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196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정도에 제2차 성징을 맞이한다.
키가 무럭무럭 크는 것은 물론이고 골격이 두드러지거나, 변성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신체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마음은 어린아이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
그럼에도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눈에 띄게 변화하는 신체를 둘러보며, 어른이 되었다는 실감을 만끽한다.
그리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보다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민지야, 너는 틴트 뭐 써?”
“이거? 이번에 루미너스 뷰티에서 초등학생 전용으로 출시된 틴트야. 지금 1+1 기간이니까 살 거면 얼른 사는 게 좋아!” “색 예쁘다. 그거 무슨 색이야?”
“루미너스 뷰티 3호 마멀레이드 와인이야! 여기에 바세린도 같이 바르면 생기도 살아서 좋아!”
오늘도 여자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민지의 자리에 모여들어 화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새 부쩍 학교에 파우치나 손거울을 가지고 오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도안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들에게 화장 허용 동의서를 발송했기 때문이다.
학부모 대다수가 자녀의 화장을 허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가볍게 입술에 틴트를 바르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얼굴에 하얗게 분을 칠한 아이도 있거나, 심하면 아이섀도나 블러셔를 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대장, 요즘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말이야.”
“어, 뭔데? 말해 봐.”
“여자애들이 점점 내가 모르는 애들이 되어가는 것 같아.”
“어떤 면에서? 외면적으로? 내면적으로?”
“음….”
여자아이들은 은하가 복도로 물을 마시러 나간 사이, 그가 앉아 있던 자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민지가 다른 반에서 놀러온 민영과 올바르게 화장을 하는 방법에 대해 열렬하게 강의하고 있었다.
사물함에 기댄 은혁이 그것을 몰래 쳐다보고 있었고.
어째 눈이 떫었다.
미간을 모은 그가 은하가 건네는 질문에 생각에 잠겼다.
“…둘 다. 요새 내가 아는 애들이 아닌 것 같아. 가까이 다가가기가 좀 그렇다고 해야 하나?”
“그럴 만하지. 남자애들이랑 여자애들 관심사가 완전히 다르기도 해서 대화가 잘 통하지도 않고.”
“또 엄청 낯설어. 민지 쟤 좀 봐봐. 동네 할머니처럼 입술을 새빨갛게 칠한 데다, 얼굴도 새하얗고, 볼도 호빵맨처럼 생겼잖아.”
“뭐…, 그건…, 응, 그러네.”
은혁이 못마땅해하며 말하는 바는 은하도 동의하는 바였다.
오늘 아침에는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모른다.
현관 앞에서 어제와 또 다른 방식으로 화장한 민지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나는 무슨 피에로 분장이라도 했는지 알았다니까. 웃음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때 어머니가 엉덩이를 꼬집지 않았더라면 박장대소하고 말았으리라.
학교 오는 길에도, 수업시간에도 웃음을 참느라 죽는지 알았다.
수업을 하다 그녀와 눈을 마주친 임도훈도 한순간 과묵한 표정을 유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내가 그래도 피카츄는 이해가 가. 근데 호빵맨은 뭐냐고 대체. 동네에 잼 아저씨랑 버터 누나가 이사 온 것도 아니고….”
민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오늘 여자애들 태반이 미리 이야기라도 하고 온 것처럼 죄다 새하얀 얼굴로 등장했다.
지금 민지 옆에서 그녀를 보조하는 민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쨌든 굉장히 낯설어. 이상하게 거리감이 생긴 느낌도 들고…,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중간에 벽 하나가 딱! 하고 생긴 것 같아. 그것도 넘지도 부수지도 못하는 벽 말이야.”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변한 건 여자아이들만이 아니었다.
남자아이들 역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키다.
1년 사이에 키도 체격도 부쩍 자란 아이들은 점점 성인남성의 티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올해로 거의 160이 된 은하 역시 마찬가지.
손가락으로 목을 더듬으면 어렴풋이 튀어나온 뼈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160을 넘긴 은혁은 어깨가 쩍 벌어졌다.
뭣보다 내가 너희를 유치원 때부터 봤구만. 나는 너희들이 계속 변해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고.
그러니 너희가 낯설 리가 있겠어?
