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56)
리라이프 플레이어 456
[Chapter 129] [이루지 못할 것은 없으리(4)]토츠카노츠루기라는 검은 일본에서 한국의 을지등급에 속하는 수준으로 취급되는 디바이스였다.
그만큼 일본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일개 개인의 판단으로 토츠카노츠루기라는 국가의 자산을 타국에 넘길 수 없다는 것.
“…정말 죄송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토츠카노츠루기를 넘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만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히키가야 하야토가 이번 대련에 토츠카노츠루기를 내걸었던 이유는 단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길 것이라 자신하고 있었다.
결국 자만심이 불러온 결과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은하에게 사과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없었던 걸로 치기도 뭐 할 것 같은데.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뭐하는 짓이야?”
“…윽….”
은하는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히키가야 하야토는 고개를 숙인 채 짧은 신음을 냈을 뿐이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리라.
자신의 실력에 대한 맹신으로 인해 자신이 창피를 당한 것은 물론이고, 그가 일본을 대표해 앞으로 나섰다 자국의 자존심을 구기고 말았단
걸.
실제로 그가 무릎을 꿇은 이후로 일본인들은 눈을 내리깔고 입을 꾹 다물고 있기만 했다.
“나, 원….”
사실 은하는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기는 했다.
한일 간의 우호관계를 생각한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검의 소유권을 일본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았다.
그러니 토츠카노츠루기를 얻을 걸 거의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또한 히키가야 하야토의 갑작스런 태세변환에 맥이 빠지기도 했다.
은하는 허탈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혀를 찼다.
서영 누나도 아무것도 받지 말라고 말을 하고 있고….
그에게 토츠카노츠루기를 대신해 다른 것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은하는 그에게 마땅히 뜯을 것도 없었다.
반대편에서는 신서영이 입모양으로 아무것도 받지 말라면서 부탁하고 있기도 했다.
어쩔 수 없네.
그냥 좋은 대련이었다고 끝낼….
결국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은하는 그에게 일어나라고 말하며 넓은 아량을 베풀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
“─넌 아무것도 걸지 못할 거면서 나 자신을 걸라고 말했던 거였니? 그래놓고 이제 와서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는 말은 대체 무슨 심보고.”
돌연 한서현이 그의 손을 잡아서는 그의 발언을 제지한 것이다.
은하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날카로운 시선을 히키가야 하야토에게 향하고 있었다.
“난, 내 가치가 겨우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 소리를 듣고 바보같이 참고 있을 위인이 아니야.”
“서, 서현 씨…. 제 말은….”
“은하 너도 마찬가지야. 내 몸값을 없던 걸로 만들려고 하지 마렴.”
“…넵.”
그를 한참이나 노려보던 그녀는 곧 말 하나하나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러면서 은하의 손을 꽉 쥔다.
그의 손을 다 쥐지 못할 만큼이나 작고 여린 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손을 타고 전하는 의지는 강렬했다.
은하는 그제야 그녀를 무시하고서 독단적으로 대련의 향방을 무마하려 했다는 실책을 깨달았다.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그래?”
은하는 그녀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그녀가 자신의 가치를 언급한 이상 히키가야 하야토에게서 대신할 만한 무언가를 가져가야 했다.
이때, 문제가 두 가지 있다는 것.
하나는 한일관계를 염두에 두고서 적절한 보상을 언급해야 했다.
다른 하나는 그녀의 가치에 부합할 보상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한일관계를 고려해서 다소 격이 떨어지는 것을 얻는다면 대외적으로 그녀의 가치는 그 격에 그치고 말 것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안 하느니만 못했다.
그렇다고 도로 물릴 수도 없고….
그러나 이미 한서현이 이 자리에서 자신의 가치를 언급한 이상, 흐름을 원래대로 돌릴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은하는 걱정이었다.
그녀가 괜히 이득이라도 얻겠다며 오기를 부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하지만 한서현이었다.
“날 뭐로 보는 거니?”
마치 그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
한서현이 코웃음을 치면서 대꾸한 것이다.
그러고는 그에게 언질한다.
“걱정 마. 너한테도 이득이 되는 제안이 될 테니까.” “대체 뭘 말할 생각이야?”
“히키가야 가문의 힘을 빌려 달라 말하려고.”
