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120
재벌들은 자신의 부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교모임을 갖는다.
아이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아이들이 더 왕성한 모임을 갖는다.
재벌 3세에 속하는 그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그들만의 사회성을 기르고, 그들끼리 연대를 다지며, 나아가 미래에 자신을 따를 사람을 모으는데 주력한다.
그래봤자 별 거 없지만.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아이들의 모임이라 해봤자 예의작법을 배우거나, 교양을 쌓거나, 사교댄스를 연습하는 것이 전부였다.
모임을 구성하는 주체가 남자아이라면 따르는 아이들도 대부분 남자아이들일 테니, 중간 중간 운동을 하거나 게임도 할 터였다.
하지만 은하가 참가하는 모임은 시리우스의 재벌 3세들이 주최하는 것이었다.
그녀들이 주최하는 모임은 남자아이들이 주최하는 모임보다 정적이고, 정원을 구경하거나, 책을 읽거나, 다과를 맛보며 수다를 떠는 것이 전부였다.
나하고 어울리기는 하지만.
분기마다 정기적인 모임이 있는 것만으로도 귀찮아 죽겠는데, 아이들의 비위까지 맞추며 공을 차고 싶지는 않았다.
은하는 이왕 모임에 참가할 바에는 다과나 즐기고 싶었다.
“어서와, 얘들아.” “서연아 오랜만이야~!”
“조금 늦었네.”
“5분 늦은 거 가지고 뭘.”
은하와 은아는 시리우스의 재벌 3세들이 주최한 정기모임에 세 번째로 참석했다.
이제는 익숙한 걸음으로 다과회장에 들어선 은아는 먼저 와 있던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면에 은하는 오랜만에 얼굴을 보자마자 핀잔을 주는 서현을 떨떠름해하며 빈자리에 앉았다.
첫 번째 모임 때부터 앉았던 말석이었다.
“안녕, 은하야.” “안녕, 잘 지냈어?” “오랜만이야.”
은하는 얼굴을 익힌 아이들에게 인사했다. 모두 그처럼 문 가까이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었다.
모임 내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직급이나 재산, 평판 등에 따라 서로가 암묵적으로 정한 자리에 앉아야 했다.
아이들의 나이나 능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계급은 오로지 부모가 현 시점에서 시리우스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나뉘었다.
결국 그의 주변에 앉은 아이들은 가까스로 모임에 참석할 정도로 말단에 해당하는 이들이었다.
“이제는 거기가 네 지정석이구나.” “이제 알았어? 다음에도 여기 비어놔.”
“집에 가고 싶니?”
“보내주면 좋고. 누나도 같이.”
“미안하지만 그건 내 소관이 아니야.”
은하의 아버지는 시리우스 디바이스 전략경영기획부서의 부장이었다.
시리우스그룹의 주요 사업부문이 디바이스라는 점에서, 그가 서현의 근처에 앉더라도 불만을 토로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실제로 한서연은 첫 번째 모임 때 은아를 자신의 근처에 앉히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은하는 말석에 앉았다. 다른 아이들의 관심을 받는 일도 질색이거니와, 서현의 근처에 앉은 아이들처럼 아양이나 떨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늘 다과는 마카롱이네?”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서 있던 사용인이 차를 따라주었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은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마카롱을 보고 눈을 빛냈다.
이 시대에 마카롱은 대중적인 스위츠가 아니었다.
서울에서 마카롱을 취급하는 가게도 얼마 되지 않아, 구하기도 어려웠다.
은하도 아버지가 거래처에서 받아온 마카롱을 한 번 먹은 것이 전부였다.
마카롱이 시중 어느 카페에서든 구할 수 있게 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피에르 에르메에서 공수해온 거야.” “프랑스에서 구해온 거야?”
누가 재벌가 아니랄까봐.
접시에 마카롱 몇 개를 담은 은하는 혀를 내둘렀다.
해양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로 인해 국제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에도, 프랑스에서 마카롱을 공수해왔다는 사실이 여간 놀라운 게 아니었다.
과연 대한민국 재계서열 2위에 해당하는 시리우스 그룹이었다.
