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34)
리라이프 플레이어 733
[Chapter 188] [잊을 수 없는]결혼식이 있기 전날.
정석훈은 정하양을 불러 단 둘이 술을 마셨다.
“오늘은 일찍 자렴.” “응, 그러려고.”
대화는 별로 없었다.
정석훈은 맞은편에 그녀를 앉히고 조용히 술을 마시고는 했다.
그리고 정하양은 잔이 빌 때마다 그의 잔을 채워주었다.
이윽고 정석훈이 운을 뗐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널 은하한테 보내기 싫다.”
“…….”
정석훈이 솔직한 심정을 토해냈다.
첫 아내를 사별하고.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도록 열심히 딸아이를 키웠다.
재혼을 하고 정가람을 얻었지만, 정석훈에게 정하양에 대한 애틋함은 비할 바가 못 됐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갈 목적이었고, 첫 아내와 남긴 추억이었으며, 또한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까지 자신을 지지해준 등불이었다.
그는 그런 딸아이를 보낸다는 것이 꼭 제 반쪽을 뜯어내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정석훈은 진심으로 정하양의 행복을 빌고 있었다.
그녀가 언젠가 자신의 품을 떠나,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살 거란 미래를 예견하고는 했다.
그럼에도─.
“─꼭 아빠 마음에 난도질을 해서 은하랑 결혼하고 싶니. 두 번째라도 정말 좋은 거니.”
정석훈은 말리고 싶었다.
이건 그가 바란 미래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겨우 그때뿐이었다.
결혼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정석훈은 자신의 딸을 노은하에게 보내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서 이날, 정석훈은 정하양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경고했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게 되겠지만 그래봤자 너는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동거인밖에 안 될 거다.”
“…….”
“너하고 노은하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는 법률상으로 너희의 아이로 인정받지 못할 거다. 아마 하양이 네 아이나, 노은하의 가계로 편입돼 반쯤 인정받는 거겠지.”
하렘이 만연하는 사회다.
하지만 법률과 일반인들의 인식은 아직 그것을 반영하지 못했다.
하물며 민수진과 재혼하기 전까지 일반인들의 부류에 속해 있던 그는 하렘에 더 거리낌을 느꼈다.
“내 주변에서 일부다처, 일처다부, 그렇게 해서 가정을 이룬 사람들 중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굳이 네 나이에…, 그렇게 좋은 시기를 버려야겠니.”
더욱이 정석훈은 정재계 사람들과 교류를 이어오면서 하렘의 현실을 목격하고는 했다.
행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겉보기에는 행복해 보일지 몰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부부생활에 금이 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아이를 낳게 될 경우에는 부모의 권력을 계승하기 위해 온갖 다툼을 벌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정석훈은 지금이라도 당장 그런 삶을 살게 될 수 있는 그녀를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정하양은 완고했다.
“─아빠한테 걱정 받으니까 좋다. 역시 날 이렇게 걱정해주는 사람은 우리 아빠밖에 없는 것 같아.”
“그러면…!”
한참 동안 말없이 듣다가.
정하양은 부드러운 미소로 말했다.
그러자 정석훈의 감정이 격해졌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면 당장 이 결혼에 파투를 내라고.
그는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그때, 그녀가 그의 말을 잘랐다.
“─그래도 나는 은하를 믿어.” “…….”
아무런 근거도, 보장도 없고.
일시적인 감정에 지나지 않을 말.
그럼에도 정석훈은 그 말에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정하양이 확신에 차 있었다. 딸아이의 모습이 참 예뻤다.
아버지는 감히 딸아이의 확신에 찬 얼굴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괜찮아. 은하는 아빠가 걱정하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을 거야.” “지금은 좋겠지…. 하지만 언젠가 후회하게 되는 날이 올 거야.”
“응, 그럴지도 몰라. 그러면 그때는 아빠가 혼내줘. 그래 줄 거지?”
“당연하지. 널 울리는 놈은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응…. 아빠 같은 사람이 있어서, 은하를 믿고서 시집갈 수 있겠어. 아빠는 무조건 내 편이잖아.”
“당연하지. 그럴 바엔 이대로 평생 아빠랑 살지 그러냐. 은하보다 내가 더 잘해줄 자신 있는데.”
“응, 그럴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긴….”
딸아이를 이기지 못하겠다.
정석훈은 피식 웃었다.
그녀가 따라주는 술이 맛있었다.
