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12
아인은 한 번 텔레파시를 교감한 사람의 위치를 찾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상대가 아인의 텔레파시 반경에 들어와 있다는 조건을 전제하고.
[김민지! 어디 있어!]수험생들이 미로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진파랑은 그룹원들과 길을 찾으며, 남몰래 민지에게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었다.
그룹원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데서 조심스럽게 스파크를 튀기던 그는 이윽고 그녀의 파장을 감지했다.
[우리 그룹도 거기 근처에 있어. 내가 너한테 갈 테니까, 너희 그룹 도망치지 못하는 곳으로 몰아놔.] [파랑, 오빠. 지금 내 목소리 들려? 나 서나야. 근처에서 오빠 파장이 느껴져서 텔레파시를 보내.]때마침 서나로부터 텔레파시가 도착했다.
일찍이 머리를 굴리기 포기한 파랑은 현재 상황에 대해 서나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러면 민지랑 합류한 다음에, 둘이서 우리 그룹을 공격해줘. 시험 열심히 해.] [너도 힘내라.]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텔레파시를 받은 파랑은 9명이었던 그룹에서 남아 있는 이들을 살폈다.
자신을 포함해 6명.
한 명은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다른 아이의 목걸이를 빼앗으려다 정체가 탄로 나서 그룹에서 쫓겨났다.
두 명은 그룹원들을 믿지 못하겠으니, 저희들끼리 알아서 하겠다며 그룹을 이탈했다.
적당하네.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숫자였다.
남몰래 입꼬리를 끌어올린 파랑은 최대한 능청스럽게 그룹원들을 다른 길로 유도했다.
“어? 여기 막다른 길인데?”
“저쪽 그룹도 잘못 왔나 보네.”
그는 민지의 파장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아이들을 데려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막다른 길 앞에서 먼저 와 있던 그룹을 보고 어리둥절해했다.
바로 그때.
“─늑대가 나타났다.”
먼저 막다른 길에 와 있던 민지가 나직이 읊조렸다.
“늑대가 나타났다!”
파랑 또한 키득거리며 따라했다.
지금까지 정체를 숨기고 있던 늑대들이 두 사람이 갑작스레 꺼낸 말의 진의를 모를 리가 없었다.
“뭐야, 그런 거였어?”
“늑대가 나타났다!”
이제 보니 막다른 길에 와 있던 그룹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민지가 영업력을 발휘해 다른 그룹까지 포섭한 것이었다.
그만큼 먹잇감들이 늘어났다.
“뭐, 뭐야, 이거!?”
“너희 지금 우리 속인 거야!?”
“이, 이게 어떻게…!”
양들은 당황했다.
두 마리의 늑대가 짠 계략에 의해 포위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양들이 우왕좌왕했다.
그사이, 늑대들이 양들을 덮쳤다.
양들은 늑대들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목걸이를 넘겨주어야 했다.
“너희도 목걸이 많이 따고 싶지? 그럼 우리 말이나 얌전히 따라.”
“허튼 수작 부렸다가는 내가 너희 목걸이도 뺏는 수가 있어. 알아서 잘 해라.”
민지는 양들에게서 뺏은 목걸이를 불공평하게 분배했다.
파랑은 빈민가에서 굴러본 얼굴로 껄렁거리며 늑대들을 위협했다.
늑대들은 불공평하다 생각하면서도 두 사람을 어찌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빠, 서나한테 텔레파시 보내줘. 여기는 이미 끝났다고.” “알았어.”
민지, 파랑, 서나.
세 사람은 미로에 들어가기 전에 더 많은 목걸이를 얻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먼저 파랑은 민지에게 합류할 것, 혹은 차선책으로 서나와 합류할 것.
다음으로 두 사람이 협공할 것.
그리고 서나가 몰이할 것.
[파랑, 오빠. 우리도 지금 출발했어. 조금 있으면 보일 거야.]“서나가 이리로 오겠대.”
“얘들아! 저 앞에서 새로운 양들이 올 거야! 걔네들이 늑대인지 아닌지 신경 쓰지 말고 전부 뺏어버려!”
서나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녀는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다른 아이들에게 자신은 양이라고 거짓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민지와 파랑이 이끄는 늑대 무리는 전방에서 다가오는 그룹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했다.
깜짝 놀라 도망치려는 아이들은 파랑에게 붙잡혀 목걸이를 빼앗겼고, 자신은 늑대라고 소리치는 아이들도 여지없이 목걸이를 빼앗겼다.
“야, 너도 내놔.”
“…….”
서나는 여우처럼 연기를 잘했다.
습격이 끝나갈 무렵, 파랑은 제법 발버둥치는 척하면서 잡힌 서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나는 목걸이를 그에게 건넸다.
