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38)
◈ 038화
예상대로 다크엘프는 일어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일어나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구속구를 풀어주는 것을 기다린 것은 확실했다.
“일어나 있었군.”
“맞아요 중간부터 깼죠. 그런 소리가 들렸는데.”
“부탁이 있다.”
“뭐야 자기소개 그런 거 없어요?”
이곳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다.
딱히 무언가를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이곳에 있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너는 이곳에 없었던 걸로 하지.”
“그 이유는요?”
“생명의 은인의 부탁 정도로는 부족한가?”
“흐음… 좋아요. 그럼 한 가지만 가만히 들어줘요.”
“한 가지?”
“당신. 뱀문신의 남자랑 연관이 있어요?”
“…….”
질문의 의도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뱀문신은 살면서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자신이 죽인 발르그가 이야기한 그 남자라는 말이 떠올랐다.
“…연관이 없나 보네요. 소리가 일정한 것을 보니까.”
잠시 무언가를 듣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다크엘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이 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알겠어요. 저도 이곳에 있어서 좋을 것도 없고 빨리 돌아가야 할 곳이 있거든요. 당신의 이야기대로 할게요.”
“…알겠다.”
그렇게 아스토리안은 다크엘프의 목에 있는 구속구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조금 전 손목에 구속구처럼 파괴했다.
펑!
철그렁!
“휴우!”
다크엘프는 무언가 시원해진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고마워요.”
“…….”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스토리안은 이 일과 연관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다크엘프를 뒤로하고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
“뭐야? 진짜 이름도 안 알려줘요?”
“…….”
“숨기는게 많으시네. 알았어요. 생명의 은인한테 무리한걸 요구하지 않으니까요. 아무튼 저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다크엘프의 감사인사를 들은 아스토리안은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났다.
“와 진짜 아무 말도 없네. 뭐… 냄새는 기억했으니 나중에 만날 수 있겠지. 뭔가 느낌이 좋아. 그럼 이제…….”
짝! 짝! 짝!
혼자 남은 다크엘프는 잠시 몸을 풀어주고는 그대로 박수를 3번 쳤다.
“나 여기 있다 부하들아.”
다크엘프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조금 뒤.
촤악!
방안에 존재하는 그림자들이 갈라지며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
“괜찮으십니까 보스?”
그들은 다크 엘프의 부하들이었고 보스라 부르며 걱정하는 듯한 모습과 안심이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괜찮기는 죽는 줄 알았다. 배신자 놈은 잡았어?”
“잡았습니다. 하지만 정보를 토해내지는 않았습니다.”
“…죽여. 나를 배신한 놈이야. 그놈은 더 이상 우리 조직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보스.”
그때 밑층을 살펴보고 온 것으로 보이는 부하가 계단을 올라오며 다가왔다.
“1명 빼고 다 기절해 있습니다. 그리고 죽은 놈은 그 뱀문신 남자의 부하인 발르그입니다.”
“…그놈이 죽었어?”
“몸통이 베이고 목이 잘렸습니다.”
“…하!”
‘그 안대의 남자가 죽인 건가? 상처 하나 없이? 그것도 영토전쟁에서도 살아남은 마스터 경지의 인간을?’
여러 정보를 들으며 다크엘프는 잠시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정리가 됐는지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발르그의 시체 챙기고 이곳의 돈, 그리고 장부로 보이는 것들도 챙겨.”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 철창이랑 구속구들 가지고 가든지 파괴를 하든지 이곳에 있던 흔적만 남기지 마.”
“네!”
다크엘프의 명령 직후 부하들은 재빠르게 움직였고 그 다크엘프도 이곳을 떠나기 위해 움직였다.
‘많이 곤혹스러울 거다 뱀문신. 절대 네 생각대로 되게 두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조금만 기다려라 곧 너를 죽일 검을 가지고 나타나 줄 테니까.’
* * *
“애들아 좋은 소식이 있는데 들어볼래?”
“좋은 소식이요?”
