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291)
◈ 291화
‘인사는 잘 마쳤군.’
약 이틀 동안 데미안 왕국으로 가서 모든 인연들과 인사를 마쳐 두었다.
슬레니바나와 바나간드를 만나 인사하며 그림자 안에 넣어둔 무기를 주었다.
불칸이 남은 발톱 조각으로 만든 무기였다.
물론 제니온에게도 주었다.
무게 때문에 잘 다룰 수 있을지는 걱정이 되었지만 녀석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르카스는 루치아에게 맡겨 두었으니 도움이 되겠지.’
그림자 안에 아르카스도 루치아에게 맡겨 두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도 하였고 내 그림자 안에 있는 것보다는 다른 누군가와 있는 것이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왕녀인 메이벨이나 도움이 되어준 귀족들도 만나 인사를 해두었다.
부모님과도 아카데미의 인연들도 루치아도 말이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본격적으로 흑룡왕을 상대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터벅! 터벅!
방을 나와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곳은 유피의 은신처였다.
인사를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와 있었다.
“후우. 이런 느낌이군요.”
“그래 역시 금방 이해하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
은신처의 중심에서 아나트는 눈을 감고 다리를 모은 채 바닥에 앉아 있었고 그 뒤에 유피가 서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나트는 그 보주를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다.
일단 근처에 다가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
“너는 소멸의 힘을 완전히 이해해야 해. 너희 어머니는 소멸의 힘을 다루는 정점인 흑룡왕이니까.”
“네 명심 할게요.”
“그럼 이제 슬슬…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인간이랑 이야기를 해야겠네.”
“인간? …아스토리안!”
눈을 뜬 아나트는 나를 발견하고 곧 나에게 다가왔다.
“잘 잤어요?”
“응. 잘 잤어.”
“그러면 이제 오늘 출발할 예정이시겠네요?”
“맞아. 오늘 마란 숲에 갈 거야.”
마란 숲.
제국 최악의 장소라 손꼽히는 숲이며 신역에 들어가는데 필요한 장비의 재료, 벨라돈나가 있는 곳이다.
그것을 찾기 위해 가는 것은 당연히 나였다.
아나트와 미네르바는 보주라는 것을 흡수하여 더 강해져야 했고 네이트는 필요한 다른 장비를 이곳에서 만드느라 바빴다.
나도 좀 더 수련을 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지만 이것을 찾아온 다음에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괜찮으신 거죠? 저도 어릴 적부터 그곳의 악명은 자주 들었어요. 독초가 널려 있고 들어온 이들을 다시는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최악의 장소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문제는 없어. 너를 지켜봐 주던 요정이 이번에는 나를 지켜봐 줄 테니까.”
“맞아요 노드가 잘 지켜봐 줄 거예요.”
벨라돈나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낸 것은 요정인 노드이다.
당연히 노드는 함께 이동해야 했다.
숲에서 헤매지 않고 빠르게 돌아오기 위해서는 그 요정의 힘이 필수 불가결하니까 말이다.
이야기도 이미 마쳐 두었다.
“그렇지 않나?”
[시끄러!>나는 아나트의 머리 위를 살짝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에 반응하며 노드가 모습을 드러내며 대답했다.
[아나트에게 부탁해서 억지로 밀어붙인 거면서.>“노드! 억지로 밀어붙인 거라니 말이 심하잖아요! 아스토리안은 저를 위해서 가는 것이기도 한데.”
[으으… 아스토리안한테 푹 빠져서는…….>노드의 말대로 나의 부탁보다는 아나트의 부탁 때문에 가는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요정들은 언제나 그렇듯 지켜보는 대상들에게 상당히 애착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곧 출발할 거야. 그러니까 이쪽으로 오지.”
[으으. 할말 없으면 절대로 내가 먼저 말 꺼내지 않을 거야! 옥스! 아나트 잘 봐줘!>심술 섞인 말을 내뱉으며 노드는 나의 곁으로 왔고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이 요정의 입장에서는 내가 아나트를 위험한 일에 밀어 넣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아나트가 이곳에 있게 된 이유는 나를 지키기 위해 제국과 척을 진 것이니까 말이다.
