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142
E부대가 의정부역에 도착하는 데에는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회룡역에서 의정부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도보로 족히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E부대가 예정일보다 하루 늦어진 이유는 회룡역을 지나면서부터 출몰하는 몬스터의 위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제3위계 몬스터가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기도 했고.
E부대는 밤을 새가며 도시 내를 활보하는 재난·재해급 몬스터와 수하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탈환전을 시작한 지 닷새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의정부역에 텔레파시 중계지점을 설치한 탈환대에게 승전보가 하나 날아들었다.
[A부대 명왕클랜 제1파티 네비게이터 황동형 플레이어의 전언입니다.10월 19일 오후 8시 11분, 의정부시청 탈환을 완수하였습니다.
현재 날짜는 10월 20일 오후 2시 7분입니다.
현재 A부대는 의정부시청 일대에 잔존한 몬스터 소탕에 들어갔으며, C부대의 보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C부대는 통신이 닿는 대로 명왕클랜 제1파티 텔레파시스트 백혜민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전파 드립니다. 10월 19일 오후 8시 11분─.]
의정부시청 탈환 성공.
낭보를 들은 플레이어들은 닷새간의 여정으로 쌓인 피로가 가시는 기분이었다.
의정부역에서 시청역까지는 1.5km밖에 되지 않는다.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마나를 발현해서 뛰면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플레이어들은 짐을 풀자마자 의정부시청으로 뛰어가고 싶었다.
필시 A부대가 시청 일대를 정리하는 김에 파밍을 하고 있을 테니까.
의정부는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몬스터에게 점령당한 토지였다.
마나가 가득한 일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아티펙트나 마나를 함유한 물질이 상당할 터였다.
노다지였다. 노다지.
먼저 찾는 자가 임자였다.
분위기가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다들 지금 어떤 심정인지는 알겠지만, 우리 일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가 찬물을 끼얹지만 않았다면.
시청 일대를 파밍할 수 있는 권리는 A부대인 블레이즈클랜과 명왕클랜, C부대인 신라클랜에게 있었다.
E부대는 E부대와 F부대로 나뉘어, E부대는 의정부역에 제2보급기지를 설치하고, F부대는 코쿤을 운반한 뒤 경기북부청사로 이동해야 했다.
“신기한 아티펙트가 잔뜩 있을 텐데….”
레귤러스 클랜원 박혜림이 풀죽은 목소리로 어깨를 늘어뜨렸다.
닷새가량이나 몬스터를 죽이느라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그런 상황에 뭐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녀가 다소 기대 어린 시선으로 클랜로드를 쳐다보았지만─,
“아이구, 십이좌 박혜림 플레이어. 벌써부터 지치셨어요? 역시 라 나이가….” “라 부르지 말라니까요.”
박혜림이 씩씩거리며 몸을 돌렸다.
피식 웃음을 터뜨린 구연수는 자신을 바라보던 클랜원들에게 말했다.
“레귤러스클랜 및 단군클랜 외 소속 클랜은 지금 이 시간부로 E부대에 잔류하여 의정부역에 제2보급기지를 설치합니다.
제2보급기지를 설치한 다음에는─, 의정부역 일대를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싸~!!!!””””
E부대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A부대와 C부대가 시청 일대를 파밍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 E부대는 의정부역 일대를 파밍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의정부역 일대는 뒤편에 산지가 있는 시청에 비해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나를 함유한 물질이라면 몰라도, 아티펙트는 의정부역 일대에서 찾는 일이 더 많으리라.
“저쪽 부대는 좋겠네. 누님, 우리는 뭐 없답니까?” “우리 일은 아직 안 끝났어.”
“아니, 우리도 조금 쉬어도….”
“십이좌 신서영입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창해클랜 외 소속 클랜은 F부대가 되어 의정부 예술의 전당으로 진입해 코쿤을 설치, 이후 D부대를 지원하러 경기북부청사로 향합니다.”
강철이 클랜원들을 대표해 넌지시 제안했지만, 신서영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 역시 E부대가 부럽기는 했다.
그럼에도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수 없었다.
어젯밤, 길성준이 결혼반지를 건넸기 때문이다.
무려 결혼반지다.
그냥 반지가 아니라.
‘서영아, 우리 조금만 더 참자. 탈환전만 끝나면, 이 나라에서 제일가는 클랜이 될 수 있을 거야.
