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74)
◈ 074화
‘이 느낌은 동질감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족을 잃은 루치아.
그것에 아스토리안은 공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조금 달랐다.
전생에 자신은 마음을 닫았고 루치아는 무너지는 마음을 버텼다.
그런 일을 겪고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루치아가 조금은 존경스러웠다.
“걱정 마.”
“네?”
“이 일 끝나기 전까지는 죽게 두지 않을 테니까.”
“…지켜준다는 거예요? 저를?”
“그래야 라비린스를 무너트리고 알파르치를 죽일 수 있으니까.”
“하하. 이거 영광이네요.”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죽일 생각으로 가득했던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살짝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안심이 되었다.
조금 전 아스토리안의 말은 자신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었다.
덜컹!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또 다른 습격지점에 도착했다.
“가실까요?”
“그래 가보자고.”
마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그대로 눈앞의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 * *
“흐암!”
어느 허름해 보이는 건물의 안.
그 안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고 그 앞에 두 명의 사람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지루하다.”
“그래서 좋은 거지 목숨이 위험한 일이 없…….”
푸욱! 푸욱!
“커억!”
“무, 무슨!”
그런 두 경비의 등 뒤로 검이 꽂혔다.
두 사람을 찌른 것은 검은 후드를 쓰고 있었기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어, 어떻게 뒤로…….”
털썩!
경비원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지며 사망했다.
터벅터벅!
그 직후 건물의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검을 든 아스토리안과 루치아였다.
“수고했어.”
“아닙니다.”
“둘 다 들어가 있어.”
자신의 일을 마친 두 사람은 그대로 루치아의 그림자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가지. 문은 내가 열게.”
“네.”
커다란 문 앞으로 간 아스토리안은 그대로 문을 당겨 열었다.
끼익!
녹슬지는 않았는지 불쾌한 소리 없이 문은 부드럽게 열렸다.
“오랜된 문이 아니군. 거의 새거야.”
“돈 좀 많이 썼네요. 뭐 이것도 곧 끝이지만요.”
문이 열리고 그 안에는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둘은 잠시의 고민도 없이 바로 내려갔다.
퉁! 퉁!
쇠의 계단을 밟는 소리가 울리며 이들은 계속 내려갔고 잠시 뒤 계단의 끝에 도착했다.
“넓군.”
“그러게요. 지도를 통해 넓은 공간이 있다는 건 알아냈는데 이 정도로 넓은 줄은… 아무래도 확장을 한 것 같네요.”
여러 짐들이 쌓여 있는 넓은 공간과 어디론가로 연결된 두 개의 통로.
불법적인 무언가를 몰래 하기 아주 좋은 장소였다.
“여기서 일단 나뉘어야 하겠네요. 아스토리안 씨 어느 쪽으로 가실래요?”
“…….”
통로 두 개를 보며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있나 살펴보았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은 딱히 없었다.
그렇다면 감으로 대충 맞춰야 했다.
“…왼쪽으로 갈게.”
“그럼 제가 오른쪽으로 갈게. 만약 그쪽에 임페리얼 나이츠가 없다거나 제가 그림자로 구조신호를 바로 오셔야 해요?”
“알겠어.”
그렇게 방향을 정한 두 사람은 통로를 향해 나아갔다.
터벅! 터벅!
루치아는 일직선으로 된 통로를 걸어갔다.
하지만 한참을 걸었음에도 수상할 정도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상해. 약을 옮길 때 사람이 집중된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아! 문이다.’
그때 통로의 끝에 도착한 그녀는 철문 하나를 발견했다.
‘일단…….’
문 앞에 선 루치아는 먼저 자신의 그림자를 스며들게 하듯 문틈 사이를 통과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감고 집중했다.
“보인다…….”
그림자는 방 안 물건의 그림자에 스며들었고 그녀는 그 그림자를 통해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사람? …뭐야 혼자잖아?’
방 안에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듯 보이는 한 명의 사람이 있었다.
인상착의는 대머리에 수염이 나 있는 인간이었다.
‘…하이트?’
안에 있는 인물은 바로 목표인 라비린스의 간부 하이트였다.