“네가 피에르 에르메를 어떻게 아니? 여기서 아는 애들은 아무도 없던데.”
찻잔을 내려놓은 서현이 눈짓으로 바로 근처에 있던 아이들을 가리켰다.
은하가 오고부터 말수가 줄어든 아이들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머쓱해했다.
모임 내에서 얼마 없는 남자애들은 마치 원수를 보는 것처럼 그를 쳐다보았다.
“…그냥 찍은 거야.”
“그러니? 운이 좋네.”
은하는 대충 얼버무렸다.
서현은 금세 흥미가 식은 모양이었다.
그때를 노려 눈치를 살피던 아이들이 화제를 돌렸다.
여자애들은 최근 유행하는 패션이나 과자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남자애들은 간간히 추임새를 넣거나 그녀에 대해 칭찬하기 바빴다.
“은하 너는 정말 머리 좋다. 이게 마카롱이란 것도 알고, 피에르 뭐시기가 뭔지도 알고 말이야.”
“그냥 찍은 거야.”
“그래도 마카롱이 뭔지 알고 있었잖아.”
말석에 있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낮춰 말을 걸었다.
은하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홍차 대신 우유를 따라서는 마카롱을 입에 넣었다.
내가 이걸 왜 모르겠어.
여자애들이 자주 먹던 건데.
회귀 전, 유정은 식사를 마친 뒤에는 싫다고 하는 그를 카페로 억지로 데려가, 커피와 마카롱을 주문하고는 했다.
그녀가 마카롱에 대해 하도 빠삭하게 알고 있던 지라, 귀가 닳도록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했다.
백련도 그랬다. 유정이 선물로 사온 마카롱을 맛본 뒤부터 마카롱을 사달라고 몇 번이나 졸랐었다.
물론, 그가 마카롱이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된 계기는 그보다 좀 더 오래전 일이었다.
‘이게 뭡니까?’
‘마카롱이란 거야. 얼마 전에 프랑스의 피에르 에르메란 데서 서울로…, 말해도 모르겠지.
그거 유정이 가져다주면 좋아할 거다. 괜히 나한테 받았다는 소리하지 말고.’
대한민국에서 재계서열 3위에 해당하는 영원그룹.
주요 사업부문이 금융과 보험이었던 영원그룹은 승계구도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유도준. 그는 초대 회장 유선경의 세 번째 자식의, 두 번째 부인의 아들이었다.
복잡한 승계구도 속에서 거의 외면되다시피 취급되었던 그는 그럼에도 영원그룹을 손에 넣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유도준은 고등아카데미에서 자신과 나이가 같은 은하를 만났고, 재정적인 후원을 약속하는 대신, 자신의 수족으로 끌어들였다.
은하는 안개꽃 파티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때까지 유도준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했다.
플레이어 아카데미는 학비는 무료였어도, 장비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었으니까.
은하가 고등아카데미에서 유도준을 만나고 1년이 지났을 때, 영원그룹 초대회장의 삼남이 단군그룹의 건설회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경황이 포착되었다.
그때 그는 단군건설에 잠입해 이중장부를 훔치고, 내친 김에 비자금을 빼돌렸다.
그리고 삼남의 후계자들을 떨어뜨릴 힘을 손에 쥔 유도준은 쓰레기차에 숨어 돌아온 그에게 마카롱을 선물한 것이다.
내가 다시는 그 짓 안 해. 못 해.
이번 생에는 너 좀 안 봤으면 좋겠다.
결국 유도준은 모든 후계자들을 물리치고 더러운 왕좌를 손에 넣었다.
은하는 그의 마수에서 풀려날 때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개고생이 따로 없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자였다.
이번 생에는 결단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플레이어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은하 너는 어떻게 생각해?” “어? 뭐가?”
그러던 은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서현이 차가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언짢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여름방학 모임은 바다에서 할지, 산에서 할지 내가 묻지 않았니?” “아, 미안.”
은하가 가볍게 사과했다.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그녀의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눈빛을 바꿨다.
근처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안절부절못해했다.
바로 옆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서연의 테이블과 대비되는 분위기였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말이야, 노은하 너 너무 개념 없는 거 아니냐?”