한서현이 속삭인다.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대가 일본의 고위 귀족급의 대우를 받는 가문출신이라는 것은 알겠다.
이 대련을 빙자해 히키가야 가문의 힘을 빌리겠다는 것도.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의 힘을 빌려서 도대체 어디에 쓰냐는 것이었다.
어차피 난 한국으로 돌아갈 건데, 일본에 있는 애 힘을 빌려서 어디에 써먹게?
빚을 만들어두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듯했지만.
은하는 다시 일본에 방문할 의사가 없었다.
그의 도움을 받을 일도 없을 테고.
“히키가야 가문의 힘을 빌린다면 시리우스가 일본에서 사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거야.” “그게 왜 나한테 이득이 되는데?”
“시리우스가 커져야 네 영향력도 커지게 될 테니까.” “…뭐라는 거야?”
한서현이 자신만만하게 속삭인다.
은하는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시리우스그룹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시리우스그룹의 직계들에게나 좋을 일이었다.
시리우스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은하는 그 과정에서 아주 사소하게 보답을 받는 정도일 테고.
그럼에도 미미한 이득도 이득이라 할 수 있겠지만.
“장래 네 지지기반이 될 수 있어. 일본에 대한 영향력은 오직 나한테 있는 셈이니까.”
“…내가 아니라 너한테 이득인 건 아니고?”
“내 이득이 네 이득 아니니?”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
한서현이 꼬드긴다.
은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그녀가 자신을 걸어 쟁취하는 이득인 셈이었다.
은하 자신이 왈가왈부하기엔 약간 어딘가 미묘했다.
그래서 은하는 한서현의 말마따나 협상을 지켜보고 있기로 했다.
히키가야 하야토가 두 사람이 계속 말하고 있는 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일본인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말문을 열지만 않았으면.
“…애초 토츠카노츠루기는 저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검입니다. 이 검엔 제3위계 몬스터 야마타노오로치의 원념이 묻어 있다고 하여, 검을 쥔 사람을 광인으로 만들어내는 저주가 깃들어 있거든요.”
히키가야 하야토가 좌중을 향하여 일본어로 소리쳤다.
이에 통역을 맡은 사람들이 재빨리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알렸다.
몇몇 사람들이 토츠카노츠루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그때.
“그러니 노은하 씨한테도 정말로 다행인 일인 겁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버리는 검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기프트의 힘으로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지만….”
히키가야 하야토가 변명했다.
사람을 광인으로 만드는 검이다. 그만큼 강력하지만 검에게 의식을 잡아먹히기 십상이다.
자신 역시 기프트의 힘이 있어도 검을 완벽하게 다루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검을 건넬 수 없다는 것이다.
말은 청산유수였다.
한서현은 기가 차서 웃었다.
그리고 노은하는─.
“─그래? 그러면 내가 어디 한 번 네 검을 사용해보지, 뭐.”
“…네? 지금 제 말은 들은 겁니까? 이 검에 손대게 된다면 검에 깃든 저주가….”
“말이 많네. 일단 줘봐.”
히키가야 하야토의 변명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자신을 걸고넘어지는 것이 너무나 못마땅해서.
은하는 그가 좌중을 향해 선보인 토츠카노츠루기를 낚아챘다.
“소, 손 놓으세요!”
히키가야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가 크게 동요했다.
토츠카노츠루기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도 놀람으로 번졌다.
“노은하!”
한서현도 기겁을 한다.
저 멀리서 은하의 친구들도 뭐라고 소리를 쳤고.
그러나 은하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칼집에서 검을 뽑았다.
“고작해야 검 따위가 감히 누구를 미치게 만들겠다는 건지….”
새하얀 도신이 드러난다.
이윽고 칼집 안에서 억눌려 있던 귀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눈에 보일 만큼 위험천만하게 생긴 마나가 은하를 덮쳐든다.
그는 자신의 시야를 검게 물들이는 마나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었다.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지.
☆
짙은 감정은 세상에 오랫동안 남기 마련이다.
그렇게 세상에 잔존하게 된 감정은 우연히 마나와 맞닿아 마법이 되고, 결과적으로 세계의 섭리에 영향을 끼친다.
원망 또한 다르지 않다.
