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0
강현철.
은하는 그의 마나를 감지했을 때부터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백련이 2대 선녀로 취임하는 시기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거듭나는 플레이어였니까.
‘네가 라고 불리는 놈이라며? 네가 그렇게 몬스터를 잘 죽여? 요즘 여기저기서 네 이름이 들린단 말이지.’
‘무슨 볼일이죠.’
‘무슨 볼일이긴. 네가 얼마나 강한 놈인지 직접 확인해보려 그러지.
정말 소문대로 숱한 전장에서 살아남은 실력을 가진 건지 보고 싶은데. 나랑 한 판 붙자.’
‘…관심 없습니다. 저녁 좀 먹으러 가게 길 좀 비켜주시죠.’
‘싫은데. 나랑 싸우겠다고 말할 때까지 이러고 있을 건데?’
‘…하아. 곱게 좀 지나가려고 했더니. 붙어.’
회귀 전 은하는 현철과 몇 번이고 전투를 벌여야 했다.
현철이 강한 상대만 보이면 호승심을 보이고 검부터 휘두르니 은하로서는 어쩔 수 없이 전투에 휘말려야 했다.
십이좌 중에서 강현철은 이 구역의 미친놈이었다.
처음 이 소문을 들었을 때에는 은하는 우스갯소리로 여기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현철이 눈이라도 마주치는 순간마다 싸움을 걸어오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듣던 대로 실력이 장난이 아닌데! 너 혹시 블레이즈 클랜에 들어올 생각 있냐!’
‘내가 왜 거기를 들어가야 합니까. 거절하겠습니다.’
‘너한테도 좋은 이야기인데?
블레이즈 클랜에 들어오면 강한 녀석들이 잔뜩 있는 데다, 접근이 금지된 던전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더 강해지고 싶지 않아?’
‘강해지는 데에는 관심 없습니다.’
‘엥? 그럼 뭐 때문에 플레이어 하고 있냐?
너 정도 되는 실력이면 갑질이나 하려고 플레이어를 하는 것도 아닐 테고 말이야.’
‘…눈에 띄니까 죽일 뿐입니다.’
‘허, 참. 미친 개가 따로 없네. 네가 왜 가 되지 못했는지 의아했는데, 지금 보니 가 되지 못할 만도 하… 큭…!’
‘이제 좀 끝내죠.’
‘이 자식, 꽤 하는데…!
그래, 너는 라고 불리기에는 아까운 놈이지!
! !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참 잘 지었다니까! 좋아, 이제 좀 끝내자!’
물론 은하는 한 번도 현철을 이긴 적이 없었다. 현철이 싸우면서 성장해나갔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으로 싸우기 위해 태어난 괴물이었다.
결국 은하가 그와의 싸움으로 얻은 것이라고는 하나.
노은하. 그가 십이좌에 준하는 실력을 겸비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십이좌 내에서도 최강 중 한 명이라 손꼽히던 플레이어와 대등하게 겨루면서.
20대초에 이룩한 결과였으니 사람들이 놀랄 만도 했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플레이어의 세계에서, 진정 이 구역의 미친 놈은 바로 현철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승패가 났는데도 걸핏하면 싸움을 걸러왔다.
화륵
바람에 흩날리는 불꽃.
현철은 검에서부터 피어오른 불꽃을 자유자재로 다룰 뿐만 아니라, 불꽃을 몸에 휘감고도 아무렇지 않아 하고 있었다.
, 마나를 자유로이 불꽃으로 변화시키는 기프트.
정확히 말하면 현철의 체내 마나는 체외로 발현되는 순간, 불꽃이 되었다.
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마나로 불꽃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에 대한 이미지를 명확히 잡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럴 필요도 없이 태어날 때부터 불꽃을 다룰 수 있었다.
그 힘이 그를 십이좌로 발탁되는데 결정적이었던 힘이자, 후에 대한민국의 최강자로 거듭나게 해준 힘이었다.
그러니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으면….
이 녀석이?
강현철이라는 싸움광을 모르는 은하가 아니었다.
