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84)
◈ 084화
“…지금 뭐라고 했지?”
[5년 전에 저한테 찾으라고 했던 하프 드래곤이요. 아직 살아 있다고요>거대한 공간과 휘황찬란한 옥좌.
그리고 그 옥좌에 앉아 있는 황제 크샤르 아인 칼세이야.
그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푸른색의 요정 노드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걸 왜 이제 이야기하는 거지?”
[그 애가 이제야 제대로 된 용의 힘을 썼으니까요. 제가 이야기했잖아요. 제 힘은 정확히 위치를 파악할 수 있지만 같은 상대에게 1번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요.>푸른 요정 노드의 힘은 천리안.
원하는 누군가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모습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힘이었다.
하지만 같은 상대에게 또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
[나 원 저한테 얼마나 관심이 없으시면 잊어버리시는지…….>“노드.”
[네, 네. 그러니까 그 사용한 존재에게 다시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가 일정한 힘 이상을 사용한다면 사용한 여부 정도는 알 수 있다고 했죠.>“…그렇군. 그렇다면 누군가가 속인 거군 감히 짐을…….”
노드의 이야기를 듣고 황제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아데라를 불러라.”
“알겠습니다!”
황제가 문을 향해 이야기하자 대답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폐하! 아데라 총사령관이 왔습니다!”
“들여보내라.”
끼익!
거대한 문이 열리며 황제가 부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위대한 태양이시여.”
화려한 새하얀 갑옷과 제국을 상징하는 태양이 그려진 붉은 망토.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위압감을 만들어내는 존재.
올백으로 넘긴 금발 머리에 짙은 수염을 가진 40대 후반의 남성 라가논 아데라.
그는 제국에서 황제를 제외한 유일하게 육성 장군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제국군 총사령관이었다.
“아데라.”
“예 폐하.”
“데미안 왕국 센트럴 도시에 인원을 투입해라.”
“누구를 얼마나 보내면 되겠습니까?”
알 수 없는 명령에도 그는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황제의 명령은 언제나 위대하고 옳은 것이기 때문이다.
“임페리얼 나이츠를 보조 인원으로 육성장군 하나를 보내라.”
움찔!
타국에 보내는 육성장군.
거대한 폭탄을 보내는 것과도 같다.
피해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폭탄을 말이다.
“전쟁이 아니다.”
놀란 아데라의 기색을 읽은 황제가 이야기를 덧붙였다.
“…….”
“나의 기분을 불쾌하게 한 원인을 없애는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라에라 대신이 알고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임무에서 복귀하는 인원을 바로 투입 시키겠습니다.”
“이야기는 끝이다. 이제 돌아가 봐라.”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위대한 태양이시여.”
그렇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아데라는 유유히 알현실을 떠났다.
* * *
[저 황제는 미쳤어 옥스.> [허허. 알고 있습니다.>호박색 요정인 옥스와 푸른색 요정인 노드.
둘은 황제가 없는 잘 꾸며진 어떤 방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저자를 도와야 하는 거야? 저자는 위험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저희는 피조물에 직접 관여할 수 없고 안전하게 지켜보기 위해서는 옆에서 감시를 해야…….> [아니 그건 나도 알지. …하아. 시간이 좀 더 빠르게 흐르지 않으려나. 그랬으면 좋겠…….>끼익!
그때 두 요정이 있는 방안으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짙은 검은 색의 머리카락과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새하얀 피부에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녀였다.
“이 목소리는 옥스와 노드군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소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본 것과도 같은 상냥한 미소였다.
* * *
“오늘도 맛있는 아침 식사시간!”
“…….”
습격의 다음날 아침.
아스토리안과 제니온은 식당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오? 뭐야. 오늘 새로운 보조 요리사가 왔다고 하더니 음식 맛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아스토?”
“…응.”
기분이 좋아 보이는 제니온과는 상반되게 아스토리안은 무언가 생각이 많은 듯 보였다.
“캬아! 역시 내 입맛은 정확하다니까? 뭔가 조미료가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맛있으면 최고지. 그렇지 않아 아스토?”
“…응.”
“아스토.”
“응.”
“미네르바랑 싸웠어?”
“응. …어?”
“그럴 줄 알았어.”
숟가락을 내려둔 제니온은 이내 팔짱을 끼었다.