‘어째서 혼자 있는 거지?’
방안을 여러 번 봐도 하이트는 혼자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하이트의 옆에는 경호원이 붙어 있어야 했다.
목숨이 노려지고 있는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혼자 있는 것은 말도 안 됐다.
그렇다면 이것은 함정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함정이 아니라면?’
정말 우연히 경호원이 자리를 비웠고 마침 하이트가 혼자 있는 것이라면?
이것은 정말 기회였다.
‘어떡하지?’
이곳에 오기까지 아무도 없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정말 기회라면 빨리 노려야 했다.
지체할 틈이 없다.
‘이판사판이다.’
루치아는 결정했다.
하이트만 처리한다면 이곳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이것이 만약 함정이라고 해도 도망치면 됐다.
이 세상에 그림자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쾅!
만약이라는 것을 포기하지 못한 루치아는 문을 박차고 들어가 빠르게 그림자를 이용해 창을 만들어 냈다.
‘죽어라 하이트!’
그리고 그대로 하이트를 향해 그림자 창을 내던졌다.
그녀가 조사한 정보로 하이트의 경지는 중급 오러 유저 정도이다.
그렇기에 상급 메이지인 루치아는 이 정도 공격 정도면 하이트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후웅!
그림자의 창은 빠르게 하이트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갔다.
그렇게 당황한 하이트가 창에 꿰뚫리기 직전.
퉁!
“…어?”
하이트의 그림자에서 검은 무언가가 나와 막아내 주었다.
“설마…….”
만약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만약 눈앞에 저것이 현실이라면 자신은 실수한 것이었다.
섣부른 판단을 해버린 것이다.
“하하하하!”
하이트의 그림자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누군가가 그곳에서 나왔다.
“설마 진짜였다니! 전설의 아크 메이지 마하트의 그림자 조각을 가진 또 다른 존재가 이런 곳에 있을 줄이야!”
“…임페리얼 나이츠, 파크 라사딘!”
보라색 머리카락에 검은빛의 피부색을 가진 30대 정도의 남성.
임페리얼 나이츠 제 19기사 파크 라사딘.
그는 루치아가 얻은 것과 같은 구슬, 일명 마하트의 그림자 조각을 가진 존재였다.
몇백 년 전 존재한 아크 메이지 마하트는 그림자를 다루는 고유 마법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죽기 전 그 힘을 4개로 나누었다.
그것이 마하트의 그림자 조각이었다.
제국은 그중 하나를 찾아냈고 라사딘에게 하사했다.
‘알파르치가 구슬에 대해 알고 있던 건 유출된 정보 때문만은 아니었던 건가?’
알파르치는 라사딘에게 마하트의 그림자 조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루치아가 가진 그림자를 다루는 힘에 대해 알고 노린 것은 이미 그것이 어떤 힘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봐 검은 엘프. 구슬 어디 있어? 그림자 힘을 사용하려면 몸에 흡수해야 할 텐데 말이야?”
저벅! 저벅!
라사딘은 루치아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아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내가 도망치더라도 잡을 자신이 있다는 건가? 망할놈.’
공격이 막힌 순간 해야 될 일은 하나였다.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가 중급이나 상급 수준이라면 싸워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스터의 경지인 것도 모자라 자신과 같은 힘을 사용하고 있다.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없었다.
‘틈이 안 보여.’
도망칠 만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았다.
라사딘은 어떠한 틈도 보여주지 않았다.
뒤를 돌아 도망치려고 한다면 빠르게 다가와 그의 그림자가 자신을 꿰뚫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뭐든 행동을 해야 했다.
왜냐하면 그의 그림자가 도망치지 못하게 방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내가 틈을 만들겠어 너희들이 이어서 뛰어들어.”
““예 보스.””
작은 소리로 이야기한 루치아의 이야기를 들은 두 조직원은 똑같이 작게 대답했다.
그 직후 그녀는 양손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그러자 그림자들이 일어나 X 형태의 그림자의 벽을 만들어 냈다.
“어딜!”
콰작!
라사딘은 자신의 그림자를 휘둘러 그 벽을 부숴버렸다.
