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266)
◈ 266화
“과연 그런 계획으로 가겠다는 건가?”
“일단 그렇게 됐어.”
실버 이글의 본거지 안.
그곳에서 그들이 생각한 이틀 후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괜찮은 계획이었다.
호위로 들어간 내가 루치아가 준비한 이동 스크롤을 보이지 않는 곳에 놔둔다.
스크롤은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발동이 되며 실버 이글의 인원들을 이동시킨다.
이동된 이들은 혼란을 일으키고 재빠르게 드노아가 황제를 노리고 움직인다.
단순하지만 허를 찌를 수는 있는 계획.
무난했다.
“물론 황성 앞에서 난리를 쳐서 시선도 분산시킬 계획이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임명식을 한다고 했으니 충분히 가능하겠지.”
전조도 없는 갑작스러운 기습이니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이틀 후에는 새로운 육성 장군의 임명식을 치른다고 하였다.
전쟁 준비 중이기에 성대하게 치르지는 않지만 몇몇의 육성 장군과 여러 기사들이 모이게 될 것이다.
그들을 드로아와 실버 이글의 일원들, 그리고 검은 달의 인원 몇 명이 막는 것이다.
드노아가 황제를 죽일 때까지 말이다.
물론 황제를 죽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 가지 부탁해도 괜찮을까?”
“뭔데?”
“내가 죽여야 하는 자 때문에 한 가지 도움이 필요하게 됐어.”
“도움? 무슨 도움을 말하는 거야?”
“그게…….”
나는 구안에 대해 알아낸 정보들을 그녀와 옆에 앉아 있는 드로아에게 이야기하였다.
“…해골?”
“소울 픽서?”
역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이해한다.
나도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그런 자라는 것을 믿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 그자를 죽이려면 나뉜 영혼이 들어간 육체도 찾아내서 다 죽여야 한다는 거야?”
“그렇게 되겠지.”
“만약 이번 습격 중에 한 명이라도 놓치게 된다면…….”
“나는 내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거지. 동시에 육성장군을 죽이지 못하는 것이고. 제일 피해야 하는 상황이지.”
한 명도 놓쳐서는 안 된다.
나뉘어진 영혼이 들어간 육체들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전부 동시에 아크 메이지 급의 힘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실험실 안 유리통 안에 있던 이들의 기운을 기억해 보면 분명 그럴 거다.
“그거 방법이 있는 거야? 몰래 사람들 사이에 숨으면 답도 없는 거잖아?”
“맞아.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야.”
“어떤 도움?”
“…구안의 영혼이 들어 있는 이들을 상대로 시간을 끌어줘.”
“뭐? 우리가 영혼이 들어가 있는지 어떻게 알아?”
“나는 알 수 있어.”
“알 수 있다고?”
“그래. 내가 알려줄게. 그러니까 부탁해.”
“…….”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심이다.
진심으로 부탁하는 것이다.
구안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니까.
“…먼저 이야기 해봐. 그 방법이 도대체 뭔지.”
“그 방법은…….”
* * *
“내일모레 시작하는 건가요?”
“네. 그렇게 정해졌습니다.”
아나트의 방 안.
그곳에서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드디어 시작되는 거네요.”
“…다시 한번 여쭤보는 거지만 괜찮으신 겁니까? 저를 도와주는 것이?”
이미 대답은 들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제국과 척을 지는 것과 다름없는 그녀의 행동을 말이다.
이번 계획에는 그녀의 도움도 들어가 있었다.
대놓고 도와서 들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위험성은 있었다.
“네 괜찮아요. 아스토리안을 도울 수 있어서 저는 오히려 기뻐요.”
“…이렇게까지 저를 도와주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유요?”
도움은 고마웠다.
하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인지.
계획이 정해지고 실행할 때가 되니 이제는 알고 싶었다.
아나트의 이유 없는 호의를 말이다.
“그냥… 이라는 건 믿지 않으시겠죠?”
“잘 아시는군요.”
“음… 뭐 그렇네요. 이렇게까지 물어보니 숨길 필요는 없겠네요.”