그녀와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무척 흡족했다.
정석훈은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기대어 푹 잠이 들었다.
“결혼식 전날에 이게 무슨 추태래. 술도 못 마시는 사람이…. 저기요, 당신? 여기서 자려는 생각이에요? 잠은 안방에 가서 자야 할 거 아니에요, 네?”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회를 엿보던 민수진이 다가왔다.
그녀가 정석훈을 흔들었다.
정석훈이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정석훈이 앉은 자리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가 정하양과 건배했다.
“─아빠가 걱정하셔서 그런 거야. 네 결혼을 정말 반대했었다면 진즉 반대를 했었겠지. 하양이 네가 다 이해해주렴.” “응, 알고 있어.”
“엄마도 고마워. 나도 이 사람이랑 결혼할 때, 많이 걱정했었거든. 과연 내가 너하고 잘 지낼 수가 있을지, 만약 네가 날 엄마로 대하지 않으면 어쩔지 걱정했었거든.”
“엄마랑 아빠가 결혼한다 했을 때 내가 얼마나 좋았는데.”
“그래, 나도 알아. 그래서 고마워. 우리 딸이 착해서 나는 정말 좋아. 하양이 너는 배로는 낳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낳은, 내 진짜 딸이란다. 그러니 은하랑 결혼하고서도 엄마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빠도 아마 그래서 그런 걸 거야.” “응….”
인생을 살다 보면.
우선순위는 계속 밀리게 된다.
부모의 품에서 자란 정하양에게, 이제 우선순위는 은하와 일궈가는 가정이 될 것이다.
하양은 민수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행복하렴. 결혼해서도 자주 집에 들러서 얼굴도 보여주고.”
정석훈이 곤히 잠이 든 채로.
민수진은 정하양과 술잔을 나눴다.
그리고 그때─.
“─…….”
비스듬히 열린 문에 기대어.
정가람은 그 광경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
은하와 정하양의 결혼식.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두 사람의 결혼식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게 하겠다는 듯이 호화롭고 성대하게 치러진 것이다.
앨리스그룹에서 많이 준비했구나.
하긴, 그럴 만도 한가.
한서현과 결혼했을 때보다 더욱이 규모가 큰 결혼식.
처음에는 결혼을 조율할 때만 해도 과하다고 생각했던 은하도 이제는 납득하고 있었다.
두 번째 결혼이었다.
정하양은 결혼으로 인정받지 못할 결혼이었다.
은하나 정하양이나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조용히 결혼식을 치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앞으로 두고두고 욕을 먹게 될 것이다.
그러니 당당히 나가야 했다.
이것은 사회적인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고 보여주어야 했다.
동시에 인지도 높은 이들을 초대해 그들에게 결혼을 인정받는 것으로, 세상 사람들이 강제로라도 자신들의 결혼을 인정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선녀의 화환이 있으니 인정이라면 충분히 받았다고 할 수 있겠지.
그래서 은하는 선녀도 초대했다.
물론, 선녀는 오지 않았다.
일이 워낙에 바쁘기도 했고 그녀가 법률에 위반되는 자리에 참석했다가 정치적으로 공격받을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선녀가 보냈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화환을 보냈다.
임가을 나름의 두 사람의 결혼을 지지한다는 소극적인 표명이었다.
필시 내일 아침 기사 헤드라인에는 선녀가 보낸 화환이 대문짝만하게 걸리게 될 터였다.
그런 한편으로─.
“─내가 축의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 거냐. 그래도 결혼 축하한다.”
“잘 왔어.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
다른 사람들도 축하를 해주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은하는 단체 사진을 찍는 과정에 KK그룹의 직계 김건웅을 만났다.
일이 많이 있어서 결혼식 중간부터 참석했다는 김건웅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은하는 흔쾌히 악수했다.
이외에도 사람들이 곳곳에서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결혼식은 무척이나 화기애애했다.
“─내 신혼도 1년 만에 끝났구나. 결혼 축하해, 서방님.”
“고, 고마워….”
물론, 중간중간 해프닝도 있었다.
사람들이 두 번째 결혼을 절대로 부정적이게 생각하지 않게 하려면 한서현의 참석이 불가피했다.
은하의 첫 번째 아내인 한서현이 결혼을 기쁜 마음으로 인정했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했다.
그래서 한서현이 참석했고.
사진을 찍으러 올 때 걸어와서는 은하에게 그런 말을 건넨 것이다.