“그럼 아나트. 다녀올 테니 단련 잘하고 있어.”
“아 네! 아스토리안!”
“아스토리안. 길어서 불편하지는 않나?”
“네? 별로 그렇지는 않… 아니 뭔가 조금 불편한 것 같기도 해요!”
갑자기 말을 바꾼 것을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눈치챈 모양이다.
그래 이제 아나트는 나에게 중요한 존재이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나를 지키려고 한 것처럼 나도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다.
“그래. 그럼 아스토라고 불러 아나트.”
“네! 아스토!”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았다.
설마 이렇게까지 기쁜 듯한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그럼 아스토!”
꽈악!
기쁜 듯 이야기하던 아나트는 빠르게 나에게 다가와 그대로 강하게 껴안아 주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다치지 마시고요.”
“…응 그래 조심할게.”
따뜻했다.
아나트의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가 느껴졌고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스윽!
나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떨어졌다.
고개를 돌린 채로 말이다.
왜 그런지 묻고 싶었지만 유피가 고개를 저으며 그만두라는 듯한 모습을 했다.
짐작이 갔다.
그렇다면 굳이 묻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럼 다녀올게. 더 강해져 있기를 기대하고 있을게. 유피 두 사람을 잘 부탁해.”
“그래 내가 잘 보고 있을 테니 다녀오라고.”
그렇게 아나트와 유피에게 인사를 마친 나는 네이트가 있는 곳을 향해 이동했다.
까앙! 까앙!
여기는 유피가 네이트의 장비를 감바로 왕국에서 가져와 설치를 해준 장소였다.
가마나, 복잡해 보이는 여러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 여기서 이렇게 하면…….”
네이트는 한창 바빠 보였다.
쇠를 녹여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고 동시에 조립도 하고 있었다.
괜히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방해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인사는 하지 않는 게 좋겠어.’
나중에 다른 누군가가 내가 갔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남은 한 명에게 갈 차례였다.
똑! 똑!
“미네르바.”
유피가 준비한 미네르바가 있는 건물.
그곳의 문을 두드렸다.
아마 지금 시간이면 나올 준비를 하거나 일어났을 것이다.
끼익!
“아스토 왔어?”
미네르바가 문을 열어주었다.
눈을 비비는 것을 보니 일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듯했다.
“많이 피곤했나 봐 잠꾸러기.”
“어젯밤에도 오자마자 유피님 밑에서 여러 연습을 했으니까. 한계까지 마법을 써본 건 오랜만이었어.”
“…많이 힘들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지 걱정이 됐다.
드래곤이기에 육체는 금방 회복되지만 정신은 아직 소녀이니까 말이다.
“흠… 좀 많이 힘들어서 아스토의 위로가 필요할 것 같기도 한데?”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꽈악!
연인이 힘들다는데 가만히 있는 남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미네르바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슬슬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다 되었다.
“흥! 껴안는 건 매일 해주는 거면서.”
“매일 해주는 거니까 오늘도 빠짐없이 하는 거지.”
“뭐 맞는 말… 음? 킁킁!”
갑자기 미래르바가 내 옷의 냄새를 맡았다.
불길함이 나의 등에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나트가 아스토 안았어?”
“…….”
“눈 돌리는 거 보니까 맞네.”
“아니 그…….”
“괜찮아 변명하지 않아도 돼.”
작은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미네르바가 막았다.
기분을 풀어주려다가 오히려 기분을 나쁘게 해버린 것 같았다.
“풉. 표정 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네.”
“미네르바?”
“기분 나쁘거나 하지 않아. 아나트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생각이 좀 많이 바뀌었어.”
“생각이 바뀌어?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야 하프 드래곤이지. 그럼 인간의 법이나 통념에 그리 얽매일 필요는 없어. 한 명이랑 사랑을 하든 여러 명이랑 사랑을 하든 말이야.”
미네르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것은 내가 아나트와 연인이 되어도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네르바 나는 아직 그런 생각이…….”