은하는 현철의 시선이 은아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 그는 은아와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정작 은아가 어리니 싸우기 곤란해서 갈등하고 있는 것까지.
이게 어디서 우리 누나를 건드리려고 그래.
저 오징어나 죽이고 꺼지란 말이야. 이 미친 오징어야.
현철이 들었으면 기가 찰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눈이라도 마주쳤다가는 무서워서 기겁하며 달아났을 테니까.
라 불리는 은하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한 치도 피하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
현철은 짧게 혀를 차고는 은하로부터 눈길을 거두었다.
크라켄은 그 동안 난동을 부렸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일사천리로 쓰러졌다.
혼자서 제3위계에 해당하는 크라켄을 죽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강은 크라켄이 난동을 치기에는 협소한 환경이었다. 지금까지 강물 속에 숨어 있었던 것만으로도 용했다.
더군다나 크라켄은 후에 제4위계로 강등되는 몬스터였다.
머지않아 최강이라 손꼽히는 현철이 쓰러뜨리지 못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그는 박혜림의 버프까지 받고 있었다.
그러니 녀석이 쉽게 토벌될 수밖에.
그가 강물이 증발할 정도로 이글거리는 불꽃을 휘두르니, 녀석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 사이, 십이좌 중 한 명인 박혜림이 다가왔다.
“얘, 괜찮니? 어디 다친 데는 없어?”
그녀는 걱정이 되는 눈치였다.
그녀가 석장을 바닥에 내려치자, 은하와 은아를 중심으로 푸른빛이 일렁거렸다.
치유마법이었다. 빛에 닿는 부위가 빠르게 회복해나갔다.
회복해나갔을 터였다.
“어라?”
그녀는 두 아이의 상태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제 보니 두 아이에게는 상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상처라고 생각했던 피는 아이들이 흘린 피가 아니었다.
“설마….”
그녀 역시 헬기에서 하늘 높이 수직으로 뻗어나갔던 빛의 기둥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포터인 그녀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
아마도 그것이 크라켄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상처마저도 회복시켰을 것이다.
“대단…해….”
을 직접 목격했다. 게다가 을 소유한 아이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녀가 환희에 찬 얼굴로 감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무리는 아니었지만 은하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말았다.
“…어?”
무슨 아이에게서 저만한 살기가….
방심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손을 뻗으려다 말고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남자아이가 뿌리는 살기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일반인이었다면 살기를 맞고 죽었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어린아이에게서 사람을 죽일 만한 살기가 나오는 것일까.
꺼림칙했다. 아이에게서 나올 만한 살기가 아니었다.
내심 무섭기도 했다. 겉으로는 굳은 얼굴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지만, 마치 죽음을 앞에 둔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너는, 대체….”
대체 누구니.
그녀가 읊조린 소리는 바람소리에 파묻혔다.
어느덧 상공에서 헬기 몇 대가 호버링을 하고 있었다. 크라켄의 소멸을 확인한 구조대가 그 즉시 투입된 것이다.
사다리를 던져, 상공에서부터 내려오는 구조대.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던 플레이어가 돌아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때마침 현장에 도착한 플레이어들과 힘을 모아 다리 위에 있던 몬스터들을 토벌한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네.”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이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어차피 아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될 터였다.
그때 가서 말을 하더라도 늦지 않았다.
결단코 아이의 위협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세상에! 여기 어린애들이 있어!”
“다들 이쪽으로 와! 애들이 먼저야!”
“얘들아! 어디 다치지는 않았니? 괜찮아?”
헬기에서 내려온 구조대원들이 은하와 은아를 보고는 황급히 달려왔다.
구조대만이 아니었다.
“기적이다! 이건 특종이라고!”
“‘십이좌 강현철, 크라켄을 토벌하다.’ 그리고 ‘십이좌 박혜림, 크라켄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다!'”
“기사 제목 하나 참 좋네!”
“제목이 그게 뭐야! ‘크라켄을 토벌한 십이좌, 그들은 누구?’, ‘크라켄으로부터 살아남은 아이들은?’ 이런 제목이 더 좋지!”
“꼬마야, 이름이 뭐니?”
“꼬마야 여기 좀 보렴!”
