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294)
◈ 294화
“…마하트.”
[이럴수가. 정말로 나히아 그녀라고?]마하트의 목소리는 누가 봐도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였다.
솔직히 나도 믿기지 않았다.
인간이 지금까지 저런 형체를 유지한 채로 살아 있다는 게 말이다.
“마하트? 네 이름이 마하트라고?”
“…아니 그냥 마하트를 부른 거니 신경 쓰지 말지.”
“신경 안 쓰기는 좀 그런데. 왜냐하면 그 이름은 나하고 여행을 했던 엘프의 이름이니까.”
“…….”
마하트를 알고 있다.
다른 누군가가 행세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다면 행세는 아닌 것 같았다.
정말로 나히아 본인 같았다.
“말해보라니까? 지금 네 정체가 조금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주 궁금해졌어.”
“…아스토리안.”
딱히 이름을 알려준다고 무언가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 대화가 필요해 보였기에 나의 이름을 밝혔다.
“아스토리안. 음 처음 듣는 이름이군. 그럼 묻는 김에 몇 가지 좀 묻고 싶은데 아스토리안 대답 좀 해줄 수 있을까?”
“그럼 나의 질문에도 대답해줄 건가?”
“…그래 그러지. 오랜만에 만난 외부의 사람인데 그 정도야 할 수 있지.”
“당신은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하. 너부터 하는 건가?”
중요했다.
그녀가 어떻게 살아 있는지 설명이 되고 마하트와의 기억이 일치한다면 정말로 그녀가 맞다고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검으로 말이다.
“그럼 일단 안쪽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여기는 독이 넘치잖아?”
“그래… 그렇게 하지.”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 둘이 서 있는 곳은 독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바로 눈앞에 독이 하나도 없는 장소가 있는데 그곳으로 가는 것이 나에게도 좋았다.
터벅! 터벅!
그녀를 따라 그대로 독이 없는 지대로 들어갔다.
‘…정말로 독이 하나도 침투하지 않는군.’
마치 결계라도 쳐져 있는 것 마냥 일정 지역이 깨끗했다.
마법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 흐름이 아니니까 말이다.
‘…함께 죽은 그랜드 킬러?’
이걸 보니 어째서인지 그가 떠올랐다.
분명 함께 죽은 그랜드 킬러가 독의 힘을 사용했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이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때 나히아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집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집 안이 아닌 밖에서 이야기할 생각인 듯했다.
“…그래 가지.”
터벅! 터벅!
스윽!
그녀가 앞에 놔둔 의자에 앉았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 저쪽에서는 지금 나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그거 계속 몸에 두르고 있을 거야 검은 거?”
“…이게 뭔지 모르는 건가?”
“내가 어떻게 알… 음? 잠깐만 아까 마하트의 이름을 불렀지? 설마 그림자야? 몸에 두른 거?”
“그렇다면?”
“하하하!”
그때 그녀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무엇이 떠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너 마하트가 선택한 사람이구나? 거기다가 마하트하고 대화도 할 수 있고 그렇지?”
“왜 그렇게 생각하지?”
“당연히 마하트가 이야기해준 적이 있으니까. 자신은 오랫동안 세상을 지켜보고 싶다고. 고유 마법을 사용하고 영혼을 나눠서 그걸 이루겠다고 했는데 정말 성공한거야? 그럼 마하트가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겠네?”
“…마하트 이야기해봐. 너는 어떻게 생각해?”
[허어… 솔직히 믿기지는 않네. 말투는 조금 달라진 것 같지만 목소리나 외형 그리고 내가 영혼을 나누었다는 것을 안다면 맞는 것 같네.]마하트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이제는 거의 믿는 눈치였다.
눈앞에 있는 것이 정말로 나히아라고 말이다.
솔직히 나는 그녀를 만나 본 적이 없기에 뭐라 이야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과거에 만난 적이 있는 마하트가 이렇게 반응을 하는 것을 보면 거의 맞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웅!
그림자를 거두고 쓰고 있던 정화장치를 벗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오! 잘생긴 소년이었잖아?”
“…고맙군.”
