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91)
◈ 091화
“죽어.”
“아, 아아아아!!!”
죽음을 눈앞에 있다는 것을 느끼자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지나갔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강렬하게 든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그러자 입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살려주세요. 죽기 싫어요!”
멈칫!
살기를 뿜으며 검을 휘두르려던 시늉을 하던 아스토리안은 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살려주세요! 제발요. 저 죽기 싫어요. 아직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단 말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 콧물, 침을 흘리고 심지어 소변까지 지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공포에 굴복을 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
설마 이렇게까지 겁을 먹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아스토리안은 살짝 당혹스러웠다.
적들의 앞에서도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강단이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최대한 말해 드릴게요…….”
[호오. 저게 연기라면 내가 본 것 중 가장 완벽하게 추한 연기를 보고 있는 것이겠군.]“시끄러워 조용히 해. …루치아.”
“아, 네.”
“나 잠깐 올라갔다 올 테니까…….”
아스토리안은 이야기를 하며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우니아를 바라보았다.
“말 안 해도 알겠어요. 대충… 예 이따가 불러드릴게요.”
“…고마워.”
이런 상태로는 심문을 이어 갈 수 없었다.
잠시 멈춰야 했다.
그렇게 아스토리안은 당혹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지하실을 떠났다.
* * *
“저는 그저 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평범한 매춘부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알파르치가 제가 일하는 유곽을 차지했어요.”
아스토리안에게서 죽음의 공포를 느낀 그녀는 전과 달리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리고 오래 일하고 외모가 눈에 띄었던 저는 가게의 관리자로 임명이 되었죠. 그 후에는 시키는 대로 전임자가 하던 정보조직 일을 하면서 돈을 만지고 욕심이 생겼고 점점 알파르치가 명령하는 범죄에 죄의식 없이 관여했죠.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간부가 되어 있었고요.”
죽음에 앞에 섰던 그녀는 상당히 얌전한 상태였다.
아스토리안이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죽음이라는 것을 느끼고 상당히 얼이 나간 상태였다.
“…….”
아스토리안은 그녀가 이야기하는 것을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아까 전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후련해진 것과 동시에 말할 때 조금의 감정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단은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전제하에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그놈 계획이랑 조력자는 누군데?”
“…죄송해요. 그건 제 부탁을 들어주시지 않는다면 이야기할 수 없어요.”
“…….”
순간 짜증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공포가 조금 약했던 듯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오른편에 두었던 검을 향해 슬쩍 손이 나갔다.
“잠시만요.”
그때 루치아가 손을 뻗으며 그것을 만류했다.
“제가 잠시 이야기를 해볼게요.”
루치아의 태도는 당혹스러웠던 아까의 표정과는 달랐다.
무언가 생각이 있는 듯이 보였다.
그렇기에 그녀가 무엇을 할지 지켜보기로 했다.
“물어볼게요. 당신이 알고 있다는 그 계획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알고 있는지랑 부탁을 들어줄 정도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말이에요.”
“…구체적은 아니지만 큰 윤곽은 알고 있어. 그리고 만약 그 계획을 듣게 된다면 알파르치 그 인간을 향해 욕을 하면서 그런 계획을 세운 것이냐며 화를 낼 거야.”
“…알겠어요. 그럼 그 부탁이 뭔지 이야기해봐요.”
루치아는 일단 부탁을 들어보기로 판단했다.
그녀는 정보 길드의 보스이다.
그렇기에 본인도 모르던 정보를 알고 있던 그녀에게 처음에 짜증이 났었다.
하지만 괜찮은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라비린스의 간부였다면 크든 작든 알파르치에게 불리한 정보는 반드시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알파르치를 죽일 수 있는 확률을 올리고 자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보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쪽 피눈물 가면도 동의하시는 건가요?”
‘피눈물…….’
별명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루치아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기 위해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야기할게요. 내 부탁은…….”
우니아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홍등가에 있는 자신과 경쟁하는 다른 유곽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유곽들과 그곳을 관리하는 조직들이 있었다.
우니아는 그 조직을 처리해 주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은 라비린스에 버림을 받았다.
그것은 자신이 있는 유곽도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늦든 빠르든 이것은 곧 알려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여러 조직들이 자신의 유곽을 노리게 될 것이다.
그녀의 목적은 자신이 있는 유곽의 안전이었다.
“…….”
아스토리안은 이야기를 들었고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귀찮아.’
얼마나 대단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도에서 유곽을 관리하는 조직이라면 작은 조직은 아닐 것이다.
못해도 마스터급 강자가 한 명은 있을 확률이 높았다.
‘루치아는 어떻게 생각하지?’
아스토리안은 고개를 돌려 루치아를 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진지해 보였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내가 생각한 게 있는데 이건 어때요?”
“어떤 생각?”
“당신이 있는 유곽이 제 조직으로 하부조직이 되는 거죠.”
“하부조직?”
루치아는 자신의 조직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의 조직은 정보는 잘 모으지만 인원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조직원들은 언제나 피로가 최고 상태였다.
하지만 또 다른 정보조직이 자신들과 함께한다면 부담이 줄어들고 양질의 정보들을 더욱 잘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참을 수 있었다.
자신이 원망하는 인간이 만든 조직에 있는 인간을 부하로 삼는 것도 말이다.
“…….”
