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89)
◈ 089화
아스토리안이 마하트를 만나고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자식 봤냐?”
“아니 못 봤어.”
학교의 본관 앞.
그곳에 남학생 2명이 서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갔는데 안 보이는 거야?”
“그러니까 말이다.”
“야 알아냈어!”
그때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여학생 한 명이 큰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그 자식 어디 있는지 알아냈어.”
“오! 잘했어. 그래서 어디있데?”
“훈련장.”
“…어제도 훈련장이라고 했잖아?”
“내 말이. 들어보니까 수업 끝나자마자 들어가서 저녁 먹을 시간에 잠깐 나와서 돌아간데.”
“그러니까 못 찾았지.”
2학년 세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는 존재.
그는 바로 아스토리안이었다.
이들이 그를 찾는 이유는 당연히 대련을 위해서였다.
“대련을 해야 사기를 쳤다던가 증명을 할 텐데 말이야.”
“그러니까. …혹시 알고 피하는 거 아니야?”
3학년을 이긴 현재 가장 유명한 1학년 아스토리안에게는 어떤 소문이 돌고 있다.
교사들도 눈치채지 못한 사기로 3학년을 이겼다는 소문 말이다.
당사자나 주변 인물들이 듣는다면 당연히 헛소리라고 치부하며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아스토리안은 평민이었고 이곳은 귀족의 학교였다.
평민이 그럴 리 없다며 그 소문을 믿는 사람이 어느 정도 존재했다.
직접 대련하는 것을 보고도 말이다.
물론 대련이 살짝 허무하게 끝이 나서 그런 소문을 믿는 사람도 있기는 했다.
아가레스의 노력이 조금 허무할 정도로 말이다.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훈련장 입구에서 기다리면 나오겠지. 거기서 기다리자.”
“그래 가자.”
세 사람은 그렇게 훈련장 입구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30분이 흐르고, 1시간이 흐르고, 저녁 식사를 해야 하는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아스토리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 이 자식 왜 안 나와!”
* * *
“그럼 난 훈련하러 가볼게 제니온.”
“흠. 너무 열심히 훈련하는 거 아니야?”
남학생들이 식사를 하는 식당.
제니온과 함께 앉아 있던 아스토리안은 식사를 마치고 먼저 일어나고 있었다.
“뭔가 완성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좀 집중해서 해야 돼.”
“호오?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길래?”
“너 보면 놀라서 뒤로 쓰러질걸?”
“안 쓰러지면 제니온 형님이라고 하기?”
“쓰러지면 아스토리안 형님이라 하기.”
“좋아 내기 성립이야!”
“하하 그래. 아무튼 이따 취침 시간 전에 봐.”
그 말을 끝으로 아스토리안은 식탁에서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식당에서 나와 훈련장을 향해 걸어갔다.
‘…뭐야 저 사람들은?’
훈련장 근처에 도착한 그는 뭔가 짜증 내듯이 이야기하고 있는 세 사람을 발견했다.
인상착의를 보니 제니온에게 들었던 어제 자신을 찾았던 2학년으로 보였다.
‘…조금 걷다가 들어갈까 했는데 바로 가야겠네.’
괜히 주변을 걷다가 자신을 발견한다면 대련 신청을 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무조건 귀찮아지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았다.
최근 자신에게 안 좋은 소문이 도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저들은 분명 그 소문을 이용해 자신에게 어떻게든 대련을 하게 만들려고 할 것이다.
평소라면 바로 대련을 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런 일에 어울려 줄 틈이 없었다.
‘어디 보자 사람이 없는 곳…….’
주변을 살펴보던 그는 학교 비품을 넣어두는 건물을 발견하고 그 뒤편으로 이동했다.
사람은 없었고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딱 좋네.”
그림자의 안으로 들어간 아스토리안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영(界)의 경계(境界)”
우웅!
그 직후 아스토리안은 그림자의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정말 적응 안 되는 곳이야.”
빨려 들어간 아스토리안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
그곳은 주변이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방향이 구분이 가지 않았으며 자신이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장소였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는 구분이 갔다.