“일단 죽어 주실까?”
벽을 부수고 루치아의 앞까지 접근한 라사딘은 자신의 팔에 그림자를 둘러 그대로 내질렀다.
“지금이야!”
우웅!
촤악!
루치아의 그림자 안에서 단검을 든 베르니와 또 다른 조직원인 패러딘이 튀어 나왔다.
둘의 위치는 정확히 라사딘의 밑이었다.
루치아가 벽을 만든 것은 공격을 막기 위함이 아니었다.
라사딘이 눈치채지 못하게 자신의 그림자를 그의 밑까지 늘려 조직원을 이용해 공격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공격의 의미는 루치아가 도망갈 틈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앗!”
“흐앗!”
라사딘의 틈을 노렸다 생각한 둘은 검을 내질렀다.
휘릭!
덥썩!
“큭!”
“으윽!”
라사딘에게서 나온 촉수 같은 그림자는 베르니의 손목과 발목을 휘감아 움직임을 막았다.
그리고 뱀 형태의 그림자도 나타나 패러딘을 잡아먹어 버렸다.
기습의 공격에도 그에게 틈 같은 것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너 설마 그림자의 힘을 나눠준 거냐? 부하들에게?”
“…….”
“미쳤구나? 그걸 왜 나눠줘? 힘이 약해지잖아?”
라사딘의 이야기대로 조직원들에게 나누어진 그림자의 힘은 본래 루치아가 사용할 그림자의 힘을 나누어 준 것이다.
보통은 힘이 약해진다는 것을 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강대한 힘은 필요 없었다.
그저 조직이 강해지고 검은 달 조직원들이 좀 더 살아남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어휴 단단히 미쳤어. 음? 잠깐 이건 뭐야?”
라사딘은 촉수를 이용해 베르니의 후드를 걷어냈다.
후드에서 드러난 베르니는 이제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녀로 회색빛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에 있어서는 안될 것이 있었다.
바로 강아지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접혀 있는 귀였다.
“실패작이잖아? 설마 되다만 끔찍한 실패작이 살아남아 이런 곳에 있을 줄이야. 베르도만 그자가 알면 아주 좋아하겠어. 이쪽으로 배정받지 못한 게 안타깝네. 그러면 이런걸 내 그림자로 죽일 수 없지.”
휘익!
“안 돼!”
쾅!
그림자를 이용해 잡고 있던 베르니를 라사딘은 그대로 벽을 향해 던져버렸다.
“커억!“
고통스러운 듯한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힌 베르니는 바닥을 향해 미끄러졌다.
기절한 듯 그녀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휘익!
팅!
“왜 던지는 거야 소용없는데.”
루치아는 날카로운 그림자 창을 만들어 그에게 던졌다.
하지만 라사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림자를 이용해 막아냈다.
“패러딘을 풀어줘.”
“이거? 나 원 참. 이런 거에 애착을 가지다니.”
“…저기 경호원님?”
“음?”
그때 뒤에 있던 하이트가 말을 걸었다.
“빨리 해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계속 일을 해야 해서 말이죠.”
그는 본래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밀리기 시작한 루치아의 모습에 별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해 계속 자리에 남아 있었다.
“아… 그래 기다려 금방 끝내줄 테니까.”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은 라사딘은 루치아를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네. 하지만 그 전에 이걸 먼저 처리해야지.”
무미건조한 말투의 라사딘은 자신이 잡은 패러딘을 슬쩍 보았다.
그의 눈빛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빛이었다.
“아, 안 돼!”
루치아는 절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내 심장을 노리다니 죄는 죽음으로 갚아라.”
촤악!
라사딘의 외침 직후 패러딘을 잡은 괴물의 몸에서 엄청난 수의 바늘이 사방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튀어나온 나온 바늘에 패러딘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 아아…….”
피가 흐르는 곳에서 검은 무언가가 흘러나오더니 이내 루치아의 그림자 안으로 흡수되었다.
조직원이 죽어 그림자의 능력이 본래에 있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다.
“어휴 귀찮게.”
괴물은 그림자의 안으로 되돌아갔다.
패러딘의 시체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