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105
몬스터의 생태는 아직까지도 정확히 해명된 바가 없다.
번식이라면 더더욱.
편재 속에서 태어난 몬스터의 번식행위는 같은 종이라 할지라도 천차만별이었다.
몬스터끼리 교배를 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생물체를 구분하지 않고 교배를 하는 일도 있다.
그리고 교미행위를 끝낸 상대를 잡아먹거나, 홀로 번식행위를 하는 개체도 있다.
“…생각했던 대로야.”
“자리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방 안에 존재하는 신종 몬스터도 그런 부류였다.
시간이 흘러도 놈과 한 쌍으로 보이는 개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놈은 큼지막한 알들을 품은 채로 플레이어들을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끔찍하네요.”
혜림은 방 안에 남아 있는 잔해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놈의 주변에는 샤프테일이 수레에 옮겨왔을 것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녀는 알아차렸다.
놈은 생물체의 마나를 탐해, 그 마나를 양분으로 번식행위를 하고 있었다고.
방 안에는 놈이 품고 있는 알 외에도 근처를 굴러다니는 알이 몇 개나 있었다.
저수지 일대에 있던 샤프테일도, 지하실에 있던 샤프테일도 전부 눈앞에 존재하는 몬스터가 만들어낸 것이리라.
그리고 그만한 수를 만들어냈다는 말은 자신들이 파악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뜻이었다.
키에크르르
다시금 떨어져나간 피부를 재생시킨 녀석이 혀를 날름 내밀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이것들은 뭐야!”
“레인저들은 알에서 나오는 놈들을 사격!”
근처에 아무 짝에나 있던 알을 깨고 나온 샤프테일들.
아니. 샤프테일이라 부르기에는 애매했다.
아직 만들어지다 만 녀석들은 몸에 들러붙은 찌꺼기를 떼어내며, 그저 놈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달려들고 있었다.
“…하, 이런 몬스터도 다 있어?” “알겠지만 , 방심하지 마라. 저 놈은 제4위계로 취급하더라도….” “나도 알아.”
강현철이 손가락을 튕겼다.
새로이 피어오른 불꽃이 방 안을 열기로 데우고, 미처 알에서 나오지 못한 녀석들을 그대로 태워버렸다.
플레임 그래이스
화염의 장막
전위에서는 가디언이, 중위에서는 박혜림이 박자를 맞췄다.
중위에 있던 레인저들과 후위에서 주문을 읊고 있던 캐스터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녀석들의 숨통을 끊었다.
헤이스트
구룡류 돌과
구연수가 놈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비늘이 미처 돋아나지 않은 부위에 검을 찔러 넣었다. 그대로 칼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올려쳐서는, 반대편에서 날아드는 손톱을 보고 칼을 놓고 피했다.
전사의 장막
데미지 실드
녀석의 물리공격으로부터 보호받는 구연수.
현철은 등을 보이지 않고 뒤로 물러나는 그와 교대하듯 앞으로 뛰쳐나갔다.
“아쉽기는 하다만, 이걸로 끝이다.”
놈이 구연수를 공격하려다 몸을 낮춘 것이 실수였다.
화염을 온몸에 휘감은 현철이 상단으로 쥐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바닥에 찍듯이 내리쳤다.
이걸로 녀석은 머리가 두 동강이─.
죽어…라.
“─뭐?”
놈이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팔을 내민 것이다.
불꽃을 머금은 바스타드 소드는 놈의 손목을 어렵지 않게 끊어냈다.
그럼에도 놈은 웃고 있었다.
현철은 파충류 특유의 눈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보면서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내려친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았다.
손목을 끊어냈다.
이대로 힘을 줘서 머리를 내려칠 생각이었다.
놈을 죽일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놈의 입이 부풀어 있었다.
“클랜로드! 피하세요! 독입니다!”
전투가 시작된 후로 놈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던 네비게이터가 다급한 어조로 소리쳤다.
하지만 놈이 독기를 토한 것이 더 빨랐다.
“─큭!”
피할 수 없다.
독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공격은 진작 실패했다.
이 자리에서 물러나, 해독을 하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그 동안 반격할 기회를 보고 있었을 놈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오른쪽!]텔레파시스트가 네비게이터의 지시를 전달했다.
독과 안개로 행동이 제한된 상황.
그리고 놈이 인간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상황.
네비게이터와 텔레파시스트의 판단은 재빨랐다.
현철은 바로 우측에 방벽을 전개했다. 불꽃으로 이루어진 방벽이 무언가를 내쳤다.
일단 해독부터….
허리춤에 해독 포션을 가지고 있었지만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물건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은 벌 수 있겠지만, 박혜림에게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었다.