“음…, 그런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 쟤네는 여자고, 우리는 남자니까. 그거 가지고 불편하다고 피하려 하지 마. 나중에 후회한다.”
“응, 알겠어. 대장이 말하는 거니까 그런 거겠지. 애초 피할 생각도 없었고 뭐.”
은혁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다문 은하는 교실 뒤편에서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는 남자아이들에게 시선을 향했다.
“우와, 진짜 예쁘다. 어떻게 쟤네들이랑 얘네들이랑 다를 수가 있지? 같은 여자일 텐데.”
“와, 가슴 진짜 크다.”
“야, 조용히 해! 여자애들 듣겠다!” “왜? 장난으로 말한 건데 뭘.”
성에 대한 호기심을 품기 시작한 아이들이었다.
스마트폰 앞으로 몰려 들어서는 아이돌 사진을 찾아보거나 노래를 듣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제 그럴 나이이기는 하지.
본인도 부정 못했다.
귀가 움찔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만 은하는 흥미가 덜 했다.
…우리 누나가 기준을 너무 높여버렸어.
웬만한 아이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외모를 지닌 누나를 두고 있으니 다른 곳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뭐…. 서나는 괜찮네.”
시선을 돌린 은혁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서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서나는 화장붐에 휩싸이지 않았다. 본이 왈, 피부에 좋지 않을 수 있는 데다 굳이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뭐, 이 나이에는 화장으로 얼굴을 꾸미는 것보다 자연 그대로가 더 좋기는 하지.”
적어도 은하는 이 나이에는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초등학생으로 있을 수 있는 지금이 제일 멋지다고 생각하니까.
여기에 더 무언가를 추가할 필요도 없었다.
어느 화장도 이 나이의 피부를 따라오지 못하리라.
무엇보다 굳이 어른이 되려고 발버둥 칠 필요도 없다.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어른이 되는 때가 올 테니까.
그때가 되면 싫어도 어른이 되야 했다.
그러니 지금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게 좋다.
“지금 내 얘기 했지?”
“아, 안 했는데?”
“거짓말. 방금 내 이름 나온 거, 들었는데?”
페이지를 넘긴 서나가 고개를 홱 돌렸다.
붉은 눈을 뾰족하게 만든 그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은혁에게 따지고 들었다.
아인은 일반인보다 신체능력이 발달해 있다.
그녀가 은혁이 조그맣게 중얼거린 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던 거야? 화장이 어쩌고 하지 않았어?”
“별 거 아닌데….”
“별 거 아니면 말해봐.”
은혁의 앞까지 다가온 서나.
허리에 손을 얹은 그녀가 입술을 삐죽이며 물었다.
반 여자아이들 중에서 키가 제일 큰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은하보다 손가락 한 뼘만큼 큰 서나는 올해 들어 여성의 면모가 두드러지고 있었다.
점점 앳된 티를 벗고 있었다.
그녀가 가까이 얼굴을 들이미니, 은혁이 쩔쩔매며 시선을 둘 곳을 찾아 헤매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진서나 저거, 저거….
은하는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아인인 서나가 은혁이 중얼거린 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가 없다.
알면서도 저러는 거였다.
실제로 그녀는 그가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여우가 따로 없었다.
“대, 대장….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왜 그걸 은하한테 물어봐? 네가 이야기했잖아. 그것도 기억 안 나?” “아니, 그게 아니고….”
“응, 너희끼리 알아서 해라.”
답이 뻔히 보이는 대화에 끼기가 귀찮았다.
두 사람을 뒤로 한 은하는 서나가 일어나면서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책을 읽고 있던 하양은 그가 옆에 앉자, 슬그머니 힐끗거렸다.
“뭐 읽어?”
“안 알려주지.”
“그래라 그럼.”
“…치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읽고 있어.”
은하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자, 하양이 볼을 부풀리며 답했다.
은하는 그냥 피식 웃었다.
그러다 하양의 입술이 유난히 불그스름한 색을 품고 있는 것을 눈치 챘다.
“너도 틴트 발랐어?”
“많이 티 나?”
깜짝 놀란 하양이 읽고 있던 책을 책상 위에 뒤집었다.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낸 그녀가 자신의 입술을 이리저리 확인했다.
