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03
9월.
아직도 더위가 꺾이지 않은 날.
“여기가 서울이라고!?”
차량이 쉴 새 없이 도로를 지났고, 고층빌딩이 드높은 나무처럼 빽빽이 서 있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었다.
차량이 정차하고, 스마트폰을 보던 사람들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일분일초를 아쉬워하며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노은하 얘가 어디서 만나자고 했더라…. 길이 워낙에 복잡해서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네.”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내용물이 바깥으로 삐져나온 등산용 가방.
자신의 키 만한 가방을 아무렇지 않게 짊어진 소년은 짙푸른 늑대 귀를 쫑긋거렸다.
동해그룹이 운영하는 최고등급의 열차에서 꼬리를 깔끔하게 정리한 그는 서울역 한복판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노은하! 어디 있어!]사람이 너무 많다.
길도 복잡했고, 너무 넓었다.
결국 소년은 약속장소를 찾을 생각을 포기하고 텔레파시를 날렸다.
“…잡았다.”
때마침 텔레파시가 잡혔다.
익숙한 파장을 발견한 소년은 송곳니를 내보이며 웃었다.
코를 벌렁거리니, 어째 자신이 찾는 사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소년은 가방을 고쳐 메며 육감이 호소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진서나라고 해. 은하의 전언이야.그쪽이 아니라 이쪽이야, 바보 형.]
─자신이 몸을 돌린 방향과 모르는 텔레파시가 날아온 방향은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엥?”
분명 제대로 잡았는데.
쟤가 왜 저기에 있는 거지?
고개를 돌린 소년은 공중전화박스 옆에서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찾았다.
소년은 아무도 모르는 땅에서 아는 사람을 발견한 기쁨에 손을 흔들며 뛰어갔다.
“노은…!”
“시끄러워. 좀 조용히 해. 그리고 위치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고, 왜 이리 어설퍼?”
은하는 인천에서 올라온 소년에게 자비 없이 손날을 떨어뜨렸다.
“아프잖아…!”
10대 재계그룹이 동시에 장학금 선발전을 진행하는 이날.
진파랑, 상경하다.
☆
앞으로 아카데미에서 자주 보게 될 사이였다.
은하는 친구들에게 파랑을 소개하러, 친구들을 데리고 그의 마중을 나왔다.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은하는 친구들을 소개시켜줄 테니 만날 때 깨끗이 하고 나오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꼬리만 잘 가꾸면 뭐해.
나머지가 엉망인데.
은하는 저 멀리서 진파랑을 보자마자 대뜸 혀를 찼다.
할머니 댁에서 툭 하면 입고 있던 꽃무늬 몸뻬바지를 입고 나왔다.
친구들이 보자마자 입을 쩍 벌린 건 당연지사였다.
게다가 옷가지가 입구 밖으로 튀어나온, 웬 등산객 가방을 짊어지고 있기까지 했으니.
“저 형이 보기와는 다르게 능력은 믿을 만해.” “…정말?”
그가 그 말을 꺼낸 지 얼마 안 된 사이, 텔레파시를 쓴 진파랑은 그가 있던 장소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민지가 눈알을 굴리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렸다.
은하는 부끄러워서 홍당무가 된 줄 알았다.
“…실전파라서 그래.”
진파랑이 실전파이기는 했다.
그런데 첫 만남부터 저리 어리버리하고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주다니.
은하는 집으로 돌아가는 대로 그에게 기합을 주기로 했다.
“─왜 보자마자 때리냔 말이야!”
“한 대 더 맞을래?” “…쳇.”
이쯤에서 은하는 이미 인상 깊은 첫 만남을 연출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아카데미에서 계속 보게 될 사이였으니.
첫 만남이 중요하면 뭐해.
그 인상이 계속 이어나가야 효과가 있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는 무리였다.
차라리 진파랑이 어떠한 사람인지 첫 만남에서 보여준 뒤에,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낫겠다.
은하는 나타나자마자 버럭 화를 낸 파랑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고 있던 친구들의 반응을 살폈다.