끼긱!
아나트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바로 나의 옆으로 다가와 나의 손을 잡았다.
“솔직히 한가지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당신의 말대로라면 폐하를 멈출 수 있고 또 더 나아가 전쟁을 멈출 수도 있으니까요.”
“…….”
전쟁을 멈춘다.
그건 즉 황제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황제가 죽지 않는 이상 전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황제가 되어 다시 휴전을 선포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러고 보니 1황녀와 사이가 좋아 보인 이유가 그거였던 건가?’
자신은 황제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가장 가능성 높고 전쟁을 바라지 않는 1황녀에게 가세한다.
어쩌면 아나트는 그런 생각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하나 더 말입니까?”
“네.”
“그건 무엇이죠?”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됐다는 거요.”
“…네?”
내가 방금 들은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았다.
사랑.
그건 내가 미네르바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지금 아나트는 그 똑같은 감정을 나에게 품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잠시만요.”
호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좋은 감정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로 들으니 새삼 실감이 났다.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아닐 것이라 생각하던 것이 무너져 내렸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아니 머리만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육체가 그녀의 감정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제기랄. 아니야 안 돼.’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생각과 육체에 저항했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했다.
‘미네르바.’
미네르바다.
내가 여성으로서 사랑하는 것은 오직 미네르바뿐이다.
오직 그녀뿐이다.
오직 그녀만이어야 한다.
그녀에게 상처 줄 짓은 나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아나트님 저는…….”
“괜찮아요.”
스윽!
아나트는 나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이어서 나를 끌어안았다.
“…! 안 됩니다, 놓아주세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말씀을?”
“전 두 번째라도 괜찮으니까요.”
“두 번째라고요?”
“사랑한다면 남편이나 아내가 한 명 정도 더 있어도 문제 될 것 없잖아요?”
“…….”
세계관, 윤리관.
본래에 이 세계만을 아는 자라면 모르겠지만 다른 세계를 살아온 자로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안고 있는 그녀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녀를 눈동자를 본 순간부터 나는 아나트에게도 끌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돼.’
스윽!
간신히 마음과 정신을 다잡았다.
아나트의 어깨를 잡고 안고 있는 그녀를 밀어냈다.
“마음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 말씀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해야 합니다.”
“미안해요… 어느 정도 사정을 들었는데도 이런 말을 해서. 지금 아니면 말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괜찮습니다. 방금의 대답은… 나중에 해도 괜찮겠습니까?”
“…네 고마워요.”
아나트가 미소를 지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리고 동시에 은은하게 붉게 물든 볼도 보였다.
아나트가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상당히 용기를 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도 괜찮겠습니까?”
“네 해주세요.”
자리로 돌아간 그녀는 그대로 의자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그녀가 뻘쭘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레 시작하게 될 계획에 따로 도움을 받고 싶은 자들이 있습니다.”
“도움받고 싶은 자들이요? 아스토리안 미안하지만 저를 따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비밀을 지켜줄 만한 사람은 아예 없고요.”
“…사람이 아닙니다 아나트님.”
“사람이 아니라고요? 설마…….”
“네. 예상이 맞으실 겁니다.”
스윽!
나는 정확히 아나트의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존재.
그것은 정확히 둥그런 형태에 날개가 달린 존재.
구안의 실험실에서 눈이 마주쳤던 요정이었다.
[으으. 그때 조심 좀 했어야 했는데.> [늦었습니다 노드.>* * *
구안의 실험실에서 눈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시선이 마주쳤던 존재가 있었다.
미네르바와 네이트에게도 붙어 있는 존재들.
바로 요정이었다.
내가 봤다는 것을 눈치챈 요정은 빠르게 도망쳤다.
하지만 나는 놓치지 않고 구안의 실험실을 떠나 공간안의 힘을 사용해 빠르게 그들을 뒤쫓았다.
그렇게 추격전이 벌어졌고 먼저 포기한 것은 그 요정이었다.
[으아 독하네. 내가 졌어!>“요정. 넌 뭐지?”
사람이 없는 어떤 방 안.