먹민지는 이런 면에서 빠르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정하양 얘도 이제 그럴 나이가 됐구나.
새삼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남자아이의 변화는 천천히 찾아오는데 반해, 여자아이의 변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한 거야? 아까는 없었잖아.”
“아까 화장실에서 여자애들이 해줬어. 연지 있잖아. 연지가 앨리스그룹의 직계가 돼 가지고 자사 화장품을 하나도 쓰지 않아도 되겠냐고 타박했거든.”
“아, 걔?”
하양이 언급하는 아이를 한 번 정도 본 적이 있기는 했다.
채연지. 앨리스 라이프의 아이인 그녀는 하양이 이끄는 계열사 아이들 사이에서 군기반장을 맡고 있다는 모양이다.
하양이 앨리스의 직계로 편입되기 전부터 계열사 아이들과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 덕분에 교내에 있던 계열사 아이들을 단시간 내에 끌어 모을 수 있었다고도.
“연지 말도 맞는 것 같아서, 오늘부터 틴트 하나 정도는 바르고 다니려고. 어때? 괜찮아?” “괜찮네 뭐. 민지보다야.”
“…예뻐?”
“음…, 솔직하게 말해줘?”
“…응.”
하양이 두 손을 꽉 쥐었다.
은하는 긴장이라도 한 것처럼 얼굴을 굳힌 하양을 보고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이윽고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리 누나가 더 예뻐.” “그게 뭐야─!”
제법 젖살이 빠지기는 했어도 하양은 여전히 앳된 면모를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강아지처럼 귀여웠다.
예쁘다는 표현보다는 귀엽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근데 네가 안 물어봤잖아.
차라리 귀엽냐고 물어보지.
은하는 자신을 꼬집으려 달려드는 하양을 피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때마침 종도 쳤다.
하양은 그날 내내 부루퉁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
“저기 왜 저렇게 애들이 모여 있지?” “그러게. 어디 연예인이라도 온 건가?”
하교시간.
친구들과 교실을 나선 은하는 정문 앞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들이 모여 있는 중심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처음에는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지나가는 아이들도 한 번쯤 얼굴을 힐끗 쳐다보고 갔으니까.
“어?”
연예인일지도 모른다고 요란법석을 떨며 뛰어가던 민지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모여 있는 아이들로부터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은하도 아는 사람이었다.
방송에 나오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얼굴을 아는 이유는─.
“─은하야!!”
바로 누나였으니까.
정문 앞에 서 있던 은아가 아이들 너머로 은하를 발견하자마자 손을 크게 흔들었다.
행여나 은하가 보지는 못했나 하고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어오르기도 했다.
“은아 언니네? 이 시간에는 아카데미에 있는 거 아니었어?” “그러게…. 왜 누나가 여기에 있는 거지?”
서나의 의문은 은하의 의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은하는 반가운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로 한 달에 간간이 얼굴을 비추는 게 전부였던 그녀가 직접 학교까지 찾아왔으니.
그는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뛰어 은아에게 다가갔다.
“누나, 무슨 일이야? 학교에 오면 온다고 얘기하지. 그랬으면 내가 바로 나왔을 텐데….”
“너 놀라게 하려고 몰래 왔지! 오늘 야외수업이라, 근처에서 수업을 들었거든. 근데 시간도 꽤 남아서, 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보러 왔지!”
야외수업에 감사했다.
은하가 장난으로 “시간표 전부 야외수업으로 하면 안 돼?”라고 물으니, 은아도 “정말 그럴까?”하고 장난을 쳤다.
그나저나 애들이 너무 많은데….
은아 주변에 모여 있던 아이들이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대놓고 그녀를 쳐다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은아가 어디를 가나 돋보이는 미인이라고는 하나, 자신이 나올 때까지 시선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다.
그때 은아가 양손으로 그의 볼을 눌렀다.
“또 그런다! 또! 내가 얼굴 찌푸리지 말랬지. 그러다 정말 아빠 얼굴 되면 어쩌려고 그래?”
“…미…안….”
은아는 아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로지 자신만 바라보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가슴속에서 뿌듯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은하 역시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기로 했다.
