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240)
◈ 240화
불칸.
그는 몇백 년 전부터 살아온 화룡이다.
그런 나이답게 그는 여러 일을 겪으며 살아왔다.
다른 용왕과의 전투, 건방지게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호문클루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게 된 어떤 드워프 여성 등등 말로 나열하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 중에 한 가지 포함된 것이 바로 네이트를 구한 일이었다.
네이트를 발견하고 키운 것은 그저 우연일 뿐이었다.
하지만 키우게 될수록 그녀에게 정이 들어 버렸다.
그렇기에 떠난 것이었다.
더 정이 들었다가는 쉽게 끊어낼 수 없을 것이고 약점이 되어 버릴 것이었다.
용왕은 적이 많다.
불칸은 자신과 네이트를 위해 떠난 것이었다.
“…….”
그러한 사실을 들은 네이트는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여러 생각이 드는 듯 살짝 복잡한 표정이었다.
“…….”
불칸도 아무 말 없이 네이트가 이야기하는 것을 기다렸다.
불편한 침묵이 집안에 감돌았다.
사정은 자세히 모르지만 같이 마차를 타고 오며 네이트에게 불칸이라는 존재가 은인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아마 여러 생각이 들 것이다.
불칸의 입장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트의 입장은 알 것 같았다.
자의든 타의든 남겨진 자의 슬픔은 공허하니까 말이다.
‘문제는 남겨지게 된 이유가 탓할 수 없다는 이유인가?’
그는 네이트와 자신을 위해 모습을 감추었다.
아마 그녀는 상당히 복잡한 심경일 것이다.
“그, 그랬었군요. 불카… 아니 불칸 할아버지.”
“궁금한 것은 그거뿐이니?”
“아… 네.”
“그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하자꾸나. 아무래도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 말이다.”
살짝 무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는 드래곤이다.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은 좀 다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나에게 좋았다.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의 목적이 먼저니까.’
“그럼… 미네르바.”
불칸은 앉아 있던 자세에서 미네르바를 향해 몸을 돌렸다.
네이트는 잠시 멀어져 혼자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네.”
“아버지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지?”
“네 알고 싶어요.”
“그래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하는 듯한 모습의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생각을 마친 듯 입을 다시 열었다.
“그래 거기서부터 하면 되겠어.”
* * *
“커억! 쿨럭!”
“조, 조금만 버티십쇼!”
평범해 보이는 오두막의 안.
그곳의 침대 위에서 육성 장군 알렌은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제기랄! 그림자의 힘! 하필 그 짜증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거냐!”
“알렌님 진정하셔야 합니다! 혈류가 너무 빠릅니다!”
부하로 보이는 3명의 인원들은 그를 붙잡으며 포션을 뿌리고 상처 부위를 꿰매고 있었다.
치료는 거의 끝났다.
하지만 그가 너무 날뛰는 바람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상당한 부상을 입게 되었다.
“됐습니다, 끝났습니다!”
그때 치료를 하던 여성이 큰소리로 외쳤고 그를 잡고 있던 이들이 전부 알렌에게서 멀어졌다.
“하아. 제기랄.”
“…! 아직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시끄러워 끼어들지 마.”
방금 상처를 꿰매었다.
그런 상황에 움직인다면 상처는 당연히 다시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걸 걱정한 여성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였지만 알렌은 그녀를 무시한 채 움직였다.
터벅! 터벅!
현재 그가 있는 오두막은 임시로 구한 집으로 불칸이 있던 마을에서 그렇게 멀리 않는 곳에 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그런 임시거처에는 그들이 가져온 짐들이 보관되어 있었고 알렌의 짐도 포함되어 있었다.
스윽!
알렌은 자신이 챙겨온 가방을 열어 어떤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보랏빛의 단검이었다.
팔뚝만 한 길이의 날카로우며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단검.
“아, 알렌님 그것은!”
“부관 지금 당장 짐 싸.”
“네?”
알렌의 부관 네오 아르단.
그는 오러 마스터 경지의 인간이었다.
육성 장군들도 당연히 부관이 배치된다.
부관의 경지는 오러 마스터 혹은 아크 메이지 경지이다.
강한 자 옆에는 당연히 그만큼 강한 자가 있어야 한다는 제국의 힘의 논리 덕분에 배정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그만큼 경험을 가진 유능한 인재였다.
하지만 그런 그도 알렌의 모습에 당황하는 중이었다.
