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277)
◈ 277화
“그것을 말입니까?”
“그렇다.”
알현실이 아닌 집무실로 보이는 어느 방.
그곳에서 황제는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아데라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혹 그자가 드래곤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입니까?”
“순수한 드래곤은 아니지만 분명 그 힘이 깊게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다.”
“…….”
아데라가 아스토리안을 놓쳐 추적 중이라는 보고를 들은 순간 내린 명령.
그것은 바로 용혈화의 가루를 뿌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황성 밖 수도에 골고루 말이다.
인간에게는 거의 무해하다고 할 수 있지만 용혈화의 가루는 많지 않았다.
수량이 한정되어 있었으며 만약을 대비해 항상 아껴두는 물건이었다.
‘만약에 나타날 용왕이나 복수를 위해 나타나 나는 용들을 막기 위해 모아둔 것을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군.’
수많은 드래곤들을 죽였다.
원한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제국은 그 원한을 막기 위해 준비를 해두었고 그중 하나가 용혈화의 가루였다.
용의 피가 있어야만 자라는 한정된 자원.
만약 황제의 명령대로 수도에 골고루 뿌리게 된다면 가지고 있는 비축분의 대부분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아데라는 그것이 내심 아까웠다.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황제의 명령은 목숨보다 우선.
그가 아깝다고 느끼는 생각은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임명식에서 있었던 일의 결과도 보고하겠습니다.”
“시작하게.”
“새로 육성 장군으로 임명된 노리아스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2황자님을 위해 움직였던 기사들은 전부 도주했으며 한 명도 붙잡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흠.”
“그리고 인질로 잡혔던 1황녀님은 무사히 구출됐으며…….”
“2황자는 어떻게 처리했나.”
“구금하여 감옥에 투옥시켜 둔 상태입니다. 호위와 부하, 주변에서 일했던 모두까지 함께 투옥 시켰습니다.”
누명을 쓰게 된 2황자는 자신은 연관이 없다며 열변을 토하였지만 그것을 믿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제압당한 채 호위와 함께 감옥으로 끌려갔다.
“그런데 그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는 했습니다.”
“무엇이지?”
“누명이라며 4황녀님의 호위가 데미안 왕국에서 온 첩자라고 외쳤습니다.”
“…4황녀가 이번 일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2황자가 이용을 당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와중에 그의 이야기는 그저 흘려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용한 자를 알아낼 수 있을 만한 힌트가 될 수도 있었다.
“진범을 찾는 것은 당장 중요한 일이 아니네. 지금 중요한 것은 도망간 그자를 찾아내는 것이지.”
하지만 2황자에 대한 것은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황제 암살 시도에 연루가 되어 있기는 했지만 정작 암살 대상이었던 본인은 육성 장군을 죽인 자에게 더 관심을 두었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폐하.”
황성에 들어와 황실을 기만하고 황제를 위험하게 만들며 육성 장군을 죽인 대죄인.
다른 육성 장군을 포함 황성의 병사, 기사, 임페리얼 나이츠 등등 수많은 병력들이 아스토리안을 쫓고 있었다.
말 그대로 황성의 주요 전력들이 수도에 있는 모든 곳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뒤지고 있었다.
“아티팩트를 사용한 것으로 보여 무효화시킬 수 있는 장비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변장했던 가짜 얼굴의 일부를 찾아 추적할 수 있는 마법도 준비 중입니다.”
“늑대들도 풀게나. 그렇다면 더욱 확실해질 테니.”
“늑대들까지 말입니까? 하지만 늑대들을 백성들이 보았다가는…….”
“상관없네. 찾는 게 먼저고 뒷수습은 어떤 식으로든 할 수 있으니.”
“…예 폐하. 함께 준비시키겠습니다.”
스윽.
꿇고 있던 자세에서 일어난 아데라는 황제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집무실을 떠났다.
“상황이 재미있게 되었군.”
황제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정말로 즐겁기에 생긴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였다.
대륙정벌이라는 자신의 위대한 목표를 방해당해 생긴 분노.