어두웠지만 일반적인 장소처럼 평범하게 보였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곳의 주인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공간의 주인이 오셨군.”
테이블 앞에 앉아 무언가를 적고 있는 존재.
마하트였다.
“어떤가 적응은 좀 됐나?”
“아직 안 됐어.”
“하하. 빨리 적응해야지. 이곳 그림자 세계의 주인은 자네라고?”
그림자 세계.
아스토리안이 영의 경계라 이름 지은 이곳의 본래 이름이다.
마하트의 그림자 조각을 사용한 순간 생성되는 공간으로 마하트의 허가가 이루어진 순간부터 들어 올 수가 있다.
물건을 가지고 들어오는데 무게의 제한은 없으나 비상식적으로 큰 것은 가지고 들어오지 못했다.
또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생명체는 오직 아스토리안이 그림자의 힘을 나누어준 존재만이 들어 오는 것이 가능했다.
“…뭐 그렇기는 하지. 아무튼 나는 명상 좀 하고 있을 테니까 말을 걸지 말고 있어 주겠어?”
“…뭐 편한 대로 하게.”
마하트의 대답을 들은 아스토리안은 살짝 거리를 벌리고 다리를 모은 채로 앉았다.
“…편하게 의자에 앉으면 되는데 굳이 바닥에 앉는 이유가 뭔지…….”
“…….”
“…역시 엄청난 집중력이군. 앉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림자의 바닥에 앉은 아스토리안이 명상을 하면서 생각하는 것.
그것은 바로 오러 구현화였다.
수도에 올라오고 예상치 못하게 오러 마스터의 경지와 싸우고 난 뒤에 생각하고 있었다.
빨리 구현화를 완성 시켜야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것은 약간의 자만 때문이었다.
‘구현화가 없어도 오러 마스터의 인간을 쓰러트릴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새로 얻은 오러에 속성을 부여하는 힘이 너무나도 흥미로웠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여러 임페리얼 나이츠가 수도로 들어온 상태이다.
전생의 경험을 가진 자신이더라도 구현화 없이 다수의 마스터의 경지와 싸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오러 구현화를 완성 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구현화에 필요한 것은 상상력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양의 오러. 그리고 그 오러를 담을 수 있는 육체. 그건 입학식 얼마 전에 완성 시켰어.’
재료는 모두 준비가 끝이 났다.
이제는 이 재료로 결과물을 만들 차례였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구현화…….’
전생에는 검을 구현화했다.
작은 검, 거대한 검, 손에 맞는 검 등등 수많은 검들을 구현화 하여 휘두르고 몬스터들을 향해 날렸다.
다시 한번 검을 구현화 해볼까 했지만 그것은 순순하게 살육과 전투를 위한 구현화였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를 더욱 잘 지키며 적을 쓰러트리는데 필요한 구현화였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힌트는 얻었다.
‘생물 형태의 구현화.’
전생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생물 형태의 오러 구현화.
이번에 자신이 구현화 할 것은 그것이었다.
거기다가 많지는 않지만 다른 이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거대했던 어머니의 구현화와 늑대, 크라켄 그리고 멧돼지.
그들의 흐름을 보았고 예시는 충분했다.
‘그렇다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생명체는 무엇이지?’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명체들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지금까지 잡았던 몬스터들 자연 속의 생명체들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넘쳐났다.
하지만 그중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자신이 가장 잘 상상할 수 있는 독보적인 생명체는 오직 하나였다.
그것을 떠올리자 자신의 안에 오러가 강하게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그거밖에 없어.’
일렁거리는 오러에 호응하듯 아스토리안은 마음을 정했다.
그 직후 감고 있던 두 눈을 떴다.
우웅!
“음?”
마하트는 갑작스럽게 느껴진 오러와 커다란 울림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오러는 아스토리안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오러의 정체를 바로 눈치챘다.
“설마 구현화를 완성한 건가?”
구현화를 완성하면 일어나는 특유의 오러의 울림.