그림자를 거두기는 했지만 경계는 그대로 하고 있었다.
공간안을 사용할 준비도 하면서 말이다.
그녀가 나히아가 맞다고는 하지만 적대적인 존재가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으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적대적으로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그녀와 검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계속 이어서 이야기를 하지.”
“그래 그러자고. 그전에 지금 연도가 언제인지만 알려줘 그럼 대답해줄게.”
“…대륙년 2022년.”
“뭐? 벌써 그렇게 됐어? 그럼 내가… 아오 기억도 안 나네. 에휴 엄청 오래 있기는 했었네.”
그녀는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불쾌함이 느껴지는 듯 말했다.
마치 지금 살아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어떻게 살아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지. 마하트도 궁금할 테니 알려줘야지. 마하트! 너도 잘 들어!”
살짝 고개를 숙인 그녀는 나의 그림자를 향해 크게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아니 생각해보니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아?”
“그랜드 킬러와 동귀어진 아닌가?”
“뭐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살아남은 그랜드 킬러의 일지를 봤어. 그곳에 써 있더군.”
“뭐야 그놈들도 아직 살아 있어?”
“지금은 다 죽었어.”
“그래? 잘 됐네. 그놈들은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들을 위협하는 녀석들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때의 일을 이야기해줄게.”
나히아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서로가 찔린 순간 주변으로 독이 퍼져나갔고 곧이어 나무 같은 여러 식물들이 자라났다고 말이다.
마치 독을 먹고 빠르게 성장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때의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그녀는 점점 독에 중독되기 시작했고 수많은 방법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어떤 가능성이 떠올랐다.
자신의 검에 찔린 그랜드 킬러 알파의 육체가 독에 중독되지 않고 거의 멀쩡하다는 것을 본 것이다.
이판사판은 그녀는 알파의 살점을 뜯어 먹었다고 했다.
“…뜯어 먹었다고?”
“전부는 아니야. 일부. 그리고 그 일부를 먹었을 때 꽤나 효과가 있었지.”
꽈악!
그녀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마치 그때의 일이 떠올라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튼 나의 도박은 그렇게 성공했고 나는 독에 중독되지 않고 오히려 해독이 되었어. 심지어 이곳에 맨몸으로 돌아다녀도 멀쩡했고 말이야.”
“그럼 그 알파라는 그랜드 킬러는?”
“죽었지. 심장이 뚫리니 아무리 그놈들이라도 재생은 못하더라고. 이 땅 밑에 묻어뒀어. 아마 그래서 이 근처는 독이 침투하지 않는 거야.”
“…그렇다면 왜 늙지 않는 거지?”
살아남은 이유는 뭐 납득할 수 있다 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도저히 모르겠다.
그랜드 킬러의 일부를 먹었다고 하여도 체질이 그들처럼 변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야 드래곤 이터의 힘을 타고 났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건 나도 아직까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 가정이 있어.”
“그게 뭐지?”
“나에게 독이 통하지 않은 이유가 해독 능력을 가져서가 아니라 더 강력한 특수한 독이 몸안에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거.”
“특수한 독?”
“보여 줄게.”
스윽!
팔을 뻗은 그녀는 나에게 손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이용해 그 손목을 그었다.
툭! 투둑!
치익!
“……!”
손목에서 흐른 피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흙의 색이 변하며 연기가 일어났다.
마치 산성이 강한 독이라도 땅에 떨어진 것 같은 광경이었다.
“몸속에 정말로 독이 흐르기라도 하는 건가?”
“정확히는 몰라. 내가 이런 것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내 몸속에 독이 만들어진 건 분명해.”
몸속에 독이 다른 독을 오히려 집어삼켜 중독을 막아내고 노화조차 막아내고 있다.
그리고 재생력도 오르게 만든 듯했다.
검으로 생긴 상처가 순식간에 치료가 된 것을 보니까 말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그렇게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녀도 잘 모르는 눈치니까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말이다.
“믿기지가 않는군. 도대체 무슨 독이길래?”
“글쎄. 그랜드 몬스터의 일부로 만들어진 호문클루스였으니 티폰의 독이겠지.”
