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21)
리라이프 플레이어 421(b)
[Chapter 122] [선의를 가장한 저의(3)]길가를 떠도는 아이들, 원더런.
그러다 보니 그들은 거의 저희끼리 무리를 짓거나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았다.
저항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왜소하고 어린 체격을 가진 그들은 혼자서는 살 수 없었으니까.
“왜 뒷골목 녀석들은 항상 상대를 파악하지도 않고 무작정 달려드는지 모르겠네. 이놈들 특징인가?”
“…끄…으으으억….”
“…윽…. 웁…!”
어찌 되었든 대부분의 원더런들은 집단을 이룬다.
그리고 그들은 제각기 돈을 벌어와 그날 수입의 대부분을 해당 집단에 헌납한다.
앞으로도 자신들을 보호해달라는 의미에서.
결국 그들이 온태양에게 받은 돈은 온전히 그들에게로 돌아가지 않는 셈이다.
하물며 원더런들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은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이라 불리는 뒷골목 인근이다.
“이놈들은 마나를 다룰 줄만 알면 그게 무적인 줄 알고 생각한다니까.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배우는 건데, 이게 꼭 벼슬인 줄 아네.”
뒷골목.
오늘만 산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질 나쁜 놈들이 모인 곳이다.
그들이 원더런을 얕잡아보는 것은 누구나 자명할 수 있는 일이었으며, 거액을 가진 원더런들에게서 돈을 갈취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온태양에게 돈을 받은 원더런들은 허겁지겁 숨으려 하다가 그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내가 원래는 너희들 생리를 그냥 넘어가는 편이다만…. 안타깝게도 너희는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
“자, 잘못했….”
“사…, 살려주세요!” “저희가 술을 마셔서 정신이….”
“깔끔하게 손 하나 못 쓰는 쪽으로 통일하자.”
“”””……!!!!””””
그러나 원더런들이 돈을 빼앗기는 일은 없었다.
은우에게 그룹을 맡긴 은하가 몰래 그들의 뒤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량배들이 그들을 포위하는 때를 노리고 있던 은하는 눈 깜짝할 사이 놈들을 일망타진했다.
굳이 무기를 꺼낼 필요도 없었다.
체술 하나로도 충분했다.
“그건 그렇고…. 많이도 불려왔네. 이놈들은 꼭 지네 패거리가 당하면 질 걸 알면서도 덤벼든다는 말이야. 그놈의 의리가 뭔지…. 그게 아니면 쪽수로는 장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한 놈, 한 놈.
공평하게 그들의 손을 으깨버린다. 손을 쓰는 일이 특기인 저들은 아마 뒷골목의 생리에 의거해 그들보다 강한 이들에게 잡아먹히고 말리라.
은하가 알 바는 아니었다.
은우의 부탁을 들어주었을 뿐이다.
내가 한 번 구해준다고 하더라도 쟤들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야.
이 일을 원한으로 품은 녀석들이 나중에 쟤네들을 어떻게 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찌 보면 은우에 대한 배려였다.
은우가 알면 필시 깜짝 놀라서는 그대로 까무러칠 일이었지만.
물론, 은하는 이 일을 그녀에게는 알릴 생각이 없었다.
그녀에게 알릴 말은 하나뿐이다.
원더런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 앞으로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말.
“이놈들을 이렇게 작살을 냈으니, 두목 놈이 가만 두지 않을 텐데…. 내친 김에 두목까지 때려눕혀야지. 얘들아, 여기 두목은 어디 있냐?”
“지, 지금 밟고 계신 사람이 저희 두목인데요….”
“아, 뭐야. 여기 있었구만.”
이참에 뒷골목 청소를 나서기로 한 은하는 이내 자신이 밟고 있는 놈을 내려다보았다.
원더런 남매는 쓰레기통 뒤에 숨어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으며, 은하는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김이 팍 새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몸 좀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희들, 이리 와.”
“”…….””
“안 잡아먹어. 얼른 와.”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로 쌓아올린 산을 내려온 은하는 손짓을 하면서 원더런들을 불렀다.
남매가 잔뜩 겁을 먹은 듯했다.
여동생을 껴안은 남자애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한숨을 쉰 은하는 은우를 생각해서 그들을 되도록 부드럽게 대했다.
덕분에 그들을 설득하는 시간이 꽤 걸리고 말았지만.
“너희들. 어차피 어디로 갈 데도 마땅히 없을 텐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알고 있는 애들 밑으로 들어가는 게 어때?”
“…네?”
“기다려봐.”
은하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는 듯이 되묻는 남자아이를 무시했다.
스마트폰을 꺼낸 그가 이강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 난데.”
[네, 두목. 무슨 일이십니까?]“내가 아는 애들이 있어서 그런데, 얘네들 네가 좀 보살펴주라.”
