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129
새벽호텔에 들이닥친 몬스터는 대다수가 제8위계였다.
일상생활에 물리적 피해를 야기하는 몬스터.
조그마한 원숭이처럼 생긴 몬스터는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지고, 손톱을 세워 사람들을 할퀴었다.
제8위계에 해당하는 몬스터는 E등급에 미치는 플레이어들이라도 쉬이 토벌할 수 있는 몬스터였다.
저글링 몽키(Juggling Monkey)가 제7위계 몬스터 고블린과 연계를 이루지 않았다면.
저희들보다 위계가 하나 높은 고블린을 위시한 녀석들은 잔머리를 굴려 플레이어들을 상대했다.
“─꺼져.”
어느새 몬스터들이 4층까지 올라왔다.
은하는 계단 난간을 정글짐을 타듯 올라온 저글링 몽키의 미간을 향해 레이피어를 찔러 넣었다.
원숭이는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소멸했다.
이어서 아래층으로 뛰어내렸다.
고블린 바로 앞에서 착지한 그가 레이피어에 마나를 불어넣고 재빨리 주변을 훑었다.
눈앞에 고블린 하나.
그리고 고블린 주변에 모여 있던 저글링 몽키 세 마리.
광무
한 번에 숨통을 끊는다.
지그재그로 뛰쳐나가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칼끝은 고블린의 심장부를 꿰뚫고, 길이를 조절해 심장부에서 칼을 빼내 좌우에 있던 세 마리를 베어냈다.
“…말도 안 돼.”
최상층에서부터 계단을 뛰어내려오느라 맨발이 된 오연정은 헝클어진 머리도 정리하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보인 실력은 베테랑 플레이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으니까.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무작정 뛰어내렸을 때에는 머리가 돈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초등학생에 불과한 아이가 보여준 검술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안 내려오고 뭐해? 왜, 도망이라도 치려고?”
“…아니요.”
오연정은 속으로 뜨끔했다.
어깨에 총상을 입은 그녀는 기회를 노려 그로부터 도망칠 생각이었다.
서포터인 그녀는 단독으로 그와 싸울 수 없었다. 전열을 갖춘 뒤 그를 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도망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뒤에도 눈이 달렸는지 감시를 하는 것은 둘째 치고, 조금 전부터 아래층에서 몬스터가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해. 예상보다 몬스터들이 많이 몰려들었어.
몬스터 몰이가 끝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인데,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어.
오연정은 불안한 눈빛으로 호텔로 몰려드는 몬스터들의 기척을 더듬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너희는 호텔에 있는 플레이어들만으로 이만한 규모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요.”
은하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고는 혀를 찼다.
보아하니 사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그것도 심각한 방향으로 돌변한 것 같았다.
걔네들은 무사히 대피했겠지.
복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원숭이에게 헤집어진 사람들의 사체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그 중에는 아이들의 사체도 있었다.
피에 젖은 가운을 입고 숨이 끊어진 아이며, 원숭이에게 가운을 빼앗겨 옷도 걸치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도 있었다.
아는 얼굴도 있었고, 모르는 얼굴도 있었다.
“엿 같네.”
아는 얼굴이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광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일부러 마나를 흘렸다.
복도에서 사체를 뒤지고 있던 제8위계 몬스터 저글링 몽키가, 사체를 파먹고 있던 제9위계 몬스터 매거트(Monster Maggot)가 고개를 들었다.
저글링 몽키가 위협적으로 엉덩이를 들어, 살벌한 소리를 냈다.
리볼버 쏜(Revolver Thorn)
은하는 레이피어로 몬스터들을 겨냥했다.
체외로 흘러나온 마나가 화살촉을 연상케 하는 가시가 되어 레이피어의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맴돌았다.
구현화된 가시는 모두 일곱.
그가 겨냥한 개체 역시 일곱이었다.
키에에엑
가장 가까이에 있던 저글링 몽키가 달려들었다.
은하는 움직이지 않았다. 레이피어로 달려드는 몬스터를 조준하자, 시계방향으로 맴돌던 가시 중 하나가 녀석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몬스터를 견제하는 기술인 미침을 강화시킨 마법.