지금 황제가 아스토리안을 향해 가진 감정은 관심과 흥미에서 분노로 변해 있었다.
“이름 모를 드래곤, 너를 찾아내 힘을 흡수하고 너의 육체를 무기로 재활용 해주마.”
* * *
“쿨럭!”
[괜찮나?]“그래 마하트 아직은 괜찮아.”
나는 지금 그림자의 안에 있었다.
이유는 당연히도 공중에서 흩날리는 용혈화의 가루 때문이었다.
밖에 있다면 그 가루에 직접 노출되어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림자의 안에 있다면 그나마 나았다.
직접 노출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그림자의 안에서 숨을 쉬게 해주는 공기.
이것은 그림자 밖에서 들어온다.
그리고 지금 대부분의 바깥 공기는 용혈화의 가루가 섞여 있었다.
‘일단 빨리 루치아를 만나야 해. 여기서 나갈 계획을 세워야 하니까.’
그림자 이동으로 검은 달 지부를 향해 이동 중이었다.
빠르게 수도를 벗어나려면 메이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를 두고 나 혼자 떠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이 망할 황제. 내가 드래곤의 체질과 비슷한 걸 어떻게 알아본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 가루를 뿌릴 리가 없었다.
황제는 분명 내가 드래곤이거나 드래곤의 힘을 사용한다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가능성은 황제가 자네와 같은 체질을 타고났거나 혹은…….]“혹은?”
[황제가 드래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그럴 리가 없어. 아나트는 하프 드래곤이고 흑룡왕은 여성체라고 했어. …어쩌면 황제가 드래곤의 힘을 얻었을지도 몰라.”
[…개인적으로는 가장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만… 그의 외형을 생각한다면 그 가능성도 높네.]“외모?”
확실히 살짝 보았지만 황제는 상당히 젊어 보았다.
알고 있던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어쩌면 마하트의 이야기대로 나와 같은 드래곤 이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전에 싸웠던 드래곤 이터에게서 느낀 것이 황제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황제가 어떠한 방식으로 드래곤의 힘을 얻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했다.
“일단 이건 루치아를 만나고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일단은 루치아를 만나고 용혈화의 가루가 최대한 없는 곳을 찾아내야 한다.
최대한 영향을 억제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쌓인다면 분명 나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것이 뻔히 보였다.
“더 빨리 가야겠어.”
그렇게 이동에 속도를 올려 잠시 후 검은달 지부에 도착했다.
건물 안에는 여러 이들이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할 것이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가루가 무엇인지 모르니까 말이다.
‘2층으로…….’
루치아와 함께 왔었던 때를 기억하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니체라는 루치아의 부하가 있던 방 틈으로 들어갔다.
‘마법이 없군.’
그때 보았던 출입을 막는 마법이 없었다.
아무래도 해제해둔 모양이었다.
‘…흠. 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군.’
방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루치아와 그녀의 부하 니체, 그리고 드로아와 드노아였다.
물론 드로아와 드노아는 꽤나 상처가 있었다.
그래도 중상은 아닌 듯했다.
우웅!
“루치아.”
““……!””
방 안에 있던 모두가 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싸울 자세를 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곧 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안심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
“무사히 돌아왔네요. 아스토리안.”
“그래 돌아왔어.”
루치아가 나를 잠시 살피더니 이내 어느 정도 안심한 듯한 모습이 되었다.
곧 간다고 연락은 해두었지만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안심을 못한 듯했다.
“다른 사람들도 무사해 보이니 다른 말들은 생략하고 바로 이야기하겠어. 난 루치아와 함께 이곳을 떠나겠어.”
“…그래. 자네는 특정을 당했을 테니 그러는 게 맞겠지. 그런데 어떻게 탈출했나? 구안은 어떻게 되고?”
이야기하는 드로아의 표정은 조금 간절함이 느껴졌다.
황제를 죽이는 것에도 실패했는데 내가 죽이려고 한 육성 장군까지 살아 있다면 이번 작전은 말 그대로 의미가 없는 것이 되니까 그럴 것이다.
