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293)
◈ 293화
“여기는…….”
사방이 검게 물든 장소.
미네르바는 곧 이곳이 자신의 내면 세계라는 걸 깨달았다.
“오랜만이네.”
어릴적에 한 번, 스승인 마리엘이 데려온 적이 있는 그 장소.
그녀에게 아주 익숙한 묘한 장소였다.
“일단 주변을 볼까?”
고개를 돌려 미네르바는 주변을 살펴 보았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어둠게 물든 공간이 있었을 뿐이었다.
“무언가 부족한 건가? 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지?”
그렇게 어떻게 해야 할지 그녀가 잠시 생각하던 그때였다.
우웅!
“어?”
그녀의 손바닥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손바닥 위에서 무언가가 빛이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건…….”
그녀는 곧 그것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불칸의 보주.
그것이 힘이 이곳에서 빛을 내고 있는 것이었다.
“고마워요 불칸님. 감사히 사용할게요.”
손바닥 위에 생겨난 보주에 그녀는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주에서 나던 빛은 더욱 강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우우웅!
“윽!”
순간 너무 강한 빛에 미네르바는 잠시 눈을 감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약해진 것을 눈치챈 그녀는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주변이…….”
검게 물들었던 공간.
이 공간은 더 이상 어둠이 아닌 빛이 가득찬 새하얀 공간으로 변모해 있었다.
보주가 이곳에 있던 어둠을 전부 밀어낸 것처럼 말이다.
“찾았다.”
잠시 주변을 살펴보던 미네르바는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보랏빛으로 일렁거리는 철창의 문을 말이다.
마치 넓은 공간에 그 문만 덩그렇니 있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저기에 있는 게 그 봉인된 힘이라는 건가?”
어떤 힘이 있을지 그녀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저 앞으로의 일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어줄 힘이길 바랄 뿐이었다.
터벅! 터벅!
하얗게 공간이 밝아진 순간 그녀는 이 공간에 발을 디딜 수가 있었다.
마치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음… 저건……?”
한창 문을 향해 걸어가던 그때 미네르바는 문 바로 근처에 무언가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가까이 갈수록 그 무언가가 진해지기 시작했다.
“사람?”
그렇게 철문의 근처에 도착해 미네르바가 본 것은 사람 형태의 누군가였다.
보랏빛으로 일렁거리는 특수해 보이는 옷을 입은 어떤 여성.
“설마…….”
미네르바는 알고 있다.
옅은 보랏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살짝 짙은 눈썹에 20대 후반의 외모를 가진 여성.
미네르바의 어머니 미르야였다.
“엄… 마?”
“오랜만이네 우리 딸.”
“정말… 엄마예요?”
“뭐… 영혼의 조각일 뿐이고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이지만… 그래 엄마야 미네르바.”
“엄마!”
꽈악!
미네르바는 빠르게 달려가 미르야에게 안겼다.
다시는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강하게 말이다.
“…….”
“…….”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안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이 둘은 지금의 순간을 그저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는 없을 이 순간을 말이다.
“…엄마.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예요?”
살짝 팔을 푼 미네르바는 고개를 들어 미르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너를 위해서 준비를 해두었단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알려줄 것들이 많지만 일단 먼저 알아야 할 것부터 보여줄게.”
미네르바를 살짝 밀어낸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앉았다.
이어서 미네르바로 바로 정면에서 바닥에 앉았다.
“보여주신다고요?”
“응. 조금 어지러울 수도 있으니까 주의하렴.”
미르야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미네르바의 이마에 그대로 손을 올렸다.
* * *
“여보 그게 무슨 말이야 떠나야 한다니?”
“미안해 미르야. 난… 떠날 수밖에 없어.”
평범한 나무집의 안.
그곳에 있는 것은 미르야와 새하얀 머리카락과 금색의 날카로운 푸른 눈동자를 가진 백룡왕 제로 네르바였다.
