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146
F부대가 경기북부청사에 당도했을 때에는 비탄에 잠긴 플레이어들을 볼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서포터들이 부상당한 플레이어들을 치료하기 바빴으며, 한쪽에서는 충격에 빠진 플레이어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절규하고 있었다.
“…….”
신서영을 비롯한 F부대 사람들은 살아남은 D부대의 참상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텔레파시스트를 붙잡고 흔드는 네비게이터에게 다가가, 던전에서 일어난 상황을 추궁했다.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네비게이터가 한 줄기 눈물을 흘렸다.
“…경기, 북부청사 공략을…, 실패, 흑, 했습니다.
의정부 탈환대…, D부대, 템페스트클랜 네비게이터…, 이, 예, 지는…, 지금, 이 시간부로…흑…경기북부청사를…, 적색던전 중에서도 최고난도, 던전으로 수정할 것을…, 탈환대 여러분께, 건의 드립니다.”
네비게이터가 건네는 소식은 암울했다.
적색던전에서 살아남은 D부대는 전력의 3할을 상실했고, D부대의 주축이 되었던 템페스트클랜은 절반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더군다나 십이좌 신명환이 보스 몬스터를 홀로 상대하는 과정에서 던전에 고립됐다.
“보스 몬스터는, 몇 위계였는데?”
신서영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네비게이터를 붙잡고 물었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친 네비게이터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보는 몬스터였습니다. 던전에서는, 플레이어 라이브러리는 기능하지 않으니까요.
위계는…, 어어,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 제3위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소 제3위계.
신서영은 입을 다물었다.
이 역시 은하가 말했던 대로였다.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는 등재되지 않은 몬스터.
일반적으로 신종 몬스터가 출몰했을 경우에는, 네비게이터들이 몬스터의 특징과 전투패턴 등을 조사해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 보고한다.
마나관리기구 정보국에서는 윤성진을 중심으로 네비게이터들이 정보를 분석해, 신종 몬스터에 대한 이름과 위계를 명명한다.
하지만 플레이어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이 경우에는 파티의 메인 네비게이터가 신종 몬스터의 존재를 임시적으로 명명해야 했다.
“따라서, 저는, 경기북부청사의 보스 몬스터를…, 제3위계 오버랭크…화이트 폭스(White Fox)라고 임시적으로 명명하겠습니다.”
제3위계 오버랭크.
플레이어들의 얼굴에 짙은 걱정이 드리웠다.
그럼에도 그들은 의정부 중심부까지 도달한 자신들이라면 제3위계 오버랭크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녀석은 던전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보스 몬스터였다.
하지만 신서영은 네비게이터가 임시적으로 명명한 몬스터가 제3위계 오버랭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녀석은 제2위계 몬스터.
전투가 가능한 십이좌들이 힘을 합해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몬스터였다.
‘그때 누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퇴각하는 거예요.’
은하가 남긴 조언이 맴돌았다.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클랜로드.”
“어? 어어….”
신서영은 창해 클랜로드 길성준을 불렀다.
무슨 일인지 낯빛이 파랗게 질린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의정부역으로 후퇴한 뒤,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인원으로는 제3위계…오버랭크를 쓰러뜨리는 과정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쓰러뜨릴 수 있는 놈이…, 아닐 것 같아.” “네.”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치료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F부대의 의향을 전달하려 했다.
그때였다. 전방에서 거센 기세가 별안간 치솟았다.
“누구 맘대로! 신서영 플레이어! 지금 누구 맘대로 후퇴하려 하는 건가요!”
“서브로드, 이러면 안 됩니다!”
“정신 차리십시오!”
“야! 뭐하고 있어! 얼른 서브로드 안 말리고!”
대놓고 살기를 발한 강예희가 클랜원들을 뿌리치며 걸어오고 있었다.
알이 깨진 나비안경이 콧잔등을 타고 미끄러지든 말든 독기 서린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지금 저 안에는 십이좌 신명환 플레이어가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시급히 전열을 가다듬고 안으로 돌입해, 신명환 플레이어를 구출하고 보스 몬스터를 죽여야 한단 말입니다!
