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02
2학기가 시작되기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6학년 2학기부터는 학기를 시작하자마자 바쁜 일만 있을 것이다.
중학교를 지원하는 아이들은 원서를 집어넣을 테고, 플레이어 아카데미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1차 시험을 응시해야 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올해 추석에는 은하만 남겨두고 인천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줄리에타 부부에게 그를 맡기고.
“왜 왔어?” “뭐가.” “아니, 바쁜데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다고. 그냥 집에서 쉬지 그랬어.”
“그래도 할머니를 안 볼 수는 없잖아.” “나는 너 안 보고 싶은데….”
“자꾸 투덜거릴래?”
“쳇.”
결국 은하에게는 아카데미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할머니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란 뜻이었다.
그가 가족들을 보채, 2학기 개학을 1주일 앞두고 인천으로 내려온 데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
물론, 파랑은 그를 보자마자 입술이 툭 튀어나왔지만.
“파랑파랑! 또 커졌구나! 꼬리도 복슬복슬 거려!”
“그래, 커졌다! 근데…, 야! 너 지금 은근슬쩍 내 꼬리에다가 포도즙 묻혔지?”
“아닌데….”
“이 형이 오늘 왜 이러지? 왜 남의 동생 윽박지르고 그래?”
“내, 내가 언제 윽박질렀다고 그래! 은애한테 내 꼬리는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허락해줬구만.”
“난 싫어. 파랑파랑 꼬리는 너무 더러워. 서나 언니 꼬리가 더 좋아.”
“노은애 저거 진짜….” “말.”
“노은애 저거 진짜 착하네! 나는 내 꼬리가 더러운지 이제 알았지 뭐야! 고맙다 정말!”
아이들은 포도 따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늑대 귀가 튀어나온 밀짚모자를 쓴 파랑은 연신 투덜거리면서도 목장갑을 낀 손으로 포도를 땄다.
포도를 따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형이랑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
은하는 그가 포도를 따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가 목에 흰 수건을 두르고, 몸뻬바지를 입고 포도를 따는 모습이란 진풍경이 따로 없었다.
포도밭이라는 배경과 잘 어울렸다.
정작 이 이야기를 들을 본인은 또 입술이 튀어나오겠지만.
“파랑파랑, 이거 우리가 다 먹는 거야?”
“다 먹을 수 있으면 먹든가. 그러다 배탈 난다, 너. 먹을 것만 남기고 못 먹는 것들은 여기 할아버지, 할머니들한테 나눠주라고.” “여기서 꽤 많이 일했나봐? 아까도 그렇고, 여기 사람들이 형을 엄청 친근하게 대하던데.” “노은하 너는 모를 거야. 내 포도밭 경력이 몇 년째인지….
내가 할머니 집에 살게 된 뒤로 우여곡절이 참 많았지. 인생 파란만장한 진파랑이었다 이거야! 무슨 일이 있었냐면….”
“응, 포도나 따.”
은애가 파랑이 장광설을 늘어놓는 사이에 꼬리 위로 나뭇잎을 떨어뜨렸다.
조금 전부터 힘차게 움직이고 있던 꼬리에는 나뭇잎이며, 포도알이며, 나뭇가지며 별 게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모두 은애의 소행이었다.
“그것보다 텔레파시는 어때?”
[이제 원하는 사람한테 보내는 건 문제도 아니란 거지. 여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내 능력을 보고 얼마나 박수를 쳤는지 너는 모를 거다.]파랑은 이제 능숙하게 텔레파시를 다루고 있었다.
텔레파시로 말해야 할 생각을 구분할 수 있었고, 전파 장애를 일으키지도 않았으며, 보내고자 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다.
텔레파시는 이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그나저나 이 형도…, 많이 컸구나.
은하가 기억하는 진파랑의 면모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키도 은혁보다 제법 컸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형견이었던 진파랑은 초대형견이 되어 있었다.
내가 아는 형하고는 조금 다르네.
회귀 전, 진파랑은 악에 받쳐 살았던 플레이어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러한 신조를 담고 살았던 그는 플레이어 업계에서 건드리면 안 될 이었다.
