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52)
리라이프 플레이어 652(a)
[Chapter 170] [추락하는 날개(2)]마나관리기구 본부.
회의실에 모인 각 지역 대표들의 표정은 우중충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판도라클랜을 제외하고 아무도 군단장을 쓰러뜨리지 못했다라….”
“”””…….””””
백서진의 말이 원인이었다.
각 지역을 방어하는 책임을 맡는 대표들은 어찌어찌 군세를 막았지만 실질적으로 군세를 이끄는 군단장을 해치우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모든 대표자들이 군단장을 해치우지 못했다면 분하기는 해도 부끄럽지는 않았으리라.
그런데 하필이면 판도라클랜에서 군단장을 해치우고 말았다.
젠장, 괜히 일찍 왔다.
레귤러스 클랜로드처럼 나도 그냥 늦게 올걸.
단군 클랜로드와 동해 클랜로드.
두 사람을 시작으로 잇달아 나타난 클랜로드들은 오늘은 웬일인지 먼저 회의실에 와 있던 백서진의 한탄을 들어야 했다.
정작 백서진은 한탄했을 뿐이지만, 백서진의 명령을 따르는 그들에게 상급자의 한탄은 위기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법이었다.
그들은 앉을 자리를 잘못 찾은 듯 안절부절못했다.
“크흠…. KK 클랜로드는 몸이 왜 그렇게 됐습니까? 괜찮아요?”
“…걱정해줘서 고맙군요.”
그때 회의실에 모인 클랜로드들 중 가장 늦게 들어온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가 입을 열었다.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그가 일부러 장난조로 말을 걸었으나.
어젯밤, 예경의 군세에게 부상당한 KK 클랜로드 황산군은 자못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국 구연수는 한 발 물러나서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명왕 클랜로드 도완준에게 시선을 향했다.
“명왕 클….”
“닥쳐.”
“넵.”
구연수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이마에 붕대를 두른 도완준이 대뜸 그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도 이번에 예경을 놓치게 되면서 심기가 언짢아진 모양이었다.
도완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구연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던 그때─.
“─제가 늦은 건 아니죠?”
“안녕하세요! 중구 대표자로 나온 판도라클랜 서브로드 정하양입니다!”
“오, 판도라 클랜로드! 오늘 소식 잘 들었어. 이번에 클랜원들과 같이 군단장을 토벌했다며? 정말 잘했어. 그리고 하양이가 중구의 대표자로 참석한 건가? 대단하네.”
노은하와 정하양이 들어왔다.
주책맞은 구연수를 제외하고.
장내에 있던 사람들이 조용히 두 사람을 주목했다.
“”””…….””””
심상치 않은 놈이다.
아카데미에 재학하고 있었을 때는 단순히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노은하는 불과 하루 만에 용산구의 대표가 된 건 물론, 오늘은 중구를 영향력 아래에 놓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아카데미를 막 졸업한, 아직 실전에 제대로 익숙지도 않을 클랜원들과 군단장을 쓰러뜨렸다.
얕봐서는 안 될 놈이야.
무섭군. 실력만이 아니라 지역구를 단기간에 영향력 아래 놓을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는 건가.
실실거리는 구연수를 포함해.
이 순간, 각 지역구의 대표를 맡은 클랜로드들의 생각은 동일했다.
그들은 판도라클랜이 이번에 세운 업적을 순수하게 감탄하는 한편으로 판도라클랜을 얕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아니다. 제 시간에 왔으니 됐다. 그래, 잠은 잘 잤니?”
“”””…….””””
한편, 조금 전만 해도 한숨을 쉬던 백서진의 표정이 변했다.
클랜로드들은 환하게 표정을 바꿔 판도라클랜을 환대하는 백서진을 보며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도 왔으니까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지.”
백서진의 그 말에.
클랜로드들은 다시금 가시방석에 앉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다.
회의에 참석한 은하가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마 우리가 군단장을 쓰러뜨렸기 때문이겠지.
경계, 질시, 흡족함, 대견함 등등.
은하는 십이좌들과 클랜로드들의 시선을 받으며 생각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을 그저 아카데미 학생으로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에게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
그런 한편─.
