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5)
◈ 005화
“흐음… 뭔가 피곤하네.”
“응. 나도 살짝 피곤한 것 같아.”
저녁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두 사람은 제스카로의 저택에서 나와 미네르바의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어때? 제니온… 아니 제니온님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
“그래도 밖이니까 높여서 부르자.”
“그래 그러자. 아무튼 제니온님은 어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어… 잘 모르겠어. 오늘 많이 친해진 것 같기는 한데 귀족이시잖아? 나랑은 사는 세계가 다르니까.”
귀족과 평민.
어느 시대건 그사이에는 언제나 커다란 벽이 있었다.
제니온이나 제스카로처럼 그 벽이 높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상당수의 귀족들이 언제나 평민을 길가의 돌처럼 생각한다는 걸 평민 본인인 두 사람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너무 걱정 마. 우리 아버지랑 제스카로 백작님도 신분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도 친구로 잘 지내고 계시고 있으니까.”
“저, 정말로? 그럼 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그래 큰 걱정 하지 마. 그것보다 내일 용과 공주라는 가게에 가기 전에 제니온님 데리고 갈 곳이나 정해두자.”
“응!”
하지만 그건 지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자신들은 아직 아이들이고 아이들의 본분은 나이에 맞게 노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럼 내일 이렇게 하는 걸로 하자.”
“으, 응 좋아. 그렇게 하자. …어? 집에 도착했네?”
새로 사귄 친구를 위해 열성적으로 이야기하던 미네르바는 어느새 자신이 사는 집 앞에 도착한 것을 눈치챘다.
“그러네. 그럼 들어가 봐 미네르바. 내일 보…….”
“저, 저기 아스토!”
그때 미네르바가 아스토리안의 손을 잡으며 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 그게… 할머니가 아직 안 오신 것 같아서 말이야. 혼자 있으면 조금 외로워서 할머니 오시기 전까지만 같이…….”
“미네르바 돌아온 거니?”
“하, 할머니?”
아스토리안의 등 뒤로 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본 그곳에는 175cm 정도의 큰 편의 키, 흰머리와 갈색 빛의 머리카락이 섞인 60대 중반의 여성 있었다.
그녀가 바로 미네르바를 돌봐주는 노파, 노리아였다.
“안녕하세요 노리아 할머니.”
“어이구 아스토리안이구나. 네가 미네르바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나 보구나.”
“네 맞아요.”
“그럼 이제 돌아…….”
노리아는 아스토리안에게 인사를 하려는 와중 순간적으로 시무룩해지는 미네르바의 표정을 발견했다.
눈치가 빠른 그녀는 그것을 보자마자 재빠르게 말을 바꾸었다.
“…가기 전에 홍차 한잔 어떠니? 내가 홍차 하나는 잘 만들기로 유명하거든.”
“어… 뭐. 만들어주신다면 감사히 마시고 갈게요.”
“그래그래. 그럼 집에 같이 들어가자꾸나.”
그렇게 아스토리안은 홍차를 마시기로 결정되었다.
노리아는 집으로 들어가며 슬쩍 미네르바만 보이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
그것을 본 미네르바도 살짝 얼굴을 붉히며 엄지를 세웠다.
“저기 무슨 일…….”
“아무 일도 없단다 들어가자꾸나.”
아스토리안은 무언가 낌새를 느꼈지만 그보다 노리아가 먼저 집의 문을 열고 두 사람을 들여보냈다.
덕분에 아무 말도 못하고 집의 안으로 들어갔다.
“실례하겠습니다.”
노리아의 집은 평범했다.
벽에 달린 난로, 부엌과 연결된 거실, 화장실을 제외한 2개의 방.
하지만 한 가지 이질적인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난로 위의 벽에 달린 약 3m 정도 크기의 활이었다.
“무슨 활이…….”
“저, 저거 할머니가 젊었을 적에 쓰시던 활이라고 하셨어. 무슨 바 뭔가 하는 괴물들을 사냥한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은퇴하셨데.”
“…그렇구나.”