우리의 임무는! 경기북부청사를 공략하는 일이었을 텐데요!”
“…….”
신서영은 적의를 드러내며 어깨를 들썩이는 그녀를 보고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강예희는 성격이 냉정하기로 유명한 플레이어였다.
그녀는 강예희가 이리도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템페스트클랜의 클랜원들 또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클랜원들은 두 사람을 죽일 기세로 노려보는 강예희를 말리느라 안절부절 못했다.
“템페스트 서브로드.”
신서영은 씩씩 거리며 노려보는 그녀에게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기로 했다.
“후퇴합니다. 내 말 들어요.” “…하, 당신이 뭔데! 당신이 뭔데 멋대로 결정하는 거야!
이길 수 있어! 쓰러뜨릴 수 있다고! 근데 왜! 왜! 지금 그딴 결정을 내리는 건데!”
신서영이 공명접선을 꺼내든 것과 강예희가 허리춤에서 날이 빠진 쌍검을 꺼낸 것은 거의 동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맞부딪쳤다.
신서영은 체내 마나를 발현해 상대방이 풀어헤친 기운을 강제로 억눌렀다.
“…할 수 있어. 쓰러뜨릴 수 있단, 말이야!”
중력에 짓눌리듯 일어나지 못하고 눈에 힘을 주는 강예희.
경기북부청사에서 태반의 마나를 소모하고, 회복도 하지 못한 그녀였다.
체내 마나를 억제하지 못한 그녀가 마나 폭주를 일으켰다. 몸에서 새어나온 마나가 채찍이 되어 일대를 마구잡이로 후려쳤다.
물론 신서영은 그녀의 폭주를 바람에 흘려보냈다.
“누가 서브로드 좀 말려봐!”
“꺄악─!!”
“캐스터! 지금 당장 튀어와!”
캐스터는 여기에도 있었다.
신서영은 공명접선을 접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부채 끝을 시작으로 채찍이 갈라졌다.
아무도 강예희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상처 하나 입지 않고 걸어갔다.
“나는, 나는나는나는…!” “강예희 플레이어. 당신 마음은 잘 알아요.”
피눈물을 흘리며 소리치는 강예희.
그녀의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폭주를 일으킨 마나가 유전자의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가는 그녀가 몬스터가 되거나 폭발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신서영은 강대한 마나를 두른 공명접선으로 그녀를 내리쳤다.
지면에 금이 가는 소리가 울리고, 난동을 부리던 마나가 잠잠해졌다.
“나는, 나는…클랜로드를….”
“…미안해요.”
신서영은 정신을 잃는 와중에도 신명환의 이름을 부르짖는 그녀를 보고 자신이 없어졌다.
이 선택이 맞는지 모르겠다.
정말 던전에 제2위계 몬스터가 존재하는 것인지.
부대를 물리고, 경기북부청사 공략을 포기하는 것이 최선인지.
어쩌면, 정말 어쩌면.
신명환은 아직 살아 있고, 안에서 응원군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현재 전력으로 충분히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래,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절대로 응해서는 안 돼요.’
은하의 조언이 떠오르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경기북부청사로 발을 옮겼을 것이다.
“…오빠, 부탁해.” “알았다.”
부대에 결정을 전하기가 꺼려졌다.
그녀는 들것에 실려 사라지는 강예희를 걱정하며, 길성준에게 뒷일을 부탁했다.
“지금 이 시간부로 D부대는 F부대의 지휘 아래로 들어옵니다.
또한 D부대와 F부대는 상태를 점검하는 대로 의정부역으로….”
그 순간, 지면이 흔들렸다.
플레이어들은 발을 딛고 있는 땅이 흔들리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놈들이 지금까지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건지 원.”
“…점점 다가오고 있어.”
가디언 강철과 딜러 이승환이 급작스런 마나의 이동을 파악하고 고개를 돌렸다.
지면을 흔드는 소리도 고개를 돌린 방향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효자, 곤제, 어룡 방면에서 몬스터의 출몰을 확인했습니다!