“…빙구 같아.” “저래도 너보다 1살 많아.”
“더 끔찍하네.”
민지의 평가였다.
파랑을 두둔해주고 싶었던 은하는 그녀가 하는 말이 모두 맞아, 차마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너는 얼굴에 심술이 아주 가득한데?”
“뭐? 지금 뭐라고….”
“둘 다 그만해. 벌써부터 힘 빼지 마. 오늘이 어떤 날인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진파랑이었다.
은하는 그녀가 중얼거린 말에 호승심을 드러낸 그를 말리느라 한숨을 쉬었다.
벌써부터 이 아이들과 아카데미를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반가워! 나는 최은혁이라고 해! 대장한테 이야기 들었어! 우리 같이 대장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얘는 또 뭐라는 거야…. 대장? 누가? 설마 쟤? 야, 나는 죽어도 쟤 같은 사람은….” “근데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건데, 파랑이 형, 그거 무겁지 않아? 마나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그걸 거뜬히 멜 수 있어?” “에헴, 내가 원래 힘 하나는 장난 아니거든. 최은혁이라고 했지? 그래, 만나서 반갑다.”
은혁과 파랑의 만남은 순탄했다.
성격 좋은 은혁이 팔랑귀인 그를 몇 마디만으로 경계심을 허물었다.
은하는 콧대를 세우는 진파랑을 한심하게 쳐다보았지만.
“…이상한 사람이네.” “하양이 너는 저 형한테 가까이 가지 마. 그러다 저 형처럼 될라.”
“아니야. 그래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불편한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걸.”
은하 옆에 바짝 붙어 있던 하양은 진파랑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주변을 떠도는 마나로 정보를 읽어내는 감각이 뛰어난 그녀였다.
그녀는 파랑의 마나를 감지한 뒤에야, 그를 낯설어하던 얼굴에서 힘을 풀었다.
마지막은 서나인데….
오늘의 만남을 제일 기대하고 있던 사람이 서나였다.
그동안 자신 또래의 아인을 만난 적이 없다던 그녀는 그를 기다리는 내내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그가 텔레파시를 쓸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호기심이 샘솟았는지 꼬리를 흔들었고.
“…정말 꼬리가 있어. 귀도 있고.”
“뭐야? 너는? 아인 처음 봐?”
“아, 움직였다!”
“아인이 아인을 보고 신기해하다니…, 이상한 애네, 얜.”
서나는 조금 전부터 이 상태였다.
파랑의 주위를 뱅뱅 돌며, 그를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신 또래의 아인을 만난 것이 그리도 신기한지, 그가 꼬리를 움직이거나 귀를 쫑긋거릴 때마다 호들갑을 떨었다.
“얘는 진서나야. 친하게 지내.”
“흥! 얘 하는 거 봐서. 내가 원래 누구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오빠, 꼬리 만져 봐도 돼요? 다른 사람 꼬리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데.”
“어? 어어, 그래라….”
처음 만난 사람에게 열렬한 호의를 받는 게 익숙지 않았나 보다.
진파랑은 서나가 두 손을 모으며 부탁하는 태도에 당황해서는 말하던 바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워낙에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니,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하여간, 알기 쉬운 형이라니까.
이로써 친구들과 진파랑의 만남은 무사히 끝났다.
날이 무척 더웠다.
계속 역 앞에 서 있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디 근처에서 에어컨 바람 쐬고 쉴 수 있을 만한 데가….”
장학금 선발전이 시작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다.
그때까지 친구들이 지치지 않게 피로를 풀어주어야 했다.
점심이야 장학금 선발전에서 지급한다 했으니 카페를 찾기로 했다.
은하가 근처 카페에라도 들어가려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나! 나! 나!”
“뭐야. 왜 그래?”
진파랑이 손을 번쩍 들고,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채로 깡충깡충 뛰어오른 것이다.
“나 가고 싶은 데 있어! 서울 오기 전부터 먹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었다고! 우리 그거 먹으러 가자!”
“밥이야?” “아니야! 디저트야!”
처음으로 서울에 온 진파랑이었다.
