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69)
◈ 069화
자신의 소중한 존재들에는 한없이 무른 아스토리안이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저 귀찮은 정도의 일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이유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잠깐의 여흥 정도로 생각하면 됐다.
“4명이야. 가게 쉬는 날 빼고 언제든 방문 가능이야. 기간도 따로 없어.”
“좋아요. 할게요. 대가로 주시는 거 맞죠?”
그렇게 나갈 생각 없던 합동 대련에 아스토리안의 참전이 확정되었다.
“그래 맞아. …뭐 먼저 고마워 아스토리안 후배. 해준다고 해서. 일단 이거 먼저 줄게.”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기권한다 그러면 어떡하시게요?”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감이지만 너는 그런 사람으로는 안 보여.”
아스토리안을 몇 번 만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스토리안은 그런 강함을 가지고 오만함도 없이 순수하고 평범하게 친구들을 대하고 있었다.
아가레스는 그런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믿어봐도 괜찮겠다 생각한 것이다.
“…감사히 받을게요.”
아스토리안은 아가레스가 건네준 방문권을 받았다.
“오! 고급스럽게 생겼어!”
“좋은 냄새도 나는 것 같아.”
어느새 아스토리안의 양옆으로 다가온 두 사람은 방문권을 자세히 구경하기 시작했다.
“…하하.”
아가레스는 무언가 웃음이 나왔다.
꼭 자신과 친한 두 친구들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신뢰도와 친밀도는 차원이 달랐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니 무언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봐 아스토리안 후배.”
“왜요?”
“이름이 길어서 그런데 나도 아스토라고 불러도 되나?”
“아뇨 싫어요.”
* * *
다시 현재로 돌아와 강당의 대련장.
아스토리안은 대련장에 서서 자신의 눈앞에 알바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로 나왔네.’
‘하… 진짜 짜증나네.’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부탁한다는 외침에 알바는 거절한다는 선택을 할 수 없었다.
만약 여기서 거절한다면 간절한 후배의 부탁을 무시하는 매정한 인간이라 불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알바가 부탁을 수락한 가장 큰 이유는 2학년을 이겼다는 1학년과의 대련이 두려워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이다.
만약이라고 해도 절대로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무기술 경지와 오러의 경지 모두 상급에 가까운 중급의 경지. 나이 치고 강한 건 맞네.’
아가레스에게 들은 알바의 경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스토리안이 생각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어떤 식으로 쓰러트려야 하지?’
너무 간단히 쓰러트리면 그건 그것대로 시끄러워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오래 시간을 끄는 것은 상대를 가지고 노는 것이 되기에 그런 것은 싫었다.
‘그럼 간단히 어떤 기술이 있는지만 보고 그냥 평범하게 쓰러트려 버리자.’
“이봐 후배.”
간단히 손을 풀어주고 있던 아스토리안을 향해 알바가 말을 걸었다.
“아가레스 자식이 무슨 생각인지 말해봐. 그 자식이 갑자기 혼자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으니까.”
“모르는데요.”
“…싸가지 없기는. 내가 그 자식보다 선배야 빨리 말해.”
“모른다니까요.”
“야.”
아스토리안의 무심한 답에 알바의 분위기가 날카로워졌다.
“평민이 학교에 들어와서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거냐? 2학년 이겼다고 뭐라도 되는 것 같아?”
“…….”
“너 별거 아니야. 적당히 하라고 들었지만, 난 절대 적당히 할 생각 없거든? 그러니까 여기서 험한 일 당하지 말고 말하라고.”
“…….”
되지도 않는 위협을 하며 이야기하는 알바.
아가레스가 왜 싫어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유형의 인간은 잘 알고 있었다.
자기중심적인 자존심 높은 인간.
“아니 말은 필요 없나.”
“뭐?”
“준비해.”
“야. 너 반말…….”
“두 학생 준비하고.”
그때 크네이로의 이야기에 알바는 이야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싸가지 없는 자식. 도대체 요즘 얘들은 싸가지 없는 얘들이 많은 거야?’
알바는 아스토리안의 행동에 상당히 화가 났다.
