투는 그저 할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덤덤했다.
덕분에 바우렌의 표정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당신도 그걸 이용하지 않았소?”
“맞네 이용했네. 그걸 이용해서 스파이를 보냈네.”
“……?!”
“그럼 감바로 왕국에도 혹시 그것 보낸 적이 있는 것인가?”
“있지. 그리고 류카이 왕국에도 말이야.”
“……!”
이어지는 폭탄 발언에 두 왕국의 대표들 표정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짜증이 났다.
황제의 덤덤한 모습도 짜증이 났지만 어째서 이렇게 덤덤하게 그런 정보들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황제의 의중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것도 말해야겠군. 지금까지 몰래 했던 왕국들의 침략 행위, 그리고 암살, 스파이, 모든 것은 내가 명령한 것이다.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게 됐군.”
““……!””
죄의 인정.
지금에 와서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 싶겠지만 황제의 입에서 나온 말의 의미는 다르다.
3개의 왕국이 힘을 합쳐 죄를 추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상황이다.
3개의 왕국 대표들의 앞에서 죄를 고백한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것에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미안함 따위 느껴지는 않는 죄의 고백이 아닌 그저 통보 같은 느낌.
그리고 어느 순간 이들의 마음속에 비슷한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최악의 가능성이 말이다.
“뭐 이제 죄를 인정했으니 화가 나겠군. 그리고 명분도 충분하군. 자네들이 우리의 죄를 추궁하는 것이 말이야.”
““…….””
“그렇기에 3왕국의 앞에서 선언하도록 하지.”
스윽!
그 말을 끝으로 황제가 일어섰다.
그리고 앉아 있는 그들을 강하게 쳐다보았다.
“크샤르 제국의 황제 크샤르 아인 칼세이야의 이름으로 나는 이곳에서 선언하겠다. 1년 뒤 제국의 대륙정벌을 시작하겠다.”
“뭐라고?”
“황제 당신!”
“제정신인가?”
“나는 아주 멀쩡하네. 그런데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이니 한 번 더 이야기 해주도록 하지.”
쾅!
주먹을 강하게 쥔 그는 그대로 책상을 강하게 후려쳤다.
콰직!
쩌적!
그렇게 책상은 반으로 갈라지며 그대로 조각이 나 부서져 버렸다.
“전쟁이다 왕들이여. 한번 우리들에게 저항해 보라고.”
* * *
“1년 뒤 전쟁을 시작한다고?”
“네 그렇게 말했대요. 언젠가 시작될 줄 알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시작될 줄이야…….”
“루치아…….”
“아스토리안 씨 미안하지만 오늘 일이 끝났으면 돌아가 주실 수 있나요? 이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상당히 충격적인 소식이다.
나도 충격을 받았는데 그녀도 당연히 상당히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 이제 떠나는 것이 맞았다.
“알았어. 나도 생각을 해봐야 하니 가볼게. 나중에 연락하지.”
“네 나중에 연락해요.”
우웅!
그렇게 나는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 그곳을 떠났다.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그전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가 있었다.
우웅!
촤악!
그림자 이동을 이용해 도착한 곳은 그랑 가문의 본가였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당연하게도 미네르바였다.
돌아와서도 바빠 이야기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미네르바를 만나러 왔거든요.”
“잠시만 기다리게나.”
그렇게 경비병에게 이야기를 하고 기다렸다.
잠시 후 경비병과 함께 미네르바가 밖으로 나왔다.
“아스토!”
미네르바가 달려와 그대로 나의 양손을 잡았다.
“다행이야 무사히 돌아와서. 어? 그런데 안대가…….”
“난 괜찮아 미네르바. 그런데 잠시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직 다른 사람이 들으면 곤란한 이야기도 있어서.”
“…응 알았어.”
그렇게 우리 둘은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공원을 보고 그곳의 벤치에 앉았다.
“아스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그게 말이지. 그걸 하기 전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뭔데?”
“…머리 위에 빛나고 있는 건 뭐야?”
“어?”
[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