한 번 물면, 당한 만큼 갚을 때까지 주변이 보이지 않았으니.
툭하면 욱하고 마는 성질로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했다.
곁에 있으면 짜증이 나기도 했고, 바라볼수록 우중충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곁에 있으면 짜증이 나기는 했다.
그건 아무래도 파랑 특유의 성격이 아닌가 생각했다.
다만 이상하게 건드리고 싶었다.
그가 보이는 반응이 신선한 데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이전 삶에서는 비가 오는 먹구름을 마주한 기분이었다면, 이번 삶에서는 흐린 하늘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파랑파랑. 오빠한테 무슨 이야기 했어?” “안 알려줄 거다, 메롱.”
“파랑파랑. 내 말 안 들을 거야?”
“유치원 꼬마가 들어도 될 내용이 아니거든요~”
“정말 내 말 안 들을 거야?”
“흥! 네 말 안 들으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그….” “오빠! 파랑파랑 좀 혼내줘!”
“야, 장난 하나 친 거 가지고 왜 쟤를 부르고 그래!”
어느새 저만치까지 이동한 파랑이 포도를 따는데 질린 은애를 보고 허둥거렸다.
은하와 눈이 마주친 파랑이 눈길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은애와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방금 딴 포도를 그녀 입에 직접 먹여주기까지 했다.
정작 껍질째 포도를 먹은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으나.
그래도 뭐….
애들을 좋아하는 건 어디를 가지 않았네.
이전 삶에서 진파랑은 틈만 나면 빈민가를 드나들며 아이들을 돌봤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사기를 당해 가진 거 하나 없이 돌아오는 일도 있었고, 심하면 알몸으로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당한 대로 되갚아주던 진파랑은 결코 어떠한 일에서도 아이에게만은 손을 대지 않았다.
오히려 헤실헤실 거리며 아이들을 두둔했을 정도였다.
겉으로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바보 같이 착하기만 했던 형이었지.
그야말로 진파랑.
그랬기에 그는 라 불렸다.
그랬기에 그는 제2차 의정부 탈환전에서 배수빈의 학살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랬기에 그는 2대 선녀 하백련을 지키기 위한 발톱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죽었다.
끝자락에서.
“얘들아! 그만하고 수박 먹고 해! 수박이 엄청 달고 시원해!”
원두막에 있던 은아가 불렀다.
은하는 은애의 포도상자까지 들어 올린 파랑에게서 자신이 아는 진파랑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래도 이번 삶에서는 남들한테 당하고만 살지 말라고.”
그렇게 둘 생각은 없다.
플레이어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했던 진파랑은 툭하면 욱하는 성질로, 아무 후원도 없다는 이유로, 빈민가 태생이라는 이유로, 아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
은하가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에는 진파랑에 대한 소문이 이미 좋지 않게 퍼져 있었다.
그러니 이번 삶에서 그는 진파랑이 은혁과 같은 학년을 다니도록 개입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은혁이 지켜 주리라 믿고서.
그러니 진파랑은 플레이어 아카데미에 입학해도─.
“─내가 왜 이걸 까먹고 있었지.”
원두막으로 향하던 은하는 그제야 떠오른 깨달음에 머리를 싸맸다.
다른 생각만 하다가 진파랑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형, 미안.
은하는 8등분한 수박에 얼굴을 파묻는 파랑에게 속으로 사과했다.
그가 파랑을 다루는 취급은 이전 삶에서나, 이번 삶에서나 달라지지 않았다.
☆
“─나도 플레이어 할 거야!”
가족들은 오두막에서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그러던 중, 화제는 은하가 플레이어 아카데미에 지원할 거라는 소식으로 옮겨갔다.
그러자 배가 산처럼 나온 진파랑이 입가에 씨를 붙인 채로 끼어들었다.
“전부터 파랑이도 그랬거든. 자기는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할머니는 그가 불쑥 꺼낸 말을 그리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가 가족들에게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를 차분히 들었을 뿐이다.
진파랑은 말했다.
아인인 자신이 이 세상에서 떳떳하게 살 수 있는 길은 플레이어밖에 없다고.
누구도 자신을 업신여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빈민가에는 자신과 같은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아인들이 잔뜩 있다고.