“흑룡왕이 내가 있는 곳을 알아냈어. 만약 내가 계속 이곳에 있으면 그녀가 직접 이곳으로 올 거야.”
“흑룡왕… 당신을 가지기 위해 동족들까지 전부 죽여버렸다고 한 그 괴물?”
“맞아. 흑룡왕은 나의 의견이나 주변의 의견 같은 건 관심 없어. 오직 본인이 원하는 것을 위해 모든 할 뿐이야.”
흑룡왕 가르간티아는 제로 네르바를 원했다.
사랑 그 이상의 소유욕으로 말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것은 다른 흑룡의 일족들이 반대했다.
과거부터 흑룡과 백룡의 사이는 좋지 않았기에.
그렇기에 가르간티아는 멸족시켰다.
자신을 반대하고 적대하였기에.
하나도 빠짐 없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제로 네르바는 더 두려웠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가족을 살리기 위해 떠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정말 그 방법밖에 없는 거예요?”
“…미안해 미르야. 당신이랑 미네르바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어.”
제로 네르바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덤덤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였지만 지금 이순간 만큼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미르야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자각했다.
사랑하는 남편과 만나는 것이 이렇게 끝일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스윽!
미르야는 눈물을 흘리는 제로 네르바를 안아주었다.
최강의 백룡.
그에게 두려울 것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자신과 미네르바를 지킬 수 있을 만한 자신이 없다는 것을 미르야는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여도 그의 슬픔을 어쩌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힘이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가 더 슬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빠? 엄마?”
그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어린 미네르바였다.
미네르바는 슬픈 분위기를 느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 보았다.
“미네르바 이쪽으로 오렴.”
“…응 엄마.”
미르야의 부름에 미네르바는 다가갔다.
다가온 미네르바의 팔을 잡은 그녀는 그대로 잡아 당겼다.
“엄마?”
미네르바를 가운데로 둔 채로 두 사람은 다시 강하게 끌어안았다.
방금 들어온 미네르바는 영문을 모른채 그저 멀뚱히 바라 볼 뿐이었다.
“미안하구나 미네르바야. 아빠가 미안해.”
“아빠? 왜 사과해?”
“아빠가 약해서 너를 힘들게 만들어 버릴 것 같구나.”
제로 네르바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최대한 미소를 지었다.
미네르바 앞에서 약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걱정 마 여보. 우리 딸은 괜찮을 거야.”
“미르야?”
“내가 이 아이의 기억을 봉인해둘게. 그렇다면 미네르바가 슬퍼할 일은 없을 거야.”
“…진심이야 미르야?”
“응. 슬퍼하는 건 나와 당신이면 족해.”
“…맞는 말이야.”
“엄마? 아빠?”
스윽!
미르야는 미네르바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미네르바야 아빠에 대한 것은 잠시 잊어버리자.”
* * *
“으윽!”
마치 아주 잠깐의 꿈을 꾼 듯한 기분을 느끼며 미네르바는 앞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새하얀 공간의 안에 있다는 것을 자각한 그녀는 방금 보았던 광경이 기억이 봉인되기 직전의 광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 방금 그 광경은…….”
“그래 너의 기억을 봉인하기 전의 마지막 광경이란다.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어. 절대로 우리가 너를 싫어해서 봉인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는 걸.”
“…….”
“미네르바야?”
“그런 건 알고 있었어요. 예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직접 들으니까 안심이 되네요. 역시 두 분은 저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요.”
“미네르바…….”
꽈악!
미르야는 미네르바를 다시 안아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도 안심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사랑을 미네르바가 알아주었다는 것에 말이다.
“…엄마.”
“응 왜 그러니?”
“엄마는 어떤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감정이 진정되었는지 눈물을 닦으며 미네르바가 미르야를 바라보았다.
“특별한 힘… 응 특별한 힘이지. 엄마의 조상이랑 상관이 있는 힘이란다.”
“그럼 저도 사용할 수 있는 힘이에요?”
