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87)
◈ 087화
3학년을 이겼음에도 들려오는 평민을 향한 무시.
그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의 무시가 미네르바를 향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이 말은 바로 옆의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반 학생들에게 들으라고 말하는 것이고 그런 생각을 한 다른 학생들의 귀에 들어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평민을 향한 무시와 적의가 향하더라도 자신에게 향하게 말이다.
“와. 나 방금 살짝 겁먹은 것 같은데?”
“영혼은 어디갔는데 제니온? 아무튼 메이벨 훈련장 가자.”
“아. 그래.”
아스토리안의 이야기에 메이벨도 나갈 준비를 마쳤다.
“미네르바는 이제 뭐 할 거야?”
“마리아랑 같이 활쏘기로 했어!”
“어라?”
미네르바마저 할 일이 있었다.
그렇다면 제니온은 혼자 남게 된다.
“흐음… 아무래도 나는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가 온 것 같군.”
“열심히 해.”
“앗 뭐야 미지근한 반응. 아스토 좀 더 반응을 해줘.”
“나 갈게.”
“으아 너무해!”
그렇게 이들은 제니온을 뒤로하고 각자의 할 일을 위해 교실을 떠났다.
잠시 후 메이벨과 네르하와 함께 훈련장에 도장한 아스토리안은 각자 훈련실 안으로 들어갔다.
“후~ 우.”
들어간 그는 가방을 내려놓고 겉옷을 벗은 다음 그대로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무언가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생각해야 되는 첫 번째 문제. 제자.’
라비린스 조직에서 구해낸 여성 슬레비나.
그녀는 목숨을 구해 준 아스토리안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검술에 감화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제자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황한 아스토리안은 대답을 보류했다.
‘내가 제자를 둔다?’
친구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닌 사제관계의 구축.
전생의 자신과 할아버지의 관계와 비슷한 것이었다.
자신의 검술을 알려주고 강해지도록 도와주는 신뢰의 관계.
하지만 자신의 검술을 알려줄 수 없었다.
자신의 검술은 너무나도 자신에게 맞추어져 있었고 웬만한 육체 능력으로는 제 능력을 발휘하기가 힘들었다.
‘그렇다면 거절해야 할까?’
거절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하고 있으며 상당히 신뢰를 하는 듯 보였다.
현재 왕국에 제국의 협력자가 있다고 판명이 났다.
그렇다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자신의 편을 만들어 놔야 했다.
루치아가 그녀에 대해 조사를 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알아냈다.
슬레비나는 정말로 딱 알맞은 사람이었다.
‘적당한 재능, 강한 끈기와 투쟁심, 포기하지 않는 마음… 정말 제자로 두기에는 최고의 조건이야.’
슬레비나에 대해 생각하며 지금까지 생각한 모든 것들을 종합했다.
그렇게 조금 뒤 결론이 나왔다.
“받아들여야겠어, 제자로.”
그녀를 절대적인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전생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그렇다면 검술을 가르친다면 어떤 검술을 가르쳐야 할까?’
검술을 이해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해라는 것이 본능적으로 숨을 쉬는 것이라면 가르치는 것은 어떻게, 왜 숨 쉬는 것인지 말로 설명해 주는 것이다.
또다시 아스토리안은 고민을 하였고 할 수 없이 어려운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진 검술들의 이점들을 이용해 그녀에게 맞는 검술을 만들어내야겠어.’
검술을 포함한 수많은 기술들은 사람의 인생이 녹아 만들어진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연구하고 만들어낸 것이 기술이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검을 잡아 온 전생이라는 인생이 있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좋아. 그렇다면 제자 문제는 이렇게 하도록 하고 그럼 다음 문제는 장소인가?’
제자를 받아드려 가르칠 수 있는 장소, 그리고 용의 힘을 자주 해방할 수 있을 만한 장소.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여기 훈련장도 나쁘지는 않지만 용의 힘을 해방하면 아마 학교 전체가 눈치채겠지. 흐음…….’
집중하는 아스토리안의 생각은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잠시 눈을 뜨고 한숨을 크게 내쉬려는 그때였다.
“…음?”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변이 일어난 것 같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려던 그 순간 눈이 감기며 정신을 잃을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윽!”
버티기 위해 아스토리안은 빠르게 다시 눈을 떴다.
“…뭐야…….”
하지만 다시 눈을 뜬 그가 있는 곳은 훈련장이 아니었다.
사방이 검은 알 수 없는 방 안이었다.
‘여긴 뭐야? 검은 방? 그런데 빛도 없는데 어째서 이렇게 잘 보이는 거야?’
당황하며 그가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였다.
터벅!
어느샌가 나타난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
그것을 눈치챈 그는 빠르게 경계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말지.”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알 수 없는 존재가 아스토리안을 향해 말했다.
“너는 누구지?”
“상당히 침착하군. 마음에 들어.”
“묻는 말에 대답해.”
“하지만 사교성은 부족한가.”
후드를 쓴 존재는 아래에서 위로 손을 휘저었다.
우웅!
그러자 그의 앞으로 검은 테이블 1개와 의자 2개가 바닥에서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읏차.”
그리고 그 존재는 태연하게 의자에 앉았다.
“머리가 나빠 보이지도 않고 침착한 너라면 내가 누군지 금방 유추할 수 있을 거다.”
“…….”
직접 말해줄 생각이 없어 보기에 아스토리안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그 생각은 곧 자신이 얻은 새로운 힘으로 바로 연결되었다.
그렇게 곧 루치아가 말한 그림자 힘의 원래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크 메이지 마하트?”