2살이나 어린 후배라는 상대가 선배를 공경하지는 못할망정 무시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후배를 혼내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아가레스 네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네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 거다.’
잠시 아가레스가 있는 방향을 째려보던 알바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재밌겠다, 재밌겠어.’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는 아가레스는 흥미진진한 상태였다.
“아가레스 학생 보건실에 가지 않아도 괜찮겠나?”
“어느 정도 괜찮아졌습니다! 그리고 저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됐는데 최소 승패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님. 이게 저를 위해 대신 대련해주는 알바 선배를 향한 예의라고 생각하니까요.”
“…뭐 생각하는 건 기특하기는 하지만 3학년 중 2번째로 강한 알바 학생이라 결과는 뻔할 텐데 말이야. 아무튼 승패가 나는 대로 바로 보건실로 가자고 학생.”
“넵.”
그렇게 교사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그 옆으로 아가레스의 친구인 가노르와 리에라나가 다가왔다.
“너 멀쩡하지?”
“응.”
“그럴 줄 알았어. 네가 이런 걸로 다칠 리가 없지.”
속으로 살짝 걱정했던 리에라나는 내심 안심했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가노르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가레스가 굳이 알바에게 이런 짓을 하려는 이유를 말이다.
“저 선배는 한번 당해 봐야 해. 그래야 우리한테 더 이상 그런 이야기도 안할 거고 말이야.”
“…하긴 저 사람만 얌전해지면 갑자기 집합시키거나 그런 것도 없어지겠지.”
“엉. 우리가 끝내야지. 선배가 신도 아니고 언제까지 그런 말을 들어줘야 해.”
1살 더 많고, 1년 더 다녔다는 것만으로 후배에게 항상 대단한 존재인 것마냥 구는 알바.
그에게 후배는 약한 것이고 우습게 여기는 것이 당연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본인이 선배를 공경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가레스에게 패배하고 이런 성질이 조금 약해지기는 하였지만 그는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가레스가 그래노리의 손자라는 것을 알고 후배가 아니라 그래노리의 손자에게 진 것이라 정신승리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그딴 정신승리의 ‘정’도 없을 거야.”
“그렇기는 하겠다.”
다른 3학년을 부추기며 온갖 부조리를 당연시하게 만드는 알바.
그가 정신승리로 본인의 자존심을 유지하며 지금의 행동을 유지한다면 여지를 주지 않을 상대를 만들어 주면 됐다.
그렇다면 알바의 자존심은 부서지고 얌전해질 것이며 다른 3학년을 부추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재밌어 보이는 후배의 학교생활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겠지.’
다른 2학년이 평민이라며 뒷담화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가레스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무언가 안타까웠다.
그런 강함을 가지고 있는데도 뒤에서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이 말이다.
그렇기에 아스토리안에게 부탁한 이유도 있었다.
평민인 아스토리안이 3학년을 이긴다면 더 이상 평민이라고 무시하는 인간도 없을 것이었다.
“그럼 우리 아스토리안 후배가 얼마나 잘 쓰러트리는지 볼까?”
“쟤가 이기는 게 전제야?”
“봤잖아 리에라나. 저 녀석이 싸우는 거.”
“흠… 하긴 교장님과 가벼운 대련이 가능한 실력인데. 어쩌면 상급의 실력은 될지도?”
그렇게 세 사람은 대련을 시작하려는 두 사람의 모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 어?”
한편 현재 학생들 중에서 가장 당황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저, 저 녀석이 아스토리안이라고?”
“저, 전혀 다른 녀석이잖아?”
제니온과 대련을 해 패배한 갈래와 그 친구 사리사드였다.
“그, 그럼 그 녀석은 뭐야?”
“모, 몰라 나도.”
빠악!
촤악!
그때 커다란 소리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보았다.
소리의 원인은 아스토리안의 무릎 차기를 양팔로 막으며 밀려나는 알바의 소리였다.
“바, 방금 그거 사람 몸에서 난 소리야?”
“모, 몰라 나도.”
