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Agent RAW novel - Chapter (300)
리라이프 에이전트-300화(300/301)
300. 네놈이 쌓은 악업의 결과니까 원망할 것 없어.
꽈아아앙!
귀청을 찢는 무시무시한 폭음이 터지며 앞서 달려가던 쉐보레 타호 경호 차량이 거짓말처럼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채 폭죽처럼 박살 났다.
끼이이익.
운전대를 잡은 요원이 급브레이크를 밟자 뒤에 탄 제롬 국장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자칫 넘어지며 앞자리 헤드레스트에 얼굴을 박을 뻔한 제롬 국장이 눈을 치켜올리면서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그러자 조수석에 탄 브래디가 급히 권총을 뽑아 들며 대답했다.
“습격입니다!”
“뭐?!”
고개를 들어 앞을 본 제롬 국장은 장난감처럼 옆으로 뒤집힌 채 불길에 휩싸여 시커먼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는 선두 차량의 모습에 얼굴을 와락 구겼다.
“젠장! 도대체 어떤…….”
말을 채 다 끝내기도 전에 헬리콥터 로터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리더니 요란한 총성과 함께 총탄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두두두두두.
타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티팅! 티티팅!
방탄 차량이라 뚫고 들어오진 않았지만 차체에 총탄이 날아와 박히는 쇳소리가 마치 우박이 쏟아지는 것처럼 고막을 마구 때려대고 여기저기서 불꽃이 튀었다.
“몸을 숙이십시오!”
브래디가 권총을 손에 든 채 황급히 소리쳤다.
제롬 국장은 바로 안전벨트를 풀고 차창 바깥에서 몸이 보이지 않게 상체를 숙였다.
그 와중에도 총탄이 차체를 때리며 공포스럽게 울리는 쇳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빌어먹을!”
퍽! 퍽!
소리를 내며 날아든 총탄에 거미줄처럼 금이 쫙쫙 가는 앞유리창을 보면서 제롬 국장이 이를 갈았다.
“벌건 대낮에 미국 한복판에서 감히 CIA 국장을 습격하다니. 이런 미친놈들!”
도저히 제정신이라곤 볼 수 없는 짓이었다.
그때 제롬 국장의 머릿속에 조금 전, 로버슨 대통령이 통화 중에 했던 말이 스치고 지나갔다.
[키우던 개가 주인을 물면 어떻게 되는지 아나.] [바로 잡아먹힌다네.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 개는 아무 쓸모가 없거든.] [지금 이 순간부터 자넨 해고야.(You’re fired)]노먼 선임고문을 도와 거액의 재선 비자금을 조성한 일을 묻기 위해 그를 죽여 영원히 입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뒤늦게 그걸 깨달은 제롬 국장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제기랄!”
설마 대통령이 이렇게 빨리 손을 쓸 줄은 몰랐다.
너무 방심한 걸 자책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어서 여길 빠져나가야 돼! 빨리 차를 움직여!”
상체를 숙인 채 제롬 국장이 앞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운전석에서 어떻게든 차를 움직이기 위해 애를 쓰던 요원이 핏기가 싹 가진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엔진이 박살 나 버려서 차가 안 움직입니다!”
“뭐야?”
제롬이 앞을 보자 총탄에 맞아 구멍이 숭숭 뚫려 벌집이 되어 버린 보닛에서 새하얀 연기가 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엔진이 저 상태가 됐으니 그가 탄 차는 그냥 튼튼한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때 전담 경호팀장인 브래디가 한쪽 팔을 들어 전방을 가리켰다.
“헬리콥터가 착륙합니다!”
금이 쫙쫙 가 있는 방탄 앞유리창 너머로 온통 검은색으로 도색 된 MH-6 리틀 버드 헬리콥터 한 대가 흙먼지를 사방에 흩날리며 내려앉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제롬 국장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경호원들은 뭘 하는 거야! 당장 저놈들을 막아!”