“…역시 자네는 마음에 들어.”
의자에 앉은 존재 마하트는 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후드 안에 있던 그의 모습은 새하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초록빛 눈동자를 가진 늙은 엘프였다.
“반갑네 마하트라고 하네.”
“…….”
과거 루치아와 자신이 다루고 있는 그림자의 힘을 만들어낸 장본인 마하트.
어쩌면 그가 루치아가 말했던 그림자의 힘을 얻게 된다면 나타난다는 누군가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공간은 그가 만들어낸 허상일 확률이 높았다.
“목적이 뭐지?”
“그런 건 딱히 없… 아니 있기는 하군. 그러니까 일단 앉아서 이야기할까?”
“…….”
가만히 서서 버티고 있는다고 특별히 무언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스토리안은 그가 만들어낸 의자에 앉았다.
털썩!
“뭐… 자기소개는 딱히 하지 않아도 괜찮네 아스토리안.”
“…그림자 안에서 나를 지켜볼 수 있는 건가?”
“역시 생각이 빠른 사람이랑 대화하면 편하군. 맞네. 나는 그림자 안에서 자네한테 일어나는 일들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볼 수 있지.”
“…….”
솔직한 심정으로는 불쾌했다.
자신의 사생활을 전부 지켜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살아 있는 상태는 아닐 테지만 지성이 있는 존재가 지켜본다면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표정을 보니 무슨 생각하는지 바로 알겠군. 힘의 대가라고 생각하게. 이렇게 유용한 힘을 사용하는데 이 정도 대가는 있어야지.”
“…다시 한번 묻지 목적이 뭐지?”
“…뭐 자네를 계속 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이야기해야겠군. 그전에 내가 묻는 것에 대답을 해주게.”
“…….”
“긍정으로 받아들이지. 하지만 너무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말게. 대답을 잘해 준다면 그림자의 힘을 사용하는데 도움을 줄 테니까 말이야.”
아스토리안의 침묵에 살짝 웃은 그는 테이블에 팔을 올리며 이야기했다.
“자네에게 강함은 목적인가 수단인가?”
“…무슨 뜻이지?”
“아니 자네는 알고 있어.”
마하트는 아스토리안의 눈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의 생각을 파악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
“그림자에서 자네의 강함을 보았고, 어떤 소녀의 앞에서 한없이 상냥해지는 것을 보았지. 그리고 곧 자네가 그녀를 위해 강해진 것도 알았고 말이야.”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난 그저 알고 싶을 뿐이야. 자네의 생각이 말이야.”
마하트는 일부러 말을 한번 끊었다.
아스토리안을 도발하듯이 말이다.
“자네는 그 소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강함을 포기해야 한다면 전부 버릴 수 있나?”
마하트.
그는 약 200년 전까지 실존했던 엘프였다.
긴 수명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성격이 그러하였는지 그는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이 변하는 것과 그 세상에 살아가는 존재를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 취미 때문에 그는 수명이 다하기 전 스스로의 영혼을 4개로 나누는 동시에 고유 마법으로 감싸 흩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자신의 힘을 대가로 그 사람이 살아가는 것과 세상을 지켜보기 위해 만든 힘.
그것이 마하트의 그림자 조각의 정체였다.
‘과연 나의 힘을 사용할 존재는 누구일지…….’
나눠진 영혼들은 만족하였고 계획대로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수많은 이들을 보았다.
그리고 현재 아스토리안에게 있는 마히트는 어느 순간 그것에 질려 버렸다.
정확히는 자신의 생각과 한치도 다름없는 삶을 사는 이들을 계속 보다 보니 지루해진 것이다.
같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물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마하트는 생각하였고 방법을 강구했다.
‘영혼 상태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거밖에 없겠군.’
그것은 바로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존재들을 잠시 지켜보고 그들이 자신에게 흥미를 주는지 주지 않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말이다.
수많은 존재들을 지켜봐 온 마하트는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탁월했고 간단한 질문으로도 그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이 시시하다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일종의 가사 상태가 되어 잠들어 다음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나의 질문에 잘 대답해 준다면 그림자의 힘을 더욱 잘 사용할 수 있을 거다.”
그는 자신의 힘을 더욱 잘 다루게 해주겠다는 유혹을 하며 질문을 했다.
돈을 원한다거나, 사랑하는 이를 지킨다거나, 강함을 추구하는 것 등등 모두 각각의 목표가 있었고 그에 맞는 질문을 했다.
바로 직전의 주인이었던 임페리얼 나이츠 라사딘의 목표는 황제를 위해 살고 죽는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것이 뻔하였기에 마하트는 그에게 나타나지 않았었다.
‘과연 이 소년의 대답은 어떨까?’
그렇게 현재 아스토리안의 앞에 나타난 그는 정말로 고르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 양자택일의 질문을 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들었던 대답들에 흥미가 생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마하트는 그저 소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실력과 천재성을 지닌 그의 사고 관념에 대한 궁금함이 조금 더 컸을 뿐이었다.
“…….”
아스토리안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포기해야 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상황이지?”
“…뭐?”
“포기해야 한다고 했잖아 강함을. 그렇다면 그게 정확히 어떤 상황이냐고 묻고 있는 거다.”
“…그건…….”
딱히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정확히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질문을 하는 것은 자신이고 원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대답을 듣는 것뿐.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역질문에 마하트는 당황했다.
“대답을 원한다면 구체적으로 명시해서 해야지 그런 애매한 질문에 나는 대답할 생각이 없어.”
‘…이런 적은 또 처음이군.’
처음 보는 유형의 반응.
덕분에 그는 당황하였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