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92)
◈ 092화
이틀 후인 금요일 밤.
아스토리안은 영의 경계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옷은 평소와 같은 피눈물이 흐르는 가면과 후드였다.
자신이 검은 달 소속이라는 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은 미네르바한테 알리지 않아도 상관없겠지.’
아스토리안은 이번에 하는 일에 대해 미네르바에게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제국의 기사와 싸우는 일도 아니었고 질 나쁜 조직의 보스를 쓰러트리는 것뿐이었다.
이런 자잘한 일까지 미네르바에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사실은 혹시나 미네르바가 또다시 용의 힘을 사용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미네르바의 용의 힘은 강하지만 사용하게 된다면 스스로의 감정을 아직 잘 조절하진 못했다.
적들과 싸우는 상황에서 그것은 약점을 만들 수 있기에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이번 일 끝내고 알파르치를 죽일 계획을 루치아랑 세우면서 미네르바에게 그림자의 힘을 나누어 주어야겠어. 그럼 생각은 일단 여기까지 하고…….’
지금은 일단 하기로 한 일에 집중하기로 하며 아스토리안은 옷을 전부 착용했다.
‘가볼까.’
그렇게 뒤에서 손을 흔들어 주는 마하트를 뒤로 하고 아스토리안은 바닥으로 빠지듯이 그대로 쑥하고 들어가 버렸다.
우웅!
아스토리안은 마치 검은 바다속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앞을 향해 쭉 날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고급스러운 방이 있는 책상 근처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왔다.
영로였다.
순간이동과 다른 점이라면 공간에서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와 그림자를 통로처럼 이용해 엄청나게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순간이동보다는 느리지만 마나라는 제약이 없기 때문에 체력과 정신력만 된다면 연속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후우.”
아스토리안이 튀어나온 곳 그곳은 우니아가 관리하는 유곽.
메이프리라는 이름의 유곽이었다.
‘저기 있군.’
주변을 둘러본 그는 이내 우니아를 발견하고 그대로 앞으로 다가갔다.
“잡아야 하는 녀석들은 어떻게 됐지?”
딱히 친하게 지낼 사이도 아니고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인사는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에 괜한 친근감은 필요 없었다.
“아. 오, 오셨네요. 바로 알려드릴게요.”
우니아는 아스토리안에게서 살기를 느꼈던 일이 살짝 떠올랐다.
덕분에 그녀는 살짝 움찔거리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회의에 오는 사람은 3개 조직의 보스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호위로는 소드 마스터인 중급 오러 유저 한 명과 상급 오러 유저 한 명씩이 있다고 했다.
‘…딱히 문제없겠어.’
오러 마스터에 도달한 사람은 없었고 적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전혀 어려울 일이 없었다.
“그럼 시간이 다 됐으니 출발하지.”
“아니요. 조금 늦게 출발하시죠.”
“어째서?”
“마지막에 도착해서 예상하지 못한 큰 임팩트를 주면 충분한 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게 더 상대를 쓰러트리는데 좋겠죠?”
“…….”
아스토리안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은 큰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일단 그녀의 이야기대로 천천히 움직이기로 했다.
‘거리가 묘하게 밝네.’
아스토리안은 잠시 기다리며 창문에 팔을 기대고 밖을 바라보았다.
여러 연령대의 남녀들이 기분이 좋은 듯한 모습으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홍등가를 살면서 처음 보지만 환락의 거리가 어떤 느낌인지는 알았다.
퇴폐적인 느낌의 여러 욕망들이 넘치는 거리.
딱히 자신하고는 맞는 느낌이 아니었다.
‘…뭐야 저놈들은.’
그리고 어느 순간 단련한 티가 나는 사람 몇 명이 일정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라면 이상할 것이 없는 모습이겠지만 그들은 확실하게 자신이 있는 이곳 메이프리를 힐끔거리며 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나오는 것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일단 검은 달의 조직원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렇게 사람들 눈에 보이는 곳에서 대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니아나 혹은 이 가게의 누군가를 노리는 적일 확률이 높았다.