한편 아스팔트 도로에 발을 디딘 민성과 팀원들은 손에 든 HK416을 어깨에 단단히 견착한 채 빠르게 멈춰선 차량 대열로 접근했다.
“움직이는 건 다 쏴 버려!”
“GO! GO!”
사격 자세를 취한 채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민성과 팀원들 뒤로 MH-6 리틀 버드 헬리콥터가 다시 엔진 출력을 높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타타탕! 타탕! 탕!
피슝! 슝!
커다란 총성이 터지며 섬뜩한 파공음과 함께 상대가 쏜 총탄이 머리 위를 스쳤다.
몸을 낮춘 민성은 그 자리에 선 채 곧바로 총성이 울린 곳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탕!
어깨에 묵직한 충격이 전해지며 옆으로 비스듬히 멈춰선 경호 차량 보닛 뒤에 있던 적 두 명이 황급히 몸을 숨겼다.
연이어 발사된 총탄에 경호 차량 앞 타이어가 터져 폭삭 주저앉았다.
응사하려고 상체를 들던 적 둘이 쏟아진 총탄에 맞아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그새 30발짜리 탄창이 모두 비어 노리쇠가 철컥하는 쇳소리를 내면서 허공을 때렸다.
자세를 유지한 채 민성이 방아쇠울 앞에 있는 멈치를 누르자 빈 탄창이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고는 능숙하게 파우치에서 새 탄창을 꺼내 갈아 끼웠다.
그때 거꾸로 뒤집힌 채 불에 타고 있는 쉐보레 타호에서 뿜어져 나온 시커먼 연기에 가려 보이지 않던 적이 갑자기 나타나 그를 노리고 총구를 겨눴다.
위기의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맞아 적이 피를 뿌리며 풀썩 쓰러졌다.
[조심해요. 대장!]고개를 든 민성은 크게 원을 그리며 공중을 선회하고 있는 MH-6 리틀 버드를 발견하곤 오수연이 저격총을 가지고 지원 사격을 해준 걸 알아차렸다.
“땡큐!”
짧게 고마움을 표시한 민성은 다른 팀원들과 함께 뿌연 연기와 매캐한 화약 냄새로 뒤덮인 차량 대열 안으로 파고들었다.
사방에서 울리는 총성 사이사이에 비명이 섞여 들렸다.
다행스러운 건 총격전이 격렬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아직 팀원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상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 같더니 어느새 전열을 재정비하곤 멈춰선 차량들을 엄폐물로 삼아 거세게 저항했다.
[개자식들 만만치 않은데!]새로 갈아 끼운 탄창이 금방 바닥나 노리쇠가 멈춰 서자 민성은 불에 타고 있는 쉐보레 타호 뒤에 몸을 숨기면서 헤드셋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니드호그 용병 중에서도 정예들이야. 다들 정신 바짝 차려!”
그러고는 탄창을 교체한 민성은 몸을 낮춘 채 엄폐물 밖으로 나와 총구 화염이 보이는 곳을 향해 세 발씩 총을 끊어서 쐈다.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도로 한가운데 총격을 받아 엉망이 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보며 민성이 외쳤다.
“엄호해!”
그러자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던 키노와 토레스, 휴즈 세 사람이 적들을 향해 자동소총을 난사했다.
타타타탕! 타타탕! 타탕!
마구 쏟아진 총탄에 멈춰 서 있는 차들의 강화유리가 폭음을 내며 터져 나가고 차체에 구멍이 뚫리거나 번쩍번쩍 불꽃이 튀었다.
그뿐만 아니라 퍽퍽 무지막지한 타격음을 내며 바닥에 박힌 총탄에 아스팔트가 깨지면서 피어오른 가루가 뿌옇게 시야를 가렸다.
집중 사격에 적들이 머리를 들지 못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민성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피슝!