“저녁때까지 아카데미로 돌아가기만 하면 돼. 그때까지 누나랑 데이트 하자! 우리 프렌치토스트 먹으러 가자! 내가 잘 아는 데 있어!”
“그거 좋지!”
은하는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뒤에서 친구들이 혀를 쯧쯧 차며 고개를 젓는 것도 모른 채.
“노은하 저거…. 평소에 은아 언니랑 은애한테 하는 것처럼 우리한테도 해주면 어디 덧나나?”
“와, 고등아카데미부터는 플레이어 디바이스를 가지고 다녀도 된다고 하던데, 저게 은아 누나 디바이스구나! 석장 진짜 멋있다!”
“은아 언니, 정말 예쁘다. 나도 은아 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나도, 나도! 은아 언니 너무 예쁘다. 은하 엄청 좋아하고 있는 거 봐봐.”
은하는 친구들이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도 듣지 않고 은아의 손을 잡았다.
석장을 쥐지 않은 손으로 그의 손을 잡은 그녀가 활짝 미소 지었다.
두 사람은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정답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누나도 화장 해?”
“스킨이랑, 로션이랑, 썬크림이랑, 미백크림만 바르는 정도?
어차피 움직이는 일도 많아서 땀이 나면 여러 모로 트러블이 생길지도 모르고…. 아, 강의 듣는 날에는 눈썹이랑 입술 좀 칠하고 그래.”
“…내가 누나 때문에 보는 눈이 너무 높아진 것 같아. 유정이랑 백련도 그랬지만…, 역시 우리 누나가 더….” “응?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누나 예쁘다고.” “고마워! 은하 네가 예쁘다고 하는 거면 예쁜 거겠지.”
은하가 툭 하고 내뱉은 말에, 은아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바닥에 석장을 땅땅 두드리면서 박자를 놓기까지 했다.
음치 은하도 코러스를 넣었다.
은아는 그것도 좋은지 까르르 웃었다.
“아, 맞다! 아카데미에 허락받았어. 여름방학에는 수련장 이용해도 괜찮대.”
“그래? 그럼 수련장 좀 예약해줘. 쟤네들 아카데미 시험 준비해야 하니까.”
“연화도 부르려 하는데 어때? 물어보니까 연화도 너희 보고 싶대.”
“연화 누나? 응, 좋아. 연화 누나라면 괜찮지.”
류연화가 아카데미 시험 준비를 도와준다면 필시 도움이 될 것이다.
은하는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런데 다음 질문에는 긍정적으로 답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창진이도 도와주겠대. 창진이 알지? 한창진.”
“…음…, 누나는 그 형이랑 친해?” “우리 셋이 얼마나 자주 붙어 다니는데. 창진이도 실력 정말 좋아. 나랑 연화랑 같은 인걸? 분명 애들한테도 도움이 될 거야.”
“…음…,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 아마.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어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전 삶에서 자신과 한창진 사이가 서로 좋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유독 은아와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불편하려나? 그럼 창진이 부르지 말까?”
은아가 애매하게 웃으며 은하의 눈치를 살폈다.
동생 눈치는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 그녀였다.
“…아니야, 괜찮아. 그 형도 어딘가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이러면 은하는 딱 잘라 밀어낼 수가 없었다.
차라리 은아에게 해코지를 하지 못하도록 가까이에 두고 관찰하는 게 낫겠다.
은하는 그렇게 생각을 바꿨다.
☆
그리고 다음날.
등교한 은하는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남자아이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은하야! 어제 본 사람 너희 누나라면서! 진짜 예쁘더라! 나 좀 소개시켜주라!” “그 사람이 은아 누나라는 사람이야? 어떻게 우리 누나보다 예쁠 수가 있냐! 우리 누나는 집에서 방귀만 뿡뿡 껴대는데…. 은아 누나 동생이라 정말 부럽다!”
“은아 누나 남친 있어? 없으면 나한테 번호 좀 알려주면 안 돼? 그 뒤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침부터 은아 이야기를 꺼낸 아이들은 그에게 기합을 받아야 했다.
일찍이 은하 성격을 알고 있던 은혁은 교실 밖으로 나가,
임도훈이 오지는 않는지 망을 보아야 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