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08
아이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보조감독관이 설명하는 2차 시험이 굉장히 위험해보였기 때문이다.
중등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그동안 출제되었던 2차 시험 문제와 달리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공부방에서 어려운 문제가 출제될 거라는 분석이 있기는 했지만….
정하양도 시험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다른 아이들에게.
그녀는 현재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3 그룹 아이들 중에서 계열사 아이들이 무사히 시험을 마치기 바랐다.
“6 그룹 준비하기 바랍니다!”
3 그룹 아이들은 방벽에서 나오자마자 바닥에 쓰러졌다.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고무공에 맞아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다른 그룹의 아이들은 그들을 보고 낯빛이 어두침침해졌다.
“연지야, 괜찮아?”
“…괜찮아. 근데 조금 힘드네.”
하양은 방벽에서 비틀거리며 나오는 채연지를 부축했다. 체내 마나를 상당수 소모한 나머지, 걷기도 힘든 모양이었다.
“하양아, 나 입학할 수 있겠지?” “괜찮아. 연지 너 많이 안 맞았어.”
하양은 시험장 상공에 설치된 전광판을 가리켰다.
시험을 치르는 아이들의 절대평가 성적이 출력되고 있었다.
채연지는 B등급이었다.
“…그래. 나 조금만 쉬어도 되지?”
“푹 쉬어.”
“하양아, 힘내.”
“응.”
그녀를 계열사 아이들에게 보내준 하양은 몸을 돌렸다.
3 그룹 아이들이 방벽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시험을 치르지 않을 사람은 말해주기 바랍니다.”
보조감독관은 형식적으로 물었다.
방벽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사이 그녀는 움직이기 편할 만한 자리를 잡았다.
시험이 시작되는 순간 체내 마나를 해방하기 위해.
응?
그러다 문득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는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경을 낀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누구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앨리스그룹의 후원을 받는 아이도,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아이도 아니었다.
그런데 안경을 낀 소녀가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이라도 걸어야 하나.
잠시 망설였던 하양은 2차 시험을 시작하겠다는 소리를 듣고 시험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윽고 사방에서 고무공이 무수히 튀어나왔다.
☆
2차 시험, A 시험장 7 그룹.
아이들은 도처에서 튀어나오는 고무공을 피하랴 정신이 없었다.
고무공을 눈으로 쫓기도 어려운데 그것을 10분 동안 피하라고 하니 몸과 마음이 버티기 힘들었다.
시험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건만, 아이들은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까 네가 나 째려봤지?”
“…악…!”
난관은 하나 더 있었다.
진파랑이 고무공을 피하는 것에도 허덕이는 아이들을 공격해댔다.
아주 신이 났다.
늑대 꼬리를 흔들며 시험장 안을 뛰어다니는 그는 별 거 아닌 이유로 아이들을 밀쳤다.
“야! 쟤부터 잡아!”
“어쭈? 너희가 잡을 수야 있어?”
화가 난 아이들이 고무공이 튕기는 공간을 뚫고, 그를 붙잡으려 했다.
코웃음을 친 파랑은 적의를 품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몰리는 순간을 기다렸다, 고무공이 쇄도할 장소로 유인했다.
“멍청이.”
파랑은 곤죽이 되도록 고무공에 맞는 아이들을 비웃었다.
동체시력이 뛰어난 그는 고무공의 움직임을 읽어냈다.
그동안 은하 밑에서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고무공을 피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무공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은하 밑에서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고무공에 맞아도 아무렇지 않았다.
이 정도는 약과에 불과했다.
그래, 노은하 밑에서 초죽음이 되도록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생각할수록 열 받네?
내가 걔보다 나이 하나 더 많은데, 내가 왜 걔한테 당하고 살아야 해?
근처에 있던 아이를 방패로 써먹은 진파랑은 불현듯 드는 생각에 화가 났다.
반골성향이 고개를 들었다.
‘정 마음에 들지 않는 애들이라면 시험에서 밟아버려.’
은하도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밟아버리라고.
“…노은하, 너는 몰랐겠지. 나한테 당할 거라고는 말이야.”
갑자기 은하가 놀란 눈을 뜨는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진파랑은 입가를 씩 끌어올렸다.
시험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은하를 골탕 먹일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애들을 대충 손을 본 진파랑은 가장 큰 먹잇감을 노리기로 했다.
노은하, 죽어라!
은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서로 부딪치며 고무공을 피하는 가운데, 그는 시험이 시작되고도 거의 자리를 옮기지 않고 고무공을 피하고 있었다.