[오빠, 이따 봐. 내 목걸이 잘 관리하고 있어야 해?] [너야말로 애들 좀 잘 데려와라.]늑대는 늑대끼리 목걸이를 빼앗을 수 있다.
달리 해석하면 늑대끼리 목걸이의 양도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바로 근처에 그룹 하나가 있어.]아이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목걸이가 없는 서나가 설마 늑대일 거라는 사실을.
그룹에서 이탈한 서나는 근처에 있던 그룹을 찾아갔다.
“도와줘! 저쪽에서 늑대들이 길을 막고 있어! 나도 지금 목걸이를 뺏겨서….”
서나는 마주친 그룹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속사포처럼 대사를 늘어놓았다.
저 앞에 늑대 무리가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란 아이들은 방향을 선회하기로 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그룹에 섞여들어, 근처에 있을 파랑과 텔레파시를 나누었다.
“─돌격!!”
민지는 서나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조용히 길을 밟았다.
사전에 그녀가 돌격신호를 보내고, 늑대들은 서나가 있던 그룹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3시 방향. 6명 정도 있어.] [12시 방향. 오는 길이 조금 복잡할 거야.] [다음에는….]아이들은 세 사람의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목걸이를 빼앗긴 양들은 미로를 돌아다니면서 파랑과 민지의 존재를 설파했지만, 아무도 서나가 늑대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이들이 퍼뜨린 정보는 되레 혼란만 낳았을 뿐이었다.
서나가 도중에 정보를 왜곡해서 아이들을 유인하는 방안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니.
“…어?”
한창 그러던 중이었다.
서나는 다음에 마주친 그룹에서 은혁을 찾아냈다.
은하나 하양처럼 그룹을 이탈해서 출구까지 홀로 도달할 힘이 없었던 은혁은 그룹원들을 이끌고 출구를 찾던 길이었다.
“…도와줘! 저쪽에 늑대가 있어!”
서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에게 뛰어갔다.
그의 그룹에 있는 아이들을 속인 그녀는 그에게만 따로 텔레파시를 보냈다.
[쟤네들 중에 같이 합격하고 싶은 사람 있어?]“…늑대가 저기에 있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은혁은 어설픈 연기로 대꾸했다.
아이들 사이로 섞여 들어간 서나는 그의 연기에 살며시 웃음을 흘렸다.
여하튼 이 그룹에서 은혁 말고는 살려둘 아이들이 없다는 소리였다.
[내가 이따 신호를 보낼게. 민지가 빠져나갈 틈을 만들어줄 거야. 은혁이 너는 우리가 신호를 주면 출구를 향해 뛰어.]출구는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로 위를 지나는 마나의 흐름이 복잡해졌지만, 그들은 출구를 가리키는 마나가 무엇인지 꿰뚫어보고 있었다.
은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출구도 얼마 남지 않았겠다, 더 이상 그룹원과 함께할 필요는 없었다.
여기부터라면 체내 마나를 고갈하는 일 없이 늑대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느, 늑대야!” “뭐야! 여기는 없다면서!”
“쟤네들 한 명도 놓치지 말고 잡아!”
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지의 신호를 시작으로, 은혁이 있던 그룹의 아이들은 크게 당황했다.
은혁은 늑대들이 그룹을 공격하는 순간에 재빨리 체내 마나를 끌어올렸다.
더는 힘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바로 저기에 출구가 있었다.
그는 민지가 만들어준 길을 통해 무작정 출구를 향해 달렸다.
감지망으로 다른 방면에서도 양들이 전력을 다해 뛰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를 악물고 뛰었다.
갈림길에서 마주친 아이들이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는 망설이지 않고 출구로 향하는 길로 나아갔다.
잠시 후, 전방에 어둠으로 뒤덮인 공간이 나타났다.
직감이 소리쳤다.
저게 바로 출구라고.
그는 곧장 출구로 뛰어들었다.
“…B.”
시험장으로 돌아온 은혁은 전광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B등급이었다.
그것이 과연 B+일지, 그냥 B일지, 제일 낮은 B-일지는 몰랐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은하와 하양을 제외하고 자신보다 먼저 통과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다.
…더, 더, 더, 강해질 거야.
그는 제 실력을 자만하지 않았다.
은하가 누누이 자만하지 말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었다.
좌절하지 않았다.
언젠가 저들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는 불씨가 되어 타올랐다.
☆
서나는 민지와 파랑에게 목걸이를 빼앗기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양은 목걸이를 빼앗을 수 없다.
목걸이를 빼앗긴 아이들은 그대로 출구를 지나야 했다.