몇 번이고 본적이 있었기에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울림이 상당히 크군. 내가 봤던 그 누구보다 말이야. 음? 잠깐만. 아스토리안은 이미 소드 마스터의 경지. 그렇다면 지금 이건…….”
소드 마스터의 경지가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이 대륙에 또 한 명의 그랜드 마스터가 나타난 것이다.
“…하하하! 그랜드 마스터의 탄생을 직관한 목격자라니 역시 오래 살아남고 봐야 한다니까.”
마하트는 육체가 남아 있을 때에도 해보지 못한 경험에 웃음이 나왔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에 기쁨이 넘쳤다.
“후우.”
잠시 후 울림은 사라졌고 아스토리안은 한숨을 내쉬며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태연하게 일어섰다.
“잘 가게 소드 마스터. 그리고 어서 오게 그랜드 마스터!”
“왜 그렇게 신이 난 거야? …아니 그렇군. 다시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왔어.”
다시 한번 같은 경지에 도달했다.
아직 전생의 실력에 미치지는 못하였지만 대륙에 최강이라고 불리는 반열에 들어온 것이다.
실감이 나지 않아 아직은 묘한 기분일 뿐이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중얼거리나?”
“별거 아니야. 그보다 아직 연습해야 돼. 이제 구현화의 형태가 잡힌 거라서 연습이 필요해.”
“그럼 그럼 필요하지. 빨리 보여주게나. 그랜드 마스터의 구현화가 어떤지 아주 궁금하네.”
마하트는 굉장히 신이 난 상태였다.
그랜드 마스터의 탄생을 직관한 것에 기분이 고양되어 아스토리안이 하는 행동을 뭐든 보고 싶어 했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여? 부담스럽게.”
“신경 쓰지 말고 빨리 뭐든…….”
우웅!
그때 영의 경계,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저 왔습니다 스승님! 그리고 안녕하세요 마하트님.”
아스토리안의 제자가 된 슬레비나였다.
그녀는 아스토리안에게서 그림자의 힘을 나누어 받은 덕분에 이곳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평소에는 루치아의 밑에서 일을 하고 수련을 할 때 이런 식으로 들어왔다.
“…그래 어서 와.”
“하필 이런 타이밍에… 오늘 구현화는 못 보겠군.”
슬레비나의 나이는 18살로 아스토리안 보다 3살 많았다.
하지만 제자가 되었기에 반말을 할 수 없다며 그녀는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는 가르치기 편하게 반말을 해달라고 했다.
처음에 거절하였지만 완고한 그녀의 태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어색한 기분을 느끼며 아스토리안은 반말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수련 잘하고 있으셨나요?”
“뭐… 그렇지.”
“하하. 다행이네요. 아 그보다 루치아님이 전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루치아가? 무슨 이야기를?”
다음 간부의 습격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그렇기에 루치아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게 말이죠. 좀 예상외의 이야기예요.”
“무슨 일이길래…….”
“루치아님이 라비린스의 마지막 간부를 잡아서 데리고 있다고 했어요.”
“…뭐?”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였다.
마지막 간부를 지키고 있을 임페리얼 나이츠들을 쓰러트리기 위해 구현화를 만들어내고 수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 목표인 간부가 간단히 잡혔다는 소식은 자신의 얼이 나가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것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잡았다고 했어?”
“그냥 그 간부가 자신들의 영역 근처에서 마침 서성이고 있었다고 했어요.”
“…….”
슬레비나의 이야기를 듣고 가능성을 생각해보았다.
먼저 간부인 척하는 사람을 잡았을 가능성.
‘…정보길드가 그런 실수를 할 일은 거의 없지. 그것도 원수로 있는 조직의 간부를 말이야.’
이어서 생각한 것은 간부가 일부러 함정을 파서 잡혔을 가능성.
‘루치아가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잡았을 일은 없겠지. …역시 모르겠네.’
예상외의 상황에 그 이유를 계속 생각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머리로는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옆에 있는 마하트에 눈이 갔다.
경험 많은 그라면 어쩌면 이유를 예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