우리 그때 결혼하자. 창해클랜이 최고가 되었을 때 결혼하면 그림이 얼마나 멋지겠어?’
‘나는 그런 건 필요 없어. 그냥 오빠만 있어도….’
‘…사실, 이건 탈환전이 끝나면 주려했는데…. 너 힘든 거 알지만, 우리 조금만 더 참자.
그때 내가 너 원하는 거 다 해줄 테니까.’
‘…정말이야?’
‘정말이야. 자, 약속. 거짓말 안 해.’
아침부터 미소를 지우지 못하던 그녀였다.
그 미소는 곧 E부대 탐색대의 보고를 듣고 굳어버렸지만.
“뭐? 그게 정말이야?”
“네, 클랜로드. 지금 클랜원들이 지하수로로 내려가 조사하고 있습니다.” “허, 참. 이런 일이 다 있을 줄이야.”
“그게 말이 되는 소리에요? 의정부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요?”
보고를 받고 아연실색한 구연수와 박혜림.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같은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E부대 탐색대가 가져온 보고는 의정부역에서 사람들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들의 보고는 사람들이 지하수로에서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고까지.
은하 말이 맞았어.
신서영은 탐색대가 가져온 이야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은하의 조언이 들어맞았다.
도대체 그 애는 정체가 뭔지….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은하는 은하다.
그의 정체를 파악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알고 지냈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은하는 은하라고.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은하의 조언대로라면, 지하수로에 살고 있을 사람들을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가요.” “누님, 그게 지금 무슨 소리요?”
“우리도 간다고.” “의정부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놀랄 일이기는 한데, 굳이 우리까지 갈 필요가 있나.”
“잔말 말고 따라와.”
“기다려보소, 누님. 일단 클랜로드 허락을….”
강철이 조마조마한 얼굴로 클랜로드 길성준을 곁눈질했다.
클랜로드와 서브로드의 의견이 엇갈려 불협화음이 일어날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날도 늦었으니, 내일 출발하더라도 상관없겠지.”
길성준은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E부대와 F부대는 사람들을 발견했다는 장소로 이동했다.
“웃차.”
“윽….”
“눈, 눈…!”
맨홀 속에서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수도 냄새가 몸에 밴 아이들은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빛을 보고 눈이 부셔했다.
플레이어들은 할 말을 잃고 올라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사람들이 있었다.
게다가 아이들까지.
몬스터에게 30년이 넘게 빼앗겼던 땅에서.
“안녕하세요.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라고 합니다. 뭐 좀 묻겠습니다.”
당황한 것은 한순간.
구연수는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던 중년인에게 다가갔다.
“…바깥에서 사람이 올 줄이야.” “바깥…말입니까?”
“바깥이지. 저기 저거 밖에서 왔으니까.”
중년인이 드높게 쌓아올린 장벽을 가리켰다.
이 나라가 버린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에게는 장벽 너머의 세계가 바깥인 것이다.
그는 절로 쓴웃음이 배어나왔다. 그제야 여기 사람들이 의정부에서 살고 있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성함이…?”
“성함? 라마을이네. 라마을. 여기 사람들은 나를 라마을 촌장이라고 부르지.” “…아, 그렇군요. 그럼 혹시…, 여기 말고 다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겁니까?”
“…여기는 라마을일세. 즈어~쪽 맨홀이랑, 즈어~ 건물 뒤편 맨홀에 다마을이랑 마마을이 있을 걸세.” “…….”
뭔가 이상하다.
구연수는 중년인과 대화를 나누다 위화감을 느꼈다.
이건 마치….
인격체를 대하는 느낌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개체를 대하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다 잡아들이세요.”
신서영이 느닷없이 마법을 발현한 것이다.
어느새 바람이 폐허가 된 건물 주위를 둘러쌌다.
“창해클랜 서브로드. 이게 갑자기 뭐하는 짓입니까.”
“맞아요, 언니. 왜 갑자기 마법을….”
“누님! 갑자기 무슨 일이오!”
“…….”
구연수가 따지고 들었다.
박혜림이나 강철은 그녀가 별안간 마법을 전개하니 당황한 눈치였다.
하수도에서 나온 사람들을 향해 코를 틀어막던 이승환은 연이어 나오는 아이들을 주시하기만 했다.
“내 말 들어.”
공명접선을 꺼내든 그녀가 중년인의 앞에 섰다.
체내에서 마나를 발현한 그녀를 보고 두려움에 벌벌 떠는 중년인.