조금이라도 그들을 돕고 싶다고.
“그래서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요. 아저씨, 아줌마! 나 좀 도와주세요!”
그가 앞머리가 다 먹은 수박껍질에 닿을 때까지 머리를 숙였다.
부모님은 그가 처음으로 머리를 숙이는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은하도 내심 놀랐다.
안하무인이라 생각하던 진파랑이 자신을 플레이어가 되게 해달라며 절실하게 머리를 숙이는 모습에.
“노 서방. 플레이어 아카데미는 지금 지원해도 늦지 않는 걸로 아는데…. 내가 아는 게 맞을까?” “…네. 아직 플레이어 아카데미는 원서접수도 하지 않아서 지금 지원하더라도 늦지는 않지만 파랑이 실력이…. 은아야, 은하야. 어떨 것 같니?”
당장 다음 달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1차 시험이 다다음달에 있었고, 2차 시험은 그로부터 한 달 뒤에 있었다.
원서접수를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 아버지가 은아와 은하에게 물었다.
“1차 시험이 걱정이기는 하지만…, 파랑이라면 2차 시험은 무리 없을 것 같아.”
“나도 누나랑 같은 의견이야.”
은아도 파랑이 은하로부터 마나제어를 배우고, 텔레파시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1차 시험이었다.
시리우스 공부방에서는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응시자가 몰릴 거라 예상되어, 시험 난이도가 증가할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과연 진파랑의 머리로 1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지가 문제였다.
“왜 이래. 나 머리 좋단 말이야!”
이럴 때에는 눈치가 좋은 파랑이 재빨리 항의했다.
은아와 은하는 그의 말은 듣지도 않고 여전히 고심했다.
“그래도 일단…,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나한테 시리우스랑 앨리스에서 받은 족보가 있어. 그것만 달달 외우면 가능할지도….”
1차 시험만 통과하면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대로 파랑에게 족보를 보내고, 폐관수련을 하게 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1차 시험이 있을 때까지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방에 감금시킨다면.
“…뭐, 뭐야? 노은하, 너 왜 그런 눈으로 날 쳐다봐?” “내가 뭐.”
“너 그 눈 안 치워? 네가 지금 날 얼마나 굴리려고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래, 가능하다.
입가를 끌어올린 은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꺼이 악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물론, 그가 바라는 더 나은 미래는 오로지 하백련을 위한 것이었다.
진파랑은 덤일 뿐.
그를 갈아 넣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문제는 1차 시험만이 아닌데…. 어머님, 플레이어 아카데미는 의무적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해요.” “맞아, 엄마. 파랑이가 플레이어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엄마 혼자 살게 되는데 괜찮아?”
“그렇구나.”
할머니가 눈을 감았다.
이때, 어머니는 무언가를 직감한 눈치였다.
은아가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처럼, 눈을 번쩍인 어머니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할머니를 재촉했다.
“그럼 서울로 올라와요. 우리도 내년에 은하가 기숙사에 들어가서 쓸쓸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서울로 올라오는 거야!”
“얘는 참…. 아이를 셋이나 키우는 애가 아직도 어리광을 피우는지….”
할머니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할머니는 어머니의 생각이 마냥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노 서방, 나 올라가도 될까?” “마침 위층에 집이 하나 비어요. 이 사람 말대로 어머님이랑 파랑이, 서울로 올라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파랑이도 있으니까. 노 서방 말대로 집 하나 구하는 게 좋겠지. 그런데 그러면 노 서방한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엄마가 이 사람이 연봉을 얼마나 받는지 몰라서 그래. 집 한 채는 거뜬히….”
“그런 거는 이야기하는 거 아니야. 남들 들으면 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냐고 흉 봐. 어머님, 하나도 부담되지 않으니까 저희 집으로 오세요.”
“어쨌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활기가 넘칠 거야! 엄마, 우리 같이 살자. 응?”
“이 집은 팔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래도 돼?”
“어머님이 이 집에 얼마나 추억을 가지고 계신지 잘 압니다. 저한테도 이 집은 추억이 있는 장소나 마찬가지인 걸요. 유지비도 맡기세요.”