‘바? 바로 시작하는 몬스터가 뭐가 있더라…….’
전생에 만났던 모든 몬스터의 이름과 특징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바르칸 대륙에 살고 있는 몬스터의 이름에 대해서는 아직 무지했다.
그렇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어갔다.
“애들아 식탁에 앉거라.”
““네에.””
노리아의 이야기대로 아스토리안은 식탁에 앉았고 미네르바는 바로 옆에 앉았다.
먼저 간식거리로 비스킷 형태의 과자 몇 개를 꺼낸 그녀는 두 사람의 앞에 놓고 홍차를 내리기 시작했다.
“냄새가 굉장히 좋은데요?”
향긋한 냄새가 곧 집안에 퍼졌다.
아무리 홍차 같은 기호품에 문외한인 자신이라도 이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선물 받은 좋은 찻잎을 써서 그렇단다.”
“맛도 좋아 아스토. 전에 할머니가 만들어주셨을 때 깜짝 놀랐어.”
“그럼 상당히 기대가 되는데?”
그렇게 홍차를 전부 내린 그녀는 두 사람의 컵에 따라 준 뒤 그대로 맞은편에 앉았다.
“잘 마시겠습니다.”
간단한 감사 인사를 하며 아스토리안이 먼저 홍차를 마셨다.
“오! 이거 굉장히 맛있네요?”
“맛있다니 다행이구나.”
“그렇지? 맛있지?”
“응. 정말 맛있어.”
생각보다 상당히 맛있는 홍차에 아스토리안은 살짝 들뜬 상태로 미네르바와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노리아는 문득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아스토리안. 혹시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있니?”
푸훕!
예상치 못한 질문에 홍차를 뿜은 것은 미네르바였다.
“미네르바 괜찮아?”
홍차를 뿜어 그녀의 얼굴과 손에 묻은 것을 본 아스토리안은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었다.
“괘, 괜찮아…….”
미네르바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노리아를 원망스러워하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정작 노리아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너무나도 진도가 느려 보이는 손녀의 모습에 직접 행동을 취한 것이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미네르바에게 묻은 홍차를 전부 닦은 아스토리안은 노리아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직 없어요.”
“흠… 그렇구나.”
“그, 그렇구나! 아직 없구나!”
미네르바는 아스토리안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아직 기회가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안심했다.
참고로 미네르바는 아스토리안에게 첫눈에 반했다.
외모도 외모였지만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내던지는 모습을 보고 반한 것이다.
“응? 왜 그렇게 좋아해 미네르바?”
“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놀란 거야! 인기 많은 아스토가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니까.”
“아아 그렇구나.”
‘…미안해 미네르바. 기분 문제기는 하지만 내가 속은 40살이 훨씬 넘어서 지금 나이대의 누군가를 좋아하면 상당한 범죄 느낌이라 윤리적으로 안될 것 같거든.’
48세의 나이로 죽었던 전생까지 합쳐 거의 50세가 넘는 나이의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실감이 난다거나 정신연령이 그 정도가 된 건 아니다.
그렇지만 현재 자신의 눈에 미네르바는 아직 어린 동생 같은 친구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뭐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변할 수 있겠지. …물론 미네르바가 그때까지 나한테 관심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인생이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갑자기 변할 수도 있고 그녀의 마음도 변할 수 있다.
아직 10살밖에 되지 않았고 생각할 시간은 많았다.
그렇기에 여유롭게 지금의 삶을 즐길 필요가 있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하며 홍차를 다 마신 아스토리안은 이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거라.”
“조심히 들어가 아스토.”
노리아의 여러 질문과 공세에도 꿋꿋이 잘 대답한 아스토리안은 노리아의 집에서 나와 자신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노리아 할머님이 상당히 집요하신 면이 있으시네. 하긴 아끼는 손녀가 관심이 있다는 데 뭔들 못하시겠어. 아무튼 집에 조심히…….’
휙!
걸어가던 아스토리안은 갑작스럽게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시선이 느껴졌는데?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나? 큰일이야. 해가 거의 지는 시간이라 이 주변에는 사람도 없는데. …일단 빨리 움직여야겠어.’