농담 반, 진담 반.
은하는 참 난감할 따름이었다.
“왜? 나랑 결혼하는 게 싫어?”
“그러네…. 좋은 날인데 웃어야지. 왜 어색하게 그러고 있니?”
“…….”
나아가 정하양까지 합세하니.
은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서현에게 정하양과 결혼했다고 마냥 기쁘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정하양이 옆에 있는 데서 어두운 얼굴을 할 수도 없었다.
은하가 어떤 선택을 취하든 결국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얘네가 장난을 친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참 난감하네.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둘 중 하나가 삐질 수 있었고.
잘못 대답했다가 꼬투리가 잡혀서 결혼생활 내내 욕을 먹을 수 있다.
은하는 주변을 곁눈질하면서 제발 자신에게 정답을 알려줄 수가 있는 사람을 찾았다.
아, 이런 젠장….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눈이 마주치자 아버지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한숨을 쉬었고.
브루노는 눈길을 피했으며.
줄리에타는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주변에 하렘을 차린 사람이 없으니 조언을 구할 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은하야, 하양아. 결혼 축하해.”
“아, 유정아….”
“”…….””
이유정까지 나타났다.
정하양, 한서현, 이유정.
세 사람 사이에 끼인 은하는 이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소에는 서로 장난도 치며 친하게 지내고는 했지만.
결혼식이라는 자리가 네 사람에게 기묘한 기류가 흐르게 했다.
다행히 구세주는 있었다.
“너희들 오늘 왜 이렇게 예쁘니!? 이러면 누가 신부인지 모르겠는데? 하긴, 다들 은하랑 결혼하는 건데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그래도 오늘은 하양 언니가 제일 예쁜 것 같아! 결혼식이라 그런가? 나도 결혼하고 싶다!”
“은애 얘는…. 나도 아직 결혼도 하지 못했는데 네가 나 먼저 하려고 그러니?”
노은아, 노은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들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러고는 장난으로 시작했다 그만 진지해지고 만 분위기를 정리했다.
새언니와 아가씨의 등장에.
세 부인은 은하를 시험하던 마음을 접을 수가 있었다.
“으이구, 너는 이제 죽었다. 잘해, 한 명이라도 서운하게 하지 말고.”
“고마워, 누나.”
노은아가 판도라 클랜원들과 같이 사진을 찍자고 말했다.
다들 흔쾌히 동의했고.
은하는 그녀들을 따라 이동하면서 노은아의 귓속말을 들었다.
“정말…. 내 동생은 결혼을 벌써 두 번이나 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건지….”
“누나 나이가 몇인데. 아직 누나는 그런 거 생각할 나이가 아니야.”
“네가 할 말이니.”
“그리고 주변에 좋은 사람 없잖아. 누나는 나중에 천천히 해. 이대로 하지 않아도 좋고.” “저기, 은하야…. 어디 잘 둘러보면 좋은 사….”
“창진 형 같은 사람은 절대, 절대 만나지 말고.”
“크흑…!”
“글쎄…. 그건 네가 하는 거 봐서 생각해볼게. 결혼했다고 조금이라도 나한테 소홀해지면 확 창진이 같은 애한테 시집이나 가버릴까.”
“누나가 백 배, 천 배는 아까우니 제발 장난이라도 그러지 마.”
“피이, 너 하는 거 봐서.”
도중에 한창진 같은 게 보였으나.
은하는 그를 무시했다.
그럼에도 한창진은 답게 사진을 찍을 때 스리슬쩍 노은아의 옆자리를 차지해버렸다.
한편으로 은하는 은애에게도 같은 조언을 건넸다.
아니, 경고였다.
“은애 너, 아까 뭐라고 그랬어?”
“응? 내가 뭘?” “너는 결혼하지 않아도 예쁘니까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야.”
“”””…….””””
결혼을 해도 시스콤이었다.
은하의 옆에 선 정하양이나.
한서현, 이유정을 비롯한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혀를 내둘렀다.
정작 노은애는 헤헤 웃었다.
은하의 관심을 받아 기쁜 것이다.
“─자, 이제 그만 찍을게요! 거기 키 작은 남자분! 뒤에 서 있지 말고 맨 앞으로 나와 주세요!”
“아, 씨…. 나가기 싫은데….”
“거기 늑대 귀가 있는 분은 이상한 표정 짓지 말아주시고요!”
