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215)
◈ 215화
몬스터와 인간.
어찌 보면 공생의 관계라고 볼 수도 있었다.
전에 내가 있던 세계에서는 아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몬스터와 인간이 같은 점은 살아 있다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 토냐라는 여성이 말했다.
자신은 인간과 몬스터의 혼혈이라고 말이다.
“솔직히 뿔만으로는 믿기지 않는군.”
“…네? 사람한테 뿔이 달렸는데 믿기지 않는다고요?”
“제국의 실험으로 동물 귀가 달린 인간도 봤으니까 말이야.”
“그, 그런…….”
“이야기를 해봐. 너의 사정. 내가 납득이 될만한 이야기 말이야.”
내가 그녀를 숨겨서 데려온 것은 당연히 몬스터와의 혼혈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은 아니었다.
현재로써는 제국 실험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기에 숨겨준 것이다.
루치아의 부하로 있는 그녀에게서 얼마나 끔찍한 실험을 당했는지 들었었다.
그렇기에 동정심이 생겼다.
아마 성에서 이 녀석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절대로 멀쩡한 취급은 받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그럼 들어줘요, 나의 이야기를.”
“해봐. 적당하게.”
일단 그녀의 사정을 들어보기로 했다.
“저는 인간 어머니… 그리고 몬스터 발록 중 돌연변이인 아버지의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에요.”
“발록?”
기본 몸의 크기만 3m가 넘어가며 5성급에 무리 생활을 하는 최악의 몬스터.
확실히 이 여자가 가진 뿔은 발록의 것과 똑같았다.
“돌연변이 발록이라는 게 뭐지?”
“아버지는 일반적으로 갈색빛의 털을 가지는 것과 다르게 하얀 털을 가지고 2m에 가까운 작은 몸집의 발록이었어요.”
‘알비노로군.’
하얀 털을 가졌다면 분명 돌연변이가 맞았다.
그리고 몸 크기가 2m가 되지 않는다면 인간과 교배가 가능할 수도 있고 말이다.
“과거에 죽을 뻔한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가 구해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고… 두 분은 사랑에 빠졌어요. 그리고 곧 제가 태어났어요.”
“…….”
“하지만 이 소식은 근처의 마을에 알려졌고,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는 더럽고 추잡하다면서 마을 사람들이 부른 용병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셨어요. 저는 어떻게든 도망을 쳤고요.”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잡히고 그 몬스터 상회라는 것들에게 팔려 노예가 된 건가?”
“…네.”
부족하다.
이 정도는 충분히 지어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딱히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몬스터와 혼혈이라니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뭔가를 숨기는 건가? 말하지 못할만한 무언가를?’
“아직 못 믿으시네요.”
“응.”
“저, 저는 믿어요.”
“고마워.”
바나간드 녀석 갑자기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볼까지 살짝 붉게 물들어서 말이다.
머리에 꺼림칙하게 뿔이 달린 저 여자가 어디가 좋은지 모르겠다.
‘…하프 드래곤을 좋아하는 내가 할 생각은 아니었군. 그리고 생각해 보니 드래곤도 하나의 종족이니 몬스터도 종족이라고 보아도 문제는 없는 일이군.’
드래곤과 인간의 자식이 있다.
그렇다면 몬스터와 인간의 자식이 있다고 하여도 이상한 것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몬스터의 자식이라는 것에 당황해서 가능성을 무시해 버렸군.’
“하지만 나는 당신을 설득해야 하는 것 같아 보이니까 믿을 만한 증거를 보여줄게요.”
“뭐지?”
“저는 몬스터와 대화할 수 있어요.”
“…뭐?”
몬스터와의 대화.
전생의 사람들도 그런 장치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지만 가차 없이 실패했다.
그리고 이 세계에도 그런 힘이나 기술을 가진 자는 없었다.
그랜드 킬러도 그저 몬스터를 조종하는 것뿐이고 실험을 당한 루치아의 부하도 몬스터의 힘을 사용하는 것뿐이었다.
몬스터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몬스터의 생태도 이해할 수 있고 지금까지의 몬스터와 인간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진심으로 말하는 건가?”