간간이 적이 쏜 총탄이 매서운 파공음을 울리며 머리 위나 옆을 스쳐 지나갔지만 민성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상대가 조준하기 어렵게 지그재그로 몸을 움직이면서 땅을 박차는 발끝에 오히려 더 힘을 싣고 달렸다.
목표 지점과 민성 사이의 거리는 15m 남짓.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으나 맨몸을 완전히 드러낸 채 달려가야 했기에 기분상으론 아주 멀게 느껴졌다.
사방에 총성과 고함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무사히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앞까지 도착한 민성은 사격 자세를 취한 채 총탄에 맞아 온통 벌집이 된 모양으로 열려 있는 운전석 차문을 돌아서
안으로 총구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이미 몸을 피했는지 널찍한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쯧.”
민성이 미간을 찡그리며 혀를 찼다.
그때 머리에 쓴 헤드셋에서 오수연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꽂혔다.
[11시 방향! 타겟이 도망치려 하고 있어요.]무전을 들은 민성이 차에서 상체를 빼 전방을 쳐다봤다.
격렬한 총격전에 망가져 주저앉은 차량들 너머로 정장을 입은 제롬 국장이 브래디와 경호원 한 명의 호위를 받으며 황급히 뒤편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브래디가 차량 행렬 맨 뒤에 멈춰 서 있는 쉐보레 타호를 가리켰다.
대열 끝에 있어서 그런지 차들 중에서 그나마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행이 차문을 열고 올라타려고 할 때, 제롬 국장 바로 뒤에 서 있던 경호원이 피를 뿌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헬리콥터를 타고 상공에 떠 있는 오수연이 저격을 한 거였다.
“컥!”
그걸 본 제롬 국장과 브래디는 깜짝 놀라 황급히 몸을 숙였다.
“칫.”
M14 EBR-RI를 든 오수연은 망원 스코프에 얼굴을 갖다 붙인 채 살짝 눈을 찡그리고는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총성이 울릴 때마다 약실에서 황동 탄피가 튕겨져 나와 아래로 떨어졌다.
발사된 7.62mm 총탄은 넓적한 쉐보레 타호 보닛 철판을 뚫고 들어가 엔진을 박살 내버렸다.
머리 위에서 쏴대는 저격에 권총을 한 손에 들고 바닥에 엎드린 제롬 국장은 열이 뻗친 얼굴로 하늘에 떠 있는 MH-6 리틀버드를 노려봤다.
“저것부터 어떻게 해 봐!”
그러자 타이어 옆에 몸을 붙이고 앉아 있던 브래디가 가지고 있던 M4 자동소총을 어깨에 대고는 총구를 위로 들어 올려 상공을 선회하고 있는 MH-6 리틀버드를 향해 사격을 가했다.
타타타탕! 타타탕!
“이크!”
날아온 총탄이 기체에 맞아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불꽃이 튀자 에릭이 급히 조종간을 옆으로 꺾었다.
“괜찮아?”
총탄에 맞아 금이 간 유리창을 보고 얼굴을 구긴 에릭이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탄 오수연의 상태를 확인했다.
하마터면 총격에 당할 뻔했는데도 오수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표정으로 새 탄창을 갈아 끼우면서 말했다.
“다시 가까이 붙여.”
“야! 방금 총에 맞을 뻔했어.”
“그래서 뭐.”
오수연이 무슨 문제냐는 듯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에릭을 빤히 쳐다봤다.
“꼬리를 말고 구경만 하고 있을 거야?”
무표정한 오수연의 시선에 에릭이 끄으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에이 씨, 누가 그런데?”
조종간을 단단히 부여잡은 에릭이 이를 꽉 악물었다.
“많이 흔들릴 거니까. 안전벨트나 단단히 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오수연이 짧게 미소 지었으나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린 순간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곧장 표정을 지운 오수연이 저격총을 어깨에 다시 견착하자 에릭이 옆에서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나도 모르겠다.”
조종간을 움직인 에릭은 헬리콥터를 옆으로 크게 선회시키며 다시 고도를 낮췄다.
