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179
단군건설에 비상사태가 떨어졌다.
요 며칠 사이 긴장을 풀 수 없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
느지막한 밤이 되어서야 자회사를 나온 염준우는 준비된 차량에 올라타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어디로 가냐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 몇 개월째야, 어? 당연히 집으로 갈 거라는 생각 안 해!?”
바로 조금 전에도 단군그룹 회장 홍준일의 연락이 있었다.
피해가 더 번지기 전에 누군가를 검찰청 앞에 세워야 하지 않겠냐는 연락이었다.
단군그룹의 회장이 가리키는 바는 명백했다.
염씨 일가 중 누군가에게 덮어씌우라는 말이었다.
자신이든, 아내든, 동생이든, 인척 관계에 있는 누구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염준우는 구둣발로 운전석을 발로 차고, 자일리톨이 들어 있는 통을 집어던졌다.
운전기사는 그의 욕지기를 묵묵히 견디고 나서야 액셀을 밟았다.
“엿 같은 놈들…. 애들끼리 싸울 거면 애들답게 싸울 것이지, 경영이 장난이야? 문제는 지들이 일으켜놓고, 책임은 우리보고 지라고?”
욕지기가 절로 튀어나왔다.
좌석에 등을 완전히 기댄 염준우는 산더미처럼 쌓인 문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곳곳에서 공격이 들어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시리우스에서 예정되어 있던 프로젝트를 잠시 보류하겠다며 재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서로가 암묵적으로 여기고 있었던 건설자재와 예산이 일치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도 이제 와서 트집을 잡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대그룹의 횡포였다.
잘못한 게 있으면 알아서 기라는 의미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저희들끼리 승계전쟁을 벌이던 영원의 후계자들이 삼남을 몰락시키기 위해 단군건설의 비리를 걸고넘어졌다.
영원과 단군건설의 유착이 공론화되어버렸다.
단군건설에서는 어떻게든 자신들은 전혀 몰랐던 일이었노라고 발뺌을 해야 했다.
문제는 영원그룹이 언론에 공개한 이중장부였다.
“장부가 왜 영원그룹 손에 들어가 있는 거야 시발! 내가 거액의 돈을 들여서까지 던전을 각별히 지켜 달라고 했는데!”
돌아버리겠다.
염준우는 영원이 비리를 터뜨렸던 순간에도 이중장부는 찾지 못하리라 장담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원이 이중장부를 가지고 있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는 시급히 단군클랜에게 상황을 파악해 달라 부탁했다.
단군클랜에서는 적색던전으로 있던 청평화시장의 공략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보고와 함께 누군가가 금고 안에 있던 물건을 모조리 털어갔다는 답신을 보냈다.
아직까지도 범인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찾을 생각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미 터졌고, 단군건설이 책임지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단군클랜은 모르쇠로 일관하리라.
“그리고 대체 조직폭력배는 뭐란 말이야! 어떤 개새끼가 내 회사에 깡패들을 보내!?”
정신이 하나도 없는 나날이었다.
한쪽에서는 시리우스그룹의 비위를 맞춰야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영원그룹과 어느 선에서 마무리를 지을지 협상을 해야 했다.
그런데 조직폭력배들이 단군건설이 공사를 하고 있는 지역에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기까지 했다.
그들의 방해로 인해 몇몇 공사는 기약까지 완료하지 못하게 생겼다.
KK건설이나 동해건설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있었지만, 꼬리가 잡히지 않아서 덤터기를 쓰게 될 판이었다.
“그런데 아드님은 괜찮으십니까? 오늘 학교에서 아드님께서 착란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하…, 재진이 그놈도 힘들겠지.”
염준우는 운전기사가 건네는 말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답했다.
아들 염재진은 언젠가 단군그룹의 회장이 될 홍진우의 최측근이 되기 위해 자존심도 굽히고 열심이었다.
일이 틀어질 대로 틀어졌으니 아들 역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게 눈에 선했다.