트레
디치를 쓰러뜨린 이후, 체내 마나가 급격히 늘어나서야 사용할 수 있게 된 마법이었다.
“이것들이 지금 누구 앞에서 지랄하는 거야.”
은하가 레이피어를 머리 위로 올렸다.
레이피어를 중심으로 맴돌던 가시는 제자리에서 회전하고만 있었다.
레이피어를 내리자, 마치 그것이 사격 신호가 된 것처럼 남아 있던 가시가 일제히 날아들었다.
가시에 찔린 몬스터들이 마나가 되어 사라졌다.
은하는 바닥에 떨어진 마석에는 관심도 주지 않고 2층으로 내려왔다.
내려오자마자 대뜸 눈살을 찌푸렸다.
예상은 했었지만 상황이 더 심각했다.
1층에서 올라왔을 몬스터들이 복도를 뛰어다니며 저희들끼리 사냥감을 두고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은 안 오고 뭐하는 거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데에도 몬스터를 상대하는 플레이어들이 없었다.
그나마 있었을 플레이어 몇몇도 몬스터의 먹이가 되어 형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꼴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2층을 점유한 몬스터들이 새로운 먹잇감으로 나타난 그를 주시하며 입가를 다신 것이다.
편하게 내려가기는 글렀다.
그리고 먹잇감은 그가 아니라 녀석들이었다.
“야.”
“…네!”
“허튼 생각 부리지 말고, 잘 따라와.”
계단도 계단이었다. 1층에서부터 올라오는 녀석들이 길을 막고 있는 가운데, 뒤에서부터 쫓아오는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했다.
감각을 곤두세웠다.
숨을 크게 쉰 그가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몬스터를 레이피어로 찌르고, 칼날을 조절해 녀석의 몸에 박힌 칼을 빼들었다.
몸을 반회전해서 뒤를 덮친 녀석을 갈라버리고, 옆에서 달려드는 녀석을 돌려차기로 걷어찼다.
손과 발이 능수능란하게 움직였다. 숨을 쉴 여유도 없을 정도로 검을 휘두르며 길을 만들었다.
일점돌파
미침
검을 휘두를 공간이 부족하다.
레이피어로 일직선상에 위치한 몬스터들을 찌르는 동시에 돌진했다. 추진력을 더한 상태에서 공격력이 추가되니, 칼에 찔린 몬스터들이 마나가 되어 흩어졌다.
그 순간 검을 휘두를 공간이 생기고, 등을 벽에 대자마자 레이피어에 맺힌 마나를 흩뿌렸다.
잘게 나뉜 마나가 바늘비가 되어 몬스터들을 견제했다.
대단…해….
오연정은 자신에 한해 방벽을 전개한 채, 그가 만드는 길을 따라왔다.
때때로 그가 휘두르는 칼날에, 날아드는 마법에 방벽이 부서지기는 했지만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어린아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전투.
A급에 해당하는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이 정도로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플레이어를 본 적이 없었다.
뭐지?
계단을 반쯤 내려갔을 때였다.
은하는 몬스터의 물결이 흐트러지는 것을 보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가 있던 자리로 한 차례 섬광이 스쳐 지나가고, 녀석들의 잔해가 우수수 떨어졌다.
희미해진 섬광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노은하?”
“─선생님?”
임도훈과 노은하.
한순간 멈칫한 두 사람은 등 뒤에서 나타난 몬스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박자를 맞춘 것처럼 두 마리의 몬스터가 거의 동시에 소멸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위치는 바뀌어 있었다.
임도훈을 내려다보고 있던 은하가, 이번에는 그를 올려다보는 형태로.
입을 다문 두 사람이 서로를 응시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몬스터는 새벽호텔을 습격했고, 임도훈은 전직 플레이어로서 대피하지 못한 아이들을 찾기 위해 호텔을 수색하고 있던 것뿐이다.
은하 역시 살아남기 위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저 그뿐, 서로에 대한 안부는 필요 없었다.
