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62)
◈ 062화
“제, 제발 살려주세요…….”
“정보는 이 정도면 되겠지.”
믹서는 팔이 묶인 채 천장에 길게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무표정한 아스토리안은 피가 묻어 있는 장갑을 벗고 있었다.
‘으아. 설마 고문까지 가능할 줄이야.’
아스토리안은 현재 검은 달의 아지트 중 한 곳에 있었고 그곳에서 믹서를 고문하며 정보를 알아내고 있었다.
‘이걸 이렇게 빨리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과거 제국의 습격범들을 전부 처리한 후에 아스토리안은 카인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전부 배웠다.
지식, 화법, 귀족의 예절 등등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전부 말이다.
그리고 이것들 외에 원해서 배운 것들이 더 있었다.
그것 중 하나가 고문이었다.
카인은 절대로 자신의 아들에게 그것을 가르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스토리안은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기에 모든 것을 배우고 싶어 했다.
결국 카인은 아스토리안이 원하는 것들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물론 한 가지 조건을 붙였었다.
누군가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나 혹은 누군가를 구하는 일 이외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기로 말이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아들을 믿기에 카인이 한 약속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목숨과 더불어 소중한 친구들의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아스토리안은 망설이지 않았다.
“루치아.”
“네, 네?”
“너의 말이 전부 사실인 것 같아.”
그리고 아스토리안은 믹서의 입을 통해 루치아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인 것을 확인했다.
발르그를 죽인 범인을 찾는 일, 라비린스의 존재, 그리고 알파르치의 존재까지 말이다.
“…그렇죠? 믿어주신다니 다행이네요.”
“아직 완전히 믿지는 않아.”
그렇지만 다크엘프에 관한 나쁜 이야기를 본적 있었기에 아직 완전히 신뢰를 할 수는 없었다.
“…깐깐한 사람.”
“하지만…….”
“하지만요?”
“라비린스를 괴멸시키고 알파르치를 죽이는 일에는 협력하도록 하겠어.”
“……!”
그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당해 줄 수는 없었다.
거기다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제국과 연관이 있다면 확실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만약 제국과 연관이 없다고 하여도 자신을 노리는 존재를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그, 그렇군요!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아스토리안 씨!”
루치아는 그렇게 마스터의 경지인 아스토리안과 같은 편이 되었다.
이것으로 충분히 알파르치를 죽이고 라비린스를 괴멸시킬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잘 부탁해. 그럼 나는 시간이 늦었으니 일단 돌아가 보겠어.”
믹서에게서 자신이 들어야 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전부 들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자신이 할 일은 없었다.
해가 뜨기 전에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아! 잠시만요!”
“…왜?”
“이거 받으세요.”
루치아가 건네준 것은 손가락 한마디만 한 검은색의 슬라임 같은 물체였다.
“이건?”
“본인의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던져 보시겠어요?”
“…….”
“위, 위험하거나 그런 거 아니니까 한번 해보세요.”
아스토리안은 잠시 의심의 눈초리로 루치아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제 경계를 거두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행동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협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툭!
그렇게 검은 물체를 자신의 그림자가 있는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촤악
검은 물체는 마치 그림자에 스며드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스토리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리를 들어 그림자의 위치를 움직여 보았다.
검은 물체를 떨어트린 바닥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로 자신의 그림자의 안으로 스며든 것이다.
“이제 아스토리안 씨의 위치는 제가 파악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림자를 향해 저를 찾으시거나 아지트를 찾으신다면 그림자가 반응할 거예요.”
‘…신기하군. 그림자를 다루는 힘이라니.’
전생에서도 본적이 없는 그림자를 다루는 힘.
어떤 원리 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봐도 루치아가 자세히 알려줄 것 같지는 않았기에 포기했다.
“그럼 할 이야기는 끝인가? 나 돌아가 봐도 괜찮겠지?”
“아. 네! 괜찮아요.”
“내일 다시 오겠어.”
“내일이요?”
“몇 가지 질문할 것들이 있어서. 그리고 같이 동참하기로 했으니까 어느 정도 이야기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
“…그렇죠. 알겠어요.”