서현의 근처에 앉아 있던 남자아이가 킥 하고 비웃었다.
시리우스 모직의 후계자 공백기.
은하는 남자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서현의 모임에는 남자아이들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회귀 전에도 공백기를 만난 적이 있었다.
고등아카데미의 동기생이었다.
“내가 뭘?”
은하가 유도준의 후원을 받으며 온갖 진흙탕을 굴렀다면, 공백기는 시리우스그룹이 깔아준 레일을 따라 플레이어가 되었다.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에는 형 공청기와 함께 한서연의 전속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된 그였다.
그래봤자 B급의 반열에 머물렀던 플레이어에 불과했지만.
근데 참 이상하단 말이야.
저건 한서현 파벌에 있는데, 왜 한서연의 전속 플레이어가 된 거지?
몇몇 애들도 그렇고.
문득 떠오른 의문이었지만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대뜸 시비를 걸기 시작한 공백기를 처리하는 일이 우선이었으니까.
“서현이 누나가 물었잖아. 방학 때 어디 가고 싶냐고.
근데 서현이 누나 이야기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그냥 ‘아, 미안.’하고 말하면 끝이야?”
맞아, 맞아.
남자아이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공백기는 아이들이 맞장구를 쳐주자 가슴을 활짝 폈다.
곁눈질로 서현을 한 번 쳐다본 그는 다리를 꼰 채 팔짱을 끼고 있던 은하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서현이 누나한테 똑바로 사과해. ‘잘못했습니다.’하고.
그리고 서현이 누나가 네 친구야? 왜 서현이 누나 기분 나쁘게 시도 때도 없이 반말을 하고 그래?”
한서연의 테이블도 조용해졌다.
입을 다문 아이들은 공백기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은하가 어떤 식으로 대답할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정작 서현의 테이블에 있던 아이들은 이 상황을 즐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겁을 집어먹은 이들도 있었다.
“─야.”
은하는 접시에 남아 있던 마카롱을 손으로 집었다.
마카롱을 집은 손을 까딱였다.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마카롱으로 향했다.
“너 뭐하는 놈이야?”
“…뭐?”
그만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공백기는 은하가 가만히 쳐다보는 시선만으로 얼어붙었다.
은하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던진 탓에, 말문이 탁 막혀버렸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우, 우, 우리 아빠가 시리우스 모직 사장인데 왜!”
이대로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공백기는 괜히 겁에 질려 물러났다가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서현이 자신을 우습게 보리라는 것을.
“나는 네 아버지가 아니라 네가 뭐하는 놈인지 물은 거지만, 뭐 됐어.
근데 그걸 알면서 그래?” “그게 무슨 소리야!”
은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손으로 까딱이고 있던 마카롱을 천천히 음미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
“서현이가 기분 나쁘대? 네가 뭔데 지레짐작해서 하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고 그래?”
“뭐뭐….”
“분수를 알아.”
분수를 알아.
공백기는 설마 그 말을 은하에게 들을 줄은 몰랐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자신이 분수를 알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네가 왜 서현이 이름을 허락도 받지 않고 쓰는 거야?
네가 서현이 친구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정말.”
공백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은하는 이때까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서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분위기 흐려서 미안해.
기분 상했다면, 내가 정식으로 사과할게. 미안하다.”
공백기의 기를 죽인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 자리는 한서현의 사교모임이었다.
주인이 버젓이 있는 데에도 소란을 피우는 행위는 그야말로 그녀를 무시하는 처사였다.
은하는 아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공백기도 “괜한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사과했다.
“─됐어.”
서현은 아무렇지 않은 투로 두 사람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은하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대로 사과를 받아넘긴다면, 그녀를 위시한 아이들에게 얕보일만한 꼬투리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근데 너희는 매너가 뭔지 좀 배워야겠다.”
역시.
그녀는 옆 테이블에도 들릴 정도로 말을 이었다.
“너.”
“네, 누나.”
입으로 공백기를 부른 그녀.
지목당한 공백기는 등을 곧게 피며 자세를 바로 했다.
“내가 너한테 기분 나쁘다는 말이라도 했니?” “아니요. 안 했어요. 제가 멋대로 말한…, 겁니다.”
