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85)
◈ 085화
“후~ 우.”
다시 현재.
한숨 자는 것으로 어느 정도 회복한 아스토리안은 그림자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멀쩡히 움직일 수 있었다.
‘여긴가.’
식사를 마치고 그가 온 곳은 1학년 여자 기숙사의 앞이었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당연하게도 어제 있었던 일을 사과하기 위해서이다.
‘어제 너무 강압적으로 말하기는 했어. 일단 만나서 사과하면서 이야기 좀 해야겠어.’
특별한 허락이 없는 이상 남학생은 여자 기숙사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마침 들어가던 다른 여학생에게 미네르바를 불러 달라는 부탁을 했다.
“아, 알겠어!”
아스토리안이 말을 걸자 여학생은 잠시 부끄러워하더니 이내 기숙사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
그렇게 그는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다른 여학생들이 그 모습을 구경하듯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무언가를 이야기하였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 후 기숙사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와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마리아?”
“안녕 아스토리안. 전언을 가지고 왔어.”
어째서인지 기숙사에서 나온 것은 미네르바가 아닌 마리아였다.
“전언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미네르바님께서 아스토리안을 보기 싫다고 하셨어.”
“……!”
살면서 미네르바에게 싫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은 적 없었다.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는 것 이상의 충격이었다.
“농담이야. 싫다고는 안 했어. 그냥 지금 만나기 조금 그렇다고만 했어.”
“…….”
“하하. 조금 화났나 보네. 아무튼 이야기하자면… ‘미안해 아스토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내일 이야기하자…’ 라고 했어.”
“…그렇구나.”
조금 전의 말은 그녀가 화가 나 있는지 짜증이 나 있는지 아니면 괜찮은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저기 미네르바 무언가 기분이 나빠 보였어? 아님 평소랑 무언가 다르거나?”
“음… 글쎄? 딱히 저기압은 아닌 것 같았어. 그리고 평소랑 다른 건 크게 못 느꼈어.”
‘그렇다면 다행인가?’
마리아의 반응을 본다면 용의 힘은 봉인한 듯 보였다.
지금 만날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용건은 더 이상 없으니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고마워. 대신 이야기 전해줘서.”
“괜찮아. 미네르바의 부탁인데 이 정도는 별거 아니야.”
“그래. 그럼 나는 돌아가 볼게, 나중에 보자. 미네르바한테도 내일 보자고 이야기 전해줘.”
“그래 잘 가.”
그렇게 아스토리안은 여자 기숙사의 앞을 떠났다.
한편 미네르바가 있는 기숙사의 방 안.
그곳 1층 침대에서 그녀는 이불을 전신에 덮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불 안에 있는 그녀의 상태는 상당히 볼이 빨간 상태였다.
상당히 열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하지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제 있었던 일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아스토가 내 허리를 잡은 것도 놀랐는데 나는 아스토의 얼굴을 만지면서… 으으…….’
용족의 힘을 해방한 미네르바.
힘의 해방으로 성격이 달라졌지만 그녀도 결국 같은 미네르바였다.
그렇기에 자신의 행동과 있었던 일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술 마시고 평소 하지 않는 행동을 하고 후회하는 어른처럼 말이다.
‘거기다가 아스토는 나를 걱정해서 그렇게 말한 건데. …나는 짜증만 내고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스토를 두고 사라져 버리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부끄러움과 자책.
이것들이 지금 아스토리안을 보러 나가지 못하는 이유였다.
[저거 봐 바론, 이불이 찢어질 것 같아!> [이불 그만 차 미네르바. 곧 진짜로 찢어지겠어.>이불만 차고 있는 미네르바가 안타까웠는지 오톤과 바론이 말을 걸었다.
“…너희들도 내 모습 다 봤지?”
이불을 살짝 걷으며 그녀는 둘을 바라보았다.
[…그게…….> [칭얼거리는 미네르바 귀여웠지. 싫~ 어?> [오톤!>“흐아아 하지마!”
다시 이불을 뒤집어쓴 미네르바는 더 강하게 이불을 걷어찼다.
[진정해봐 미네르바. 진지하게 할 이야기가 있어.>“…할 이야기?”
바론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진정한 그녀는 이불에서 나와 똑바로 앉았다.
“무슨 이야기인데?”
[미네르바 우리는 오래 살아왔어.>“…응 알고 있어.”
[그리고 그만큼 많은 일을 지켜보았기에 무언가 일이 생길 것 같다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어.>“일이 생겨? 갑자기 무슨 말이야?”
[미네르바…….>무언가 생각하듯 말을 잠시 멈추었던 바론은 다시 이야기를 했다.
[수도에서 불온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 뭔가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거야.>* * *
“아스토리안 씨?”
“…….”
루치아의 지하 아지트에 온 아스토리안은 살짝 멍한 상태였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미네르바에게 처음으로 거절에 가까운 말을 들어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미네르바가 내가 보고 싶지 않다고 하다니… 내가 너무 강압적으로 말해서… 그치만 그 상황에서는…….’
그때 미네르바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말한 것이 아직까지 한탄스러웠다.
그녀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상까지 했으면서도 그렇게 행동을 해버렸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너무 과보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5년 동안 제국은 눈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어쩌면 포기했을 수도 있었다.
“이분 오늘 왜 이러셔? 저기요!”
“…무슨 일인데?”
루치아의 큰소리에 아스토리안은 생각을 멈추고 정신을 차렸다.
“아니 방금까지 다른데 정신이 팔린 사람은 당신이었다고요?”
“…미안. 생각할게 좀 있었거든.”
“뭐… 사생활이니 묻지는 않을 거지만 중요한 이야기라서 잘 들어주셔야 한다고요.”
“알겠어.”