심지어 고무공이 쇄도하는 데에도 아무렇지 않게 스텝을 밟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자신이 개입한다면, 그때도 그는 싱겁다는 얼굴을 하고 있을 수 있을 것인가.
기척을 죽인 진파랑은 가까이까지 숨어들었다.
지금이다! 넌 내 손에 죽었어!
파랑은 사방에서 날아든 고무공이 그를 동시에 공격하는 순간을 노려 달려들었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그가 놀란 눈을 흘렸다.
파랑이 방해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눈치였다.
좋았어. 저 자식, 지금 방심했어!
파랑은 속으로 키득거렸다.
순간 은하가 재미있겠다는 것처럼 눈을 반짝인 줄도 모르고.
승자의 미소를 지은 그가 바닥으로 착지하는 은하를 공격하러 뛰었다.
그런데 은하는 바닥에 착지하지 않았다.
“─어? 어어어어?”
“형은 여전히, 내 뒤통수 칠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구나. 이놈의 늑대를 대체 어떻게 길들여?”
바닥에 착지하기 전에 근처에 있던 아이의 등을 밟고 다시 뛰어오른 것이다.
시험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한시도 마나감지망을 풀지 않고 있던 그는 스쳐지나가는 고무공을 붙잡았다.
목걸이의 숫자가 하나 올랐다.
상관없었다.
그는 주춤한 진파랑을 내려다보며, 손에 쥔 고무공을 던졌다.
마나를 불어넣어서.
“…야! 그건 반…켁…커허헉…!”
“야! 드디어 잡았다! 얘 잡아!”
“시험 같은 건 포기해! 여기서 더 맞아봤자 변하는 것도 없을 거야!”
진파랑이 반사적으로 피하는 순간.
은하가 계산했던 대로 고무공들이 진파랑에게 쇄도했다.
때마침 그를 노리고 있던 아이들이 그가 쓰러진 순간을 노려 덮쳐들었다.
아이들 머릿속에 더는 시험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차피 많이 맞았겠다, 시험시간도 거의 끝나가고 있겠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공격했던 그에게 복수라도 하고 싶었다.
“저 형을 대체 어떻게 고쳐. 제발 이번에는 문제 좀 일으키지 말아주라.”
은하는 혀를 쯧쯧 차며 아이들에게 깔린 진파랑을 멀리했다.
그가 도와달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은하가 자신을 배신한 그를 구해줄 의리는 없었다.
그리하여 은하는 독보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
보조감독관은 그가 반납한 목걸이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목걸이에는 숫자 1만 적혀 있었다.
☆
감독관들이 2차 시험에서 수험생들에게 요구하는 바는 기초체력만이 아니었다.
마나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가.
그들은 그것 역시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이번 시험은 아카데미에서 그동안 출제되었던 문제와 다르게 마나를 활용하지 않으면 합격하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저리도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공을 기초체력만으로 피하는 것에 무리가 있었기에.
더군다나 고무공은 하나가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지 않은가.
“마나제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시험이라 생각하는데요.”
“어쩔 수 없어. 아카데미 지원율은 매년 오르고 있는 데다, 후원해주는 이들의 자녀를 어떻게든 합격시켜야 하니까.”
그렇기에 올해 2차 시험은 난이도를 높이면서도, 정재계 아이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11세부터 의무적으로 마나제어를 배워야 했지만, 초등학교 교사에게 배우는 내용에는 질적으로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정재계의 아이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저 안에 보석으로 갈고닦을 원석이 섞여있을 수도 있는데….”
몇몇 감독관들은 안타까워했다.
시험 난이도를 높여버린 나머지, 재능을 개화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원석을 발굴하는 사람이 아니야. 보석을 판매하는 사람이지. 그 차이를 모른다면, 자네들은 아카데미 교관을 관두는 게 나을 거야.”
개화하지 못하는 재능은 쓸모없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개화하지 못하는 재능을 기다리고나 있을 수 있을까.
차라리 악으로, 깡으로 살아남아라.
그런 의미에서 총괄감독관은 조금 전, A 시험장 1 그룹의 1차 시험이 마음에 들었다.
수험번호 121번 김민지.
그녀는 이기적으로 살아남았다.
근처에 있던 아이들을 방패로 삼아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 넣었다.
몇몇 감독관들은 그녀의 행동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재능이 없다면 그런 식으로라도 버텨야 마땅했다.
고무공에 맞은 걸로 아프다고 질질 짜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러고 보니 앨리스그룹의 손녀는 지금 어디에 있지?” “B 시험장 6 그룹에 있습니다. 아, 마침 지금 시험이 시작됐네요.”