오히려 가장 짙은 감정을 따지라면 원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모든 것을 탐하겠다.
한때 세상을 전부 집어삼키겠다는 야욕을 품고 있던 제3위계 몬스터 야마타노오로치.
뱀과 같은 머리를 여덟 개나 가진 몬스터의 의지는 죽어서도 세상에 잔류해 있었다.
먹고, 또 먹어 치워주마.
뱀인가, 용인가.
이제는 애매모호한 형체만을 남긴 감정이 수십 수백 가닥이 되어서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놈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먹어 치우겠다는 듯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억 속을 헤쳐 나아가던 놈들은 끝내 자신들의 의지를 다시 이뤄줄 존재를 찾았다.
촤르륵
쇠사슬로 팔다리가 묶여 있고.
몸 여기저기에 날붙이가 박혀 있는 사내였다.
피를 뚝뚝 흘리는 사내는 그야말로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나약하기 짝이 없는 정신이로구나.
그 몸, 잘 받아가마.
이에 뱀들은 낄낄거렸다.
저항도 못할 것 같은 정신체다.
뱀들은 사내의 기억을 스쳐지나며, 기억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하나둘 먹어 치웠다.
이 세계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제 마지막으로 사내의 정신체를 집어삼키려하던 뱀들은─.
─커…허…억….
돌연 하나가 사라진 것을 시작으로 수천 수만으로 늘어난 뱀들이 차츰 존재를 잃고 스러지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뱀들은 믿을 수 없었다.
기억이 두 개다.
같은 시간대에서 두 개의 기억이 공존한다는 모순을 마주한 그들은 세상의 섭리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존재를 잃고 말았다.
꺼어억….
게다가 기억에 깃들어 있는 감정의 밀도가 굉장히 높다.
뱀들은 경악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떠한 인생을 보내왔으면 야마타노오로치의 원망보다 더 강한 원망이 묻어나온다는 말인가.
야마타노오로치의 원망에서 태어난 뱀들은 사내의 원망에 잠식당하여 존재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파직파직
게다가 다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던 사내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뱀들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사내의 눈을 마주하고 움찔했다.
사내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곧 살아남은 뱀들을 갈기갈기 찢는다.
무엇보다─.
─…….
저 뒤편에.
기억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마치 공간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유달리 새까만 기억이.
뱀들은 사내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붉은 눈을 마주치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저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붉게 빛나는 안광을 마주하게 된 뱀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도…, 도망….
저것은 공포다.
인지할 수 없는 무언가다.
뱀들은 당장에라도 이 자리를 뜨려 몸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
뱀들이 붉은 눈을 들여다본 순간.
붉은 눈 역시 뱀들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니─.
─히죽
공포는 웃었다.
자신의 눈을 마주한 존재를 그대로 심연이란 죽음 속으로 끌어당기며.
이윽고 공포는 눈을 감고─.
─…….
이제 그 자리에는 사내의 정신체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
의정부에는 사람들의 원념이 모인 아티펙트가 상당수 잠들어 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의정부를 공략한 제2차 의정부 탈환대 중에는 간혹 아티펙트에 자아를 먹힌 사람들이 등장하고는 했다.
그러나 안개꽃 파티에서는 그러한 일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
“…별 거 아니네.”
온태양도 마찬가지였던 듯하지만.
은하는 기프트 에 의하여 아티펙트의 정신공격을 방어할 수가 있었다.
오히려 아티펙트에 잔재한 원념, 귀기를 불식시키기까지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기프트 은 검에서 분출한 귀기를 그대로 없애버렸다.
“そ、そんなバカな…。”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히키가야 하야토는 입을 벌린 채로 제대로 말도 잇지 못했다.
은하는 정신이 나가버린 것만 같은 그의 존재를 무시하고 허공을 향해 리볼버 쏜을 전개했다.
그가 토츠카노츠루기를 자유롭게 휘두르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너…. 정말 괜찮은 거니?”
“보면 모르겠어?”
“…변함이 없긴 하네.”
사람들이 모두 벙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까이에 서 있던 서현이 멍해 있는 사람들을 대표해 물었다.
급기야 굳은 얼굴로 그의 상태를 이리저리 확인한 그녀가 눈에 띄게 안도해했다.