“이대로 돌아갈 수 없어. 제국에 몇 번이고 엿을 먹이고 나를 찌른 그 자식은 반드시 데려가야겠어. 그리고 최소 화룡왕에게 이걸 박고 돌아가겠어.”
“아, 알렌님 그것은 확실히 용에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있지만 뭐? 다가가지도 못할 거라고?”
“그, 그게 아니라…….”
“난 육성 장군이야. 할 수 있어. 내가 완전한 진심을 낸다면 뭐든 가능해.”
알렌의 표정은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
죽을 뻔한 일 때문인지 아님 과다출혈로 인해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하겠다는 말투와 분위기였다.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다.
“이대로 못 돌아가 아니 돌아가지 않아. 그러니까 너희들도 움직여줘야겠어. 나를 위해서.”
“…….”
알렌의 부관은 그 모습을 보고 직감했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말이다.
* * *
“그랬… 군요.”
불칸이 미네르바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미네르바는 얌전히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대충 요약하자면 이랬다.
미네르바의 아버님과 그의 인연은 꽤나 과거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말이 잘 통해 생각보다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 다른 용왕이나 강력한 몬스터를 함께 쓰러트리기도 했다.
불칸이 미네르바 아버님에게 은혜가 생긴 것이 바로 이때라고 했다.
죽을 뻔한 공격에서 미네르바의 아버님이 지켜준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용왕들이 인간들의 일에 끼어들지 않고 은거를 택했다.
그 결정 이후 미네르바의 아버님도 모습을 감추었다고 했다.
그것이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라고 했다.
‘용왕들의 은거, 용왕과 싸울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강력한 몬스터. 여러 정보를 알았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알 수 없는 건가.’
미네르바의 아버님의 현재 위치.
그것은 불칸 그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마 미네르바가 가장 듣고 싶은 것은 그것이었을 것이다.
“그렇군요. 감사해요. 조금은 아빠에 대해 알게 됐어요.”
미네르바는 딱히 아쉽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없는 아버님에 대한 것을 조금이라도 들을 수 있었기에 기분이 괜찮은 것 같았다.
“다른 이야기들도 더 있지만 일단 그건 함께 온 저 소년의 궁금증부터 해결하고 이야기하도록 하자꾸나.”
“네 그렇게 해주세요.”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불칸의 옆으로 움직인 나는 그대로 근처에 앉았다.
“좋아 그럼. 무엇부터 듣고 싶지?”
그는 몸을 돌렸고 곧 파충류 같은 눈동자가 나를 꿰뚫어 보듯이 바라보았다.
반대로 심문이라도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랜드 몬스터의 발톱을 잘라낸 방법. 그리고 왜 그들을 도와준 것인지, 그것부터 알고 싶어.”
제일 먼저 질문한 것은 당연히도 제일 궁금하던 질문이었다.
그랜드 몬스터의 칼리스토의 발톱을 잘라낸 것이 마법인지 아니면 특수한 무기였는지 말이다.
기술의 극치인 신검합일로는 가능하다는 것을 하누마탄을 통해 알아냈다.
다른 가능성도 함께 알고 싶었다.
“그것인가. 뭐… 도와준 이유부터 말하자면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흥미?”
“대륙 최강의 몬스터인 그랜드 몬스터 아닌가? 과연 나의 힘으로 그 몬스터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가능한지 알고 싶었지. 뭐 결과는 성공이었고 말이야.”
흥미로 그랜드 몬스터를 공격하다니 정신 나간 짓이다.
하누마탄과 싸워 보았기에 그것을 아주 잘 실감하고 있었다.
역시 드래곤.
인간과 여러 사고, 관념이 아주 달랐다.
“그렇군. 그럼 그 방법은 뭐였지?”
“간단히 말하자면 나의 힘과 특수한 용액이었지.”
“용액?”
스윽!
불칸은 자신의 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그가 꺼낸 것은 은색 빛의 액체가 들어있는 플라스크였다.
‘음?’
그런데 그 모습이 아주 묘하게 익숙했다.
분명히 어디선가 본적이 있던 액체였다.
“이건 내가 만든 특수한 액체인 크세논일세. 효과는 간단하네. 닿은 것의 온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그렇다는 말은…….”
“맞네. 그랜드 몬스터의 일부는 잘라낸 것이라기보다는 태워 녹였다는 표현이 맞겠군.”
태워 녹였다.
솔직히 놀라웠다.
이런 물질을 만든 것도 놀라웠지만 그 태워서 녹인다고 하는 발상이 대단했다.