“내가 어제 이야기한 납치범들이 전부 잡히고 인질들이 무사히 탈출했다는 소식!”
납치된 사람들을 구하고 다음날.
아스토리안과 제니온, 미네르바는 식탁에 앉아 케르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맞장구 쳐주기 위해 처음 알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쪽 상권에 관련된 사람들을 잡아서 뭔가 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하더라. 어쩜 그렇게 무식한 방법을 사용하는지. 상인으로서 혐오감이 느껴지더라고…….”
식사를 하며 케르나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그것을 들으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다행히 다 잡혔나 봐. 아스토가 상대하다가 도망친 마스터의 경지에 있는 인간도 있었다는데. 문제는 없었나 보네.”
“…그 사람 몸에 문제가 있었어. 그래서 쉽게 잡혔을 거야.”
발르그를 죽였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아직 두 사람이 살인이라는 것과 상관이 없는 삶을 살아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이야기하지 않은 더 큰 이유는 두려움이었다.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이야기했을 때의 두 사람이 어떤 반응을 할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자신을 혐오할지, 두려워할지, 그것도 아니라면 더 이상 옆에 있고 싶어 하지 않을지에 대한 두려움.
이것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 이야기하지 못했다.
“다행이야 아스토.”
“…응 정말 다행이지.”
얼마나 숨길 수 있을지는 모른다.
언제가 말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지만 지금은 숨기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다음 다른 것을 생각했다.
‘시체 이야기도 없고. 엘프 이야기도 없네. 다행이라면 다행인 건가.’
자신이 죽인 발르그, 그리고 철창에서 꺼내준 다크엘프.
제일 걱정했던 두 가지였지만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안심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가 납치를 명령한 건지 뱀문신은 누구이고 다크엘프는 또 왜 그런 곳에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들.
일단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아니 신경 쓸 것 없지. 중요한 일도 아니고.’
다시 생각해 봐도 딱히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아스토?”
“음?”
그때 제니온이 아스토리안을 향해 질문을 했다.
“뭐가 ‘음’이야. 아스토 내 말 못 들었어?”
“응. 잠깐 딴 생각하고 있었어”
“이익…….”
“내가 이야기해줄 게 아스토.”
약이 오른다는 듯한 표정을 하는 제니온을 뒤로 하고 미네르바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가려고 했던 곳들을 다시 가자는 이야기였구나.”
납치 소동 때문에 제니온의 수도를 즐기는 계획은 실패했었다.
하지만 지금 납치된 사람들은 전부 구출되었다.
그렇다면 가게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것이고 어제 실패한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좋아. 기분 전환도 하고 우리 제니온님께서 세운 계획이 아예 물거품이 되게 할 수 없지.”
“좋아! 그럼 만장일치로 다시 가는 걸로!”
“가기 전에! 오늘 도착한 교복이 잘 맞는지 확인하고 가야지.”
“아! 왔어요 어머니?”
네르 칼가인 학교와 계약을 해 교복을 만들어주는 재단소가 존재한다.
그 재단소에서 교복을 만들기 위해 몇 주 전 도시 센트럴로 사람이 왔었다.
그들은 제니온과 미네르바, 아스토리안은 몸의 치수를 쟀고 입학식 전에 보내주겠다고 이야기하고는 돌아갔다.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입을 교복들이 완성되어 이곳에 도착했다.
“아까 밥 먹기 전에 도착했단다. 각자 방에 갖다 놨으니까 밥 먹고 입어보렴.”
“오오. 궁금하다!”
바로 나가기로 한 제니온의 계획은 잠시 뒤로 미루게 되었다.
식사를 마친 뒤 이들은 각자 방으로 올라가 방안에 놓여 있는 교복을 확인했다.
“오오!”
제니온은 교복의 검은 색과 금색의 조합이 어울려 마음에 들어 했다.
“흐음…….”
아스토리안은 생각보다 잘 늘어나는 재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전투를 하는데 문제 없을 것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어…….”
미네르바는 생각보다 화려한 느낌이 예쁘다고 느꼈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어울릴까 하는 작은 부담감을 느꼈다.