“어디에서부터 내려온 거지?”
“맨 위층에서부터요.”
“아이들은?”
“…잘 모르겠어요.”
은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위층에서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떠올렸다.
그 아이들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었다.
새벽호텔에는 도안초등학교에서 온 아이들은 물론이며, 다른 초등학교에서 온 아이들도 있었다.
그 많은 아이들이 몰살당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호텔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건 알 바가 아니야.
아이들의 생사여부는 알 바가 아니었다.
친구들은 예외였다.
“은혁이랑 민지, 하양이랑 서나는요?” “모두 대강당으로 대피했다.”
“아이들은….”
[우리는 지하 대강당으로 이동하고 있어.그러니까 지하 대강당에서 기다릴게. 다치지 말고.]
서나로부터 텔레파시를 받은 은하가 입가를 끌어올렸다.
목소리로 판단하건대, 모두 무사한 것 같았다.
게다가 대강당으로 피신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
보호마법이 기동하는 한, 몬스터의 습격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문제는 끝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이었지만.
“선생님. 아이들 수색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맡기고, 새벽그룹의 후계자 중 한 명인 이병인을 찾아주세요.”
“이병인?”
눈살을 찌푸린 임도훈이 되물었다.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낸 그는 이 상황에 새벽그룹의 후계자의 이름이 나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역시 이 사태의 원흉을 듣고는 얼굴을 굳혔지만.
“─그 망나니가 리모컨을 쥐고 있다는 건가.”
“네. 아마도 대강당에 있을 거예요. 찾아서 몬스터 몰이를 중단시키는 게 우선이에요.”
“하지만 위층에 있을 아이들은─.”
“걱정이 되는 건 알겠지만, 그게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은 아니잖아요?”
은하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하자, 임도훈이 살기를 드러냈다.
그는 전직 플레이어였다.
현재는 앨리스그룹의 전속플레이어가 되어, 정하양과 주변 아이들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라는 자리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가 이토록 살기를 드러냈다는 의미는, 아이들에게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이리라.
그렇다 하더라도 목적과 수단을 헷갈려서는 안 된다.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아요. 몬스터들이 대강당으로 침입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요.”
“…….” “전부, 잃을 거예요?”
대강당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은하는 아직 대피하지 못한 아이들을 찾다, 모두 잃고 말 것인지 도발했다.
“넌….”
그렇게 쉽게 내칠 수 있는 거냐.
임도훈은 결국 그에게 묻지 못했다.
별안간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바닥이 무너지고, 자이언트 웜 계열 몬스터가 솟구쳐 올라왔기 때문이다.
계단이 무너졌다.
몬스터는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가 천정을 부쉈고, 잔해가 떨어져 내렸다.
흙먼지가 앞을 가릴 정도로 자욱하게 깔렸다.
“선생님!”
은하는 아래층으로 떨어지면서도, 흙먼지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을 향해 소리쳤다.
“친구들을 부탁합니다.”
그는 임도훈이 뭐라 말하기 전에, 중심을 잃고 허우적대는 오연정의 목을 졸라서는 마나를 가다듬었다.
천보
몬스터 몰이를 중단시키더라도, 새벽호텔로 향하는 무리는 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녀석들의 흐름을 끊어야 했다.
☆
“노은하!”
충격을 흡수하는 방벽을 전개한 임도훈은 대강당이 있는 층으로 떨어지자마자 은하를 찾았다.
흙먼지가 걷힌 자리에는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임도훈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숨을 삼켜야 했다.
아비규환이었다.
이보다 끔찍한 광경은 플레이어로서 한창 활동했던 때밖에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더 끔찍했다.
그는 몬스터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은 봤을지언정, 사람들에게 깔려 죽은 사람들은 본 적이 없었다.
그들 중에는 아이들도 있었다.
곤죽이 된 것처럼, 바닥에 눌러 붙은 시체는 누구의 시체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 사실이 더더욱 열에 받쳤다.
무엇보다 체내 마나를 가다듬을 수 없을 정도로 방출한 이유는 바로 조금 전에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흔적 때문이었다.