[걱정마세요. 그대로 공격하세요.]텔레파시스트의 목소리였지만, 누가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국내 최고의 서포터의 지시가 떨어졌다.
“오케이.”
현철은 망설임 따위는 집어던지고 독안개를 몰아낼 불꽃을 일으켰다.
독안개와 화염이 마치 서로를 집어삼키듯 뒤섞였다.
시야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불꽃이 만들어낸 열기에 시야가 일렁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현철은 불꽃을 뒤집어쓴 채, 독기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셰어링 애뮬렛
– 디톡시피케이션(Detoxification)
“과연 야.”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니까요!]박혜림이 방 안에 들어서기 이전에 부여했던 보조마법.
현철은 그제야 셰어링 애뮬렛이 어떤 마법인지를 깨달았다.
혜림이 그녀 자신에게 마법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사전에 셰어링 애뮬렛의 효과를 얻은 플레이어에게도 그 효과가 전달되는 마법인 것이다.
진작 좀 말할 것이지.
바스타드 소드를 고쳐 잡은 그가 불꽃을 헤집으며 놈을 찾았다.
감히…, 내 아이를…!
놈이 분노한 소리가 들렸다.
놈이 휘두른 꼬리가 눈앞에서 여러 개로 갈라졌다.
갈라진 꼬리는 일제히 날붙이로 변해 덮쳐들었다.
“누가 쫄 줄 알고.”
데미지 실드
전사의 장막
놈은 모르겠지만 텔레파시스트를 통해 가디언이 바로 근처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였다.
가디언이 마나를 불어넣은 철방패가 너비를 확장해서는 날아드는 날붙이들을 받아냈다.
“한 번 더 먹어라!”
바스타드 소드가 불그스름한 기운을 발했다. 주변에 화염이 겉돌았다.
강현철이 숨을 토했다. 그가 토한 숨결이 불꽃이 되어 공중에 피어올랐다. 눈가에 맺힌 불꽃이 격렬하게 타올랐다.
키에에에에엑─!!
단말마와도 같은 비명.
어깨에서부터 시작해 복부까지 검에 베인 놈이 소리를 질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놈이 자가재생을 시작했지만, 상처가 수복되는 속도를 웃도는 속도로 불꽃이 퍼졌다.
불꽃은 재생되는 피부를 지지고, 그 위로 새로 재생되는 피부를 지지기를 반복했다.
왕을…, 지켜야…!
그럼에도 놈은 죽지 않았다.
녀석은 현철을 잡아내기 위해 남아 있는 팔을 뻗었다. 칼날로 변한 꼬리를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
전사의 장막
데미지 실드
프로텍션
라이트패스트 블레스
놈의 공격은 뒤로 물러나는 그에게 닿지 않았다.
구룡류 돌과
철방패를 지면에 박은 가디언의 어깨를 밟고 뛰어오른 구연수.
그가 출혈이 일어난 상처부위를 헤집었다.
키에에에에엑!!
놈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면서도 둥지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공격을 받아내며 알을 지키려 들었다.
죽…어라!
놈이 보라색으로 농밀한 액체를 내뱉었다.
독이었다.
구연수는 히죽 웃었다.
셰어링 애뮬렛
– 디톡시피케이션(Detoxification)
“, 끝을 내라.”
“알고 있다고─!!”
시간은 충분히 끌었다.
그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놈으로부터 등을 돌린 채 후위로 달려 나갔다.
“레인저! 캐스터!”
구연수가 외쳤다.
저들도 이미 준비를 마친 뒤였다.
신념의 방패
무너지지 않는 기개
가디언이 강현철을 쫓으며 보호마법을 전개했다.
동시에 놈이 사력을 다해 휘두르는 공격을 어깨에 걸친 방패를 던져 튕겨냈다.
“안 아플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안…돼, 나의…왕은─!!
“바이올렛 블레이즈(Violet Blaze).”
현철이 놈의 가슴께를 향해 검을 수평으로 그었다.
검이 지나간 궤적에서 공간이 갈라지는 것처럼 불꽃이 터져 나왔다.
자줏빛으로 타오른 불길이 놈을 집어삼켰다.
자줏빛을 발하는 불꽃은 몸부림을 쳐도 꺼지지 않았다. 벌레처럼 체내 마나를 야금야금 갉아먹어서는 제 몸집을 부풀려나갔다.
키에에에에엑─!!
불꽃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아 있는 팔을 휘둘렀다.
팔이 뚝 하고 떨어졌다.
[지금이다!]후위로 물러난 구연수가 지시를 내린 모양이었다.
“야, 따라와!”
“네!”