다행히 오수연이 도망치려던 제롬의 발을 묶었지만 이대로 시간을 끌게 되면 자신들도 좋을 것이 없었다.
벌써 꽤 시간이 지체된 상태였기에 더욱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자 함께 헬리콥터에서 내린 팀원들이 각자 엄폐물 뒤에 몸을 숨긴 채 상대와 격렬하게 총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다들 몸을 사리지 않고 싸우고 있었지만 적들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아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역시 내가 직접 행동에 나서야겠어.’
민성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 생각했다.
총성이 요란하게 울리는 가운데 커다란 에스컬레이드 차체에 등을 대고 기대선 민성은 손에 들고 있는 HK416 자동소총에 꽂힌 탄창을 빼서 잔탄을 확인했다.
몇 발 쏘지 않아서 아직 절반 이상 남아 있었지만 미련 없이 탄창을 빼서 빈 파우치에 집어넣고는 새 걸로 갈아 끼웠다.
몸을 돌려 차체 너머를 쳐다보려는 순간.
피잉하는 매서운 파공음이 울리며 총탄이 날아왔다.
“!”
하마터면 뭘 하기도 전에 바로 얼굴이 박살 날 뻔한 민성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침착하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민 민성은 새하얀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는 보닛 너머를 쳐다봤다.
강화유리가 다 깨지고 차체에도 온통 총탄 자국이 가득한 채 비스듬히 멈춰 서 있는 쉐보레 타호 두 대를 엄폐물로 삼아 예닐곱 명쯤 되는 적들이 남아서 버티고 있는 게 보였다.
헬리콥터를 타고 상공에 떠 있는 오수연의 저격에 적들이 함부로 머리를 들거나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상대가 마구 갈겨대는 자동소총에 이쪽도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은 민성은 헤드셋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셋에 내가 돌파해 들어갈 테니까 엄호 사격을 해줘.”
도로 옆에 서 있는 허리가 굵은 나무 뒤에 엄폐해 있던 키노가 연달아 세 발을 끊어서 쏘고는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할 수 있겠어?]“해봐야지. 총에 맞는 걸 보기 싫으면 견제를 확실히 해줘.”
[놈들이 고개도 못 들게 만들 테니까. 염려 마!]휴즈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민성은 입꼬리가 살짝 위를 향했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하나 둘 셋, 간다!”
용수철같이 몸을 튕긴 민성이 단숨에 에스컬레이드 옆으로 뛰어나갔다.
그러자 적이 사격을 가하지 못하도록 다른 팀원들이 탄창을 전부 비워 버릴 기세로 총탄을 마구 난사하며 그를 엄호했다.
땅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민성은 최대한 집중력을 끌어올려 이능력을 발동시켰다.
순간적으로 그를 제외한 세상 모든 것들이 슬로우 모션을 건 것처럼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바지에 플레이트 캐리어를 상체에 착용한 용병 한 명이 달려오는 그를 발견하고 M4 자동소총 총구를 들어 올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적의 시간은 느린 반면, 민성의 시간은 빨랐다.
타앙!
짧은 총성이 울리며 민성이 어깨에 견착한 HK416 자동소총 약실에서 황동 탄피가 튕겨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용병의 머리에서 피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무거운 몸이 지면에 그대로 처박혔다.
민성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면서 보이는 족족 적들을 사살했다.
타탕! 탕! 탕!
“아악.”
“크흑.”
니드호그 용병들도 방탄판이 들어간 플레이트 캐리어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보호가 안 되는 머리와 가슴 위를 정확히 노리고 쐈기에 총탄에 맞는 족족 그대로 무력화됐다.
아무리 사격 실력이 뛰어나도 격전 중에 이렇게 하기는 어려웠지만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이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민성이 여섯 번째 적을 처리했을 때 이능력이 풀리며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순간 약간의 이질감이 들었으나 여러 번 반복해서 익숙해지도록 연습했기에 주춤하는 것 없이 곧바로 원래 시간에 적응했다.