아니면 우니아가 자신을 배신하고 배치한 인간일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현재 계획은 다른 조직의 보스들을 만나 호위를 쓰러트리고 그들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물론 문제는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없다면 다른 이에게 시키면 됐다.
아스토리안은 자신의 귀를 향해 두 손가락을 올렸다.
“슬레비나 들려?”
—네 스승님 들립니다!
지금 아스토리안이 하고 있는 것은 그림자를 나누어 준 존재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술인 일명 영통(影通)이라는 기술이었다.
도시 두 개가 넘는 거리까지 사용 가능한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똑같이 귀 뒤의 그림자에서 목소리가 들려 온다.
“루치아에게 지금 메이프리를 감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스승님.
이거면 됐다.
곧 루치아가 사람을 써서 저들의 정체를 알아낼 것이다.
—딸랑!
“음? 슬레비나?”
잠시 서서 기다리던 그때 알 수 없는 종소리가 슬레비나가 있는 곳에서 들렸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저기 이제 출발하시죠, 피눈물 가면 씨.”
그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한 우니아가 다가와 있었다.
“…그래.”
방금 들린 종소리 같은 것이 신경이 쓰였지만 일이 있다면 다시 자신에게 연락을 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뒷문이 있나?”
“네 있어요. 뒷문으로 나가시기를 원하세요?”
“그래.”
“알겠어요. 그럼 그쪽으로 나가시죠.”
그렇게 두 사람은 뒷문을 통해 건물을 나갔고 얼마 후 회의가 이루어지는 장소의 앞에 도착했다.
그 장소는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여관이었다.
“여관 자체를 빌려서 오늘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이랑 호위 그리고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여관 주인이랑 경비 몇 명 말고는 없어요.”
“…알겠어. 그럼 들어가지.”
자신들을 따라오는 미행이 없는 것은 확인했다.
일단 어느 정도 안심하고 우니아와 함께 여관의 안으로 들어갔다.
“…어? 뭔가 이상한데요?”
“뭐가 말이지?”
“여관 주인이랑 경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여관 안으로 들어온 순간 원래 있어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에 우니아는 의아함을 느꼈다.
“확실히 이상…! 이 냄새는?”
이 장소에서 벌써 나서는 안 될 냄새가 났다.
바로 근처에 있는 문 안에서 말이다.
아스토리안은 빠르게 그 문 앞으로 다가가 그대로 발로 차 문을 열었다.
쾅!
“……!”
“꺄, 꺄악!”
문 안에 펼쳐진 광경.
그것은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사람들과 그들을 죽인 것으로 보이는 도끼를 들고 있는 존재였다.
아스토리안이 맡았던 냄새.
그것은 짙은 피냄새였다.
“하하하! 최고의 타이밍이다.”
사람들을 죽인 존재는 나타난 두 사람을 보고는 크게 웃었다.
촤악!
아스토리안은 그 모습을 보고는 빠르게 검을 뽑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왜 저 존재가 사람들을 죽였는지 또 누구인지 어째서 지금인지 등등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때 그 존재는 들고 있던 피 묻은 도끼를 그대로 자신의 복부를 향해 휘둘렀다.
푸욱!
““……!””
아스토리안과 우니아는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에 놀라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털썩
그렇게 도끼를 자신의 복부에 휘두른 존재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자, 잠깐 이 사람들은?”
정신을 차린 아스토리안이 도끼를 휘두른 존재를 향해 다가가려는 그때 우니아가 죽은 사람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이, 이 사람들 오늘 회의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에요.”
“여기 있는 시체들이?”
순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에 쇄기를 박듯이 커다란 발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철그럭! 철그럭!
“움직이지 마라!”
여관의 안으로 수많은 갑옷을 입은 이들이 들어왔다.
왕국의 병사들과 기사들이었다.
그들은 들고 있던 검과 창을 아스토리안과 우니아를 향해 겨누었다.
