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24)
◈ 024화
제니온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해 보았다.
자신의 어머니의 정체나 미네르바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왠지 제니온이라면 이야기하다가 실수로 어디선가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토.”
“음? 왜 미네르바?”
“제니온이라면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아.”
“괜찮겠어?”
“으, 응. 친구한테 이런 건 숨기고 싶지 않아.”
“…알겠어.”
‘그래. 이 녀석처럼 가까운 사람한테 평생 숨기면서 살 수는 없지.’
제니온이 처음 만나고 나서부터 평소 보인 모습으로 진심으로 자신들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미네르바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에 보답하듯 그녀는 친구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제니온.”
“응? 왜 아스토.”
“잠시 앉아 볼래? 이야기해줄게. 우리들이 어째서 강한지 말이야.”
“응!”
그렇게 아스토리안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머니인 샤넬의 정체와 어릴 때부터 조금씩 단련을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미네르바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까지 제니온에게 전부 해주었다.
“…….”
이야기를 전부 들은 제니온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제니온?”
“괴…….”
“괴?”
“굉장해!”
그리고 곧 놀란 모습에서 선물을 받은 듯한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눈동자를 빛내기 시작했다.
“드래곤과 전설의 용병 그리고 거인족의 후예! 아버지가 이야기로만 해주던 그 전설적인 존재가 부모님이라니… 굉장해!”
“어…….”
아스토리안은 제니온이 처음에는 믿지 않거나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제니온은 그대로 믿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되묻기 시작했다.
“아스토! 그럼 아스토도 전설의 용병인 어머니의 기술을 쓰는 거야? 미네르바! 막 불같은 거 입에서 뿜을 수 있어? 그리고 또…….”
제니온의 질문은 끝이 없었고 오히려 아스토리안과 미네르바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 설마 얼마 전에 미네르바를 납치하려고 했던 이유가 미네르바가 드래곤의 딸이기 때문…….”
“제니온!”
짝! 짝!
이대로 두면 제니온의 질문과 입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일부러 큰소리로 박수를 치면서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어? 왜?”
“일단 진정해봐. 질문에는 하나씩 대답해줄 테니까. 일단 다시 앉아봐.”
“헛?! 내가 어느새 일어선 거지? 미안 미안 내가 너무 신나서 흥분했나 봐.”
“…그런 것 같았어. 그런데 제니온.”
“응? 왜?”
“내가 한 말을 전부 믿는 거야?”
드래곤의 자식이라던가 전설의 용병 자식, 거인족의 후예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믿는 인간은 얼마나 되냐고 묻는다면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그저 농담이라거나 관심을 끌기 위한 이야기라고 하며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제니온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으며 오히려 기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알고 싶었다.
단순히 순수한 건지 사람을 잘 믿는 것인지 혹은 믿는 척하는 것인지 말이다.
“음? 왜 안 믿어?”
“…어?”
“내 친구인 아스토와 미네르바의 이야기인데 왜 안 믿어?”
“…아아.”
제니온은 사람을 잘 믿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믿는 것이었다.
오히려 믿지 못하였던 것은 아스토리안 본인이었다.
그의 안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쉽게 믿을 사람이 없다 생각했고 어쩌면 제니온도 그럴 것이라 작은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질문이었네. 미안 제니온.”
전생에서도 중요한 것은 자신뿐이었다.
애초에 타인에게 관심조차 없었고 딱히 신뢰도 없었다.
그때의 버릇이 자신의 안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였다.
‘몇 년을 같이 지내는데도 나는 이 녀석을 제대로 믿지 않았다니 한심하네.’
그렇기에 앞으로 소중한 친구를 신뢰하지 않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스스로 반성했다.
“음? 괜찮아! 그것보다 내 질문들에 대답을 해줘!”
“그래그래 알겠어. 미네르바 준비됐어?”
“응!”
그렇게 아스토리안과 옆에 앉은 미네르바는 함께 제니온의 질문에 하나씩 전부 답해주었다.
귀찮다거나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평소에 이야기하던 것에 주제만 늘어났을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키아! 즐겁다 즐거워! 내 친구들이 하프 드래곤이랑 전설의 용병의 아들이자 거인족의 후예라니… 나 운이 상당히 좋을지도?”
얼마 뒤 많고 많았던 제니온의 질문이 전부 끝이 났다.
“그렇지 어찌 보면 운이 좋지.”
“하하하. 고마워 둘 다. 귀찮을 텐데 내 질문에 전부 대답해주고 말이야. 그나저나 너희 둘을 오히려 내가 수련시키려고 했다니. 뭔가 부끄럽다.”
마치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 앞에서 아는 척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을 자각한 제니온은 살짝 부끄러움을 느끼며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가 이야기 해주지 않았으니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니 그럴 수 있지. …저기 제니온.”
“응? 왜?”
“너는 강해지고 싶어?”
“나? 흠…….”
제니온의 질문에 대답해주던 아스토리안은 미네르바처럼 자신을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는 마음과 자신을 믿는 마음에 보답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장 재능 있는 분야에서 도와줄 방법을 생각했고 그것이 자신의 지식들을 이용해 그를 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물론 강해지고 싶지! 강해져서 영지민들도 지키고 싶고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너희들도 지켜주고 싶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하던 제니온은 살짝 진지해진 표정이 되었다.
“언젠가 아버지를 뛰어넘어서 ‘아들아 정말로 강해졌구나‘같은 소리를 들어서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어!”
‘…인정과 칭찬이라.’
인정받고 싶다.
칭찬받고 싶다.
그 마음은 뼈저리게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그 실패 때문에 전생에서의 삶은 제대로 된 삶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눈앞에 자신의 친구의 바람은 꼭 이루어주고 싶었다.