근처에 있던 감독관이 B 시험장의 화면을 커다란 모니터에 띄웠다.
정재계의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교관들조차도 체내 마나 검사에서 말도 안 되는 체내 마나를 발현한 그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체내 마나가 많은 건 인정. 근데 시험은 체내 마나가 많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앨리스그룹의 손녀, 346번 정하양.
그녀는 척 보기에 운동신경이 좋은 아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과연 그녀가 고무공을 피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갔다.
“자네들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나? 이런 시험에서.”
총괄감독관은 시험을 앞둔 하양을 바라보며, 모니터실에 있던 감독관들에게 물었다.
감독관들이 저마다 답했다.
“저라면 감지망을 전개할 겁니다. 눈으로 쫓는다고 해도 고무공이 어디 한두 개입니까.”
“저라면 체내 마나로 신체능력을 끌어올릴 겁니다. 그 정도로 피할 수 있는 난이도니까요.”
“저라면…, 다음 시험에 대비해서 누군가를 방패로 삼을 것 같네요. 아마 121번 수험생은 다음 시험도 염두에 두고 그런 행동을 벌인 거라 생각해요.”
“…그래, 다들 비슷하겠지.”
총괄감독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앨리스그룹의 손녀도 이들이 말했던 방안 중 하나를 택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은 그들을 비웃듯이 지나갔다.
“…말도 안 돼.”
누군가 중얼거렸다.
모두가 같은 심정이었다.
정하양은 시험이 시작되는 순간, 자신을 중심으로 반구형의 방벽을 전개한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방벽 안에 똑같은 방벽이 생겨났다.
“…우리가 공을 피하라고 했지만, 이 시험의 핵심은 공을 맞지 않는 거였지.”
그렇기에 그녀는 방벽을 전개했다.
하지만 예상에서 벗어났다고 마냥 놀라워할 수는 없었다.
감독관들은 냉철한 눈빛으로 혀를 쯧쯧 찼다.
“힘들어, 저건 오래 못 버팁니다.”
“체내 마나가 방대하니 10분 동안 방벽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방벽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정신이야 있겠습니까?” “마나 센스는 또 어떻겠어요.”
“잠깐뿐이라면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손해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벽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초등학생이 저만한 방벽을 만든 것은 물론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방벽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한 명 더 있는데요?”
누군가가 모니터 끄트머리를 가리켰다.
모니터를 조작하던 감독관이 깜짝 놀라 해당 모니터를 띄웠다.
앨리스그룹의 손녀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안경을 쓴 소녀가 방벽을 전개하고 있었다.
“…허, 참.”
바보가 또 있었네.
누군가가 기가 차서 중얼거렸다.
감독관들은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635번? 635번은 누구야?” “635번 배수빈입니다. 갤럭시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유망주입니다. 체내 마나는 A가 나왔네요.”
“그러니 방벽을 유지하는 데에는 자신이 있다는 뜻인가.”
총괄감독관은 피식 웃었다.
과연 저 아이들이 언제까지 방벽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
10분이 다가올수록 감독관들은 흥분에 휩싸였다.
그들은 땀을 쥔 손으로 두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
누군가 탄식을 흘렸다.
모두 같은 심정이었다.
10분이 얼마 남지 않았건만.
635번 배수빈이 방벽을 유지하기를 포기하고, 고무공을 피해 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정하양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방벽을 유지했다.
“…대단하네. 저 나이에 벌써부터 마나를 저리 잘 다루고….”
“앨리스그룹이 장난이 아니네요. 괜히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그룹이 아니었어요.”
정하양의 목걸이에 기재된 숫자는 0이었다. 하나도 맞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배수빈의 목걸이에 기재된 숫자는 11이었고.
감독관들은 두 사람 모두 A+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다른 데는 어떻게 되고 있지?”
“아직 5 그룹이랑 7 그룹은 시험 중이네요.”
5 그룹과 7 그룹은 2차 시험을 늦게 시작한 모양이었다.
총괄감독관은 일단 시험이 끝나가고 있는 5 그룹을 모니터에 띄우도록 했다.
“…저 아인, 대단하네요.”
여우 아인은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날아드는 고무공을 피하고 있었다.
뒤에도 눈이라도 달려 있는 것인지 아무렇지 않게 피해내며, 저 홀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있던 소년도 상당한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체내 마나를 발현하는 모습이 다소 조잡하기는 했어도, 안정된 기세로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소년의 행동은 재빨랐다.
피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고무공은 피하지 않고 맞은 다음, 거기에서 효율적인 진로를 찾아갔다.