“아스토는 아나트의 피를 마셨잖아. 그럼 미래는 정해져 있어. 아스토는 아나트를 잊거나 내칠 수 없어. 그렇다면 내가 이해해 줘야지. 그리고 또 다른 이유를 대자면…….”
“또 있어?”
“아나트의 처지가 나와 비슷… 아니 더 안타까우니 조금은 잘해주고 싶었거든.”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없이 오직 적대하는 이들만 가득한 곳에서 자라온 아나트다.
아마 미네르바는 그런 점을 안타깝게 여긴 것이다.
“뭐…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나는 괜찮다는 거야 아스토. 그러니까 그런 표정 하지 않아도 돼.”
“미네르바…….”
“아 그래도 너무 심하면 그때는 화낼 거야?”
“조심할게…….”
진심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미네르바.”
“음?”
이제 슬슬 떠날 때가 됐다.
하지만 그전에 한 가지를 하고 떠나야 할 것 같았다.
미네르바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말이다.
쪽!
“……!”
“다녀올게.”
미네르바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아버지의 조언이 떠올랐다.
부끄러우면서 묘하게 기뻐 보이는 표정을 보니 이 조언대로 행동을 한 것이 옳았던 것 같았다.
스윽!
미네르바에게서 떨어져 그대로 품 안에 넣어두었던 물건을 꺼냈다.
유피가 만든 마란 숲 근처로 텔레포트 할 수 있는 스크롤 중 하나였다.
유피의 은신처 위치는 감바로 왕국, 제국의 국경 근처 산맥에 있었다.
그렇기에 그곳까지는 거리가 멀어 다수의 이동을 해야 했고 스크롤이 여러 장 필요했다.
“열심히 수련하면서 잘 있어야 해 미네르바.”
찌직!
그렇게 나는 스크롤을 찢어 그대로 이동했다.
* * *
타닥!
“여기인가?”
여러 번의 스크롤을 찢으며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최악의 장소라 불리는 마란 숲, 그 앞에 말이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숲이지만 나무가 연한 보랏빛을 띠는군.’
분명 독한 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당연히 탐색에 어려움이 있을 테니 그것을 위한 대비책을 준비해 두었다.
우웅!
그림자 안에 손을 넣어 보관해 두었던 물건을 꺼냈다.
“이름이 독소 변환기라고 했던가?”
머리 전체를 보호하듯 덮을 수 있으며 마치 두꺼운 투구처럼 이루어진 장비.
네이트가 만든 독소 변환기다.
효과는 간단하다.
호흡하며 들어오는 모든 독을 막아낸다.
일정 시간마다 마나를 주입해야 하지만 오러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걸 이렇게…….’
전생에 보았던 방독면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형태는 쇠로 된 투구 같지만 말이다.
철컥!
변환기를 얼굴에 착용하며 독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크기에 맞게 조절했다.
스읍! 하!
공기가 달라진 게 느껴졌다.
작동은 제대로 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우웅!
당연히 호흡만 독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신체는 그림자로 보호할 생각이다.
꽈악!
‘됐군.’
갑옷과는 다르게 전신에 외부에서 아무것도 침입하지 않도록 매끈한 형태로 그림자를 둘렀다.
이것으로 무언가를 만져도 독에 중독될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가볼까?’
준비는 끝이 났다.
이제 안내대로 벨라돈나가 있는 곳을 향하면 된다.
아니 실은 들릴 곳이 한 곳 더 있었다.
“마하트 준비됐어?”
[됐네… 어려운 부탁이었을 텐데 들어줘서 고맙네.]“아니 그녀의 흔적을 찾는 것은 나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마란 숲.
이곳은 그랜드 킬러 한 명과 나히아가 동귀어진을 한 장소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르기는 하였지만 어쩌면 둘의 시체가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마하트는 그녀가 땅에 잘 묻혀 안식을 찾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전투로 무언가 남은 것이 있을지 신경이 쓰였고 말이다.
“좋아 그럼 가보자고. 노드 잘 부탁하지.”
[나 원 요정 부려 먹는 인간이라니.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