그러니 그가 원하는 대로 해줘도 괜찮으리라.
친구들도 모두 동의하는 눈치였다.
신이 난 파랑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나 설빙 먹고 싶어! 인절미로!”
빙구는 빙수가 먹고 싶다고 했다.
☆
“그래서 너희는 시리우스가 아니라 앨리스에서 시험을 친다는 말이지?”
진파랑은 처음 인절미 빙수를 먹고 온몸의 털을 거꾸로 세웠다.
본인 왈, 이 세상에 대한 진리가 빙수 한 그릇 안에 집약되어 있다나 뭐라나.
이제는 그에게 익숙해진 친구들은 빙수 한 그릇을 그에게 아예 넘겨버렸다.
결과적으로 그 혼자서 빙수 하나를 뚝딱 해치운 셈이었다.
“나랑 쟤는 시리우스고, 왜 너희는 앨리스야?” “오빠, 그건 있지….”
“…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만들어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진파랑.
옆에 앉아 있던 서나가 늑대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깜짝 놀란 진파랑이 은하 옆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있던 하양을 쳐다보았다.
하양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말도 안 돼.”
그는 그녀가 앨리스그룹의 직계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렇다고 아예 눈치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자리에 있는 아이들은 사실상 재계그룹의 후원이 내정된 이들이었다.
주변이 확 트인 장소에서 그것을 이야기했다가는 좋을 게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네. 앨리스그룹이랑 시리우스그룹이 거의 같은 장소에서 한다니 말이야.”
오늘 10대 재계그룹은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장학금 선발전을 치르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갤럭시나 영원, YH, 파인처럼 상위권에 해당하는 그룹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종로구 일대에서.
KK, 단군, 동해그룹은 현재 부흥을 맞이하고 있는 여의도 일대에서.
시리우스와 앨리스만 유일하게 서울역에서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게다가 두 그룹은 서로를 마주보는 형태로 되어 있는 YH호텔과 루미너스호텔을 시험장으로 잡았다.
우연일 리가 없었다.
은하는 두 그룹 사이에 무언가가 오고 갔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별 거 아니야.”
의심은 금세 풀렸다.
찻잔을 내려놓은 하양이 답했다.
“보여주기 식이거든.” “보여주기 식?” “응. 시리우스랑 앨리스의 사이가 좋다는 것을 다른 그룹에게 보여주는 거야.”
시리우스와 앨리스의 동맹.
대외적으로 두 그룹의 동맹이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였다.
멀리 나아가서는 단군그룹에 대한 경고나 다름없었다.
하나를 건드렸다가는 다른 하나가 공격할 것이라는.
플레이어 디바이스에서 갤럭시그룹 다음으로 플레이어들의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시리우스그룹.
그리고 신흥강자로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앨리스그룹.
10대 재계그룹이 두 그룹의 동맹을 주목하지 않을 리 없었다.
“시리우스랑 앨리스만이 아니야. 호텔을 빌려준 YH랑 루미너스도 같이 있어.”
“…내가 아는 미래에는 그런 게 없었는데 말이야.” “응? 뭐가?” “아니야, 그런 게 있어.”
은하는 스푼으로 딸기빙수를 뜨던 손놀림을 멈추고 혀를 내둘렀다.
그가 알던 미래에서는 이런 식으로 그룹 간 동맹이 굳건하지 않았다.
다들 제 이익을 누리기에 바빴다.
시리우스와 YH는 서로를 적대했다. 시리우스그룹 3대 회장 한서연은 갤럭시를 넘어서겠다는 숙원보다도 YH를 무너뜨리겠다는 의지를 더 강하게 품고 있었다.
영원그룹은 그룹 간의 알력싸움을 상관하지 않았다. 2대 회장 유도준은 이익이 될 법한 일에만 흥미를 보였다.
파인그룹은 이러한 세력 싸움에서 중심을 잡았다.
앨리스그룹 2대 회장 정석훈은 정치에 관심을 비치지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플레이어들이 더 많은 몬스터를 죽이게 하기 위해 질 좋은 포션을 만드는 것이었다.