대강당으로 향하는 문은 부서져 있었다.
목재로 이루어진 문은 간신히 형태만 유지할 수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아래로 갈수록 피가 묻은 손자국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리고 문가 근처에는 사람들이 모두 등을 보인 채 쓰러져 있었다.
뒤에서 몬스터로부터 습격을 당하면서도, 누군가 닫아놓았을 문을 열기 위해 문을 두드렸을 흔적이 역력했다.
“이게…, 대체….”
문을 연 이는 결국 누구였을까.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방벽을 파괴하기 위해 몰려든 몬스터들이었을까.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이 모든 일이 방벽 너머에서 자신을 지키기 급급한 이병인이라는 작자 때문이라는 것.
“…….”
몬스터들은 임도훈을 신경 쓰지 않았다.
보호마법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나가 더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황은 몬스터에게 유리한 형세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병인.”
안경은 거치적거렸다.
안경을 집어던진 그가 시각을 강화하는 마법을 발동시켰다.
한쪽 눈에 걸린 모노클이 저 너머에 있는 광경을 바로 가까이에서 본 것처럼 비췄다.
전직 레인저였던 그가 애용했던 마법이었다.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두 칼을 교차하며 상체를 숙였다.
헤이스트
가속
단숨에 속도를 높인 그가 때마침 방벽을 깬 몬스터를 향해 날아들었다.
몸이 균형을 잃고 틀어지든 말든, 공중에서 몇 번이나 몸을 회전한 그가 옆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오른손에 쥐고 있던 칼을 내리찍었다.
몬스터가 깨갱 하는 소리를 내며 소멸했다.
그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두 칼을 들고 바람개비처럼 움직였다.
선풍(旋風)
근처에 있던 몬스터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방벽 안으로 몸을 던진 그가 추격해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손가락 놀음
각각 다섯 갈래씩, 좌우로 갈라진 열 갈래의 마나가 무수한 탄환이 되어 몬스터들에게 쇄도했다.
V자를 그리며 쏟아진 탄환 비를 헤쳐 나온 몬스터는 한 마리도 없었다.
“─선생님!”
저 너머에서 민지가 소리쳤다.
아이들 사이에 이병인이 있었다.
질풍처럼
한 줄기 문구를 읊고, 남아 있던 거리를 단숨에 주파했다.
“─어?”
도중에 급브레이크를 밟은 그가 있는 힘을 다해 주먹으로 이병인을 때려눕혔다.
“아파아파아파아파아아 씨이이이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지…컥…!!”
맞은 부위에 손을 댄 이병인이 바닥을 뒹굴며 소리쳤다.
임도훈은 발로 그의 복부를 짓누르며,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플레이어들을 노려보았다.
“리모컨은?”
마나를 발했다.
그들에게 언제든 이병인을 죽일 수 있다는 기세를 보여주며.
“리, 리모컨?”
당황한 이병인이 말을 더듬었다.
임도훈이 복부를 걷어찼다.
플레이어들이 황급히 움직이려 했지만, 매의 눈을 뜬 임도훈이 그들을 위협했다.
“너희도 알고 있을 텐데? 여기 있는 전력으로는 몬스터들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걸.”
이병인에게 고용된 플레이어들은 말이 없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지 용병으로서, 의뢰주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억지로 버티고 있었던 것일 뿐.
“네 놈이 이 일을 꾸민 주범이란 건 알고 있다. 이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스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
임도훈이 그 말을 내뱉자, 이병인에게 고용된 플레이어 몇몇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는 아주 짧은 변화만으로 몬스터 테러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몬스터들에게 포위당한 가운데, 저들까지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말해.”
임도훈이 발에 힘을 주며 협박했고, 플레이어들은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안 말하면─.”
얼굴이 빨개진 이병인이 숨을 쉬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반항을 하다, 차츰 숨을 쉴 수 없게 되자 결국 전부 실토했다.
“─잃어버렸다고, 젠장!”
아무도 듣고 싶지 않았던 실토였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