“제니온에게 무엇이든 이야기해보세요, 시간이 돌아왔군. 자 말해 봐봐.”
어릴 적부터 같이 지내온 친구들이다.
그들이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면 빠르게 눈치채고 거기다가 간단한 이유까지 추측할 수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
“아스토가 생각이 많아질 일이 뭐가 있어. 강해지는 걸로 고민을 한 적도 없고, 돈 문제로 고민한 적도 없고, 부모님 문제로 걱정한 적도 없잖아. 나랑도 문제가 없었으니 가장 가능성 높은 건 아스토가 최근에 뭔가 찾는 일이나, 미네르바 정도겠지.”
“…이런 쪽은 눈치가 참 빨라 너는.”
“당연하지. 그리고 또 예상해 볼까? 나중에 둘이 만나서 서로 사과하다가 묘한 분위기 되어 가지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평소 같은…….”
“그만 거기까지.”
자신들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아는 제니온 덕분에 아스토리안은 심각하던 것도 잊고 살짝 웃음이 나와버렸다.
그만큼 자신들을 지켜보고 이해한다는 말이기도 하였으니까 말이다.
“미안해. 걱정 끼쳤네.”
“딱히 큰 걱정은 안 했지만 사과는 받아줄게.”
“…있었던 일은 나중에 이야기해줄 게.”
“하하 그래야지. 그럼 마저 아침 식사하자고.”
“그래.”
제니온 덕분에 아스토리안이 깊은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아스토리안이 깊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미네르바와 함께 검은달 아지트로 텔레포트 한 뒤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 * *
우웅!
“후우…….”
“괜찮아 미네르바?”
안고 있던 미네르바를 놓으며 아스토리안이 가면을 벗었다.
“괜찮아. 그 인간을 쓰러트리지 못한 건 아쉽지만 아스토를 노린다면 또 만나게 될 테니까.”
“…그런데 왜 도망치지 않은 거야?”
“음?”
“용의 힘을 드러내면서 싸울 필요가 있었어?”
마스터 경지의 인간과 싸우는 것도 용의 힘을 다른 인간 앞에서 사용하는 것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바라지 않았다.
물론 미네르바가 하는 선택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따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금 전의 미네르바의 상황은 충분히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있었어. 그 인간이 아스토를 노린다고 했으니까.”
이어서 미네르바도 드래곤 아머를 해제하고 가면을 벗으며 아스토리안을 바라보았다.
“겨우 그런 이유로…….”
“겨우? 아스토 겨우가 아니야.”
아스토리안에게 다가간 그녀는 그의 얼굴에 손을 올렸다.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를 노리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절대 안 돼. 그 인간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노린다는 말 같은 건 다시 하지 못하게 만들 거야. 절대로 손대게 두지 않을 거야. 그 누구도.”
그녀의 따뜻한 손길과 미소 그리고 눈빛.
누가 봐도 소중한 것을 대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분위기만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에게서는 은은한 분노가 느껴졌다.
소중한 것을 남이 넘보는 걸 절대적으로 싫어하는 용족의 성격 때문이었다.
용의 힘을 개방해 그 성격이 더 강해졌다.
아니 본래의 용족에 가까웠다.
“…미네르바 용의 힘을 다시 봉인하자.”
“싫어. 오랜만에 풀어서 기분이 좋아. 조금 더 이러고 있을 거야.”
“…….”
몇 년 전에도 미네르바는 용족의 힘을 약하게 해방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스토리안은 그 모습을 보았다.
통제 불능.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소유욕이 강한 존재.
아스토리안은 그때 처음으로 미네르바에게 짜증이라는 것을 내었다.
그 결과 당황한 그녀가 사과하며 다시 용의 힘을 봉인했다.
그때 이후로 아스토리안은 생각했다.
어쩌면 그 모습이 미네르바의 본래의 모습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본모습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봉인해야 했다.
학교로 돌아가야 했고 적은 아직 남아 있었다.
“미네르바 학교로 돌아가야 하잖아. 그러니까 빨리 봉인하고 돌아가자.”
“싫~ 어. 조금만 더 이 기분을 만끽할래.”
“미네…….”
“싫다니까!”
우웅!
“큭.”
그녀의 짜증에 주변의 공기가 살짝 울리며 아스토리안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녀의 감정에 마나가 반응한 것이다.