“진심이에요. 못 믿겠다면 지금 당장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저를 데려가 보세요.”
“…….”
그럴 필요 없다.
이 이야기의 증명은 이곳에서도 가능하다.
그림자 안에 잘 지내고 몬스터 한 마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나와봐.”
스윽!
우웅!
그림자의 안으로 손을 넣었다.
안에 있던 아르카스의 목덜미를 잡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쿠엉!
“곰? …아니 곰 형태의 몬스터네요.”
“증명해봐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알겠어요.”
그녀가 아르카스의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살갑게 웃었다.
“안녕.”
쿠웡!
“그래 나도 반가워. 너 되게 순하구나. 그러면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렇게 그녀는 아르카스와 대화를 시작하는 듯했다.
신기하게도 그녀가 뭔가를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아르카스가 소리를 내며 대답해 주었다.
조금 전 했던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신뢰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알겠어. 그 정도면 돼.”
쿠웡!
이야기를 끝냈는지 그녀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 아벨 그 자식이 두려워하던 그랜드 킬러를 죽였군요.”
“…허.”
어이가 없었다.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한 적 없는 이야기.
그렇기에 오늘 만난 그녀가 절대로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계속해봐.”
“…당신은 그림자를 다룰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그림자 안에는 마하트라는 자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리고?”
“그 구렁텅이에서 구해주고, 자신의 어머니를 편하게 보내준 당신에게 아르카스가 감사하고 있어요.”
“…….”
슬쩍 고개를 돌려 아르카스를 보았다.
쿠웡!
녀석은 그저 평소처럼 울었다.
정말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랜드 킬러를 죽인 것을 알고 있고, 마하트, 거기에 말하지 않은 아르카스의 이름을 알고 있다.
스윽!
녀석을 다시 그림자의 안으로 넣었다.
바나간드 녀석이 이야기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마지막 이야기를 듣고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바나간드에게 아르카스의 어미를 고통 없이 보내준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진짜로군.’
진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여자 토냐는 몬스터와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믿도록 하지 몬스터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
“…! 그렇군요.”
“다른 이야기까지는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일단 그거 하나는 확실하게 믿도록 하지.”
“알겠어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넌 나에게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줄 수 있지?”
그녀를 숨겨준 것으로 은혜는 있지만 내가 불쌍하게 여긴 것이니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눈빛을 볼 때 그녀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어 보였다.
그렇기에 자신에 대한 것을 이야기 한 것일 테니까 말이다.
“…저를 숨겨주세요.”
“숨겨달라고?”
“몬스터 상회가 아직 다 잡힌 게 아니잖아요. 왕국은 분명 여러 조사를 할 테고 저는 분명 좋지 못한 취급으로 이용당할 테니까요.”
‘…확실히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하겠군.’
확신할 수는 없다.
데미안 왕국의 성에는 사악한 자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입장상 주변에서 함부로 하지 못할 뿐.
아직 나를 무시하는 귀족도 남아 있으며 올빼미는 함부로 말할 수 없을 만한 일을 하고 있다.
절대적 정의는 없다.
아직 성 지하에 갇혀서 아직도 실험을 당하고 있는 늑대인간 모습의 임페리얼 나이츠가 있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숨는 것이 좋아 보이기는 하는군.’
숨겨주는 것은 상관없다.
루치아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숨겨줌으로써 그녀는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아르카스의 통역을 해드릴까요?”
나쁘지 않다.
아르카스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안다면 그건 꽤나 재미있을 것이다.
‘…아니 잠깐만.’
그녀가 숨고 싶은 이유는 남은 잔당이 두렵고 자신의 정체 때문에 박해받을까 봐 겁을 먹은 것이다.
그녀의 능력은 나에게 보다는 왕국에서 일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앞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그녀를 성으로 데려가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니 생각이 바뀌었어.”
“네?”
“성으로 가지.”
“자, 잠깐만요 제 이야기 들으셨어요? 가게 된다면 저는…….”
“문제없어.”