[네? 그게 무슨 말….]“여기가 어디냐면 회기역 뒤편으로 지나서….”
[아니, 잠깐만요. 두목. 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건….]“아무튼 나는 부탁했으니까 얘네들 울리지 마라.”
용건만 말하고 끊은 은하.
은하는 문자로 현재 자신이 있는 위치를 좌표로 보냈다.
이것으로 내일을 장담할 수가 없는 원더런들은 이강혁의 보호를 받으며 편안한 삶을 살게 되리라.
“너희는 운 좋은 줄 알아. 은우가 아니었더라면 쟤들한테 죽었을 수도 있었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것으로 은우의 부탁을 해결했다.
나중에 그녀에게 생색을 내기로 한 은하는 원더런들을 뒤로 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점심이었다.
어쩐지 배가 고프다 싶었다.
☆
점심은 경희대 평화의 전당 안에서 먹을 수 있었다.
오전에 그룹 별로 나뉘어 활동한 부원들은 한데 모여서는 설렁탕을 먹었다.
동대문구청에서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식하는 점심이었다.
“아, 은하야. 고생했어.”
“이거 빚인 거 알지?”
“그걸 입으로 말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감동했을 텐데…. 나도 알아, 이거 빚인 거. 기억하고 있을게.”
“그냥 한 번 농담해본 거야.” “에이, 이제 와서 변명해도 이미 늦었어. 점심 맛있게 먹어.”
차은우의 부탁을 끝마치고 돌아온 은하는 입구 앞에서 설렁탕을 받아 평화의 전당으로 입장했다.
무대 앞쪽에 모여 있는 친구들이 그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때 식기를 정리하고 있던 은우가 생긋 웃으며 말을 건 것이다.
“으, 은하야. 여기 자….”
“은하야, 여기 자리 있어.”
세 줄로 나뉘어 자리에 앉아서는 점심을 먹고 있던 친구들.
자신이 앉을 자리를 고민하고 있던 은하는 동시에 말을 걸어온 하양과 윤이별을 마주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이내 서로에게 향한다.
이윽고 정하양이 은하를 돌아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여기 자리 있어.” “”””…….””””
윤이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친구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설렁탕을 먹었다.
눈치가 없는 사람은 밖에 나가서 한 그릇을 더 받아오겠다는 진파랑 한 명밖에 없었다.
여기 분위기 왜 이래.
차라리 혼자 먹고 싶다.
은하는 쭈그리처럼 고개를 숙이는 윤이별을 곁눈질하며 속으로 말을 삼켰다.
여하튼 그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하양의 옆자리로 이동하려고 했다.
바로 그때.
“은하 네 몫으로 만두도 받아왔어. 만두가 금방 떨어져서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더라.”
“역시 하양이 너밖에 없어.”
은하는 쏜살같이 달려가 정하양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만두가 식기는 했더라도 그럼에도 만두의 맛은 어디를 가지 않았다.
은하는 설렁탕으로 뱃속을 데우며, 만두로 배를 불렸다.
“어때? 맛있지?”
“응. 너도 하나 먹을래?” “아니, 괜찮아. 나는 이미 먹었지.”
친구들은 이미 설렁탕을 모두 먹고 평화의 전당 안에서 쉬는 중이었다.
점심을 허겁지겁 먹고 있던 은하는 용기를 무릎 위에 얹은 정하양에게 만두를 건네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사양하면서 오히려 그에게 만두를 권했다.
그리하여 은하는 흡족해하며 남은 만두를 먹어치우기로 했다.
서나의 텔레파시를 받지 않았다면.
[─그거 하양이가 은하 너 주려고 자기는 먹지 않고 남겨둔 거야.]만두를 입에 넣으려다 멈칫했다.
은하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동그란 눈을 뜬다.
무슨 일이냐는 식으로.
“너도 좀 먹어봐.”
“나? 나는 괜찮대도.” “먹으라면 먹어.” “아니야. 정말 괜찮….” “아~, 해. 만두 들어갈 거니까.”
“…아.”
한사코 거절하려던 정하양이 결국 은하를 이기지 못하고 만두를 먹었다.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긴 그녀가 입을 아 하고 벌렸다.
입안에 만두가 들어간 것을 느낀 그녀가 입을 오물거렸다.
“어때? 맛있지?” “응, 맛있네.” “하나 더 먹어봐.”
“아니야. 너 먹어.”
“자, 만두 들어간다.”
“진짜…. 내 말은 안 듣는다니까.”
마지못한 척, 만두를 먹는 정하양.
은하는 그녀가 만두를 맛있게 먹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다면서도 맛있게 잘 먹어서.
그가 웃는 이유를 알았던 것인지, 정하양이 항의의 뜻으로 볼을 잔뜩 부풀렸다.
은하가 무서워할 리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온태양이랑 조아라는 어디에 있어? 근처에는 없는 것 같은데….”