‘아직 무의식적으로 힘을 쓰는구나.’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스토리안은 지금 전혀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빨리 누워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아스토는 왜 그렇게 내가 용의 힘을 봉인하는 걸 원해? 얌전한 내가 좋아?”
“…그런 이유가 아니야. 아직 힘을 다 조절 못하니까 위험해. 적들도 아직 남아…….”
“적? 아까 그 마스터의 경지? 내가 힘을 더 썼으면 그런 인간은 이길 수 있어. 아니면 임페리얼 나이츠? 예전에 싸운 인간이랑 비교하면 분명 이길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우리 잠시…….”
“미네르바!”
“……!”
자만심.
적당한 자만은 괜찮다.
오히려 괜찮은 자신감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자만은 안 된다.
그건 자신의 전생 경험으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자가 주변에 있었기에, 그런 자가 가장 어렵지 않은 상대였기에, 또 그런 자를 죽여 보았기에.
“제발 지금은 봉인하자.”
“…아스토는 바보!”
짜증을 낸 미네르바는 빠르게 몸을 돌려 지하실을 떠나려고 했다.
우웅!
“윽!”
미네르바의 격해진 감정에 또다시 주변의 공기가 울렸다.
떠나려는 그녀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으려고 하였던 아스토리안은 어지러워진 머리에 더 이상 그림자를 조종하지 못했다.
털썩!
그 결과 몸에 둘렀던 그림자는 해제되고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어? 아스토?!”
갑작스럽게 쓰러진 아스토리안을 본 미네르바는 당황하며 돌아와 머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괜찮아? 왜 그래? 아님 의사한테…….”
“괜찮아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기는 쓰러졌는데!”
“미네르바. 나는 괜찮아. 그러니까 일단 용의 힘을 봉인하고…….”
“그놈의 봉인!”
짜증을 내면서도 아스토리안의 머리를 살짝 다시 내려둔 미네르바는 그대로 일어섰다.
그녀는 그저 당당하고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지금의 모습으로 아스토리안과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그 때문에 짜증이 났고 감정의 조절이 잘되지 않았다.
“난 알아서 텔레포트로 학교에 들어갈 테니까 아스토도 쉬었다가 돌아가.”
“미네르바 잠깐 기다…….”
우웅!
그렇게 미네르바는 텔레포트를 이용해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젠장.’
스스로가 한심했다.
그녀가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도 큰소리를 내며 강요하듯 이야기했다.
항상 자신의 말대로 해주었기에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해 무의식적으로도 그렇게 행동했다.
‘멍청한 자식아. 미네르바도 민감한 여자애라고. 아무리 하프 드래곤이라도 그걸 잊지 말아야지.’
미네르바의 상냥함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공간안의 사용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 있었다.
“…왜 여기 누워있어요?”
“…루치아.”
그때 그의 머리맡으로 루치아가 나타났다.
“일으켜 드려요?”
“…아니 괜찮아.”
잠시 동안 누워있었기에 아주 조금은 회복할 수 있었다.
아스토리안은 그림자를 다시 전신에 둘렀다.
‘…역시 너무 지쳤어. 생각대로 그렇게 잘 움직이지 않아.’
하지만 더욱 떨어진 집중력으로 아까 전만큼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바다의 오징어 마냥 흐느적거리는 듯했다.
“뭐… 다행이네요. 그럼 잠깐만요. 모두 다시 일 시작해!”
루치아는 고개를 돌려 큰소리로 소리쳤다.
그러자 갑자기 나타난 아스토리안과 미네르바를 피해 숨어 있던 루치아의 부하들이 나타나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뭐 하셨길래 우리 애들이 이렇게 숨어 있게 만드신 거예요?”
“별거 아니야. 신경 쓰지마.”
“그렇다면야 뭐. 그럼 이제 오늘 제가 알아낸 정보들을 알려…….”
“기다려 내일 들을게.”
정신적으로 지쳐 정보를 들어도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단은 휴식이 필요했다.
“…알겠어요. 그럼 내일 언제쯤 오시겠어요?”
“12시 넘어서 가지. 준비하고 있어.”
“알겠어요. 그럼 내일 이야기해요.”
“그럼 나는 돌아가 보겠어.”
그 말을 끝으로 아스토리안은 그림자의 힘을 사용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학교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