당황하던 우니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이내 입을 열었다.
“알파르치를 죽인 다음이라면 충분히 그럴 의향은 가지고 있어.”
가게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는 확실히 강한 뒷배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강한 전력을 가진 조직이 제일 안전 할 것이다.
눈앞의 가면을 쓴 남성이라면 충분할 것이었다.
‘배신자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기까지 생각을 한 건가?’
우니아의 시선을 받고 있는 아스토리안은 루치아의 제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뭘 믿고?’
그리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까와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그렇다고 진실과 거짓을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제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겠어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대답을 들은 루치아는 아스토리안은 데리고 잠시 우니아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뭘 믿고 그런 제안을 한 거야?”
“저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걸 어떻게 알아?”
“저는 엘프예요 아스토리안 씨. 그리고 그 엘프 중에서 청각이 좀 더 뛰어난 편인 다크엘프요.”
엘프라는 종족은 후각과 청각이 뛰어나지만 다크엘프는 그들보다 더 뛰어난 청각을 가졌다.
그들은 원한다면 심장소리까지 듣는 것도 가능했다.
“심장박동을 듣고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듣고 있었어요. 기억하세요? 제가 아스토리안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쉽게 믿었던 거.”
“…확실히.”
루치아의 이야기대로 기억을 해보았다.
그때 그녀는 자신의 대답을 듣고 잠시 무언가를 듣는 듯하고는 일정하다고 중얼거렸었다.
‘그때도 심장 박동소리를 듣고 있었던 건가?’
[다크엘프의 청각이 일반적인 엘프보다 뛰어난 것은 아는 사람은 아는 정보지.]“…….”
마하트까지 루치아의 이야기를 보증해주었다.
탐탁지는 않지만 우니아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믿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계획의 실행은 내가 하는 건가?”
“네 그렇게 되겠죠. …알아요 굉장히 귀찮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 알파르치를 죽이는 일과는 크게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들의 계획이 쉬워질 수 있다면요? 저희들의 피해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올릴 수 있다면요? 저는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
“물론 아스토리안 씨가 하지 않으시겠다면 계획은 저희들끼리만 하는 걸로 할게요. 아니면 저 여자를 죽이고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있어요. 그렇기에 할지 안 할지에 대한 선택은 당신에게 맡길게요.”
“내가 선택 하는 건가…….”
루치아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았다.
귀찮음을 무릎 쓰고 알파르치를 안전하게 죽일 가능성을 늘리는 것인가.
혹은 무시하고 그녀를 죽이고 본격적으로 알파르치를 죽일 계획을 만드느냐였다.
‘하아.’
사실 루치아가 우니아의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판명한 순간부터 자신이 할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계획이라도 있는지 물어보자고.”
필요한 것은 모두 사용한다.
그것이 자신의 다짐이었다.
“좋아요.”
그렇게 루치아와 아스토리안은 다시 우니아의 앞으로 이동했다.
“계획 같은 건 있나? 너의 부탁에.”
“…! 이, 있어요.”
아스토리안의 질문을 들은 우니아의 표정은 누가 봐도 밝아진 상태였다.
“실은 홍등가에 가게를 가진 보스들과 주기적으로 회담을 가졌어요. 그리고 그곳에는 보스 대리로 언제나 제가 갔고요. 그리고 그 회담이 바로 이틀 뒤예요.”
“네 계획은 설마…….”
“네 맞아요. 제 호위로 같이 그곳에 가주세요. 그리고 그곳에 있는 보스들을 전부 죽여주세요.”
“죽일 생각은 없어. 재기 불능으로 만드는 거라면 몰라도.”
“아. 이, 일단 그 정도도 괜찮아요.”
잠입 같은 귀찮은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좋아. 너의 안전을 보장하고 부탁을 들어주도록 하겠어.”
“……!”
“하지만 만약 네가 가지고 있는 정보들이 별 의미 없는 것이라면…….”
“그, 그럴 일은 없어요. 그건 장담할 수 있어요!”
“…그래.”
어찌 됐든 우니아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준비를 해둬야 했다.
“난 가볼게 루치아. 어떻게 할지 정해지면 슬레비나를 통해서 연락해.”
“벌써 가시게요?”
“여기 있는 여자의 부탁을 끝내면 이제 알파르치를 죽여야 해.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인간이야. 준비는 철저히 해둬야 해.”
“…그렇죠. 알겠어요. 그럼 내일 안에 정해서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그래.”
그렇게 아스토리안은 루치아의 아지트를 떠나 학교로 되돌아갔다.
* * *
고급스러운 방 안.
그곳에 알파르치가 서 있었다.
“…….”
그리고 그의 뒤로는 후드를 쓴 두 명의 존재가 한쪽 무릎을 꿇고 명령을 기다리듯 가만히 있었다.
“냄새는 잘 기억하고 있나?”
“예.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죠.”
후드를 쓴 존재 중 덩치가 더 큰 쪽이 대답했다.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하던 알파르치는 고개를 돌려 두 존재를 바라보았다.
“움직여라.”
““예!””
대답소리가 들린 직후 후드를 쓴 두 존재는 방안에서 사라졌다.
“…….”
그것을 본 알파르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퇴폐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거리였다.
“역시 근본 없는 데미안 왕국의 인간답게 바로 적에게 향했군. 생각대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