“가장 정보가 없는 그 그랜드 몬스터로군.”
다른 그랜드 킬러조차 위치를 알아내지 못한 그랜드 몬스터 티폰.
생각해보니 이렇게 독이 있는 건 그 티폰이 독을 사용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 상황은 알았어. 그럼 왜 이곳에 있는 거야? 나가지 않고.”
“나가지 않는 게 아니야. 나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어.”
“나갈 수 없다고?”
“나가는 시도야 당연히 해봤지. 하지만 나가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노화가 일어나.”
“그게 무슨 말이지?”
“그러니까 지금 내 몸은 독을 막아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을 흡수해. 그리고 그 독이 몸속에 흐르고 있는 독에게 힘을 줘. 그러니까 나는 일정 시간마다 독을 흡수해야 해.”
독 때문에 살았지만 동시에 독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주기적으로 독을 흡수해야만 하는 육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독을 흡수하지 않으면 죽는다니. 아이러니하군.’
살아남았지만 이곳에 갇히는 저주에 걸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쉽게 죽지도 못할 테니 이곳은 그녀에게 지옥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충격에 성격이나 말투가 바뀐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 대답은 됐어. 그럼 이번에는 당신의 질문에 대해 들어보지. 일단 내가 알아야 할 것은 알았으니까.”
“좋아. 내가 궁금한 건…….”
그녀의 질문은 바깥의 정세 같은 것들이었다.
뭐 오랫동안 나가지 못하였을 테니 궁금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세계의 정세에 대해 전부 이야기해주었다.
“하하하. 정말 이 세상은 바뀐 게 없네. 결국 전쟁이라니.”
“황제가 자초한 거야.”
“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 결국 나라가 나누어져 있으니 일어나는 거 아니야? 황제의 말대로 하나가 되면 문제없는 거 아닌가?”
“황제는…….”
“알아 알아. 내가 보았던 황제도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했어. 그에게 좀만 더 힘이 있었으면 그도 전쟁을 일으켰겠지. 난 그냥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대륙의 상황에 살짝 환멸이 와서 그래. 나는 대륙이 조금 더 좋은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악인들을 처단하고 있었으니까.”
정의로운 자.
확실히 마하트의 이야기나 기록들에서 그녀는 악을 처단하기 위해 대륙을 떠돌았다고 했다.
그런 노력에도 대륙은 바뀐 것이 없다고 했으니 그런 생각이 들만했다.
아마 나라도 환멸을 느꼈을 것이다.
“난 대륙을 좀 더 좋게 만들고 하는 것에 관심은 없어. 하지만 그래도 당신의 행동이 의미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역사에 남겨지고 당신의 행동을 기억하는 자도 있으니까.”
위로나 그런 마음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였을 뿐이다.
그녀처럼 생각하는 존재들이 있었기에 대륙에 악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하하. 책으로 남았나 보네. 흐음.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다행이기는 하네.”
“그렇게 생각하니 잘됐군. 그럼 질문은 뭔가 더 있나?”
“질문이랄까…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지.”
“부탁?”
“응. 아 그전에 마하트하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잠시만 기다리지. …마하트.”
[그녀에게 그림자의 힘을 나누어 주게.]“그래.”
마하트는 고민도 없었다.
아무래도 나히아와 빨리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받아.”
툭!
손을 뻗은 그녀의 손 위로 그림자를 떨어뜨렸고 그대로 스며들었다.
“…오. 이야기가 들리네. 잠시 저쪽에서 이야기해도 될까?”
“편하신 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잠시 집이 있는 곳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혼잣말하듯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을 수 있었지만 일부러 듣지는 않았다.
왠지 둘의 사이를 방해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잠시 나는 의자에 앉아 이야기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
“…아 고마워. 오랜만에 친구와 이야기했어.”
“그래 기분이 좋아 보여 다행이군. 그럼 부탁이 뭔지나 들어보지.”
“응 그래. 내 부탁은 별거 아니야.”
그녀는 검을 고쳐 잡으로 그대로 들었다.
“너에게 나의 검에 대해 알려줄게. 그러니까 너는 나를 죽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