아스토리안은 루치아가 알고 있는 알파르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했다.
몇 년 전 미네르바를 잡기 위해 임페리얼 나이츠를 투입했다.
그리고 어쩌면 알파르치라는 인간도 임페리얼 나이츠나 그에 준하는 인간일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라비린스라는 조직에 대한 정보도 최대한 알아놔야 했다.
‘준비는 여러 가지를 해둬야지.’
언제 어디서 자신의 주변에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비는 언제나 지나치게 해도 문제 없었다.
“그럼 내일 보지.”
“그래요. 내일 뵐게요.”
그렇게 아스토리안은 검은 달의 지부에서 떠나 조용히 학교로 귀환했다.
* * *
“내 직속 간부 중 한 명은 죽었고 한 명은 실종됐다.”
—…….
고급스러워 보이는 방.
그곳에 알파르치가 있었다.
그는 방 중심의 손님들이 앉는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에 수정구를 올려 놓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수정구는 반으로 나뉘어 한쪽에는 남성의 실루엣이 한쪽에는 여성의 실루엣이 보이고 있었다.
“확실해 졌다. 그 엘프가 마스터 경지의 조력자를 구한 거다.”
—…그래서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숨어 있을까요?
수정구의 남성 쪽이 질문하였고 알파르치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경호를 붙여주마 강한 놈으로.”
—발르그도 마스터의 경지인 강한 사람이었…….
“너희 둘에게 마스터 경지의 경호를 붙여주겠다. 거기다 부하들도 있으니 너희들이 안전은 충분하고도 남겠지.”
—…마스터 경지의 인간이 가게에 파는 물건도 아니고 간단히 구한다고 이야기하시는군요.
“불만 있나?”
—…….
여성 쪽이 불만을 말하듯 이야기하였지만 알파르치의 분위기에 압도된 듯 입을 닫고 말았다.
“너희들은 나의 의견에 어떤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따르기만 하면 돼. 너희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알겠습니다.
—…명령대로.
“그럼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어.”
본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알파르치는 수정구에 손을 올려 작동을 멈추었다.
“귀찮은 놈들. 소모품이 왜 생각을 하는 거야.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데.”
짜증나는 표정의 알파르치는 이번엔 품속으로 손을 넣었고 손바닥보다 조금 더 긴 원기둥 형태의 수정 같은 물건을 꺼냈다.
그리고 끝부분을 한번 누르고는 자신의 입 근처로 가져다 댔다.
“들리나.”
수정을 향해 이야기하자 무언가 치직 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렸다.
—통신연결 완료. 수고하십니다 임페…….
“하지마. 묻는 거나 대답해.”
—알겠습니다.
수정에서는 살짝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곳으로 올 수 있는 하위 나이츠들을 보내줘. 최소 2명.”
—사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조직을 노리는 마스터 경지의 인간이 나타났다. 알다시피 나는 함부로 움직여 대응 할수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출발하는 대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위대한 태양을 위하여.
“위대한 태양을 위하여.”
그 말을 끝으로 알파르치는 수정의 버튼을 한 번 더 누르고 그대로 다시 품속으로 넣었다.
‘하아. 이제 진짜로 귀찮은 일만 남았군.’
벌컥!
“기다렸나 알파르치.”
그때 누군가가 방의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제 2왕자님.”
장발의 은색 머리카락과 턱에 상처를 가진 준수한 외모의 남성.
데미안 왕국의 제 2왕자 데미안 마르 타이벨이었다.
“미안하게 됐어. 허리 흔드는데 바빠서 시계를 못 봤거든.”
“…괜찮습니다.
‘언제나 먼저 약속을 잡고 변명 따위는 없는 인간. 한결같군.’
방탕아, 난봉꾼, 자기중심적, 오만함, 폭력적.
여기다가 남성과 왕자라는 단어만 붙이면 타이벨이 완성된다.
“그래서 어떤 것 때문에 저를 부르셨습니까?”
“약. 얼마나 완성됐어?”
