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 the talent Explosively RAW novel - Chapter 180
방출되고 재능폭발 180화
“아놀드.”
정우의 부름에 아놀드가 스쿼트를 멈췄다.
“너 혹시 무릎 쪽이 아픈 거야?”
“어? 무릎?”
“응. 스쿼트를 할 때 왼쪽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오른쪽에 더 힘이 실리는 느낌인데?”
“그래?”
아놀드가 어깨에 걸치고 있던 바벨을 내려놓고 자신의 무릎을 살폈다.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딱히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괜찮은 거 같은데?”
“중량을 실었을 때, 다리 쪽에 이상이 있었어. 내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니까 정밀검진을 받아보는 게 어때?”
“정말이야?”
“응. 내가 예전에 코치 생활을 할 때 앉아서 일하던 사람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어. 아무래도 한쪽이 불편하면 다른 쪽에 더 힘을 싣는 경우가 있잖아.”
“음, 분명 그렇지. 그런데 너 코치 생활을 했었어?”
“1년 정도 일반인들을 가르쳤어. 그중에는 선수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코치 생활을 제법 했었지.”
정우의 말에 아놀드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코치란 은퇴한 선수가 한다는 인상이 강한 직업이었다.
현역에서 뛰는 선수라면 굳이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끔 이 녀석이 한국에서 방출되었다가 왔다는 걸 잊어버린다니까.’
워낙 대단한 성적을 올리고 있기에 더욱 잊어버리기 좋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부상이라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최근 투구를 하는 데 불편함까지는 아니지만, 이질적인 부분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게 부상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투구 감각이란 한 번씩 달라질 수 있는 법이었다.
굳이 부상이 아닌데 정밀검진을 받기 싫은 것도 그를 망설이게 만드는 이유였다.
선수는 언제나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부상이 닥치면 그것을 외면하는 일이 잦았다.
미래가 보장된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 다시 차지하기 어려워진다.
가능하다 하더라도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안 돼. 이제야 겨우 필승조까지 올라왔는데.’
일종의 조바심 그리고 불안함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있다 하더라도 부상을 입어 이탈한 사이에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그런 불안감.
그것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기에 정우는 무어라 이야기해 줄까 고민했다.
그때 뒤에서 라이언이 다가왔다.
“이 녀석이 해주는 말은 웬만하면 듣는 게 좋을 거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라이언.”
“나도 이 녀석의 도움으로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거든. 의외로 조언을 정확히 해주는 녀석이야.”
아무래도 같은 불펜투수이니만큼 라이언의 증언은 더 신뢰가 가게 만들었다.
결국 아놀드는 정우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네 말대로 진단을 받아보도록 할게.”
결정을 내린 아놀드가 곧장 움직였다.
만약 정말 부상이라면 지금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급하게 가는 그를 바라보던 라이언이 정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 덕분에 또 한 명의 선수가 구해졌네.”
“그거 너무 오버 아닙니까?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닌데요.”
“네가 그런 거라면 맞을 거야.”
마치 종교에 빠진 사람처럼 라이언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정우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자신의 훈련 준비에 들어갔다.
* * *
며칠 뒤.
아놀드가 검진 결과를 가지고 정우를 찾아왔다.
“네 말대로 오른쪽 무릎 인대가 손상되고 있었어.”
“인대 손상이요? 그 상태에서 공을 던졌다는 겁니까?”
“불편한 건 거의 없었어. 의사도 아직 초기 상태라고 하더군. 대부분 선수가 이 정도 상태에서는 스스로 파악하지 못한다 하더라. 나보고 용케 눈치채고 왔다면서 조금만 늦었다면 인대가 끊어졌을 수도 있대.”
이 단계로 넘어가면 인대파열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재활도 6개월에서 길면 1년까지 받아야 하기에 상당 기간 현역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금은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약물치료와 재활로 회복이 가능한 수준이라 하더군. 병원에서 구단 측으로 데이터도 넘어갔을 테니. 오늘 중으로 단장님과 이야기를 해야겠지.”
“그래도 일찍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네요.”
“다 네 덕분이다. 만약 이대로 훈련이나 실전을 계속 병행했다면 정말 다리가 망가졌을 거야.”
아놀드의 이런 이야기는 주변 선수들에게도 전달되었다.
“이번에 아놀드가 부상으로 로스터에서 빠진다던데?”
“어, 나도 들었어. 그나저나 아놀드까지 빠지면 불펜이 더 불안해지는 거 아니야?”
“그건 단장이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오겠지.”
“하긴, 그나저나 이번에 들리는 이야기론 아놀드의 부상을 먼저 눈치챈 게 한이라고 하던데?”
“한? 걔가 어떻게?”
“들어보니 예전에 방출되고 1년 동안 몸을 만들 때 한국에서 코치로 일했나 보더라고.”
“오~ 그래? 그런데 그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야?”
“아놀드 말로는 한이 이야기를 해준 게 아니라면 몰랐을 거라고 하더라.”
“오호…….”
아놀드의 부상 소식은 팀에게 분명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정우가 그의 부상을 알아차렸다는 것에 다른 선수들이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에 불을 붙이는 이가 나타났으니.
“한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나?”
“응? 아, 라이언. 너도 들었어? 이번에 아놀드 부상 말이야.”
“아, 들었지. 한이 알아낸 부상 말하는 거지?”
“오~ 너도 알고 있었구나?”
“나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한의 조언으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응? 너도 그의 조언을 들었어?”
“정확히는 데이터 팀에 이야기를 전달한 거 같더군. 나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효과가 좋더라고.”
“오오-! 그 정도야?”
“내가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캐치해서 조언을 해주었어.”
“이야…….”