“십이좌가 어떻게 크라켄을 물리쳤는지 봤니?”
“아까 박혜림 씨가 치료해주는 것 같던데, 그분은 어떤 사람 같았니?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느닷없이 플래시 세례를 받으니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은하는 손을 들어 빛을 막아보려 했지만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으… 눈부셔….”
그때 은아가 잠결에 짜증을 부렸다. 카메라 플래시가 어지간히 짜증났는지 그녀는 깊숙이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우리 누나 잠 좀 자자. 이것들아.”
은아 덕분에 마나는 모두 회복되어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누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은하는 눈빛을 바꾸어 기자들을 위협했다.
“컥….”
“뭐, 뭐야?”
“수, 숨이, 안 쉬어져….”
은하는 주변에 떠돌고 있던 마나 농도를 강제로 높여, 그들을 위협했다.
마나를 다루는 플레이어들이나 그나마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였다.
영문을 모르는 기자들은 원인을 찾지 못하고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가 저질렀다고는 상상도 못하리라.
그들은 그저 크라켄의 영향으로 주변 일대를 떠도는 마나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 사이 은하는 들것에 실려 헬기에 올라탔다.
헬기 안에 있던 구조대원이 그의 몸에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물론, 은하는 태연하게 무시했지만.
“누나는 괜찮나요?”
“걱정 마. 체내 마나가 부족해서 마나 탈진을 겪은 것뿐이야. 이대로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야. 다친 데는 없어.”
“그런가요.”
을 일으킨 대가로 마나만 소모해서 다행이었다.
은아의 몸에 이상이 있는지 자세하게 알기 위해서는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겠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근데 마나가 왜 고갈된 거지? 마나가 고갈될 일이 없을 텐데.”
“글쎄요. 전 어려서 모르겠는데요. 너무 놀라서 마나를 흘린 건 아닐까요?”
“감정이 격하면 무의식적으로 마나가 새어나오는 일은 있지만…, 마나를 모두 소모할 정도는 아닐 텐데. 이상하네.”
“그래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이럴 때에는 나이를 이유로 시치미를 떼는 은하였다.
두 사람은 성산대교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종합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미 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뛰어다니며 환자들을 살피고 있었다. 이들은 상처가 위중한 사람들부터 우선적으로 치료하고 있었다.
“…괜찮네요.”
두 사람이 크라켄이 출몰한 지점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 온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
은하의 상태가 말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입고 있는 옷은 피를 묻힌 채 해어져 있어서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환자들이 끊임없이 이송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간호사는 가슴 속에서 떠오르는 위화감을 묻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환자에게 달려가야 했다.
결국 은하는 아무 치료도 받지 않고 빈자리에 앉아야 했다. 옆에는 은아가 그의 손을 꼭 쥔 채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마나 탈진을 겪은 은아는 마나 회복력을 높이는 포션을 맞고 있는 중이었다.
링거를 달아준 의사는 그녀가 마나를 회복하는 대로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는 다른 환자에게 뛰어갔다.
진짜 다 끝났구나. 아무도 죽지 않았어.
사람들이 절박하게 외치는 소리로 가득한 병원에서 두 사람만이 평화로웠다.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보도되는 크라켄의 출몰 소식은 벌써부터 남의 일처럼 멀게 느껴졌다.
한시름을 놓은 은하도 이제 눈을 붙이려 했건만,
“노은하!”
“은하야!”
아차! 깜빡하고 있었네.
부모님이 뛰어 들어왔다. 들것에 실려 이송되는 사람들을 살피는 부모님의 안색은 창백했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 것도 잊은 아버지는 분주하게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있었고, 어머니는 행여나 실려 가는 사람들 중에 은하와 은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었다.
“노은하!”
“은아야!”
그러던 부모님이 은하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부모님이 안도한 것은 한순간.
얼굴을 단단히 굳힌 아버지와 싸늘하게 미소를 짓는 어머니가 다가오고 있었다.
죽었네. 정말.
크라켄을 상대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한 몸 바치겠다고 다짐했건만.
화가 단단히 난 부모님을 마주하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