“이제 이 검은 너 밖에 못 쓴다니, 그런 말은 못하겠지?”
“あ…。”
아….
은하는 검을 칼집에 넣었다.
은하는 멍하니 있던 히키가야에게 의기양양해하며 물었다.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린 그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한국말을 뻐끔거린다.
“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체 어떻게…, 노은하 씨도 혹시 저와 같은 기프트를…. 그렇더라도 저는 검을 휘두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히키가야가 눈에 띄게 당황한다.
은하는 그런 그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대답이야 뻔했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 법.”
“…….”
은하는 쯧쯧 하며 혀를 찼다.
히키가야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장난을 치지 말라는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가 뭐라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노은하란 존재는 그가 인정했을 때 정말 강인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때였다.
“너는 아니겠지만…. 더는 나한테 불가능한 건 없어.”
“…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소리다.
히키가야는 되물었다.
그러나 은하는 그에게 몸을 돌려 서현이 귀기에 노출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며 자신의 친구들을 찾았다.
그의 입가가 살며시 올라간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할 수 있어.”
이루지 못하는 것은 없다.
은하는 서현의 어깨를 두드리고, 하양의 머리를 콩 때리고는 다시금 몸을 돌렸다.
그러고 그가 히키가야 하야토에게 검을 내민다.
그가 무심결에 그 검을 받으려고 두 손을 내미는 그때─.
“─아하하하! 뭐야! 이런 게 대체 어디 있어!? 아하하하!”
“”””…….””””
그동안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던 카구야가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지 않아도 노은하 학생한테 이번 일로 감사인사를 하려 했는데 잘 됐네요!”
흐름을 제어하고.
분위기를 장악한다.
카구야가 얼굴을 활짝 폈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 격식을 차려 말을 한 그녀가 은하의 손에 있는 검을 가리켰다.
“마침 토츠카노츠루기도 주인으로 인정한 듯하니…, 노은하 학생한테 잘 어울리는 감사인사는 그것 말고 딱히 없는 것 같네요.”
과연 직접 정치에 참여하지 않아도 몇 십 년이나 일본의 상징으로 있는 카구야다.
은하는 카구야의 수완을 보고서는 작게 감탄했다.
카구야가 주도권을 가져간 것이다. 그녀가 토츠카노츠루기의 소유권을 대련이 아니라 카구야의 감사인사란 명분으로 그에게 넘겼다.
그리하여 일본이 대련에서 패배해 토츠카노츠루기를 넘기는 게 아니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결과적으로 그가 토츠카노츠루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건 변함없었지만.
나야 나쁠 것 없지.
일본정부에서 주는 포상도 어차피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이 검을 재료로 사용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검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은하로서는 손해 볼 것도 없었다.
오히려 이득이었다.
을지등급에 준하는 디바이스였다. 웬만한 공훈을 세우지 않으면 쉽게 얻지 못하는 보상이었다.
“…나쁘지 않네.”
한서현도 같은 의견인 듯했다.
한서현은 히키가야 가문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됐더라도 아쉬워하지 않는 기색을 보였다.
오히려 은하가 건넨 검을 살피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신서영은─.
“─그러고 보니 신서영 플레이어한테도 감사인사를 해야 하는데….”
“아니요. 저는 괜찮습니다. 이번에 카구야 님께서 저희들에게 편의를 봐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걸요.” “흠…, 그래요?”
신서영도 눈치가 있었다.
은하가 받은 보상이 말도 안 되는 축에 속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외국인에게 을지등급에 해당하는 아티펙트의 소유권을 넘긴다니.
아무리 공을 세우더라도 웬만해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으로 카구야는 적대세력에게 빌미를 만들어주게 된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신서영이 그녀에게 자신도 보상을 달라고 떼를 쓸 수는 없는 법이었다.
“신서영 플레이어의 뜻이 그렇다면 뭐….”
“저는 충분한 걸요. 아하하….”
“네, 고마워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한국 아카데미 여러분이 여기에서 편안히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도록 지원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신서영은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러 자신의 공을 모두 은하에게 넘겼다.
카구야가 고맙다는 미소를 지으며 일본에 있는 동안 섭섭지 않을 만한 대우를 약속했다.
“내가 쟤 때문에 못 살아….”
신서영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