“내 이름을 멋대로 들먹이지 마.”
서현은 바짝 긴장하고 있던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너희도 마찬가지야.
이 자리는 너희랑 교류를 갖기 위해 만든 자리지, 너희가 내 이름을 멋대로 사용하고, 내 마음을 멋대로 단정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야.
그게 마음에 안 들면, 다음부터는 오지 않아도 돼.”
오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서현이 꺼낸 말이 충격이었는지, 서연의 테이블에 있던 아이들까지도 사색을 표했다.
“그리고 노은하.”
“네.”
은하도 분위기를 바꾸며 답했다.
혼날 준비는 되어 있었다.
“너도 잘해.”
“네.”
뭘 잘하라고 하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예상 외였다.
그녀에게 호되게 혼날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고작 이걸로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입을 다물지 못한 아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불만 있는 사람 있니? 있으면….”
이제 오지 않아도 돼.
그녀가 마지막에 얼버무린 말이 무엇일지 능히 짐작이 갔다.
이 자리에 시리우스그룹과의 연을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은하는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을 편애하는 듯한 뉘앙스를 비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덕분에 죽일 듯이 노려보는 공백기와 몇몇 아이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한 번 소란을 일으킨 몸이었으니 은하는 잠자코 시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은하야 괜찮아?”
“…얼른 집에 가고 싶어.”
진이 다 빠진다.
무슨 일이 생기면 칼로 해결했던 그로서는 우회적인 말로 서로를 견제하는 사교모임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안개꽃 파티를 창단한 이후에도 이유정이나 배수빈에게 거의 모든 업무를 떠맡겼었다.
마카롱이라도 받았으니 어디야.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서현은 마카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그에게 남은 과자를 모두 가져가도 된다고 허락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도 가져가겠다고 말하기 전에 남아 있던 마카롱을 잽싸게 쓸어 담았다.
은하는 아이들이 보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은아에게 안겼다.
조금 전부터 “은하 너는 참 재미있구나.”라든가, “얘, 나한테도 편하게 불러도 되는데.”라며 말을 걸어오는 서연은 대놓고 무시했다.
그런데도 한서연은 기분이 상한 티를 보이지 않았다.
“다음 모임은 산에서 하는 거 알지?”
서현은 은하가 시리우스 일가에서 준비해준 차에 오르기 전에 배웅을 나왔다.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여름방학에는 어디 좀 쉬면 덧나나.” “그럴 거면 왜 사니.”
서현이 힐난했다.
“아, 맞다.”
“응?”
그러다 그는 차에 실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오늘 과학시간에 만든 달고나였다.
너무 단 것을 좋아하지 않던 그는 사교모임에 오기 전부터 달고나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었다.
“이게 뭔데?”
“달고나.”
“달고나라고?” “달고나 몰라? 설탕을 녹여 만든 과자잖아.”
어떻게 달고나를 모를 수 있지.
은하는 황당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한서현은 달고나를 신기한 물건이라도 보는 것처럼 살폈다.
“종종 학교 앞에서도 파는데.”
“우리 학교에는 그런 거 없어. 너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파는 물건을 사고 싶니?”
“누가 잘 사는 집 애 아니랄까봐.” “지금 나 놀리는 거니?”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내가 만든 건데 안 먹을 거야?”
은하는 일부러 자신이 만들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잡상인이 판 게 아니었다.
서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봉지 안에 담긴 달고나를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결국 입 안에 넣었다.
“어때? 먹을 만하지?” “…맛은 있네. 맛은 있는데, 너무 달다. 설탕으로 만들었다고?”
“설탕을 녹인 다음에 소다 조금 넣은 거야.”
“그럼 지금 나한테 설탕덩어리를 준 거네?”
서현이 눈초리를 세웠다.
그 순간, 재빨리 차에 탑승한 은하가 문을 닫았다.
“아저씨! 혜화동으로 가주세요!”
밖에서 서현이 뭐라고 말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은하는 그녀가 입을 다물었을 때에야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었다.
“맛있게 먹어~ 마카롱 잘 먹을게!”
마카롱을 받고, 달고나를 투척한 은하였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