“이 자식이, 죽어!”
타타타탕!
하지만 아주 짧은 틈 사이 건장한 덩치의 사내가 민성을 무섭게 노려보며 M4 자동소총을 갈겼다.
바로 브래디였다.
하지만 이미 존재를 파악하고 있던 민성은 옆으로 몸을 던져 피했다.
간발의 차이로 조금 전까지 그가 서 있던 곳에 여러 발의 총탄이 섬뜩한 파공음을 내며 스쳐 지나갔다.
민성은 아스팔트 바닥을 구르면서 바로 응사를 했다.
타타타탕!
“크아악.”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고 난사하듯 쏴 재낀 거였지만 상대는 민성처럼 운이 좋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흩뿌린 서너 발의 총탄이 하필이면 방탄복으로 가려지지 않는 어깨와 가슴 위에 틀어박혔다.
브래디는 비명을 내지르며 쉐보레 타호 보닛 위에 널브러졌다.
탄창이 전부 비어 버린 민성은 재빨리 몸을 일으키면서 부무장으로 허벅지에 차고 있던 글록 19를 빼 들었다.
양손으로 포개 쥔 권총을 왼쪽으로 살짝 기울인 채 눈앞에 정렬되게 맞춘 그는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엉망으로 부숴진 쉐보라 타호를 살폈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 채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길 때 맞은편에서 갑자기 검은 인영이 불쑥 튀어나왔다.
타앙!
바로 몸을 피했지만 시뻘겋게 달군 인두로 오른쪽 어깨를 지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민성은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상대를 향해 권총을 연발로 쐈다.
타탕! 탕! 탕!
그러자 다시 권총을 쏘려고 총구를 겨누던 상대가 가슴에서 피를 뿌리며 넘어졌다.
총상을 입은 오른쪽 어깨가 금방 핏물로 붉게 물들었지만 민성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곧게 사격 자세를 취하며 보닛 쪽을 돌아갔다.
비싼 정장을 입은 중년 사내가 온통 피범벅이 된 모습으로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상대가 제롬 국장인 걸 알아본 순간 민성의 눈매가 어둑하게 가라앉았다.
입가에 핏줄기를 흘러내리며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롬 국장은 옆에 떨어져 있는 권총을 다시 주우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민성은 총구를 겨눈 채 다가가 한쪽 발로 권총을 멀리 차 버렸다.
그러자 고개를 바로 한 제롬 국장이 민성을 사납게 노려보면서 말했다.
“여…… 역시…… 네놈이었군.”
민성은 말없이 차가운 눈으로 제롬 국장을 내려다봤다.
“진즉에 네놈들을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그게 원통하군.”
“만약 그랬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 거야.”
미간을 움찔댄 제롬 국장이 피가 섞인 기침을 거칠게 토해냈다.
뭍에 끌어 올려진 물고기처럼 숨을 가쁘게 내쉰 그가 얇은 입술을 바들거리며 말했다.
“……한 가지만 묻지.”
“말해봐.”
“에릭은 그렇다고 쳐도 네…… 놈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 기에 이러는 거지?”
흐릿해진 회색 눈동자에 진심으로 의문이 담겼다.
“패트릭의 원한을 갚아야 되니까.”
“뭐?”
민성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 제롬 국장을 보며 싸늘한 말투로 대답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혀야 한다면 상대의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밟으라고 했었지.”
직접 요원으로 선발해서 키운 패트릭에게 제롬 국장이 항상 해주던 충고였다.
한순간 멍해져 있던 제롬 국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크게 벌렸다.
“너…… 넌 누구야!”
“이미 눈치챈 것 같은데.”
“서, 설마……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놈은 죽었다고.”
제롬 국장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불신과 경악을 담은 그의 얼굴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걸 보면서 민성이 말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지. 네놈이 쌓은 악업의 결과니까 원망할 것 없어.”
제롬 국장이 막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민성이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