그러지 않더라도 오늘 아내로부터 재진이가 정신착란을 일으켜 문제를 일으켰다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염준우는 등받이에서 몸을 뗐다.
아무렇지 않게 넘기다 정신을 차린 그가 운전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운전기사는 답을 하지 않고 핸들을 쥐고 있었다.
“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니까! 네 일은 시키는 대로 운전만 하면 되는 거야!
왜? 그 정보 누구한테 팔기라도 하게? 이 새끼가 어디서 주둥이를 함부로 나불대고 있어!? 너 가르친 새끼 누구야!”
자리에서 몸을 반쯤 일으킨 그가 운전기사의 뒤통수를 때렸다.
뒤통수를 맞은 운전기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새끼가 날 무시해? 너 가르친 새끼 누구냐니까!?”
“그게 그렇게 중요해?”
“…어…?”
순간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차선을 침범했다.
몸이 옆으로 쏠린 염준우는 창틀에 머리를 박았다.
“크윽…, 이 새끼가 죽고 싶나…!”
“날 가르친 게 누군지 궁금해?” “…뭐? 그래! 어서 말해 새끼야! 지금 당장 전화해서 너 같은 새끼 가르친 놈까지 같이 잘라 버리게!”
뒷목을 부여잡은 염준우가 얼굴을 붉히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에도 운전기사는 변하지 않는 어조로 물어댔다.
“날 가르친 게 누군지 궁금해?”
“궁금해?”
“날 가르친 게?” “누군지?” “그렇게?”
“…….”
마치 인형이 녹음된 말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운전기사가 되물었다.
“너…, 너 대체 누구야!”
무언가 이상했다.
염준우는 그제야 차량이 평소에는 지나지 않던 길로 빠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인적이 드문 길.
헤드라이트밖에 의지할 수 없는 길이 굽이굽이 드러났다.
“궁금해?”
순간 오한이 들었다.
운전기사는 기괴한 방향으로 목을 꺾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곳만을 응시하는 눈동자는 마치 넋이 나간 것만 같았다.
“야! 앞! 앞! 앞을 보라고!”
그러다 염준우는 바로 앞에 벽이 나타난 것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이러다 죽는다.
그는 황급히 운전기사가 쥐고 있던 핸들을 잡아 틀었다.
자동차가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좁은 도로를 뱅그르르 돌았다.
쿵 하는 소리가 나면서 측면에서 충격이 덮쳐들었다.
“끄으윽…!”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는 충격에 눈을 부들부들 뜨며 의식을 잃은 운전기사를 흔들었다.
목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소용없어. 정신은 이미 붕괴한 지 오래니까.”
숨이 멎었다.
알 수 없는 힘이 숨통을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숨을 꺽꺽거리며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넘어진 그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웬 어린아이 하나가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염준우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꿈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제발 꿈이기 바랐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죽음의 악마를 대면한 것 같은 공포를 주는 아이가 현실에 있어서는 안 되니까.
“네 상판을 정말 보고 싶었어.”
악마는 말했다.
키득거리며.
염준우는 엎어진 자세 그대로 눈을 크게 떴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공포에 질린 것이다.
머리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단지 본능에 따라 입을 열었다.
“사, 살려…줘….”
“살려줘? 내가 언제 죽인다고 했어? 네가 아직 쓸 데가 얼마나 많은데….”
악마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두침침한 색으로 물든 눈동자가 잔상을 남기며 움직였다.
“이왕 시작한 거 확실하게 끝장을 봐야 하지 않겠어?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되지.”
“…아…아아….”
“너도 어차피 네 주인한테 끝장난 목숨인 거 알잖아.”
“어…어어…어어어어어…!” “그러니 이왕 뒈질 거, 죽는 그 순간까지 네 주인이나 물어뜯어.”
“…….”
악마가 낄낄거렸다.
흉흉한 기운을 내포한 시선이 남아 있던 이성을 짓이겼다.