아무래도 그가 죽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구안은 죽였어. 그리고 탈출은 아티팩트의 힘을 받았지.”
“…그나마 다행이군. 황제의 수족을 죽여 그나마 약화시켰으니.”
그의 표정이 조금 나아졌다.
뭐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와 더 이상 이야기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빨리 루치아와 이곳을 떠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
“루치아 육성 장군들 앞에서 그림자의 힘을 사용해 아마 아티팩트를 무효화시킬 만한 것을 들고 추적이 올 거야.”
“흠… 그럼 정했던 다른 방법 중에…….”
“일단 저 가루들이 날리는 한가운데로 이동하는 건 안 돼.”
“…설마 저 가루 드래곤에 치명적인 무언가예요?”
“맞아.”
“괘, 괜찮은 거예요?”
루치아는 내 어깨를 잡으며 놀라는 표정으로 안부를 물었다.
괜찮다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일단 괜찮다.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니까.
“아직 괜찮아. 생각해둔 탈출 방법 또 뭐가 있어?”
“…다행이네요. 일단 또 다른 방법은 마법이었는데 힘들 것 같아요.”
“어째서?”
“저들이 역결계를 발동했어요.”
“그게 무엇이지?”
“그건 제가 설명드리죠.”
그때 루치아의 부하인 니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 제국에서 개발한 역결계.
간단히 말하자면 결계가 외부의 것을 막는다면 역결계는 내부의 것을 막는 것이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막는 결계.
말 그대로 결계로 만든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데미안 왕국을 보호하는 결계의 반대되는 힘이죠. 물론 이 역결계는 수도에만 있는 것이지만요.”
“…내부에서 파괴는?”
“당연히 힘들죠. 외부에서의 공격에는 쉽게 파괴될 수 있지만 내부는… 아무리 강한 구현화든 고유마법이든 힘들 거예요. 육성 장군들이 힘을 합쳐 간신히 구멍을 냈으니까요.”
“사전에 이거에 대한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알고도 이야기하지 않은 건가?”
“…준비가 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벌써 준비가 됐을 줄은 몰랐어요. 아마 저희도 모르게 극비리에 준비를 마쳐둔 것 같아요.”
“…….”
꽤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생각해둔 탈출 방법은 다 막혀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 탓이라고 나무랄 수 없어. 새로운 방법을 뭐든 빨리 생각해야 해.’
마법도 막히고 물리적으로도 막혔다.
아티팩트도 발각되거나 막힐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 우리는 꽤나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일단 두 사람은 따로 숨지. 우리하고 더 이상 같이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아니 자네도 우리와 같이 가지.”
“무슨 생각이 있나?”
“자네는 아무래도 우리가 어떤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는지 잊은 것 같군.”
“실버 이글이 가진 아티팩트? 아… 쇼 도어.”
기억났다.
드노아와 대련을 위해 사용했던 아티팩트 쇼 도어.
어쩌면 그것을 사용한다면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역결계가 아티팩트의 힘을 막는 것은 아닌 거겠지?”
“아… 네 맞아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티팩트의 힘까지는 막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정해졌군.”
목표는 실버 이글의 본거지.
그곳에 있는 아티팩트 쇼 도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여러 가지 있군.”
“맞네. 이곳에서 거리가 있다는 것과 근처로 아티팩트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장치를 가진 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정문 근처라는 거지.”
수도의 정문이라면 가장 많은 인원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다.
역결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곳은 수도의 입구.
사람을 여럿 배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기다가 나와 드노아의 얼굴도 알려졌고 부하들 몇몇도 들켰다네.”
“…….”
순간적으로 두 사람을 버리고 이동할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들은 나를 믿고 도와주었다.
‘…그러고 보니 방법이 하나 있군.’
모든 조건을 해결할 수 있을 만한 방법.
그것이 하나 있었다.
지금은 급한 상황이니 이것에 대한 뒷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문제없을 것이다.
“드로아, 드노아.”
““……?””
나의 부름에 두 사람은 의문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둘 다 손을 좀 내밀어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