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290)
◈ 290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이야기하렴.”
“그래 아버지에게도 숨기지 말고 전부.”
“네, 다 해드려야죠.”
서로를 껴안으며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나는 방 안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지금부터는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였다.
“그전에.”
“네?”
“다친 곳은?”
어머니의 눈빛이 진지했다.
진심으로 걱정하며 혹시나 나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걱정하시는 모양이었다.
“다 나았어요 어머니.”
“다 나았다면 누가 상처를 냈어?”
“육성 장군들이죠.”
“설마 아르시 그년…….”
“그년!”
“아니야 아리네아! 엄마는 그런 말 안 했어.”
어머니는 아리네아를 무릎에 올린 채로 앉아 계셨다.
아마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러신 것 같았다.
그래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생긴 불상사였다.
“아리네아 엄마 무릎에서 내려와서 잠시 저기서 놀고 있을래?”
“그럼 오빠 나랑 놀아줄 거야?”
“응. 같이 놀아줄게.”
“좋아!”
타닥!
어머니의 무릎에서 내려온 아리네아는 그대로 멀어졌다.
그리고 침대 위에 그대로 누웠다.
“아리네아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네요.”
“…이 엄마를 너무 닮은 것 같더라고. 우리 부모님이 왜 나한테 말괄량이라고 하는지 드디어 이해가 되네 하하”.
“씩씩해 보여서 보기 좋네요.”
미소가 절로 나왔다.
내 동생은 아무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이야기를 이어서 할게요.”
“그래 계속 해주렴.”
“저는…….”
제니온에게 했던 것처럼 나에게 있었던 일과 미네르바에 있었던 일, 그리고 제국과 요정,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전했다.
흑룡왕을 막으려는 계획도 말이다.
숨겨 봤자 더 이상 의미도 없고, 두 분에게는 딱히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럴 수가…….”
“…….”
어머니의 표정은 심각해졌고 아버지는 깊은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이 되셨다.
뭐라 할말이 없다.
지금 나는 부모님에게 목숨을 건 싸움에 다녀온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말이다.
제국과의 전투에 나가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흑룡왕과 싸우는 것은 말 그대로 시체조차 남지 않는, 이 세상에서 소멸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아, 아들. 다른 방법은 없는 거니? 꼭 네가…….”
“저밖에 없어요 어머니. 제가 해야만 해요. 개인적인 복수도 복수지만 이 대륙에서 저만큼 강한 인간이 없잖아요.”
“이 엄마가 도와줄게. 이 엄마가 도와주면 되잖니?”
“어머니는 제국과 싸워야 하죠. 아까 이야기한 그 친구와도 매듭을 지어야 하잖아요? 어머니는 제국과의 전투에 꼭 필요하신 분이에요.”
“그렇지만, 아니야 다른 방법이…….”
“여보.”
그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나지막이 불렀다.
표정과 목소리를 보니 생각의 정리를 마치신 것 같았다.
“우리 아들은 이미 각오를 했어. 그럼 우리가 할 일은 아들이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할 일을 해야만 해.”
“각오를 했으면? 애초에 왜 우리 아들이 목숨을 걸고 그 위험한 존재랑 싸워야 하는데? 우리 아들이 뭘 잘못했다고!”
“어머니.”
“너도 솔직히 이야기하렴! 그런 존재와 싸우는 걸 원하니?”
“…….”
무슨 말을 해도 어머니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눈물을 흘리시며 슬퍼하시는 어머니를 위로해드릴 방법이 없었다.
이것은 반드시 내가, 아니 나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반드시 돌아올게요. 이번에 제국에 갔다가 돌아온 것처럼. 돌아오면 수도에서 나가 한적한 곳에서 함께 지내죠.”
“…….”
샤넬은 아스토리안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는 결심에 찬 눈빛.
자신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하여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들은 모두를 위해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아들의 각오를 막을 자신도 없었다.