“─먼저, 다들 오늘 아침 강남에서 재계그룹들이 우리에게 보급물자를 지원했다는 소식은 들었겠지. 오늘 저녁 중에 보급물자는 각 지역으로 안전하게 배급될 거네.”
“”””…….””””
백서진의 시선이 뜨거웠다.
그가 은하를 쳐다보며 대견해하듯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
“판도라클랜이 동작대교를 사수해 보급물자가 들어올 수 있었다더군. 내 생각에는 군단장을 죽인 것보다 더 대단한 공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네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맞습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 물음.
어떤 이들은 침통해하며.
어떤 이들은 대견해하며.
클랜로드들이 입을 모아 답했다.
“덕분에 숨통이 트였어. 하마터면 물자가 부족한 상태에서 그놈들을 상대할 뻔했으니까.”
백서진이 말하기를.
시리우스그룹이 제일 많이 물자를 보급했다고 한다.
시리우스그룹이 후원하는 클랜이 어디인지 알고 있던 이들은 다시금 은하를 일별했다.
은하는 저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보급물자 분배에 대해서는 관리기구 직원들이 논의하게 하고, 조금 늦기는 했지만 오늘 브리핑을 듣고 싶은데.”
“”””…….””””
“모라율 통제관.”
“네!”
잠시 후,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전날 백서진에게 대차게 깨지고 만 모라율은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전황을 보고했다.
“…렇게 해서, 제니스 클랜로드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예경은 모습을 감춘 뒤였습니다.”
“그리고 30분 뒤에 중구 상공에서 출몰했다는 건가.”
어젯밤 출몰한 제3위계 오버랭크 예경의 행적에 대한 보고를 받고.
백서진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딱딱 두드렸다.
“─면목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것을 불편하게 여긴 것인지.
그동안 백서진의 눈치를 보고 있던 명왕 클랜로드 도완준과 KK 클랜로드 황산군이 사과를 입에 담았다.
이에 상념에서 깨어난 듯한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괜찮네. 미안해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 자네들과 상성이 맞지 않았을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나 역시 설마 그놈이 강북에 위치한 지역구 중에서 그곳으로 갔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지. 용현이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네, 맞습니다. 그리고 제가 빨리 현장에 도착했더라면 상황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인 소리는 이제 그만하도록 하지.”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다.
군단장을 어떻게 하지는 못했지만 피해는 그나마 최소한으로 했으니 잘한 일이다.
백서진은 그들을 위로하는 한편, 바로 가까이에 앉아 있던 제니스 클랜로드 지용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놈이 하는 것을 보면 영악해. 용현이 자네가 보았을 때 그 녀석은 해치울 수 있을 것 같나? 자네도 일단 예경을 봤을 거 아냐.”
“”””…….””””
좌중이 침묵했다.
사람들은 지용현의 답을 기다렸다.
이내 눈을 감고 생각을 마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와 가 없기는 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 저와 제 클랜원들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정부를 경계해야 하는 만큼, 오검 모두를 차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기를 원하나?”
백서진이 물었다.
지용현이 좌우를 둘러보고는 다시 대답했다.
“다른 클랜에서 인원을 차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현재 종로구와 강북구의 피해가 그나마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제니스클랜이 위에서 내려올 몬스터들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러니 만약 레귤러스 클랜로드와 신라 클랜로드의 사정이 괜찮다면, 인원을 차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칠사자 2명과 여섯별 2명은 붙여주셨으면 합니다.”
“2명 정도라면…. 네, 지원할게요.” “레귤러스클랜도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용현의 요청.
구연수, 김유진은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지용현이 감사를 표했다.
“흠…. 수진이도 데려가는 건 어때. 하늘을 나는 녀석이니까 어느 정도 놈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저요?”
“”””…….””””
회의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고.
보급물자로 나온 감자칩을 먹는데 집중하고 있던 십이좌 유수진.
사람들은 백서진을 앞에 두고서도 태연하게 감자칩이나 먹는 그녀를 황당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이에 템페스트 클랜로드 강예희는 작게 한숨을 쉬었을 정도였다.
“…너는 남아서 예경을 맡아라.”
“저는 시져 호퍼를….” “그렇게 하겠답니다.”