KK그룹과 동해그룹은 사업부문이 겹친 탓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것은 새벽그룹과 YH그룹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룹 간 동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 있기는 했었지.
단군그룹과 새벽그룹의 동맹.
이제는 알 수 있다.
단군그룹과 새벽그룹이 어떻게 손을 잡게 되었는지.
창해 클랜로드 길성준은 단군그룹의 직계를 아내로 맞이해서, 단군의 후원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는 더 많은 권력을 쥐기 위해 새벽그룹에도 손을 대지 않았을까.
이병인에게 그를 새벽그룹의 회장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조하며.
생각이 너무 나갔나.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번째 삶에서 창해클랜은 새벽그룹의 후원을 얻기 위해 움직였다.
회귀 전에도 그러지 않았으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었다.
물론, 단군과 새벽의 동맹을 과연 동맹이라 할 수 있을지 애매했지만.
두 그룹은 동맹을 맺어놓고도, 서로의 이익을 탐하느라 제대로 된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뒤이어 갤럭시와 시리우스가 가입했음에도.
1위를 두고 경쟁하던 관계다.
창해클랜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동맹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그런데 루미너스랑 YH는 의외네. 사업부문도 겹쳐서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이가 좋지 않은 건 맞지만…, 루미너스는 시리우스에 지은 빚이 있대. YH는 예전부터 시리우스랑 사이가 좋았고….”
그것도 이상하단 말이지.
루미너스는 이해한다.
새벽그룹이 해체된 이후, 시리우스는 승냥이처럼 달려들던 그룹들과 달리 새벽그룹에 손을 내밀었으니.
문제는 YH였다.
그는 아직도 무엇이 두 그룹의 사이를 악화시켰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파랑이 형은 서나랑 성이 똑같네?”
아이들에게는 지루한 이야기였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흘려듣고 있던 은혁이 빙수 그릇에 얼굴을 파묻은 파랑에게 물었다.
“어?”
이름을 불린 파랑이 얼굴을 뗐다.
짙푸른 머리칼에 우유를 얼린 얼음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성이 같을 수도 있지 뭐. 너 설마 내가 얘랑 남매인 건 아닌가 생각하는 건 아니지?”
“…잠깐,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네가 드라마를 너무 봐서 그래.”
은하는 눈을 빛내며 생각에 잠긴 민지에게 핀잔을 주었다.
드라마라면 모를까, 파랑과 서나가 어렸을 적에 생이별한 남매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회귀 전, 그는 한 번도 파랑에게서 혈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본인도 부정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서나랑 같은 교회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양이 끼어들었다.
서나가 사는 교회에 있는 아이들은 대다수가 ‘진’이라는 성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진파랑도 앨리스그룹이 후원하는 교회에 적을 두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네. 오빠도 교회에서 자란 거야?”
서나도 흥미가 동하는 모양이었다.
은하 역시 그랬다.
누가 그에게 진파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반면, 아이들과 다르게 진파랑은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빈민가 사람들이 붙여준 거야. 머리가 파라니까 파랑이라고.” “빙구 오빠, 그럼 성은?” “그건 내가 붙인 거야. 빈민가 사람들이 자꾸 퍼랭이, 푸르댕댕 하고 놀려대는데 짜증나서.
마침 빈민가 옆에 있던 교회 애들이 자기 이름에 진이란 성을 붙여서 나도 따라한 거야.”
파랑이 이름의 유래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는 그도 처음 들었다.
그야말로 진파랑다운 유래였다.
아이들이 할 말을 잃은 가운데, 고개를 숙인 은하는 어깨를 들썩였다.
“…혀, 형 이야기 잘 들었어. 이제 시간도 다 됐으니까, 다들 시험 보러 가는 게 어때?”
자리에서 어정쩡하게 일어난 아이들이 가게를 나섰다.
이미 시리우스그룹의 후원이 예정된 그는 자리에 홀로 남아 있었다.
“─아.”
그러다 깨달았다.
파랑을 꽃무늬 몸뻬
바지 차림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순간 깊은 탄식이 밀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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