☆
[─민준식이…, 아니, 앨리스 회장. 우리 이제 여기까지만 하지. 진우는 내가 잘 타이르겠네.]“단군그룹 회장님, 그게 무슨 소리이신지….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만.”
앨리스그룹 회장 민준식은 웃음을 참으며 단군그룹 회장 홍준일이 침음하는 소리를 들었다.
흐름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일단락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단군그룹이 허리를 굽힌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하아…, 그렇게까지 나를 비웃고 싶어?]“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나는 그저 내 손주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했을 뿐이네.”
[그래, 인정하지. 인정하면 됐나?]스마트폰 너머로 흥분을 억누르며 묻는 목소리.
민준식은 이쯤에서 대화를 마치기로 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아이들 싸움이 정말 그룹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
그는 이번 일은 서로 없던 일로 여기자는 뉘앙스로 말을 마쳤다.
홍준일도 동의했다.
이것으로 앨리스그룹과 단군그룹 사이에는 어떤 불화도 없던 셈이다.
비록 단군그룹과 감정이 상하기는 했어도, 이번 일을 빌미로 시비를 걸어오는 일은 없으리라.
“…전부 다 아이들이 해낸 일이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건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네.”
흔들의자에 앉은 민준식은 서재로 들어온 임도훈에게 말을 걸었다.
임도훈은 짧게 대답했다.
민준식의 말이 맞았다.
그나 자신이나 이번 일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모두 아이들이 해낸 일이었다.
“참 대단한 아이들이지. 언제 그렇게 컸는지….”
민준식은 석양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한없이 어리게 여겨지던 아이들이 자신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낼 줄은 몰랐다.
특히 자신의 손녀인 하양은 시리우스의 직계를 끌어들여 판을 넓히고, 판 자체를 흔들어버렸다.
나아가 앨리스와 시리우스의 연대를 제안하기까지 했다.
아직은 아이들 사이의 거래에 불과하지만.
하지만 자신은 아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유의미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었다.
조만간 시리우스그룹의 2대 회장 한도영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기로 약속을 잡았다.
서로가 손을 잡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는 단군그룹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그런데 하나가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민준식은 임도훈을 세워둔 것도 잊은 채 상념에 잠겼다.
하나는 누가 그랬을지 뻔했다.
다른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영원그룹이 단군그룹을 공격하게 된 흐름이.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했다.
단군건설의 이중장부가 이 시기에 공개된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
수십 년이나 그룹을 경영해온 감이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영원그룹의 승계전쟁을 일으킬 목적이 아니라 단군그룹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터뜨린 것이라고.
“대체 누가…, 아, 미안하네. 불러놓고 세워두기만 했군.”
“아닙니다.”
민준식은 뒤늦게 임도훈의 존재를 깨달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편지봉투를 임도훈에게 건넸다.
“이건…?”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네.
자네는 이번 학기가 끝날 때까지 감봉이야. 학부모들의 신고가 들어왔다더군. 반 아이들에게 가한 체벌이 너무 가혹했다고.”
“…알겠습니다.”
임도훈은 이사회에서 결정한 일을 잠자코 받아들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너무 괘념치 말게. 내 다른 쪽으로 두둑이 챙겨줄 테니.”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면 뭔가?”
“회장님.” “말해보게.”
“저는 손녀님께서 졸업하는 대로 교사를 그만두겠습니다.”
임도훈이 속에 담아두고 있던 말을 꺼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깨달았다.
자신은 교사가 될 재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네. 내년까지 수고해주게. 아이들이 졸업하는 대로 늙은이나 호위해주면 좋겠군.”
“네, 알겠습니다.”
“학교는 어떤가? 이제 좀 잠잠해졌나?”
민준식은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그는 도안초등학교의 후원자로서 하양이 학교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걸 방관하게끔 했다.
동시에 그때를 노려, 서나의 퇴학을 주장하던 학부모들을 구슬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시리우스그룹의 공격으로 명분을 잃은 그들을 구슬리는 일이란 매우 간단했다.