그러다 은하는 온태양을 찾았다.
친구들과 같이 먹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변에는 없었던 것이다.
정하양이 그의 의문에 답했다.
“온태양은 밥만 먹고 휙 가버렸어. 아라는 태양이를 혼자 두기 미안하다며 따라갔고…. 뒤에 있을 거야.”
“…밥만 먹고 떠났다고?”
“응. 민호가 있어서…. 이것도 사실 은우가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밥도 같이 안 먹었을 거야.”
행여나 목민호에게 들릴까봐.
귀띔으로 은하에게 말하는 정하양.
이내 그는 뒤를 돌아서는 어디선가 점심을 먹고 있을 온태양을 찾았다.
문 앞 근처에서 조아라와 있는 걸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애들이 있어서 괜찮을 줄만 알았는데….
온태양은 자신만 싫어하는 게 아닌 친구들까지 싫어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성격이 좋다고 하더라도 편견이 자리 잡은 온태양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고집이 장난이 아니다.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파랑 오빠하고 말다툼이 있기도 했어. 아마도 그것 때문에 우리랑 같이 있고 싶지 않았나봐.”
“파랑이 형은 왜?” “그게…. 은하 네 험담을 해서…. 그래서 우리도 말리지 않았거든.”
하양이 조심스럽게 보충한다.
그 말을 들은 은하는 언짢은 티를 낼 수가 없었다.
솔직히 조금 뿌듯했다.
“노은하는 그것보다 더 나쁘니까 괜히 은하를 유치하고 치졸한 애로 만들지 말라고 화를 내더라.”
“파랑이 형 어디 갔어? 내가 진짜 아주 그냥….”
중간에 그녀가 첨언하지 않았다면, 은하의 마음속에서 진파랑에 대한 평가가 올라갔을 것이다.
은하는 쯧 하고 혀를 차며 조용히 평화의 전당을 빠져나가는 진파랑을 보았다.
진파랑도 잘못한 건 알았는지 눈이 마주치자마자 쏜살같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조아라하고는 친해졌어?”
“나랑 아라랑 같은 그룹이었는데, 거리를 두는 느낌은 있어도 성격은 좋아 보이더라.”
온태양만 살필 게 아니다.
은하는 친구들한테 조아라를 맡긴 결과를 듣기로 했다.
그러자 앞줄에서 몸을 돌린 서나가 오전에 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전반적으로 조아라와 친해지는 건 어렵지 않은 듯했다.
온태양을 의식해서 그러는 것인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 한다는 것 같았지만.
“조아라는 계속 너희한테 맡길게. 문제는 온태양인데….”
은하는 고개를 돌려 문가에 앉은 온태양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그의 곁에 31기 학생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멀리서 보더라도 그가 주도적으로 학생들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상쾌한 미소는 확실히 이전 삶에서 보았던 미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름처럼 태양 같은 웃음이다.
온태양의 리더십은 인정할 만해.
온태양한테라면 파티를 맡기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실력도, 인성도 당연 최고다.
은하는 미래에 만들려는 파티에서 서브리더의 자리로 온태양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문제는 태양처럼 명랑한 인성이 은하에게는 빛을 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쟤를 진짜 어떻게 바꾼담….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던 탓일까.
온태양과 눈이 마주쳤다.
31기 학생들과 대화를 하고 있던 온태양은 명백히 불쾌하다는 얼굴로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다시금 거절의 의사표현을 받게 된 은하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때, 앞줄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인어가 머리 옆에 붙은 지느러미를 파닥거리며 말했으니─.
“─왜 온태양만 신경을 쓰고 그래? 흐음, 그래, 나는 이제 뭐 다 잡은 물고기다 이거지? 이러면 섭섭해. 쟤만 신경 쓰지 말고 우리도 조금은 신경을 써달란 말이야.”
“뭐래, 물고기가 사람 말을 하네. 그런데 내가 언제 너희한테 신경을 안 써준 적이라도 있어?”
“오늘 내가 뭘 했는지는 묻지 않고 태양이랑 아라한테만 신경 썼잖아. 노은하, 나 서운해?”
“그래, 미안하게 됐다. 이제 앞으로 너한테도 신경 쓸게. 됐지?”
아리엘이 장난스럽게 은하 앞으로 잽을 날려댔다.
은하는 눈 하나 깜빡하지도 않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때, 아리엘의 옆에서 삼각 귀가 불쑥 튀어나왔다.
“─소용없어. 포기하는 게 편해.”
“응? 무슨 소리야?”
여우가 에헴 하고 말을 이었다.
“은하는 어장에 걸려든 물고기한테 관심을 가져주지 않거든.”
“뻥 치….”
“”””아예 틀린 말은 아니네.””””
“…….”
참으로 신박한 여우소리였다.
은하는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들을 보고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