샤넬은 과거에 부모님이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식을 이길 수 있는 부모는 없다.
“하아…….”
털썩!
큰소리를 내며 의자에서 일어났던 그녀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
격앙됐던 표정은 지금 체념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자신 있니?”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반드시 해낼 거예요. 그래야만 저의 소중한 이들이 평화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미네르바와 아나트를 지키고 데미안 왕국에 있는 모든 소중한 이들을 지킨다.
흑룡왕과 싸우려는 본질적인 이유는 앞의 두 사람 때문이지만 그것이 결과가 다른 이들까지 지킬 수 있다는 것으로 이어지기에 그것에도 힘을 쓰기로 했다.
“그래 그럼 부탁 하나만 할 게 아들.”
스윽!
어머니는 손을 뻗어 나의 양손을 부드럽게 잡으셨다.
오랜만에 느끼는 어머니의 온기였다.
“다쳐도 된단다. 무슨 방법을 써서든 치료할 사람을 내가 찾아올 테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살아서 돌아와만 주렴.”
“네 어머니.”
망설임과 걱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도록 당당하게 대답했다.
조금이라도 어머니가 안심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긴말은 하지 않으마. 네가 어떤 생각을 하며 그런 생각을 했는지 조금 알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너의 어머니 말대로 살아서만 돌아와 주렴.”
“네 아버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두 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대로 껴안았다.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미래.
그런 미래를 생각한다면 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용기를 얻고 싶었다.
두 분의 온기를 느끼며 말이다.
“반드시 돌아올게요.”
* * *
“오랜만에 봬요 백작님.”
“그래 오랜만이구나 미네르바.”
아스토리안과 미네르바 두 사람이 그랑 가문 본가에 도착하고 조금 시간이 흘렀다.
두 사람이 그곳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제스카로가 미네르바를 만나기 위해 저택에 방금 도착했다.
“소식은 들었단다. 흑룡왕과 싸워서 제국과의 전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을 생각이라는 걸 말이다.”
“잘 들으셨네요 백작님.”
“굉장하구나… 흑룡왕과 싸울 생각을 하다니.”
“실은 그렇게 싸우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국을 이기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그 존재가 없어야만 하니까요.”
그랑 가문 저택 응접실의 안에는 두 사람이 앉아 이야기 중이었다.
주변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그런데 백작님 이렇게 찾아오신 것은 저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역시 눈치챘구나.”
“뭔가 다른 중요한 이야기라면 아스토하고 함께 찾으셨을 테니까요. …혹시 제가 생각하는 이야기가 맞나요?”
“그래 아마 맞을 것이란다. 너희 어머니를 죽게 만든 존재에 대한 이야기란다.”
꽈악!
미네르바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나중에 듣기로 하였던 제스카로의 조사 결과.
흑룡왕과 싸우기 전 미네르바는 그것을 찾아가 들을 생각이었지만 그보다 제스카로가 먼저 미네르바를 찾아왔다.
그것에 미네르바는 뭔가 불안한 감각을 느꼈다.
“네 해주세요. 준비됐어요.”
하지만 미룬다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그것을 아는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제스카로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래. 어느 정도 너도 예상했겠지만 내가 조사한 것에서 그 존재와 연관된 것이 나왔기에 이렇게 이야기하러 온 것이란다.”
“그 존재라고 하신다면…….”
“흑룡이란다.”
“……!”
어머니의 죽음에 흑룡이 연관되어 있다.
아니 그냥 흑룡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순수한 흑룡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유피에게 이미 들었다.
흑룡왕이 연관되어 있다.
미네르바는 그것을 확신했다.
“일단 조사 결과 마을을 습격한 것은 대규모의 인원이었고 드래곤이 있었던 흔적은 없었단다.”
“그럼 어째서 흑룡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왜냐하면 건물이나 땅, 심지어 풀들의 일부까지 약간씩 부식이 된 것처럼 사라져 있었단다. 마치 흑룡이 사용한다는 소멸의 힘이 사용된 것처럼 말이다.”