“여러분, 주님의 결혼식인데 얼른 사진사님의 말을 따르도록 합시다. 앞으로 성경에도 실리게 될 텐데, 사진이 잘 나와야 하지 않겠어요?”
사진 하나 찍기 힘들긴 했으나.
은하는 어찌어찌 판도라 클랜원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어라?
그러다 은하는 사진사의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향했다.
앨리스그룹의 초대 회장.
민준식이 있었다.
민준식은 인자한 얼굴로 웃으면서 지팡이를 쥐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목을 긋고 있었다.
─하양이 울리기만 해봐라, 이놈.
무슨 뜻인지 잘 알겠다.
그는 고령임에도 아직까지 건강한 민준식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석훈도 그렇고, 민준식도 그렇고, 다른 부인들의 가족들도 그렇고.
주변에 자신이 잘못했다고 뒤에서 칼침을 놓을 사람들이 많았다.
아내들 진짜 잘 대해줘야겠네.
은하는 다시금 다짐했다.
☆
이번에도 일이 많은 관계로.
신혼여행은 인천으로 가기로 했다.
동해그룹에서 제주도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제안했지만,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언제든 판도라클랜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했다.
판도라클랜이 아직 완전히 궤도에 오른 게 아니니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정말 여유가 되면 서현이랑 하양이 데리고 제주도로 여행이나 다녀와야겠다. 물론 유정이도.
결혼식장 앞.
은하는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대기해 있던 차량을 찾았다.
둘이 타기엔 호화로운 외관이었다.
민준식의 배려였다.
은하는 정하양에게 귀띔을 듣고는 뒤를 돌았다.
몇몇 사람들이 두 사람을 따라서 밖에 나와 있었다.
“그럼 잘 다녀올게요.”
“도착하면 연락할게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은하는 뒷좌석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그녀를 차 안에 태우려 에스코트를 하려 했다.
바로 그때─.
─후다닥!
별안간 민수진의 옆에 붙어 있던 정가람이 튀어나왔다.
올해로 11살.
정하양의 남동생 정가람이 재빨리 정하양에게 달려갔다.
“가람아?”
“안 돼, 못 가.”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정가람이 의문을 표하는 정하양을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그가 그녀의 어깨너머로 은하를 쳐다보았다.
내가 밉나 보네.
하양이를 뺏어가서.
은하는 그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정가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누나를 뺏어가는 것으로 보이리라.
정가람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했다.
만약 그를 설득할 사람이 있다면, 정하양밖에 없었다.
“우리 가람이. 누나가 가람이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응….”
“누나 어디 안 가. 그러니 걱정 마. 누나 올 때까지 가람이가 아빠하고 엄마 잘 지켜주고 있을 거지?”
“응.”
“여행 다녀오면 누나가 가람이가 좋아하는 거 많이 사 올게.”
“은하 형이 그렇게 좋아? 나보다?”
“가람이가 제일 좋지.”
“정말?”
“그러엄. 그러니 이제 이 손을 좀 풀어줄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정하양은 정가람을 토닥였다.
그녀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뺨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정가람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고는 은하를 향해 보란 듯이 자랑스러운 얼굴을 내보였다.
“은하 형.”
“응, 왜 가람아. 아니…, 처남.”
“우리 누나 울리지 마.” “…처남 무서워서라도 안 할게.”
짐짓 엄한 표정을 짓는 정가람.
은하는 정가람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제야 정가람은 정하양을 안았던 손을 풀어주었다.
“누나, 잘 다녀와. 은하 형도.” “응, 다녀올게.”
“하양이 걱정하지 마.”
은하는 정하양을 차에 태웠다.
그러고 다시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기사에게 출발하란 지시를 내렸다.
이윽고 차량이 출발하고.
“진짜 우리 누나 울리기만 해봐.”
정가람은 멀어지는 차량을 보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편, 정가람처럼 멀어지는 차량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으니.
“좋겠다. 여행도 가고.”
“누구는 두 번이나 결혼하고서는 신혼여행 가는데 우리는 또 일하러 가야 하네.”
“하양이, 예쁘더라.”
“”””…….””””
차은우, 진서나, 여우비.
세 사람이 부러워하듯 중얼거렸다.
그들의 옆에 있던 남자들은 뭐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목민호가 대표로─.
“─우리 나이에 결혼….”
“응? 뭐라고?”
“…아니야.”
목민호는 입을 싹 다물었다.
이미 최은혁과 유남훈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걸.
☆
그리하여 밤이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