“뭐 그래 봤자 발톱 하나 자른 것이 전부이지만 말이야. 화염을 얇고 길게 만들어 화력을 집중시켜 그곳에 이 크세논을 사용했지.”
“…….”
“성공해서 나는 기뻐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부족했던 것 같더군. 그렇게 나는 할 일을 끝냈으니 일부의 크세논만을 기념으로 챙기고 전부 넘겨주고 떠났네.”
‘넘겨줘?’
그랜드 킬러에게 넘겨주었다는 이야기에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죽였던 그랜드 킬러 델타를 죽이고 챙겼던 여러 물건들 중 비슷한 플라스크에 들어 있던 물건이 말이다.
“그게 그거였군.”
스윽!
나는 그림자의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다시 나온 나의 손에는 방금 생각했던 플라스크가 들려있었다.
“음? 그건 분명…….”
“내가 죽인 그랜드 킬러의 집을 뒤지고 나온 거야. 아마 당신이 만든 크세논인 것 같군.”
“허. 아직까지 남겨두고 있었을 줄은 몰랐군.”
‘이게 크세논이었군.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군.’
생각해 보면 당장 나에게는 쓸모없는 물건이다.
그렇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그림자의 안으로 다시 넣었다.
“그럼 다음 질문하지.”
“그래 뭐지?”
“내가 미네르바의 권속이라 했는데 드래곤의 권속이라는 건 따로 존재하는 건가?”
“…미네르바야. 설마 피의 기억 권속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니?”
“…네 처음 들어요.”
“…백룡왕이라는 자들이 권속을 만들지 않기는 했지만, 설마 기억 속에도 없을 줄이야. 그래 설명해 주지. 같이 들으렴 미네르바야.”
권속.
그것은 드래곤이 임명한 자신의 부하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냥 말로만 임명하는 것이 아니었다.
드래곤이 직접 자신의 피로 권속으로 임명할 자의 육체에 피를 바르고, 그자가 받아들인다면 그 순간부터 권속이 된다고 했다.
드래곤 힘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으며 목숨까지 바치는 자.
그것이 권속이라고 했다.
“어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권속으로 잘 만든 것 같구나.”
“…어 그게 불칸님. 권속이랑 비슷한데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다르다고? 그게 무슨 말이니?”
“나는 드래곤 이터야. 용의 피를 마실 수 있는 체질. 당신이 말한 것으로 권속이 된 게 아니야.”
“……!”
불칸은 상당히 놀란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드래곤 이터라… 그 불쾌한 이름을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군.”
“아, 아스토는 드래곤을 죽인 적 없어요 불칸님!”
“…그래 그 정도로는 냄새로 알고 있단다. 뭔가 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렴. …그러면 이해가 되는군. 아까의 폭주가 말이야.”
“…당신 아까 전의 나의 상태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
감정에 먹혀버린 상태.
만약 불칸이 알고 있다면 들어야 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오늘처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별 것 없네. 미네르바의 부상을 보고 용의 피가 반응해 피의 주인을 살리고 위협을 배제하기 위한 일종의 한가지 명령을 위해 움직이는 골렘과도 같은 것이 된 것이지. 거기다가 용의 피를 마신 자이니 그런 것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이지.”
“…….”
역시 용의 피가 폭주해 그런 상태가 된 것이었다.
강한 힘의 대가를 드디어 느끼게 된 것 같았다.
“그럼 그걸 막을 방법이 없는 건가?”
“없지. 이미 용의 피는 몸과 하나가 되어 너의 육체가 드래곤의 성질을 띠고 있네. 약하지만 말이야. 용의 피를 육체에서 제거할 수 없으니 이제 방법은 미네르바가 더 강해져 피해를 입지 않거나, 네가 목숨 걸고 지켜서 아무 일도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뿐이지.”
당연한 말이다.
그것은 앞으로 내가 절대적으로 지킬 약속이다.
용의 피 때문만이 아니라도 말이다.
“그런데 용의 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한테서는 또 다른 드래곤의 피의 냄새가 나는데 말이야. 설마 다른 드래곤의 피도 마신 것인가?”
“…맞아.”
“…어떤 드래곤인지 알고 있나?”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흑룡이라는 건…….”
촤악!
내가 한창 말을 하던 그때 불칸이 손을 휘둘렀다.
콰과각!
정확히 내가 앉아 있던 곳의 머리 위였다.
덕분에 오두막의 벽의 일부가 파괴되어 버리고 말았다.
“지금 흑룡이라고 했나?”
불칸의 표정이 변했다.
혐오도 불쾌함도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