“여우 아인은 뭐하는 애지?” “어디 보자…, 503번이…, 진서나. 이 아이도 유망주로 되어 있네요. 자료에 따르면 몇 년 전에 용감한 어린이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뭐하는 상이야?” “그게 무슨 상인지는 잘 몰라도…, 어린 나이에 텔레파시를 개화해서 주민들에게 몬스터의 출몰을 알렸다고 하네요.”
아인은 텔레파시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텔레파시를 개화하는 아인은 드물었다.
제1기 십이좌였던 오건후도 텔레파시를 개화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대단하군.”
총괄감독관은 여우 아인, 진서나의 목걸이에 기재된 숫자를 확인하고는 짧게 평했다.
필시 그녀는 시험이 시작되고 잠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녔으리라.
다른 아이들처럼 잔머리를 굴리지 않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그러니 22라는 숫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리라.
“…뭔가, 이쪽은 볼수록 응원해주고 싶네요.”
소년도 A등급을 받을 만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의지로 움직이는 그는 보면 볼수록 열정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저 아이도 유망주인가?” “562번 최은혁, 유망주는 아니지만 앨리스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네요. 아, 진서나도 앨리스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앨리스그룹이 올해는 정말 장난이 아니네요. 이번 시험에서 A등급을 받을 사람이 얼마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3명이나 나오다니.”
“3명이 아니라 지금 4명이에요. 아까 121번 김민지 보셨죠? 걔도 앨리스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걸요.”
“”””…….””””
감독관들은 혀를 내둘렀다.
대체 앨리스그룹에서 저런 애들을 어떻게 발굴한 것일까.
5 그룹에서 눈을 돌린 뒤, 7 그룹의 시험을 관전하기로 했다.
“뭐야? 벌써 끝났어?”
7 그룹은 벌써 끝나 있었다.
늑대 귀를 가진 아인이 벌에 쏘인 얼굴이 되어서는 시험장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여기 애들은 어째…, 다들 얼굴이 저 모양인데요?”
감독관들은 할 말을 잃었다.
대체 7 그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들이 절뚝거리고 있었다.
“7 그룹 시험 내용은 이따 점심에 한 번 보도록 하지. 성적이 어떻게 나왔는지만 띄워봐.”
“네, 그게….”
아무래도 7 그룹의 시험은 지금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감독관들은 화면에 출력되는 결과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759번? 쟤 뭐하는 놈이야?”
최상단에 기록된 이름 옆에는 타격당한 횟수가 기재되어 있었다.
숫자는 1이었다.
“…759번 노은하입니다.”
“특이사항은? 쟤도 유망주야?”
“…네, 유망주 중에서도 최상위로 분류되는 유망주네요.”
“읊어봐.”
그사이 총괄감독관은 응시생들의 체내 마나를 검사한 결과를 찾았다.
759번의 체내 마나는 C+.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었다.
“시리우스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7살 때, 성북구청에서 용감한 어린이상을 받았고….”
“그게 자꾸 뭔데 그래? 성북구청은 할 일이 그렇게 없나?”
“그게…, 고블린을 쓰러뜨렸답니다. 7살에.”
“…….”
총괄감독관은 귀를 의심했다.
7살 애가 고블린을 쓰러뜨렸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녕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다른 감독관들도 믿기 힘들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유망주를 분석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감독관은 말을 계속했다.
“아버지는 시리우스그룹 회장님 총괄비서실장을 맡고 있고, 누나가….”
“누나가 왜.”
“누나가 노은아입니다.”
“…….”
감독관들 중에서 노은아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서영의 로서 두각을 드러내다, 올해 박혜림의 로 바뀐 노은아.
설마 그녀에게 남동생이 있을 줄은 몰랐다.
설령 있었다고 하더라도─.
“─재능은 유전되지 않아.”
“네, 그러네요. 그래서 업계에서도 집안의 배경이랑 은아 동생이라는 이유로 유망주로 올린 거라 합니다. 어차피 거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이 성적을 보면 누구도 거품이라 이야기를 못하지.”
감독관들은 바닥에 쓰러진 늑대아인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는 그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참고로 바닥에 쓰러진 늑대아인은 성적이 D등급이었다.
아인이면서도 신체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부럽네요. 태생부터 금수저인데 재능까지 겸비하고 있다니….”
“가계에 먼치킨의 피라도 흐르나.”
“내가 말했지. 재능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단순한 우연에 불과해.”
총괄감독관은 그렇게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무서운 우연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노은아의 동생마저 그녀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리라이프 플레이어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