지금 계속 생각해 봤자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일단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제가 알아낸 것들을 정리해드릴게요.”
루치아는 임페리얼 나이츠와 이야기 하면서 자신이 알아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제국에서 온 알파르치는 무언가 노리는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제국에서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임페리얼 나이츠를 4명씩이나 투입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4명이라고?”
“네. 좀 느낌이 오시죠? 그런 중요한 전력이 4명씩이나 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에요.”
“…….”
루치아의 이야기대로라면 이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었다.
제국이 왕국에서 무언가 큰일을 벌이려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여기 높으신 분들이 전혀 모르는 건가? 왕조차도?”
“흠… 그게 말이죠, 어느 정도 낌새는 느끼고 있지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증거랑 정보를 막아서 확실하게 행동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것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도우미 한 명을 부르겠습니다.”
“도우미?”
“나와 보시겠어요?”
루치아가 고개를 돌려 이야기하자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그녀는 아스토리안이 투기장에서 구해준 여성 슬레비나였다.
“당신은…….”
“안녕하세요. 드디어 이렇게 인사를 드리네요.”
“슬레비나 씨예요. 마약에 중독돼 있던 걸 중화제를 사용해서 어떻게든 회복시켰죠.”
아스토리안의 이야기대로 어제 마약 제조장에 있던 인간들과 동물들을 구해낸 루치아는 안전한 곳으로 옮겨 전부 회복시켰다.
그리고 생각보다 건강했던 슬레비나는 다행히도 금방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줄 거예요. 그럼 제 이야기가 이해가 가실 거예요.”
“…알겠어.”
“저기 그전에 괜찮을까요?”
그때 슬레비나가 살짝 손을 들며 이야기했다.
“뭐죠?”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서요.”
“네, 뭐 편하게 해요.”
“그럼…….”
슬레비나는 먼저 루치아의 앞으로 가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해요, 저를 치료해 주셔서.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어요.”
“아뇨 뭐… 저도 바라는 건 있었으니까요.”
그녀의 감사 인사에 루치아는 멋쩍어했다.
그리고 이번에 그녀는 아스토리안을 향해 몸을 돌렸다.
“저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투기장에서도 그리고 이번에도요.”
“…무사하다면 됐어요.”
아스토리안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목을 긁적거렸다.
진심이 느껴지는 감사의 인사.
친구도 아닌 존재에게 그런 것을 받으니 멋쩍은 기분에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다.
“아. 왜 이분한테는 존댓말 해줘요? 저도 해줘요.”
“너랑은 첫 만남부터 안 좋았잖아. 받아들여.”
“윽. 아무튼 인사는 끝난 것 같으니까 이제 이야기해주시죠 슬레비나 씨.”
“알겠어요.”
한번 심호흡을 한 그녀는 이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투기장에서 구출된 그녀는 병사들과 함께 왕성이 있는 곳을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다른 병사들에게 인계되었는데 그들이 어째서인지 그녀를 감옥의 안에 넣은 것이다.
그녀는 억울하다 외쳤지만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인간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날 어째서인지 갑작스럽게 잠이 들었고 정신을 차리니 마약 제조실로 이동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 이후는 두 사람도 알다시피 실험체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고생 많으셨어요.”
“아니에요. 저를 구해주신 두 분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게 더 중요하죠.”
‘끔찍하군.’
아스토리안은 슬레비나의 이야기를 듣고 확신했다.
병사들을 마음대로 다루고 입막음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위치의 인간이 알파르치의 조력자로 있다는 것을 말이다.
‘최악의 경우 학교도 위험할 수 있어. …젠장할 학교와 수도는 안전할 줄 알았는데.’
아스토리안은 생각했다.
왕국에 강한 힘을 가진 조력자가 있다면 단순히 알파르치를 쓰러트린다고 하여도 끝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조력자까지 처리해야 불안의 싹을 완전히 없앨 수가 있었다.
문제는 조력자를 자신이 알아낼 수 없으니 루치아가 알아내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 놓고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어. 나도 뭔가를 해야 해. 루치아 외에 나의 편을 늘린다거나 해서…….’
“아, 저기…….”
그때 슬레비나가 아스토리안에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죠?”
“부탁 하나만 드려도 괜찮을까요?”
“부탁이요?”
“그게…….”
우물쭈물해 보이던 그녀는 결심한 듯 비장한 표정이 되며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저를 제자로 받아 주세요!”
* * *
“제니온 가자.”
“출발, 출발.”
다음 날 아침 월요일.
학교를 갈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일찍 기숙사를 나왔다.
“음?”
그리고 기숙사에서 나온 아스토리안은 근처에 서 있는 미네르바를 발견했다.
“왜 그래 아스… 아하…….”
이어서 미네르바를 발견한 제니온은 한번 미소를 짓고 아스토리안의 어깨를 한번 두드린 다음 먼저 교실을 향해 이동했다.
“…후우.”
숨을 한번 크게 내쉰 아스토리안은 미네르바를 향해 걸어갔다.
살면서 처음으로 친구와 의견충돌이 생기고 다투었다.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생각했던 말들을 마음속에서 정리했다.
그리고 어느새 미네르바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좋은 아침이야 미네르바.”
“…아! 아스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던 미네르바는 가까이 다가온 아스토리안을 눈치채고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오래 기다렸어?”
“아, 아니야. 별로 안 됐어.”
미네르바는 실제로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렸다.
그 사실을 알면 부담스러워할 것이라 생각해 숨겼다.
“다행이네. 그러면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응 괜찮아. 나도 아스토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그렇게 둘은 다른 사람이 없는 장소로 이동해 의자에 앉았다.
““…….””
하지만 앉자마자 이야기는 바로 시작되지 않았고 살짝 어색한 기류가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