“아니 왜 그 말만 반복하는 거야?”
뻐억!
그리고 이번에 난 소리는 아스토리안의 어퍼컷에 공중에 살짝 띄워지는 알바의 소리였다.
“바, 방금 움직임 봤어?”
“빠, 빨라서 못 봤어.”
“…우리 복수전은…….”
“우리가 복수할 상대는 저 친구가 아니잖아 갈래.”
“넌 천재야 사리사드.”
“으아!”
아스토리안에게 일방적으로 공격을 맞던 알바는 땅에 착지하며 큰소리를 내고 양팔을 뻗었다.
“건방진 자식이!”
“이제 뭐 좀 보여줘 봐.”
아스토리안의 눈에 알바는 너무나도 허점이 많았다.
그렇기에 가볍게 선공을 하려고 했다.
그것이 알바의 입장에서 가볍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잘됐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화가 났다면 보통은 전력으로 싸우기 시작한다.
“울펜 암즈.”
우웅!
알바의 양팔로 오러가 덧씌워졌다.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듯한 인간 형태의 짐승의 팔.
마치 늑대인간의 팔과 같았다.
‘이 세계에는 늑대인간도 없는데 저런 걸 만들어 내다니. 상상력도 좋네.’
인간과 동물이 혼합되어 있는 생명체.
그것은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개념조차 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상상력으로 저런 것을 만들어낸 기술은 살짝 놀라웠다.
“죽어라!”
‘후배를 향해 죽어라, 라니 말이 심하네.’
발톱을 날카롭게 하며 내지르는 알바를 보며 아스토리안은 살짝 목을 꺾어 공격을 피했다.
뻐억!
그 직후 알바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 그대로 뒤로 날려버렸다.
촤악!
공격을 맞고 땅을 한번 구른 알바는 빠르게 자세를 잡았다.
‘적당히 휘둘렀더니 안 아팠나? …그럼 조금 더 강하게 해도 되겠어.’
양팔에 오러를 둘러 이런 방식으로 싸우는 것은 전생에서도 자주 봐왔다.
쓰러트리기 전 기술 좀 가볍게 보려고 했지만 흥미가 떨어졌다.
“크윽! 건방진 후배놈. 이것까지 쓰게 만들다니… 울펜…….”
‘또 뭐가 있나.’
“스킨.”
우웅!
양팔에만 덧씌워져 있던 오러가 점점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몇 초 만에 알바의 전신에는 오러가 덧씌워졌고 그 모습은 마치 일렁이는 얇은 물이 전신을 감싸고 있는 듯했다.
‘…뭐지 이건?’
일반적으로 오러를 덧씌운다면 보통 유선형의 말끔한 형태를 이뤘다.
하지만 이것은 묽은 물처럼 일렁거리며 양팔과 양다리 부분만 늑대인간마냥 날카롭게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거기다가 흐름조차 이상했다.
방어를 위해 전신에 오러를 두르는 흐름은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달랐다.
그렇다면 이것은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가만 안 두겠어!”
‘잠깐 관찰 좀 해볼까.’
아스토리안의 표정은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한 것 같은 사람의 표정이었다.
처음 보는 기술이었고 덕분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그의 시선은 알바에게 고정되었다.
파앙!
아스토리안이 움직임을 예상한 직후 알바가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속도는 조금 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촤악!
알바는 발톱을 휘둘렀고 아스토리안은 뒤로 점프하며 동시에 그의 몸에 둘러진 오러를 유심히 관찰하며 피했다.
‘힘과 속도가 상당히 올라갔어. 이제 막 상급 오러 유저가 됐다고 해도 믿을 수준이야. 전신에 두른 오러의 효과인가? …이건 조금 흥미가 생기는데?’
예상치 못한 알바의 기술.
덕분에 조금 전까지의 지루함과 바로 쓰러트리자는 생각은 사라져 버렸다.
마음속에서는 큰 흥미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메이벨의 기술을 봤었을 때 이상으로 말이다.
‘철저하게 분석해주지.’
움찔!
갑작스럽게 변한 아스토리안의 눈빛에 알바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