“응. 사용할 수 있어. 그리고 너는 무의식적으로 그 힘을 사용했어.”
“저, 정말요?”
무엇인지 생각해봐도 짚이는 것이 없는 그녀는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말한다면 분명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안에 있었으니 분명 어떤 식으로든 느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럼 조상이 누구인데요? 특별한 메이지였나요?”
“아니 우리 조상은 천마족이란다.”
“…고대의 4종족이요?”
언령이라는 특별한 힘을 사용하는 천마족.
수명이 길지 않아 그 후손의 명맥이 끊어졌다고 하는 최강의 종족 중 하나였다.
“언령이라는 특별한 힘을 사용한다는 그?”
“응 맞단다. 미네르바야 언령이 무엇인지 아니?”
“아뇨… 정확하게는 몰라요.”
“언령이란 말의 힘이야.”
“말의 힘?”
“직접 설명할 수도 있지만, 이걸 열면 굳이 설명할 것 없이 바로 알 수 있을 거란다.”
미르야는 바로 옆에 있는 철창의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미네르바는 그 문을 자세히 보았다.
살짝 녹이든 철창의 문은 끝부분이 아주 살짝 찌그러져 있었다.
“제가 열 수 있을까요?”
“열 수 있단다. 네가 준비해온 힘을 사용한다면 말이야.”
“그럼 바로 열어볼게요.”
덥썩!
일어서려던 미네르바의 손목을 미르야가 잡았다.
덕분에 어정쩡한 자세가 된 그녀는 미르야를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 보았다.
“엄마?”
“하지만 한가지는 꼭 알아두렴. 이 힘은 위험하단다. 잘못하면 너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어. 그럼에도 이 힘을 사용할 생각이니?”
“…….”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미네르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손목에 있는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네.”
“…그렇구나. 하아. 정말이지 너나 나나 남자 하나 때문에 정말 위험한 길을 가는구나.”
“엄마?”
“이 문을 열면 봉인해둔 모든 기억들이 풀려날 거야. 아빠와의 기억도 말이야. 그러니까 그것들을 받아들이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거야. 엄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다녀오렴.”
“…알겠어요 엄마. 조금만 기다려 줘요.”
미네르바는 일어섰다.
그리고 철창의 문앞에 섰다.
우웅!
문을 향해 집중을 하자 곧 손에 빛이 나며 보주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스윽!
드러난 보주를 그대로 문을 향해 내민 미네르바는 잠시 상황을 지켜보았다.
화르륵!
보주에서는 화염이 일어났고 곧 문을 뒤덮었다.
철창문은 화염에 녹아가기 시작하였고 이내 문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곳에 있는 것은 어디론가 향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보랏빛의 통로였다.
“다녀올게요.”
미르야를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드고 미네르바는 그대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 * *
“후우.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마란 숲의 중심.
나는 그곳에서 어떤 여성과 싸우고 있었다.
마하트는 말했다.
지금 싸우고 있는 여성의 외형은 나히아와 똑같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히아는 인간이다.
몇백 년을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그랜드 킬러와 싸우다가 치명상을 입고 이 독의 숲에 갇혔을 것이다.
살아 있을 가능성이 없었다.
“나야 말로 묻고 싶은데? 너는 누구지? 왜 이 숲에 들어오고 이곳까지 온 거지?”
천천히 그녀가 있는 장소로 다가가던 순간, 그녀는 나에게 어떤 질문도 하지 않고 선공을 했다.
검을 들고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림자의 검을 만들어 대항했다.
그러다가 그녀가 드디어 나에게 질문을 한 것이다.
“이제야 물어보는 건가?
“그냥 별 볼 일 없는 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싸우는 것을 보면 보통이 아닌 것 같고… 흥미가 생겼거든.”
“흥미?”
“내 이름은 나히아야. 과거에 죽었어야 하는 망령 같은 존재야. 그러니까 내 정체는 신경 쓰지 말고 말해봐. 너는 정체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