“그 정도면 나도 나중에 한번 이야기를 나눠야겠는데?”
한 명도 아니고 라이언까지 이렇게 말하니 선수들의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 * *
정우는 평소대로 자신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후욱! 후욱!!”
평소대로 웨이트 세트를 진행하고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였다.
“한, 혹시 내 자세 좀 봐줄 수 있을까?”
“응? 자세?”
옆에서 지켜보던 투수 중 한 명이 다가왔다.
그의 이름은 라이더로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콜업이 된 선수였다.
“응. 내가 요새 스쿼트 무게를 조금 올리고 있는데. 평소보다 무게를 올려서 그런가 무릎이 조금 불편하더라고.”
“불편한 정도야?”
“응. 통증은 없는데. 지금 트레이너들이 다들 다른 선수를 봐주고 있어서.”
정우의 시선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메이저리그라 하더라도 인력을 무조건 많이 쓸 수는 없었다.
충분히 여유를 두고 쓰고는 있었지만, 선수들이 한 번에 훈련장에 몰리면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결국 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번 해봐. 내가 봐줄게.”
“오! 고마워!”
정우의 허락이 떨어지자 잭 라이더가 스쿼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평소의 무게를 드는 듯 그리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게를 점점 올리면서 하체가 무너지는 게 보였다.
철커덩!
바벨을 렉에 올린 라이더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호흡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걸 확인한 정우가 그의 문제점을 이야기해주었다.
“무게를 너무 올렸어. 그러니 하체의 가동범위가 좁아지면서 무릎에 부하가 걸리기 시작한 거야.”
“그래?”
“응. 그런데 네 체중을 생각하면 그리 무거운 무게도 아닌 거 같아. 일단 머신을 활용해서 무게를 점차 늘리면서 중량을 높여봐. 그리고 스트레칭도 열심히 해야 해.”
“스트레칭? 물론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게 중량을 높이는 거랑 관련이 있나?”
기초적인 질문이었다.
사실 메이저리거는 물론 여러 프로선수들 중에는 이런 질문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투수는 잘 던지고 타자는 잘 때리는 게 목표다.
근력이 필요한 건 알지만, 그것을 위해 트레이너가 존재하기에 그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다.
즉,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운동을 한다는 소리다.
반면 정우는 달랐다.
자신이 하는 운동이 어디에 효과가 있는지를 분명하게 알고 훈련에 임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역시 이 훈련이 어떤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이 훈련을 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진행했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정우는 동료들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웨이트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헤이, 한. 혹시 네 K슬라이더 말이야.”
이번에는 팀의 3선발 투수인 레이우드가 다가왔다.
“K슬라이더? 스위퍼 말하는 거야?”
“응. 요새 언론이나 팬들은 모두 K슬라이더라고 말하던데?”
“하하, 아무래도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런가 보네. 그래서 그게 왜?”
“혹시 무리가 아니라면 알려줄 수 있나 해서 말이야.”
“평범한 스위퍼와 던지는 방법은 똑같아. 단지 나는 손가락에 힘을 주는 방법이 조금 다르지.”
정우가 옆에 있던 공을 집어 들어 그립을 잡았다.
“봐. 그립 자체는 평범하지?”
“그렇네.”
“여기에서 내가 더 변화의 각을 크게 주고 싶으면 중지에 더 힘을 주어서 실밥을 긁는 편이야. 반면, 변화의 각을 줄이고 싶으면 검지에 힘을 줘서 변화를 억제하는 편이지.”
“오~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거지?”
“응. 그런데 딱히 너한테는 맞는 방법이 아닐걸?”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정우가 닐 레이우드의 투구폼을 흉내 냈다.
“나는 쓰리쿼터에서도 하이 쓰리쿼터에 가깝잖아. 그런데 너는 사이드암이라서 내 방식대로 던지면 공의 좌우가 커지기보다는 상하 움직임에 더 영향이 갈 거야.”
“아, 그런가?”
“한번 직접 해보면 바로 감이 올 거 같은데?”
“그래? 그럼 한번 봐줄래?”
레이우드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인 정우가 마운드에서 비켜섰다.
마운드에 오른 레이우드는 정우의 방법을 자신의 투구폼에 적용시켜 공을 던졌다.
그러자 평소보다 더 위아래로 출렁이면서 날아갔다.
퍽!!
“허……. 진짜 네 말대로 됐는데?”
“응. 그런데 지금 움직임도 나쁘지 않은데?”
“그런가?”
“응. 나는 스위퍼를 싱커와 콤비로 던지기 때문에 좌우 움직임에 더 신경 써야 하거든. 그런데 너는 상하 움직임이 좋은 커브도 가지고 있잖아.”
정우는 레이우드가 가진 장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는 그가 평소에 주변 선수들을 잘 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벤치에 앉아 있을 때도 선수들을 유심히 보면서 그들의 특징들을 잡아냈다.
그러는 이유는 일종의 버릇이었다.
‘1년 동안 아카데미에서 일하면서 든 버릇이 여전히 남아 있나 보네.’
아카데미에서의 경험은 그의 야구 인생을 바꾸었다.
그리고 지금 다른 선수들에게도 그 영향이 가고 있었다.
“그럼 나는 이 스위퍼를 커브와 콤비를 맺으면 되겠네?”
“나도 그게 좋아 보여. 굳이 새로운 구종을 배울 필요는 없지.”
“음, 그럼 이런 식으로 하면 좋을까?”
레이우드가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우는 옆에서 그런 레이우드의 피칭에 어드바이스를 해주면서 보완할 점을 알려주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흠…….”
그는 바로 팀의 투수코치 올리버였다.
두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던 그는 이내 몸을 돌려 어디론가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