“움직이지마라 너희들을 살인 용인자로 체포하겠다!”
죽어 있는 사람들,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던 존재, 그리고 타이밍 좋게 나타난 기사와 병사들.
바보라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말이다.
‘제기랄.’
슬쩍 우니아를 흘겨보았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보아 그녀가 만든 함정은 아닌 듯 보였다.
‘일단은 빨리 도망을 쳐야 해.’
이대로 포위당한다면 너무나도 불리해질 것이 뻔했다.
눈앞의 이들을 돌파해 빨리 도망을 쳐야 했다.
—스, 스승님!
그때 슬레비나의 목소리가 귀를 통해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쿨럭! 큰일이에요! 루치아님이 임페리얼 나이츠에게 습격당하셨어요!
* * *
“유곽 앞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알겠어. 얘들 보내서 바로 알아봐야겠네.”
우니아를 잡아 놨었던 루치아의 아지트 안.
그곳에서 루치아는 슬레비나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어디 보자 근처에 있는 얘들이…….”
“다녀왔습니다 보스.”
“아 어서와, 베르니.”
그때 루치아의 근처 그림자에서 후드를 쓴 조직원 중 한 명인 베르니가 나타났다.
라사딘에게 상처를 입었던 그녀가 회복을 마치고 복귀를 한 것이다.
“몸은 괜찮아?”
“네 괜찮아요 보스. …킁킁…보스? 특이한 향수 같은 거 뿌리셨어요?”
“어? 아니 왜?”
“보스랑 저기 근처에서 특이한 냄새가 나서요.”
“냄새?”
루치아는 베르니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그곳은 우니아를 잡아두었던 철창이 있던 지하실의 입구였다.
“설마…….”
순간 머릿속으로 불길한 상상이 스쳐갔다.
“슬레비나 양! 특이한 냄새 같은 거나요?”
“아, 아뇨?”
인간인 슬레비나와 엘프인 자신도 맡지 못한 냄새.
무언가 잘못됐다.
베르니의 특이한 상태를 생각한다면 분명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슬레비나 씨 당장 아스토리안 씨에게 연락하세요.”
“아, 알겠…….”
딸랑!
그리고 그때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소리? 설마…….”
“보, 보스! 큰일이에요!”
그때 조직원 중 한 명이 루치아를 향해 다가왔다.
“그림자의 힘이 사용되지 않아요.”
“뭐, 뭐라고?!”
놀란 루치아는 빠르게 그림자의 힘을 사용해 보았다.
정말이었다.
자신이 원하던 대로 움직이던 그림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설마 그자인 건가? 하지만 어떻게?”
그렇다면 방금 종소리가 지금 이 상황의 원인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종소리를 울린 존재가 자신이 아티팩트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전부! 지금 당장 비상 탈출구를 이용해서 탈출해!”
“그렇지만 보스는…….”
“나는 텔레포트를 사용할 거야! 당장 움직여!”
““아, 알겠습니다 보스!””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조직원들을 보고 루치아는 슬레비나의 앞으로 다가갔다.
“슬레비나 양 준비되는 대로 바로 아스토리안 씨 근처로 함께 텔레포트 할게요.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끌어주세요.”
“아, 네 알겠어요.”
탈출구는 그렇게 넓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 누군가가 이곳으로 오는 존재를 막아 시간을 끌어줘야 했다.
텔레포트로 도망이 가능한 자신이 가장 적격이었다.
하지만 자신 혼자서는 무리일 것이 뻔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만 했다.
“베르니 같이 부탁할게. 만약 이 종소리의 주인이 내 생각이 맞다면… 아마 네가 가장 원망하는 원수일 거야.”
“그자군요… 알겠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도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게요.”
그렇게 루치아의 말이 끝나자 슬레비나와 베르니는 검을 뽑았다.
쿵! 쿵!
그때 커다란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들이 있는 지하의 계단을 사용해 누군가가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