“그럼 입어 볼까!”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며 3명은 교복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방 안에 있는 거울을 잠시 보다가 그대로 방안을 나갔다.
철컥!
비슷한 타이밍에 3개의 방문이 열렸다.
“…….”
방에서 나온 3명은 각자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검은색 계열의 교복에 금색의 단추와 왼쪽 가슴 쪽에 간단한 문양이 새겨진 제복 같은 느낌의 교복.
누가 봐도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잘 어울리네 제니온. 다른 사람 같다.”
먼저 교복을 입은 제니온은 한층 더 귀족스러움과 고급스러워 보이는 느낌이 강해졌다.
“하하! 귀족의 품격 같은 게 느껴지나?”
“알맹이는 바뀐 게 없네.”
“나는 언제나 나답다고? 그런데 아스토는 뭔가 진짜 귀족이라는 느낌이다. 원판이 잘생겨서 그런가?”
아스토리안은 평소에도 외모가 돋보였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의 교복 덕분인지 안대를 쓰고 있음에도 외모가 더욱 돋보였다.
“고마워. 그리고 미네르바는…….”
똑같은 교복이지만 미네르바는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지가 아닌 무릎 밑으로 오는 치마라는 것이다.
“이쁘네. 차분한 느낌도 들고 말이야.”
“그, 그래?”
“응 잘 어울려. …그러고 보니 치마랑 바지 둘 다 받았다고 했지?”
“응! 둘 다 받았어.”
네르 칼가인 학교에서 여성은 무조건 치마라는 규정은 없었다.
바지든 치마든 원하는 대로 선택이 가능했다.
물론 남성도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여성임을 강조하고 싶은 사람이 옆에 있었다.
그렇기에 치마를 골랐고 잘 고른 것 같다며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이제 이걸 입고 몇 년 동안 같이 학교를 다니는 건가… 뭔가 신기하다!”
“나는 기분이 좀 묘한데.”
“나, 나도 살짝 묘한 기분이야.”
“좋아! 그럼 기념으로 이 교복을 입고 밖을 나가볼까?”
“그건 안 되지.”
“그, 그건 안 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제니온은 두 사람에게 의견을 거부당했다.
“쳇! 기분 좀 내보려고 했더니.”
“안 되는 이유는 잘 알 텐데? 교복이 망가지거나 뭔가 묻으…….”
“알아! 그러니까 아무 말도 못하지. 아무튼 옷 갈아입고 다시 모이자 입학하기 마지막 전날 잘 즐겨야지!”
입학을 하게 되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거기다가 학교의 규칙상 1학년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렇기에 입학하기 전,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두 사람도 제니온처럼 재미있게 놀고 가자는 마음이었다.
“좋아 가볼까!”
잠시 후 옷을 전부 갈아입은 이들은 제니온이 처음 계획했던 것과 똑같은 장소를 향해 움직였다.
“오, 오오! 장사를… 하고 있어!”
용과 공주 본점.
가게 문이 닫혀 고요 그 자체였던 어제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이 붐비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다행이네.”
“좋아 그럼 들어가 볼까!”
사람들의 뒤로 줄을 섰고 이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30분이었다.
“드디어!”
“…사람이 좀 많이 많네.”
“응. 생각보다 너무 많았어. 오랜만에 열어서 그런가 봐.”
사정 때문에 오랜만에 열린 가게는 당연하게도 기다리던 사람들이 몰렸다.
당연히 몰릴 것은 예상했지만 이 숫자는 예상 이상이었다.
“좋아 그럼 주문을 해볼까! 뭐 먹을래?”
“나는…….”
“그, 그럼 나는…….”
제니온이 든 메뉴판을 보며 차례대로 메뉴를 정했다.
그리고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판을 들고 제니온이 카운터로 향했다.
“…우리가 가도 되는데.”
“그러게…….”
두 사람은 제니온이 주문을 하고 돌아오는 것을 잠시 기다렸다.
“아스토! 미네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