백서진도 그녀의 태평함은 도무지 어찌하지 못하는 듯싶었다.
그가 난처한 기색을 보였고.
눈치 빠른 강예희가 냉큼 유수진의 입을 틀어막으며 대신 답변했다.
“예경은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시져 호퍼는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문제인데….”
예경에 대한 논의가 끝이 났다.
이내 백서진은 시져 호퍼에 대해 운을 토했다.
이번에는 전날 밤 녀석을 상대한 템페스트 클랜로드 강예희와 몇몇 클랜로드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래, 강예희 클랜로드. 싸워보니 녀석은 어떤 것 같던가?”
“워낙에 재빨라서 총으로 잡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증식하는 속도도 빠르기도 해서, 쓰러뜨리는 것보다 늘어나는 수가 더 많은 것 같고요. 무엇보다 놈들은 특정 지역이 아닌 강북 전역을 활동지로 삼아서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아, 네. 제가 받은 보고에 따르면 시져 호퍼는 어젯밤 강북 동부에서 출몰하긴 했지만, 군세는 전역에서 출몰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각 지역 개체수가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모든 지역에서 대비책을 갖춰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라율이 말을 보탰다.
그녀가 브리핑하던 화면을 넘기며 이틀 동안 호퍼 계열의 몬스터들이 출몰한 위치를 보여주었다.
백서진은 탄식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예경보다 시져 호퍼일지도 모르겠군. 놈들이 이틀 사이에 먹을 것을 거덜내면서 사람들 사기가 떨어졌는데, 이러다 오늘 들어온 보급물자도 털리는 게 아닌가 모르겠어.”
“놈들은 군단장의 지시를 따르며 지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군단장만 쓰러뜨린다면…, 놈들을 대처하기 수월해질 겁니다.”
“누가 그걸 모르나…. 문제는 놈을 누가, 어떻게 쓰러뜨리느냐는 거지.”
“”””……””””
“현철이 그놈만 있었어도 상황은 나아졌을 텐데…. 개똥도 약에 쓸 데는 없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군. 십이좌란 녀석이 허구한 날 사고만 치고 다니고, 정작 필요할 때에는 보이지 않으니, 원….”
“…죄송합니다. 장관대리님.”
“자네가 미안해할 일이 뭐가 있나. 오히려 자네는 피해자지.”
“흑….”
혀를 끌끌 차는 백서진.
그러자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블레이즈클랜 대표, 행정관이 불쑥 고개를 숙였다.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은 행정관이 고개를 숙인 채 강현철을 욕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어쨌든 놈들에게는 불이 제격이라 할 수 있는데…. 현철이가 없으니, 대안책으로 블레이즈클랜의 팔옥 중 몇몇을 마나관리기구에 대기시켜서 시져 호퍼가 나타나면 대응하는 게 나으려나.”
“개똥같은 클랜로드가 없는 대신 팔옥 3명을 보내겠습니다. 나머지는 지역 방어를 해야 할 것 같아서….”
“”””…….””””
“자네들 클랜이라도 좋고 아니면 다른 클랜에 있는 사람이라도 좋네. 화염마법에 능통한 사람 없나? 아, 황산군 자네. 자네 클랜에 듣자하니 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어제 예경을 상대하다 부상을 당해 의식불명인 상태에 있습니다.” “이런, 쯧….”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지.”
시져 호퍼와 놈의 군세를 단숨에 소각시킬 수 있는 화염마법.
백서진은 블레이즈클랜 팔옥으로도 부족하다고 판단한 듯싶었다.
그가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혹시 를 대신할 인재는 없는 건지 물었다.
클랜로드들은 답을 할 수 없었다.
가 사고를 워낙 치긴 해도, 실력 하나는 알아줄 수밖에 없지.
궁색한 얼굴을 하는 사람들.
은하는 그들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다못해 팔옥을 대신할 만큼이나 화염마법에 능통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응?”
“삐삐?”
“”””…….””””
좌중을 둘러보던 백서진의 시선이 은하에게 꽂혔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은하는 눈을 깜빡거렸고.
백서진이 입가를 끌어올렸다.
“─판도라 클랜로드가 딱이겠군.”
“”””그렇군요.””””
은하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어느새 그는 의 대체제로서
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