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98)
◈ 098화
무언가 이상했다.
주변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하지만 그것은 시작이었다.
마나의 감각, 방향 감각, 촉각, 후각, 청각, 그리고 결국 시각까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아 제기랄. 방심했네.”
바이올리카 티말라.
그녀의 고유 마법 제로존.
효과는 간단했다.
모든 감각을 0으로 만드는 즉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공간을 생성하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으며 자신이 서 있는지 앉아 있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고유 마법의 단점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 공간 안에 넣으려고 하는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소비되는 마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강한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은 고유 마법.
그렇다면 티말라는 어째서 이런 마법을 고유 마법으로 만들어 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는 고유 마법과 동시에 마법을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잡았다 망할X아.”
고유 마법은 수많은 마법이 합쳐졌기에 사용한다면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합쳐진 마법의 숫자가 줄어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티말라는 자신만의 고유 마법을 만들어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위력이나 효율은 다른 고유 마법들보다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고유 마법을 사용하면서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만들어낸 것이 제로존이라는 고유 마법이었다.
“후우, 시간 없어.”
제로존에 아르시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시간은 약 8초 정도이다.
아무리 마나를 많이 모았다고 하지만 육성장군인 아르시를 길게 잡아두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시간 안에 생각했던 것을 끝내야만 했다.
“베이스룸!”
2위계 마법 베이스룸.
효과는 마나로 이루어진 얇은 공간을 만드는 마법이었다.
그녀가 이 마법을 사용한 이유는 이 공간째로 그녀를 이곳에서 사라지게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클라라! 이번에는 그냥 갈게! 어차피 곧 보게 될 테니까! 여기 왕국에서 일 터지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될 거야! 다음에는 아티팩트 들고 제대로 붙어보자고!”
그녀는 분명 자신의 주변에 마법이 사용된 것을 모르고 있다.
하지만 고유 마법에 걸린 순간 더 이상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물론 더 싸우고 싶었지만 지금 걸린 이 마법에서 벗어날 방법을 당장 알아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깔끔하게 포기한 것이다.
무엇보다 누군가가 참견한 상태에서 샤넬과 더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너도 나중에 보자고 얼굴이랑 마나들 전부. 기억했어.”
“사라져. 텔레포트.”
우웅!
직후 베이스룸 안의 아르시는 티말라의 텔레포트에 의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대륙 최강자들의 싸움치고는 살짝 허무한 결말이었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목숨을 건 사투가 아니었기에 이런 결말이 나왔다고 볼 수도 있었다.
“후우. 진짜 괴물 같은 여자 같으니라고. 다른 마스터의 경지의 인간은 20초 정도는 잡아두는 고유 마법인데 10초도 못 버티다니…….”
“어디로 보냈어?”
“국경. 마나가 부족해서 제국까지 보내지는 못했어.”
마음 같아서는 제국의 마굴이라 불리는 바란숲까지 보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미 고유 마법으로 너무 많은 마나를 사용해 실패했다.
다시 이곳을 향해 그녀가 텔레포트를 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것은 문제없었다.
데미안 왕국 영토 전체에는 물리적 기능이 없는 어느 결계가 쳐져 있었다.
그 결계의 기능은 바로 공간 이동이나 아티팩트로 왕국 밖에서 누군가 들어오는지 감시하는 결계였다.
몇십 년 전 멀린의 칭호를 받은 어느 아크 메이지의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국경이면 들어올 걱정 없겠네. 그런데 거기는 그 검술 강하기로 유명한 그 여자가 있는 곳 아닌가?”
“맞아. 베오울프 아논 나리에님이 있는 곳이지. 아마 도망치려면 그 여자도 고생 좀 할 거야.”
“하아. 그나저나 진짜 미XX 하나 때문에 무슨 고생이야.”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지?”
티말라의 질문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 일의 뒤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제국이 다시 움직인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제국은 이제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어.”
하지만 무엇보다 샤넬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제국이 알게 될 것이다.
그것도 그녀의 가족들의 위치도 함께 말이다.
강함을 추구하며 샤넬에게 빚이 있는 그들로써 이 정보는 아주 군침이 도는 정보일 것이다.
“거기다가 미네르바와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고.”
생각할 일들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지금 샤넬은 그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다.
“남편이랑 이야기해야지. 그것보다 해야 될 일이 생겼어.”
“뭐?”
몸을 한번 털어준 샤넬은 고개를 돌려 티말라를 바라보았다.
“수도에 가야겠어.”
“수도라고? 방금 그 여자가 한 이야기 때문에? 거짓말일 수도 있을 텐데?”
“그X이 거짓말을 하는 년은 아니야. 무엇보다 그곳에 내 아들이랑 그 친구들이 있는데 그냥 놔둘 수 없어.”
제국이 수도에서 무언가를 할 것이 분명했다.
어머니로서 아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만약 진짜면… 여기서 받은 스트레스를 거기다가 전부 풀어 줘야겠어.”
* * *
“흐음! 햇살 따뜻하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서 씻은 뒤 잠시 기분전환 겸 산책을 나온 미네르바는 학교를 걷고 있었다.
[기분 좋아 보여 다행이네. 그나저나 미네르바 어떻게 할지 생각했어?>“…아직 고민 중이야 바론.”
미네르바는 어떤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것은 지금 머리 위에 떠 있는 바론이 이야기했던 불온한 기운 때문이었다.
‘불온한 기운이 뭔지 미리 알아내 대비하던가 아님 수도를 떠나던가…….’
요정들은 보통의 생명체보다 상위 생명체이다.
그런 이들이 불온한 기운을 느꼈다는 것은 보통 좋지 못한 일이 아닐 것이다.