“거의 다 완성됐습니다. 그저 재료가 재료다 보니 예상한 시간보다 조금 더 걸렸고요.”
“더 빨리는 안 되나?”
“빨리하면 약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나는 빨리 왕이 되고 싶다고.”
타이벨은 어떤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형제를 죽이고 아버지까지 죽여 자신이 왕좌에 오르는 것이었다.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을 하기 위해 왕이 되고 싶은 것이었다.
‘가족을 죽인다고 표정도 바뀌지 않고 말하다니. 봐도, 봐도 미친 인간이 분명하군.’
“죄송합니다. 들키지 않고 몰래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에이 쓸모없기는. 그럼 산토리니라는 지역에서 놀고 올 테니까 그쪽으로 여자랑 해서 준비해 놔줘.”
“…알겠습니다.”
알파르치는 타이벨이 원하는 것을 들어줬다.
타이벨이 무언가 사고를 쳐도 증거를 없애 전부 없던 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기에 타이벨은 행실은 나쁘다는 소문은 있지만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타이벨이 알파르치에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알파르치가 범죄사업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귀족들을 압박해주는 것이다.
상부상조하는 관계, 겉으로는 말이다.
실질적으로는 알파르치가 타이벨을 이용하여 왕국에 독을 푸는 것이다.
국력의 약화라는 독을 말이다.
“역시 알파르치는 좋다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바로 해주니까 말이야. 여기 대신들은 행실이니 뭐니 돈이니 뭐니 시끄럽단 말이야. 난 왕자라고.”
“하하. 맞습니다.”
이후로 이어지는 것은 타이벨의 푸념과 자기자랑.
그 이야기들에 웃어주며 동시에 맞장구치며 듣는 것.
그게 알파르치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었다.
똑! 똑!
알파르치가 한창 힘들어하던 그때 누군가가 방의 문을 두드렸다.
“누구야!”
“접니다 2 왕자님. 페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폐하께서 그때 질문의 답을…….”
“안 간다니까! 걔가 학교 들어갔다고 내가 왜 가야 하는데! 안 간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문밖에서의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은 타이벨의 짜증 섞인 대답을 듣고 떠난 듯 보였다.
“왕자님 방금 그건?”
“동생 있잖아. 걔가 입학했다고 형님이랑 같이 한번 다녀오자고 이야기해서. 내가 거기를 왜 가야 하는 건지 원.”
“…그렇군요.”
타이벨의 이야기를 들은 알파르치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내 사악해 보이는 미소를 살짝 지었다.
“왕자님 이건 좋은 기회입니다. 같이 가시죠.”
“뭐? 왜?”
타이벨의 의문에 알파르치는 좀 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타이벨의 표정도 사악하게 물들어갔다.
* * *
“후~우.”
이른 아침.
아스토리안은 가부좌를 하고 침대에 앉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역시 되는군.’
손바닥에 오러를 모은 아스토리안은 그때의 감각을 되살려 오러에 바람의 속성을 부여하는데 성공했다.
‘내가 바람의 속성부여를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하나밖에 없나.’
손바닥에 만들어낸 오러를 없애며 주먹을 쥐었다.
방금 전까지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한가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론에 도달했다.
‘용의 피. 그리고 드래곤 이터의 체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일 수밖에 없어.’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는 백룡.
그리고 그런 백룡의 피를 흡수한 자신.
이것이 속성의 부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였다.
‘하지만 어째서 지금이지? 내가 피를 흡수한 건 몇 년 전이었는데?’
그렇다면 또 다른 의문이 생겨난다.
왜 하필 그때였는가 말이다.
‘…생각의 방식을 바꿔볼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아 생각의 전환을 해보기로 했다.
바람 속성의 오러 부여.
어째서 이것을 사용하였는가로 말이다.
‘두 번 보았고 두 번 싸웠어. 마지막은 역류까지 사용해 감각을 익혔어. 그리고 이해했지. 바람 속성이 부여된 오러가 무엇인지 말이야. …어쩌면 이게 조건이었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