강현철은 전신에 불꽃을 뒤집어쓴 놈을 돌아보지도 않고 무거운 철갑을 짊어진 가디언의 등을 때렸다.
가디언이 앞장섰다.
그가 철방패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전사의 장막
신념의 방패
무너지지 않는 기개
이어서 박혜림의 보호마법이 전개되었다.
데미지 실드
플레임 그래이스
프로텍션
겹겹이 싸인 보호마법이 가리키는 바는 명확했다.
폭발이 일어났다. 사방에서.
캐스터가 그 동안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터뜨렸고, 레인저들이 폭풍 속으로 탄환을 난사했다.
키에에에에엑──!!
폭발과 폭풍 속에서 녀석의 단말마가 들린 것 같았다.
하지만 마법이 터지는 소리와 탄환이 날아가는 소리가 일대를 가득 메웠다.
놈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주 나까지 죽이려고 작정했구만.” “당신이 죽을 사람이에요?”
후위로 돌아온 현철이 흥 소리를 내며 토라졌다.
박혜림은 그런 그를 어이없다는 투로 회복마법을 걸어주었다.
“네비게이터. 어떻게 됐지?”
구연수는 두 사람의 말다툼을 무시했다.
텔레파시스트가 건넨 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피와 땀을 닦아낸 그가 네비게이터들에게 물었다.
“…소멸했습니다.”
“네, 소멸 확인했습니다.”
네비게이터들은 연기가 걷히지 않은 세상을 들여다보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보스 몬스터의 소멸이었다.
실제로 놈은 죽어 있었다.
폭풍이 걷힌 너머에는 놈이 남아있는 몸으로 알을 보호하는 자세로 죽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징한 놈이군.”
현철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마한 포격을 받았는데에도 몸이 용케 남아 있었다.
그는 죽어가는 놈의 몸에 바스타드 소드를 찔러 넣었다.
바이올렛 블레이즈가 놈의 체내 마나를 모조리 갉아먹은 뒤였다.
검게 그을린 형체가 잿더미처럼 바스러졌다.
큼지막한 마석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 이걸로 끝난 건가.”
“아직이야, . 알이 남아 있으니까.”
구연수가 더 이상 칼이라 부르기도 힘든 칼로 놈이 지키고 있던 알을 찔렀다.
껍질을 관통한 칼날에 무언가 꿰뚫리는 감각이 들었다.
그리고.
키에에에
“엄마야!”
혜림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이 알 속에서 울린 비명을 듣고는 화들짝 놀랐다.
“보통 놈이 아니네.”
구연수는 반강제로 각성한 도마뱀이 알을 비집고 나오려 하는 모습을 보고는 곧 바로 숨통을 끊어냈다.
정신을 차린 플레이어들도 알을 부수는 작업을 시작했다.
키에에에에
크으으으
키으크
비슷한 상황이 연이어 일어났다.
알이 부서진 녀석들이 살고자 발버둥을 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괴성을 질렀다.
꺼림칙한 몬스터들이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녀석들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 도망치려 하고, 외계생명체와도 같은 몸으로 발버둥치는 모습에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녀석들을 죽여야 한다.
플레이어들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은 바닥을 기어서라도 도망치려 하는 몬스터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칼로 찔러댔다.
“저기! 한 마리가 도망갑니다!”
한 마리는 영악한 놈이었다.
알을 공격당하기 직전에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왔다. 빠른 속도로 네 다리를 움직이더니, 급기야 두 발로 일어나서는 도망쳤다.
권총을 쥔 플레이어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두 다리로 뛰어가던 도마뱀이 바닥을 지그재그로 기어서는 총탄을 피해나갔다.
“이게 어디서!”
도망치던 도마뱀을 잡아낸 이는 현철이었다.
붙잡힌 몬스터는 발버둥을 치다 불꽃에 집어삼켜졌다.
“이걸로 끝난 건가?”
“─다들 수고했어.”
“생각보다 더 힘들었어요.”
이로써 과천시 몬스터 군집토벌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작전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열기와 불길이 가득한 세계.
나의, 아이…
왕…이시여…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
적어도 하나라도.
바짝 타들어가는 몸을 이끌고 알을 덮었다.
부디, 부디 살아…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알을 깨고 나온 아이는, 왕은 지옥의 업화 속에서도 꿋꿋이 나아가고 있었다.
왕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제 어미에 대한 감사도 하지 않고, 오로지 살기 위해 열기를 헤집고 나갔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왕을 위해 태어난 존재.
왕은 태어났고, 자신은 역할을 다했다.
죽는 순간까지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니, 나의 왕이시여.
나의 아이여.
부디 강하게─
불꽃이 남아 있던 의식마저 집어삼켰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