바론이 들어준 예로는 도시가 불타거나 몬스터의 습격이 일어나거나 혹은 높은 위치의 인간이 암살당하는 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위험한 일이기는 하지만 내 목숨이 위험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어.’
물론 본인이라면 그 정도 일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요정들의 입장에서는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무언가 행동을 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둘은 자신에게 어떠한 위협도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미네르바는 이런 곳에서 죽을 운명이 아니니까 안전할 건 당연해. 하지만 다칠 수도 있잖아? 나 그런 건 싫어.>“오톤…….”
둘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미안했다.
고민은 하고 있지만 마음은 당연하게도 수도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친구들이 이곳에 있고 아스토리안이 바로 옆에 있었다.
그들을 두고 떠난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일단 조금만 더 생각…….”
“미네르바!”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고 요정들은 모습을 감추었다.
“제니온?”
미네르바를 부른 사람의 정체는 뛰어오는 제니온이었다.
“아스토 봤어?”
“어… 아니. 못 봤어.”
갑작스럽게 인사도 없이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제니온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무언가 불길했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아스토가 없었어!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뭔가 이상해!”
“아스토가 말도 없이 사라졌다고?”
자신들이 아는 아스토리안은 절대로 아침에 인사도 없이 어딘가로 사라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어딘가로 간다면 메모라도 남겨두는 성격이었다.
그런 그가 어떤 것도 남기지 않고 없다는 것은 무슨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깜빡하고 남겨놓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라 나 너무 불안해!”
“…일단 학교에서 찾아보자 제니온. 너는 연습장으로 가봐 나는 반대 방향에서 찾아볼게.”
“응! 알겠어!”
그렇게 두 사람은 갈라져 학교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스토리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스토가 없다니 뭔가 이상한데?> [그러게 오톤. …설마 내가 느꼈던 불온한 기운과 관련이 있는 건…….>“바론 조용히 해.”
불길한 소리에 기분이 나빠진 미네르바는 살짝 정색하며 이야기했다.
[미, 미안해 미네르바.>“나 잠깐 생각 좀 해볼게.”
아스토리안이 없다.
말도 없이 어딘가로 갔다.
하지만 학교에 없다.
‘그렇다면 밖으로 나갔나?’
하지만 아직 교문이 열릴 시간이 아니었다.
몰래 나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잠깐만…….’
몰래 나갔다는 가능성에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밤에 몰래 나가 아직까지 들어오지 못한 거라면?”
[가능성 있어!>“…나 가봐야겠어.”
학교가 아닌 검은 달의 아지트에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일단 학교에서 찾는 건 제니온에게 맡기면 됐다.
“제니온한테는 갔다 와서 이야기해도 늦지 않으니까…….”
바론이 했던 이야기 때문에 괜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초조한 기분을 억누르며 사람이 없는 장소로 이동했다.
“후우.”
숨을 한번 크게 내쉰 그녀는 잠시 집중하고 하고 이내 마법을 사용했다.
“텔레포트.”
우웅!
텔레포트를 한 미네르바가 도착한 곳은 전에 왔던 루치아의 아지트가 있는 장소의 하늘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먼저 머리를 붉게 만들었다.
그리고 물건을 넣어놓을 수 있는 아공간 마법을 발동해 전에 넣어 두었던 가면과 후드를 꺼내 착용했다.
“텔레포트”
우웅!
다시 한번 텔레포트를 사용한 미네르바는 이번에는 아지트의 안으로 직접 텔레포트 했다.
“누구…….”
“루치아 씨랑 피눈물이 있는 가면을 쓴 사람 여기 있나요?”
“아 당신은…….”
그곳에서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던 조직원은 루치아를 알아보고 다가갔다.
“여기에는 없습니다. 다른 아지트에 있는데 그게 상황이…….”
“빨리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우선 아스토리안이 아지트에 있다는 이야기에 내심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눈앞의 조직원은 어째서인지 뒷말을 끌어 괜한 불안감을 만들었다.
“가면 쓰신 분이 독에 중독돼서 치료를…….”
“당장 어디에 있는지 말해요!”
* * *
쿨럭!
기침이 나왔다.
그것도 일정 시간마다 쉬지도 않고 계속.
“제기랄.”
“괜찮아요 아스토리안 씨?”
“안 괜찮아.”
전신은 계속 아팠고 무언가를 집중해서 생각하기 어려웠다.
“본인의 특성을 이용해서 그런 독을 사용하다니 무서운 놈이에요.”
“아아. 그래 알고 있어.”
현재 아스토리안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루치아와 슬레비나가 서 있었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지금 이 상태로 갈 수는 없었다.
일단 조금이라도 상태를 멀쩡하게 만들어야 했다.
“독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낸 게 있어?”
“…죄송해요. 조직원 중에 약이랑 관련된 일을 했던 사람이 알아보고는 있는데 아스토리안 씨가 이야기한 것 말고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요.”
월프가 허리춤에 착용했던 원통형의 물건.
그 안에는 자신을 중독시킨 독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원통형의 물건은 조금씩 독을 공기 중에 노출시켜 주변을 중독시키도록 만드는 물건이었다.
이 독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오러를 사용하니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보고 오러를 사용하면 육체에 고통이 가해지는 것이라는 건 알게 되었다.
“너희들은 괜찮은 건가?”
“네. 저랑 베르니는 괜찮아요. 아무래도 완전히 근처에 있던 것도 아니고 마나랑 오러를 사용한 것도 아니라 괜찮은 것 같아요.”
“그렇군.”
일단은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루치아를 구하는 게 목적이었으니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었다.
튼튼한 육체 덕분인지 독에 중독되어도 견딜만은 했지만 도저히 오러를 사용하고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