그럼에도 그녀는 마나를 거두지 않고, 부채 끝을 중년인에게 향했다.
“몬스터에게 점령당한 도시에서, 여기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았을 것 같아?
이 사람들이 몬스터에게 감염되지는 않았는지, 혹여나 몬스터와 결탁하지는 않았는지부터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전원이 입을 다물었다.
플레이어들이 눈빛을 달리했다. 그녀처럼 마나를 발현하며 중년인을 노려보았다.
“그 사실을 잊을 뻔했네. 그럼 라마을 촌장님, 당신들이 몬스터와 연관되지는 않았는지 조사 좀 해보겠습니다.
조금 강압적이라도, 이해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플레이어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
엿새째 밤.
십이좌 오건후는 밤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시청과 의정부역 일대는 그나마 불빛이 보였지만, 흥선동과 가능동 일대는 새까만 어둠에 잠겨 있었다.
달빛도 비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눈이 좋지 않은 그가 어둠 속을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는 이유는 기프트 때문이었다.
기프트 .
그는 마나를 발현하는 것만으로도 어둠 속이 뚜렷하게 보였다.
고위계 몬스터는 없는 것 같군.
위쪽에서 내려올 기미도 보이지 않고.
그는 가능동 북쪽에 위치한 중랑천을 내다보았다. 고위계 몬스터의 존재가 어렴풋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아래로 내려올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흥선동과 가능동도 마찬가지.
애초 흥선동은 A부대가 오늘 아침에 정리를 마쳤다는 보고가 있었다. C부대에서 날이 밝는 대로 가능동 일대를 정리한 뒤, 의정부법원을 탈환하겠다는 보고 또한.
탈환전은 계획보다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흘째 날, C부대가 범골입구 사거리에서 제3위계 몬스터를 토벌하고, 어제 E부대가 의정부역에서 제3위계 몬스터를 토벌했다.
…바람이 거세군. 마나가 곳곳에 짙게 깔려 있어서 기척을 더듬기도 힘들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그는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여 바람을 탔다.
현재까지 파악된 제3위계 몬스터는 모두 세 체.
그 중에서 두 체가 토벌된 것이다.
남아 있는 제3위계는 하나.
나머지 하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
그가 생각에 잠겼을 때였다.
달빛을 가리던 구름이 지나갔다.
등 뒤에서 내려온 달빛이 어둠을 밝히고, 흥선동 일대가 밝아지는가 싶더니─.
─어?
별안간 달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드리웠다.
의문을 느낀 그는 뒤를 돌아보았고,
캬라라라라
반원형의 날개를 활짝 펼친 박쥐가 히죽 웃고 있었다.
“어떻…!!”
뭔가 잘못됐다.
그가 재빨리 방향을 선회하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기척도 없이 나타난 제3위계는 뒤를 잡힌 그를 놓치지 않았다.
마치 먹이를 낚아채는 새처럼.
캬캬라캬캬
발톱을 세워 그를 움켜쥔 녀석.
다만 녀석이 물고기를 낚아채고 둥지로 돌아가는 조류와 다른 점이 있다면,
“──!!!!”
녀석은 그 자리에서 두개골을 짓뭉갰다는 것이다.
캬라라라
제3위계 몬스터 사이렌 글라이더(Siren Glider).
거대한 박쥐가 밤하늘을 활공하며 초저음파를 날렸다.
인간은 들을 수 없는 소리.
오로지 몬스터에게만 들리는 소리가 의정부 전역에 퍼졌다.
☆
“참치김밥은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어야 제 맛이지 암!”
“최은혁, 질질 흘리고 먹지 좀 마. 더럽잖아.”
아이들은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떡볶이와 김밥을 먹고 있었다.
정금전의 집에서.
“야, 이 꼬맹이들아. 왜 허구한 날 내 집에 찾아와서 뭐 사달라고 조르는 거야.”
“현빈이 뺨치는 오빠. 혼자 먹는 것보다는 다 같이 먹는 게 맛있잖아요.”
“말 잘했다, 진 꼬맹. 그래, 진 꼬맹 네 말대로 다 같이 먹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왜 내 돈으로 먹느냐 이 말이지. 왜 하필 내 돈이냐고!”
“그래서 음료는 우리 아빠가 만들어준 걸로 가져왔어요!”
떡볶이를 꿴 꼬챙이를 들고 혀를 쯧쯧 차는 서나.