불안했다.
알 수 없는 시선이 정말 있고 자신을 노린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연히 눈에 띈 자신을 노린 유괴범이라도 있을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일단 최대한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해 안전을 확보해야 했다.
툭!
“윽.”
그때 너무 주변을 신경 쓰는 바람에 앞의 누군가를 보지 못하고 부딪혀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야야. 죄송합니다.”
“괜찮다 꼬마야. 일어설 수 있겠니?”
자신이 부딪힌 사람은 주황빛의 머리에 안경을 쓰고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주황색 머리의 남성이 내민 손을 잡고 그대로 일어났지만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남성의 옷 안쪽에서 느껴지기 시작한 마나 때문이었다.
“이런!”
번쩍!
마법을 사용하려는 것을 눈치채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빛이 번쩍인 직후 그곳에 있던 두 사람은 거리에서 사라졌다.
* * *
똑똑똑!
“네! 나가요.”
아스토리안이 돌아가고 한참 뒤.
테이블에 앉아 노리아와 이야기하고 있던 미네르바는 노크 소리에 문을 열었다.
“허억! 허억! 미네르바구나 밤 중에 미안한데 혹시 우리 아들 아스토리안을 보지 못했니?”
문밖에 있던 사람은 아스토리안의 어머니 샤넬이었다.
그녀는 땀을 흘리고 있었고 미소를 짓고 있지만 상당히 불안한 듯한 기색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아스토 어머니. 아스토 해 거의 다 졌을 때 돌아간 이후로는 못 봤어요.”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혹시 우리 아스토리안을 찾으면 나나 우리 남편 아니면 경비병들한테 꼭 알려주렴?”
“네? 그게 무슨…….”
“그럼 잘 쉬렴!”
미네르바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샤넬은 빠른 속도로 뛰어 어디론가 이동해버렸다.
“…무슨 일이신 거지? 호, 혹시?”
“미네르바? 방금 누구였니?”
“하, 할머니…….”
미네르바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노리아에게 전부 이야기하였고 곧 그녀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아무래도 아스토리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구나.”
“여, 역시 그런 거지? 어, 어떻게 해?”
얼굴이 하얘지며 상당히 불안한듯한 모습을 보이는 미네르바에 노리아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이 할미도 아스토리안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오마. 할미는 눈이 좋으니 먼 곳에 아스토리안이 있으면 빠르게 찾을 수 있을 테니.”
“저, 정말로?”
“그럼 정말이지. 우리 손녀의 제일 친한 친구가 위험하다는 데 이 할미가 도와줘야지.”
“하, 할머니…….”
감동을 받은 미네르바는 눈물을 글썽거렸고 노리아는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향했다.
“집에서 나가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한다?”
“알겠어 할머니.”
“좋아. 그럼 갔다오마.”
그렇게 노리아도 나가 빠르게 이동해 미네르바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스토…….”
“저기 혹시 여기가 노리아 씨네 댁 맞죠?”
“……?!”
미네르바의 뒤편에는 6살 정도에 모자를 쓴 남자아이가 편지로 보이는 것을 들고 서 있었다.
“누, 누구?”
“저는 그냥 이 편지를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뿐이에요. 여기 받으세요.”
“…….”
눈앞의 소년을 살짝 경계하며 미네르바는 건넨 편지를 받아 열어보았다.
“그럼 전 이만.”
소년은 편지를 건넨 후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고 미네르바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짓고 미네르바는 안절부절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표정을 지으며 겉옷을 걸치고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미네르바야…….”
미네르바가 뛰어간 직후 집의 옆 편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 줄 알았던 노리아가 살짝 슬퍼 보이는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제스카로. 자네 이야기한대로 그 시련이라고 하는 게 시작된 것 같네.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안될 것 같네. 나는 미네르바 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절대로 원하지 않아. 그러니까 미안하네.”
* * *
[운명이 흐르기 시작했어.> [과연 우리가 선택한 운명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