그림자 안에서 나온 나는 그림자를 사방으로 보내 요정이 도망갈 수 없도록 완전히 막아 버렸다.
[…노드. 내 이름은 노드야.>“그래 노드. 그럼 묻지. 왜 나를 살펴보고 있던 거지?”
[그전에 하나만 말해줘. 어떻게 나를 본 거야? 전에는 나를 못 봤으면서.>“널 못 봤다고?”
구안에게 붙어 있는 요정인가 했지만 아닌 듯했다.
그는 데미안 왕국에 온 적도 없고 제국에 올 때부터 나는 공간안의 힘을 완전히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공간안의 힘.”
어차피 생각만 한다고 바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노드라는 요정에게 정보를 듣기 위해서는 나도 정보를 내놓아야 했다.
[공간안? 아이구 완전히 각성해서 볼 수 있던 거구나. 이건 몰랐네.>“이제 네 차례야. 어떻게 나를 알고 있지?”
[…나는 아나트에게 붙어 있는 요정이야.>“아나트님에게?”
아나트에게 붙어 있다.
그렇다면 이 요정은 내가 아나트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미 나를 보았던 것이다.
이미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의미다.
“허! 그런 거였나.”
우웅!
그림자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리고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렇다면 아나트님도 신역에 갈 운명이라는 건가?”
[맞아 같은 운명이야. 네가 사랑하는 미네르바랑.>“…미네르바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건 오톤과 바론을 만나서인 건가?”
[맞아 직접 들었지.>“…그럼 이제 이야기해봐. 나를 왜 지켜 보고 있었던 거지?”
[…하아.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아나트를 위험하게 만들 생각하지마.>“…….”
이 요정의 성격을 알 것 같았다.
아니 모든 요정들의 성격을 알 것 같았다.
요정들은 정이 지나칠 정도로 많았다.
그러니 피조물에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룰을 어기고 붙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일 거다.
‘아니 어쩌면…….’
“그럼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뭐?!>“아나트님은 본인의 의지로 나를 도와주기로 했어. 왜 너희들의 말을 들어야 하지?”
[…아나트를 위험하게 만들면 나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피조물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룰을 어기고 말인가?”
[…바론이 이야기했군.>“네가 나에 대해 들은 만큼, 나도 요정에 대한 걸 들었지.”
분위기와 주제는 충분히 띄워 두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때다.
“그럼 이건 어떻지? 너희 요정들이 나를 도와줘.”
[뭐?!>“황제를 죽이고 구안을 죽일 수 있게 도와달라고. 그럼 절대로 아나트님이 위험하게 할만한 일이 없도록 할 테니까.”
[…….>아나트에게 붙어 있는 요정들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이들의 시야에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것 자체가 충분히 도움이 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건데? 황제랑 육성 장군을 죽이는데. 애초에 네가 그들을 죽이면 아나트는 공모죄가 될 거야.>“그럼 공모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들면 돼.”
[뭐라고?>“내가 생각한 방법은…….”
노드에게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아나트가 위험해지지 않고 나의 계획과 전혀 상관없는 존재처럼 보이는 방법을 말이다.
[그 자식에게? …나쁘지 않은 방법이기는 하네.>“이제 내 말대로 할 생각이 드나?”
[…그래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아나트의 원한도 풀 수 있고.>“그럼 받아들인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래. 아나트가 안전해질 수 있다면 하겠어. 이거라면 옥스도 충분히 납득하겠지.>“그래 알겠어.”
다행이었다.
내심 거절하면 아나트에게 부탁해야 하는 건가 걱정했지만 기우로 끝이 났다.
“그럼 하기로 했으니 물어보지. 너는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지?”
요정들은 모두 각각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노드라는 요정도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어쩌면 이번 계획에 굉장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 말해줄게. 내 능력은 천리안이야.>“…천리안?”
[지정한 대상의 절대적 탐색. 그게 나의 힘이야.>“아.”
절대적 탐색.
그 말을 들은 순간 머릿속에서 구안을 죽일 수 있는 계획이 세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