할머니가 거의 넘어왔다.
은하는 뜻하지 않은 행복에 눈을 반짝였다.
이제 진파랑은 아무렴 좋았다.
할머니만 내려오면 된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물어봐야….”
“찬성! 저는 할머니 자주 보고 싶어요!”
은하가 기다렸다는 듯이 할머니의 두 손을 붙잡았다.
눈을 휘둥그레 뜬 할머니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님은 그답지 않은 반응에 당황해했다.
“저도 할머니랑 살고 싶어요. 서울로 올라오시면 안 돼요?”
“나도! 할머니랑 같이 살래!”
은아와 은애도 찬성했다.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파랑이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면 서울로 올라가마.”
“들었지, 파랑 형?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플레이어 아카데미에 입학해야 해. 알았어?”
“야, 야, 진정해. 왜 사람 무섭게 그러는 거야.”
시간과 정신의 방이 있다면 좋겠다.
눈에 불을 켠 은하가 파랑을 노려보며 부탁했다.
말이 부탁이지, 강요였다.
그가 발하는 기운에 기가 질린 파랑은 늑대 귀를 반으로 접었다.
“남은 문제는 그룹의 후원인데…. 진작 알았더라면 시리우스에 부탁해놓을걸. 모집 기간도 이미 지났는데 되려나…. 안 되면 사비로라도….”
“엄마! 스마트폰!” “응? 자, 여기 있어.”
남아 있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아버지.
하지만 은하에게는 만능 치트키가 하나 있었다.
어머니에게 스마트폰을 받은 그는 원두막을 내려가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여보세요? 서현이니? 방학 동안에 잘 지냈어? 어디 아프지는 않았고? 건강했지?”
“미안해. 내가 워낙에 바빠서 그랬어. 내가 내년에 스마트폰 생기면 하루에 한 번씩 꼭 문자할게.”
은하는 시리우스그룹의 직계 한서현에게 저자세로 나갔다.
두 손으로 전화를 받으며 굽실거리는 모습이 계약을 따기 위한 회사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거짓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가 없어서 아쉽네. 그 약속, 정말 지킬 수 있니?]“그럼, 그럼.”
자존심 따위는 필요 없었다.
개한테 가져다 바치겠다.
은하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비굴해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용건이 뭔데? 네가 나한테 이러는 거면 용건이 있어서 전화한 거겠지.]“그냥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입에 침도 발랐다.
그는 억지로 톤을 높였다.
스마트폰 너머로 그녀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잠시 뒤,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누나 놀리지 마. 내가 그래도 너보다 두살 많으니까.]
“놀린 적 없어. 진심이야.”
[…그러고 보니 네가 전에 말했던 햄버거가게는 언제 데려다줄 거니?]“개학하고 시간 되는 날에 연락해. 내가 서현이 너한테 맞출게.”
[알았어. 조만간에 연락 줄게. 더 이상 용건은 없는 거지? 나 이제 과외가 있으니까….]“아! 그러고 보니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뭔데.]“시리우스그룹에서 장학금 대상자 모집하는 거, 지원기간이 벌써 끝났으려나?”
[…하.]그는 직접적으로 부탁하지 않았다.
넌지시 물었을 뿐이다.
이미 지원기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니 청탁이 아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냈다.
[모집기간은 지났지만…, 아직 내부 심사는 하지도 않았어.]“그래? 그럼….”
[지금이라도 지원하면 시리우스 장학재단에서 받아줄 거라는 소리야.]“고마워.”
[노은하 너, 나한테 빚진 거야. 맛있는 햄버거 기대할게. 그럼 끊어.]그녀로부터 바라던 대답을 들었다.
원두막으로 올라온 은하는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허, 참….”
장학재단에 어떻게 말을 붙일까 고민하고 있던 아버지로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의 인맥으로도 시리우스 장학재단에 발을 걸치기가 힘들었으니.
전화 한 통으로 문제를 마무리지은 아들에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 아들 놈이…, 인맥 하나는 기똥차게 만들어놨네.”
아버지는 새삼 아들의 나이를 떠올리고 실소했다.
“형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노은하.
그는 이제 13세였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