“문제가 없다고요? 설마 성에서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는 이야기 하시려는 건 아니죠?”
“내 입장을 생각해 봤거든.”
“입장?”
“그런데 내 입장이 생각보다 좋아서 말이야.”
의자에서 일어섰다.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어졌다.
“성으로 가지. 걱정하지마 문제없을 테니까.”
* * *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습니다.”
기사단장 카스타인.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나 토냐를 소개시켜 주었다.
그의 표정은 살짝 떨떠름해 보였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맡아주시죠. 이 여자가 가진 능력은 왕국에 굉장한 도움이 될 테니까요.”
“으음. 몬스터와 이야기하는 능력이라…….”
이 사람도 충분히 알 것이다.
몬스터와의 대화로 몬스터의 생태를 이해하고 좀 더 자세히 알게 된다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말이다.
“정말로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건가?”
“제가 확인했습니다. 확실합니다.”
“…….”
그는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조금 걸릴 것 같기에 살짝 주변을 보았다.
기사와 병사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우리들이 있는 곳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표정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기도 하고, 그녀의 정체에 대한 것도 잠입했던 기사에 의해서 알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없다.
내가 있으니까 말이다.
“제가 확인하고 제가 부탁하는데 문제가 있습니까?”
“…허. 그렇군.”
그랜드 마스터.
폐하까지 힘을 인정해 주시는 나다.
그런 내가 하는 부탁인데 허투루 들을 일도 없고,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멀쩡히 잘 지냈으면 좋겠군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알겠네. 자네가 직접 말했으니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스윽!
카스타인 기사단장의 앞까지 그녀를 살짝 밀었다.
이제 문제는 없을 것이다.
“네가 걱정하는 문제는 없을 거야. 그럼 왕국을 위해서 잘 지내라고.”
“아. 그…….”
작게 그녀에게만 들리도록 이야기를 해두었다.
그것을 듣고 무언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듯했지만 듣지 않았다.
내가 할 일은 끝났다.
아르카스의 이야기를 전해준 값은 충분히 치러주었다고 생각한다.
터벅! 터벅!
몸을 돌려 천천히 그곳을 떠났다.
‘이번 일은 이제 일단락됐군.’
천천히 걸어 성의 밖으로 나왔다.
“바나간드.”
—네 스승.
그림자 안의 바나간드를 불렀다.
나도 이제 녀석을 보낼 차례다.
“그 여자 보고 싶으면 들키지 않게 다녀.”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얘기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적당히 알아서 잘할 거라 믿을게. 그럼 나는 할 일이 있어 가볼 테니 너도 가봐.”
—…네 스승. 들어가 볼게요.
그렇게 바나간드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가볼까.’
바나간드는 지내는 곳으로 갔다.
이제 나는 내가 미뤄 왔던 일을 해결하러 가볼 차례다.
복잡했던 머릿속은 정리가 되었고 그것으로 인해 생겼던 일 말이다.
“…이야기하면서 황녀의 피를 마신 이야기도 해야겠지.”
[힘내게나.]한 달 동안 의도적으로 피한 이유와 황녀의 피를 마신 일.
뭔가 바람이라도 펴서 죄를 고백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지 않았나. 분명 미네르바도 이해해 줄 것일세.]“그러기를 바래야지. 지금 변하고 있는 성격을 생각한다면… 하아 모르겠군.”
그렇게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림자 이동을 사용했다.
잠시 후 그랑 가문 본가에 도착하고 평소처럼 경비병에게 이야기해 미네르바를 불러냈다.
“…한 달 만에 만나네 아스토.”
“으, 응 미네르바 한 달 만이네.”
퉁명스러운 목소리.
듣기만 해도 알 수 있다.
나에게 그녀는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를 말이야. 그 두 요정들 제외하고.”
“…알았어.”
그녀는 곧 머리 위에 빛나는 두 요정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곧 두 요정은 사라졌다.
“가자 아스토.”
“응 미네르바. …마하트 부탁하지.”
[알겠네. 눈이랑 귀 막고 있도록 하지.]그렇게 우리 둘은 다른 사람이 없는 조용한 장소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