목걸이를 되찾으러 온힘을 다한 늑대들은 다른 늑대들에게 공격당해 미로에 버려졌다.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아니, 전혀.
서나는 자문자답했다.
이번 시험에서 자신이 속인 이들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녀 앞에서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아이들의 의지가 무참히 꺾였다.
그럼에도 죄책감 같은 것은 조금도 느끼지 않았다.
미안해할 필요가 없으니까.
내 마음은 무한하지 않아.
그날, 그녀는 반 친구들이 적으로 돌변하는 날에 깨달았다.
그들 모두에게 마음을 쓸 필요는 없다고.
다정한 마음은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에게 쓰면 될 뿐이다.
그러니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
서나는 피아의 구별이 확고해졌다. 그렇기에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마음도 들지 않았다.
착한 사람에게는 착하게.
다정한 사람에게는 다정하게.
마음은 유한하다.
똑같이 대우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마음을 할애할 여유는 없었다.
“얼추 다 끝났네.”
한편, 민지는 한숨을 쉬었다.
늑대들은 그녀를 따라다니며 목이 무거울 정도로 목걸이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들보다 더 많은 목걸이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그녀와 파랑이었다.
“빙구 오빠, 슬슬 여기까지 하자. 이 정도면 충분히 A+를 받을 수 있을 거야.”
“오케이! 오랜만에 정말 재밌었네. 근데 서나 목걸이는 어떻게 할 거야? 너랑 내꺼로 해서 나눌 거야?” “그럴 리가. 여기 이렇게 늑대들이 많은데?”
늑대들은 순간 당황했다.
민지와 파랑이 늑대들을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두 사람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양들을 공격할 때 보였던 눈빛이었으니.
“…알아서 상납할래, 몽땅 뺏기고 상납할래? 너희 좋을 대로 해.”
팔짱을 낀 민지가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늑대들 중 목걸이를 사수하겠다고 버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두 사람의 실력을 제일 가까이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서나는 늑대들이 자진해서 상납한 목걸이를 챙겼다.
“이만하면 충분해. 이제 가자!” “오!”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다.”
세 사람은 떨거지들을 내버려두고 출구를 찾아 나아갔다.
버려진 늑대들은 저희들끼리 다툼을 벌이거나, 출구를 찾아 헤매야 했다.
“…좋았어.”
합격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이든 가리지 않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민지는 미로를 빠져나오자마자 전광판을 확인하고 주먹을 쥐었다.
그녀는 A등급이었다.
그녀만이 아니라 다른 두 사람도 A등급이었다.
☆
“허, 참….”
총괄감독관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감탄과 황당함이 섞인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파랑, 진서나, 김민지.
늑대 세 마리가 선보인 전략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다른 감독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늑대들끼리 작당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들은 늑대들이 그러기를 바랐고, 어떤 식으로 양들의 목걸이를 빼앗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늑대들끼리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단 말인가.
인간관계에서 뛰어난 늑대.
무식하게 힘만 센 늑대.
양의 탈을 뒤집어쓴 늑대.
세 사람은 저마다 역할을 부여해서 늑대 무리를 이끌었다.
어린 나이에 텔레파시를 사용할 줄 알았던 진서나와 진파랑은 아인으로서의 능력을 잘 보여주었다.
또한 두 사람을 지휘하던 김민지는 무리의 수장다운 모습을 보였다.
감독관들은 세 사람의 활약에 만장일치로 A+를 줄 수밖에 없었다.
“신기하네요. 서로 반목하고 싸울 줄로만 알았는데….”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총괄감독관도 그렇게 생각했다.
세 사람이 아무리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다고 할지라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목걸이를 차지할 생각을 품고 있을 거라고.
혹은 서로 경계하고 있을 거라고.
하지만 세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흠….”
총괄감독관은 못내 궁금해졌다.
과연 저들이 아카데미에서도, 플레이어가 되어서도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로 남아 있을 것인지.
내년이 기대되는군.
올해는 저들 외에도 쟁쟁한 실력을 보여준 이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예년보다 더욱.
혹시 내년에 입학하는 031기수가 미래의 플레이어 업계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는 것은 아닌가.
막연하게나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으로 플레이어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마친다. 모든 감독관들은 시험장 정리가 끝나는 대로 회의실로 모일 것. 이상!”
총괄감독관은 텔레파시스트를 통해 감독관들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를 보냈다.
시험은 끝났어도, 감독관들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올해 시험에 대한 장단점과 수험생들에 대해 논할 시간이었다.
회의가 꽤 길어지겠어.
감독관들 모두가 회의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수석으로 입학하는 정하양이나, 차석으로 입학하는 노은하에 대해.
그 외에도.
031기는 풍년 중의 풍년이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