“…도와줄게 제니온. 네가 백작님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게 말이야”
“정말?!”
“응 정말이야. 내가 어머니한테 들은 강해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들이 있으니까 그것들을 가르쳐줄게.”
자신이 이미 관련 지식들을 알고 있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그렇기에 어머니에게 배웠다는 거짓말이 필요했다.
“고마워 아스토!”
제니온은 기뻐하며 그대로 아스토리안을 강하게 껴안아 주었다.
“그래그래.”
아스토리안은 상당히 기분 좋아 보이는 제니온을 보고 오늘은 하고 싶은 대로 두자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묘하면서 살짝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미네르바는 바라보았고 이내 움직였다.
“나, 나도 도와줄게!”
미네르바는 제니온의 반대편에 서서 아스토리안을 껴안아 주었다.
“미, 미네르바?”
자신을 제외하고 사이가 좋아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미네르바는 묘한 질투심과 동시에 불만을 가졌다.
그렇기에 반발심으로 이런 행동을 한 것이다.
“정말로? 하하! 미네르바까지 도와준다니! 나는 정말로 운이 좋은 인간인 것 같아!”
“아니 잠시만 일단 둘 다 떨어…….”
“좋아! 그렇다면 우리 다같이 미래를 위해 강해지자! 화이팅!”
“화, 화이팅!”
“…하아 모르겠다. 화이팅!”
* * *
덜컹!
“…하아. 귀찮군.”
센트럴 도시 안을 이동하고 있는 어느 마차의 안.
그 안에서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30대 중반의 남성이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제나 보조 교사.”
그리고 남성의 맞은 편에는 분홍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20대 초중반 정도 되는 외모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무엇을 말이시죠 알디로 교사님?”
“평민이 귀족의 학교에 다는 것이 말입니다.”
두 사람은 네르 칼가인 학교의 교사인 마크로 알디로와 보조 교사 카빙 제나였다.
두 사람이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 이유.
그것은 카빌레아 제스카로 교감이 추천한 2명의 평민이 네르 칼가인 학교에 입학할 정도의 실력이 있는지에 대한 시험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백작의 저택이었다.
“…그것이 문제가 되나요?”
“하! 제나 보조 교사. 평민과 귀족은 근본부터 다릅니다. 그러니 받아야 하는 교육의 수준도 달라야 하고요.”
“…….”
“보로존 교사와 최근 친하게 지내는 것 같더니 평민에 대해 상당히 너그러워지신 것 같군요. 그 생각 고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우월주의.
정확히 알디로를 나타내는 말이다.
어려서부터 귀족은 평민보다 우월하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그에게 평민이 귀족의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학교의 규칙상 귀족의 추천이 있다면 입학의 기회가 주어져야 했기에 시험은 봐야 했다.
그렇기에 말도 안 되는 시험을 내서 평민들이 합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가 시험관을 자처하여 이곳에 온 것이었다.
“…….”
‘뭐라는 거야. 교육 좀 받을 수 있지.’
그리고 알디로의 보조 교사인 제나는 어쩔 수 없이 강제로 같이 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의 생각은 알디로와는 상당히 달랐다.
왕국의 상당한 숫자가 평민이기에 평민들에게 잘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왕국을 위한 것.
그것이 그녀의 가치관이었다.
‘어휴 듣기 싫어.’
맞은편에 앉은 그녀는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계속 넘기고 있었다.
원래도 듣기 싫은 말이었지만 성격이 너무 맞지 않아 그의 말 하나하나가 전부 거슬렸다.
‘우월주의에 찌든 인간 같으니라고. 하필 이런 인간 보조 교사가 되어서 휴일날 이게 무슨 고생이야. 조금만 더 있으면 연수 끝나니까 웃으면서 버티자.”
교사의 옆에서 보조 교사로 있는 연수 기간 2개월만 지나면 정식 교사가 된다.
그거 하나만이 자신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옳으신 말씀 같네요.”
“하하. 그렇죠? 그러니까 제나 보조 교사도…….”
‘제발 입 좀 닫았으면…….’
억지웃음을 지은 제나는 알디로의 말을 한 귀로 계속 흘리며 어떻게든 버텼다.
히이이잉!
“도착했습니다!”
“아! 도착했나 보네요.”
그렇게 제나의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끝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마차는 멈추었고 억지웃음을 짓고 있던 그녀의 표정은 한순간에 진심으로 밝아졌다.
“가시죠 교사님!”
“아 제나 보조 교사 잠시 천천…….”
제나는 자신의 옆에 있던 가방을 들고 빠르게 손을 뻗어 마차의 문을 열었다.
알디로의 말은 그녀에게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쿵!
“어머나?!”
하지만 문은 어째서인지 전부 열리지 않았고 무언가에 걸린 듯 반 정도만 열리며 멈추었다.
“서, 설마 사람이?!”
불길한 예감과 함께 제나는 당황하며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빠르게 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예감대로 문과 부딪힌 것으로 보이는 한 명의 소녀가 팔을 문지르며 마차에서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정말 미안하다! 괜찮니?”
놀란 제나가 사과를 하며 빠르게 다가갔다.
평범한 천 옷을 입고 있는 소녀는 왼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외모는 10대 중반 정도로 보이며 목 아래까지 오는 검은색 머리카락과 살짝 푸른 빛을 띠는 예쁜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저, 전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다, 다행이다. 설마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 정말 미안해.”
조금이라도 빨리 알디로에게서 거리를 두고 싶었다.
그렇기에 제나는 밖에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움직였다.
그런 자신을 원망하며 연신 소녀를 향해 사과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