효자 방면에서 파악된 제5위계 이상 몬스터는 6체! 곤제는 현재까지 4체가 확인되었고, 어룡은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효자와 곤제 사이에서 편재 발생! 편재 크기는 제4위계로…, 정정합니다! 편재 크기는 제4위계 오버랭크, 제3위계…이게 뭐야….”
재빨리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한 네비게이터들.
그들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군세를 확인할수록 자신들이 도출한 결론을 믿을 수 없어했다.
“플레이어 라이브러리가 기능하지 않습니다!”
“아까부터 로딩 중이에요!”
플레이어 라이브러리로 군세의 위계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의 경험이 위험하다고 외치고 있었으니까.
“…이것도 네 말대로 되는 구나.”
신서영은 바람이 가져다주는 정보를 받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은하가 건넸던 조언대로 퇴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명심하세요, 누나.
의정부역에서 전선을 지킬 생각을 하지 말고, 당장 회룡역으로 내려가세요.
회룡역에서 문준 플레이어랑 제니스클랜이 군세를 맞설 준비를 하고 있을 거예요.’
바람이 요동쳤다.
한 차례 눈을 감은 그녀는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거센 바람이 부채를 휘두르는 방향을 따라 움직였다.
“─후퇴합니다.”
그녀는 추동로를 달려오는 군세, 그 중에서도 지축을 울리고 있는 주범을 바라보았다.
“의정부 탈환대 F
부대 창해클랜 도시관리국 보문동파견단 파견단원 위대진 플레이어입니다.
플레이어 라이브러리가 현재 기능하지 않는 관계로, 군세를 이끌고 돌격해오는 거인형 몬스터를 임시적으로 제3위계 기간트(Gigant)라고 명명하겠습니다!”
☆
단군클랜 클랜원이자, 십이좌 손지희는 의정부역 인근 건물 옥상에 누워 있었다.
스코프로 지상을 관찰한 그녀가 탄환을 장전했다.
손지희, 그녀는 스나이퍼였다.
원거리에서 저격을 하는 스나이퍼는 위치를 드러내서는 안 됐다.
따라서 공격을 하자마자 장소를 이동해야 했다.
문제는 의정부역 도로 곳곳에서 몬스터가 출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확실하게 전황을 바꿀 수 있는 놈을 사살해야 했다.
당연히 제8위계 시체쥐들은 논외였다.
목표물은 제4위계 이상 몬스터.
자신이 가진 탄환이라면 녀석이 방심한 틈을 노려 정확히 미간을 꿰뚫을 수 있을 것이다.
후우.
숨을 가다듬었다.
일대를 살핀 그녀는 짜증이 나기는 했어도 클랜로드 장봉전이 상대하고 있는 몬스터를 노리기로 했다.
가장 위험해 보이는 몬스터가 바로 가면을 쓴 괴물이었으니까.
그녀는 스코프의 배율을 조정해 가면을 쓴 괴물을 겨냥했다.
Don’t Mind.
Take it easy.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자신에게 되뇌는 주문이었다.
노리쇠를 전진시켰다.
타깃은 녀석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가면.
그것이 급소이리라.
Lock On
마법을 전개했다.
총구 끝에 형성된 마법은 탄환이 타깃을 맞출 수 있도록 보조하는 마법이었다.
잡았다!
때마침 녀석이 무방비하게 급소를 드러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려던 차,
Heca─.
키캬라라라
그대로 굳어버렸다.
등 뒤에, 아니, 머리 위에 몬스터가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려던 손가락에 힘을 뺀 그녀는 머리 위에 있는 녀석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홀스터에서 소총을 꺼내려 했다.
캬락
몬스터는 그녀가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공중에서 유선형으로 하강한 녀석이 앞발로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
앞발이 그녀가 전개한 방벽을 깨부수며 허리뼈를 부러뜨렸다.
키락 캬라라
스나이퍼는 위치를 노출당하는 순간 끝이다.
설령 그것이 십이좌라 하더라도.
제3위계 몬스터 사이렌 글라이더는 동체가 반으로 찢어진 그녀를 두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날, 탈환대는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들이 의정부 깊숙이 발을 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들이 강했던 것이 아니라, 몬스터들이 자신들을 끌어들였던 것이라고.
리라이프 플레이어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