“네. 단군그룹에게 귀띔을 받은 학부모들에게 좋은 말로 경각심을 심어주었습니다.
자녀가 안전히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면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을 일으키지 않을 겁니다.
단군그룹의 끈이 닿아 있던 교직원들도 파악을 끝냈습니다.”
“교직원들은 시간을 들여서…, 이번 일과 관계가 없는 것처럼 잘라…, 이건 내가 김 기사에게 말하겠네.”
“네, 알겠습니다.”
“민지 어멈은 어떻게 됐나?”
“그건….”
임도훈은 말꼬리를 흐렸다.
민지의 어머니 역시 단군그룹에게 넘어간 학부모들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판세가 기울어버리자마자 앨리스의 손길을 넙죽 받아들였다.
“…그런가.”
“네.”
이야기를 들은 민준식은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
예전부터 민지의 어머니는 아인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개인의 가치관이었다.
그룹의 힘으로도 바꿀 수 없는.
“아마도…, 이게 끝이 아니겠지.”
민준식은 예감했다.
이것으로 끝날 리 없다는 것을.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앞으로도 그 아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러니 힘을 키워야 했다.
힘만 키워서는 안 됐다.
그만한 권력을 가져야 했다.
“그러니 아이들을 부탁하네.”
자신은 이제 늙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두고 가는 자식들이 눈에 밟혔다.
다른 그룹의 회장들 역시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숨이 다하는 날까지 더 많은 힘을 모으고, 그 힘을 후계자에게 온전히 이양할 수 있는 체재를 갖춰야 했다.
“─알겠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한 임도훈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
은하는 단군건설사 사장 염준우의 정신을 손 안에 떨어뜨렸다.
꼭두각시라는 표현이 적절하리라.
제법 응용력이 필요한 마법이었다.
운전기사의 정신은 완전히 붕괴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한 번 붕괴시킨 정신을 원래대로 되돌리지는 못했다.
불가능한 것인지, 가능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으허허허….”
염준우의 정신 또한 정상이라 말하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천천히 망가지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이 정도가 한계였다.
“…알았지?”
“으허허허허….”
그에게 단군그룹을 공격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라는 명령을 내린 은하는 망토로 몸을 가렸다.
어둠으로 가득한 길.
그럼에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망토에 마나를 불어넣은 그는 전봇대를 들이박은 차량으로부터 자리를 벗어나기로 했다.
“아씨, 머리야….”
이마가 얼얼했다.
자동차가 전봇대에 부딪치는 순간, 방벽을 전개하기는 했지만 충격을 모두 흡수한 것은 아니었다.
눈살을 찌푸린 그는 사이렌이 들려오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뛰었다.
마음 같아서는 홍진우 그 새끼도 어떻게 하고 싶지만….
염준우를 꼭두각시로 전락시키는 일도 제법 무리한 짓이었다.
숙련된 플레이어들의 경호를 받고 있을 홍진우를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
었다.
더군다나 녀석에게는 스티지안 아이도 통하지 않으리라.
녀석의 기프트는 마법에 저항력을 지니는 .
고문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를 굴복시키는 일은 불가능할 터.
단군그룹도 문제고….
단군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었다.
플레이어 업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단군을 건드렸다가, 덜미가 잡혀서 보복을 당할 수도 있었다.
자신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가해질 보복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홍진우 그 놈을 이대로 내버려두기는 싫은데….”
먼 미래에 단군그룹의 회장이 되는 홍진우는 방탕한 행각을 일삼는다.
자신이 에 들어가던 시기에는 백련에게 술을 따라보라는 망언을 늘어놓을 정도로.
기회만 있다면 죽이고 싶었다.
“기회는…, 있어.”
기회는 있었다.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고 홍진우의 죽음을 위장할 수 있는 때가.
녀석은 지금 플레이어 아카데미의 학생이니까.
그러니─.
“─….”
은하는 입을 다물고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