“…….”
흑룡이 나타난 흔적은 없었지만 흑룡의 힘이 사용된 것 같은 흔적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한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설마 그 대규모 인원이 흑룡의 권속이라는 건가요?”
“멀리서 그들이 이동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단다. 그 목격자는 그 인원들의 몸에 검은 비늘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고 말이다.”
“검은 비늘이라면……!”
드래곤의 권속은 드래곤의 힘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강한 힘을 부여받거나 권속의 생활이 길어지면 드래곤의 성질이 나타나며 몸에 비늘이 자라기 시작한다.
드래곤 이터로 드래곤의 성질을 띠는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미네르바는 이런 이야기를 불칸에게서 들었기에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확신했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존재, 그것은 바로 흑룡왕이라고 말이다.
‘흑룡왕 가르간티아…….’
흑룡왕을 죽여야만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겨났다.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미래와 불칸의 복수, 그리고 어머니의 복수.
‘이건 정말 운명인 건가?’
미네르바는 요정들이 이야기한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부터 신역에 가게 될 운명이었다.
원수인 가르간티아를 찾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하아… 진정해야 해. 감정을 일으켜서는 안 돼.’
지금 감정에 휘말리면 앞으로의 일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미네르바는 생각을 정리하며 동시에 감정을 조절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백작님. 왜 이렇게 오셔서 알려주시는지 알 것 같네요.”
“괜찮단다. 네가 이렇게 차분한 모습을 보니 지금 알려주는 것이 맞는 것 같아 다행이구나.”
제스카로는 내심 걱정이 컸다.
미네르바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분노를 조절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흑룡왕이 미네르바의 원수라는 가능성이 있었기에 제스카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다행이군. 나의 걱정과는 다른 반응을 보여줬으니 말이야.’
“아 그런데 다른 점이 발견된 게 있나요? 나중에 싸우게 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래 최대한 알아낸 것을 전부 알려주마.”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꽤나 길게 이어졌다.
* * *
“폐하, 왕비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폐하, 왕비님.”
다음 날 아침.
데미안 왕국 왕성 알현실의 안.
그곳에서 미네르바와 함께 두 분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불과 며칠 전에 보았지만, 그래 오랜만이구나.”
“정말 오랜만이구나 두 사람.”
이곳을 찾아온 이유도 간단하다.
이 두 분도 우리의 인연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사를 해두고 싶었다.
“그래 다른 이들을 만나며 인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네. 충분히 인사는 하였는가?”
“충분한지는 모르겠지만 다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는 하고 있습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폐하.”
“그렇군. 그렇다면 다행이군. 마음과 의지를 다잡아 주게 우리는 자네와 그들을 믿고 행동하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바우렌 폐하가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히 유피의 은신처 아래에 있는 회의장에서 하였던 이야기일 것이다.
회의장에서 하였던 이야기는 세 가지였다.
그것은 네이트의 협력 요청과 지금 당장 제국을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미루는 것.
그리고 우리가 흑룡왕과 싸우기 위해 떠나는 것과 맞춰 전쟁을 시작해 달라는 것이었다.
네이트의 협력은 당연히 신역에 들어가기 위함이었고 뒤에 두 가지 이유는 우리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흑룡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좀 더 강해지기 위한 준비 말이다.
2주.
우리가 3개의 왕국에 요구한 시간이다.
내가 제국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틈이 생겨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을 막으며 이 시간을 요구했다.
뭐 당연히 이유는 우리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었고 또 왕국들이 이동하는 동안 흑룡왕이 전부 회복하여 나타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준비는 철저하게 하고 움직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믿겠네. 아니 흑룡왕이라는 존재를 제국과 배제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밖에 없네. 그러니 부탁하겠네. 꼭 성공해주게.”
“당연히 그럴 겁니다.”
당당하고 대범하게 선언하듯 대답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에게 보답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