하양은 헤실헤실 웃으며 불평을 늘어놓는 정금전의 종이컵에 음료를 따랐다.
“하, 내가 너희들과 무슨 말을 하겠냐. 그거 다 먹고 얼른 밖에 나가 놀아.
노 꼬맹, 넌 안 먹고 뭐하는 거야? 내가 산 건데 안 먹겠다는 거야?”
지금 먹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리고 떡볶이가 끽해야 얼마나 한다고.
눈살을 찌푸린 은하가 표정만으로 답했다.
정금전은 “요새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요~”하고 시선을 피하더니, 종류가 다른 김밥 두 개를 입에 집어먹었다.
“야, 노은하. 안 먹고 뭐해?” “대장, 어디 아파?”
“은하야 괜찮아?”
“순대 맛있는데, 순대 먹을래?”
제각기 걱정을 표하는 아이들.
은하는 고개를 저었다. 간장을 찍은 어묵꼬치를 옆으로 물었다.
어묵꼬치만으로는 심심하다.
떡볶이를 한 점 집어먹고, 순대에 소금도 찍고, 마지막으로 김밥을 떡볶이국물에 찍어먹었다.
“야, 저거 걸신 들렸네. 내가 산 건데 나보다 많이 먹지나 마라.”
“여윽시 대장이야! 마지막에는 오뎅국물도 벌컥벌컥 마시고!”
혀를 내두르는 정금전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최은혁.
피식 웃은 은하는 방 안에 있던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의정부 탈환전에 대한 방송이 한창이었다.
서영 누나는 무사하겠지.
무사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탈환전이 시작되고 일주일가량이 흘렀다.
A부대 소속 블레이즈클랜과 명왕클랜이 의정부시청을 탈환했다는 소식은 미래와 다르지 않았다.
창해클랜도 의정부역에 도착해서 경기북부청사로 향했을 테고, 거기 주민들은 진작 만났겠지.
의정부역 지하수로에 숨어 살고 있을 주민들.
그들을 평범한 사람으로 대우해서는 안 된다.
경계해야 한다.
회귀 전, 그들을 경계하지 않았던 E부대는 궤멸직전까지 몰리고 말았다.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가 심한 부상을 입은 것은 물론이고, 십이좌 손지희가 사망
했다.
그래, 녀석에게.
그 놈은 아주 영악한 몬스터였다.
인간의 탈을 뒤집어쓰고, 주민들 사이에 섞여들었던 몬스터.
그 몬스터의 이름은─.
“어? 지금 인터넷에서 뭔 이상한 헛소리가 돌고 있는데?”
“네? 어떤 거요?”
아이들이 정금전의 스마트폰으로 일제히 몰려들었다.
“오건후 플레이어가 행방불명 됐다는데?”
“어? 날개 달린 그 사람이요?”
“은혁아, 날개 달린 사람이라니…. 그럼 나는 꼬리 달린 사람이야?”
“너? 너는 그냥 댕댕이지.”
“…….”
“악! 왜 때리고 그래!?”
벌써 시작됐나.
은하는 소란을 떠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제1차 의정부 탈환전을 떠올렸다.
이때부터이리라.
이 행방불명되고 텔레파시 중계지점이 차례차례 끊기는 가운데, 숨어 있던 지배자들이 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때가.
“근데 오빠.”
“왜 김 꼬맹.” “그냥 헛소문 아니에요?”
“하긴, 의정부 일대에서 통신이 어떻게 되겠어.
이래서 기레기들이란…. 어디서 이딴 찌라시나 물고 와서 정말….”
그거, 찌라시 아닐걸.
회룡역에 제1보급기지를 설치한 탈환대 측에서는 숨기고 싶은 정보겠지만,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
입이 가벼운 플레이어가 텔레파시스트를 통해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을 기자에게 전한 것이리라.
발각당하는 순간 처형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행위.
그래서 선녀정부는 제1차 의정부 탈환전 실패에 대한 여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라도 기밀정보를 발설한 이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그래도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지만.
서영 누나는 잘 하고 있으려나.
은하는 현재 의정부에서 일어나고 있을 상황으로 생각을 되돌렸다.
그녀가 부디 놈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놈을 찾을 수 있는 수단은 전무하니.
그 놈은 잡아먹은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을 연기할 수 있으니까.
하여, 마치 백 가지가 넘는 얼굴을 능히 연기한다는 뜻에서 녀석을 제3위계 오버랭크 백면상(百面相)이라 한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