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20
아카데미에는 학생식당을 포함해, 부지 곳곳에 외부음식업체가 입점해 있었다.
은하는 그중에서도 고등아카데미 강의동 지하 1층에 위치한 치킨 프렌차이즈를 찾았다.
세련된 인테리어가 특징인 가게는 늦은 저녁시간과 다르게 한산했다.
그 이유는 자리를 잡아놓고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서야 알 수 있었다.
“은아가 포인트로 대여한 거야.”
“누나, 포인트를 가게를 빌리는데 사용한다니….”
은하는 연화가 하는 말을 듣고는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창진이 귓속말로 가게매출은 대여하는 시간만큼 그룹의 후원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알려주었으니.
그저 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스케일이 너무 컸다.
사치가 따로 없었다.
“괜찮아. 올해 포인트는 충분하고, 서연이도 너랑 맛있는 걸 먹을 때는 후원을 아끼지 말라 그랬으니까.”
“그거 다 빚이야, 누나….”
“그러다 나중에 문제라도 생기면 아빠가 알아서 해주겠지, 뭐.” “…….”
자신이 모르는 은아의 다른 면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는 두려울 거 하나 없다는 듯이 생긋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보고 백기를 들었다.
은아는 진리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은하는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진리가 바른 대로 고하라는 듯이 분위기를 잡았다.
“내가 오늘 소문을 하나 들었는데 말이야.”
주문한 치킨이 나왔다.
튀김냄새가 코를 자극하니 군침이 당겼다.
연화가 따라준 콜라를 받은 그가 치킨을 접시로 옮기려던 중─.
“─은하 네가 배수빈이란 애한테 집적대고 있다고 하더라?” “…뭐?”
접시로 옮기던 치킨을 떨어뜨렸다.
은하는 조금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사실인지 그녀에게 되물었다.
돌아오는 이야기는 똑같았다.
그리고 점점 그녀의 목소리에 뼈가 드러나고 있었다.
“오늘 들은 소문은 중등아카데미 입학시험 차석 노은하가 배수빈을 찍었다느니 하는 소문이었지만.”
“그거나, 그거나 같은 소리인 거 아니니, 창진아?”
“…응, 은아 네 말이 맞지.”
한창진의 판단은 순식간이었다.
머스터드소스를 찍으려던 손길을 황급히 양념소스로 옮긴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은하는 옆에서 코메디처럼 행동한 그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낀 한창진이 겸연쩍은지 눈을 피했다.
“어쨌든 소문이 사실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걔한테 접근한 건 사실인데, 집적댔다는 건 비약이 너무….”
“접근했다는 건 맞구나.”
오한이 들었다.
은하는 그녀가 풍기는 한기에 겁을 먹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녀의 심기가 어떠한지.
“어떤 애야?”
“…이번에 3등으로 입학한 애인데, 뛰어난 캐스터가 될 애야.”
“얼굴은? 예뻐?” “…예쁜 편이기는 하지.” “나보다 더?” “당연히 누나가 더 예쁘지.”
“성격은? 착해?”
“착한 건 아니고….” “착한 게 아니면 나쁜 애야?” “…나쁜 애는 아니고, 민지 같은 성격이야. 지는 걸 엄청 싫어하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애야.” “은하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가, 감으로….”
“…….”
어째 지뢰를 밟은 느낌이었다.
은하는 은아의 시선을 마주하고, 포식자를 대면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에서는 대화에 신경 쓰지 않는 연화와 창진이 치킨을 먹고 있었다.
자신은 한 조각도 먹지 못했건만.
“그래서 걔한테는 왜 접근했는데?”
“걔랑 친해지고 싶어서….”
“이성으로?” “아니, 그건 아니야. 절대로.”
은하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그에게 배수빈은 동료였다.
그녀를 이성으로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은아는 그제야 굳은 얼굴을 펴고,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숨을 토했다.
그러면서도 한 번 더 확인하는 걸 잊지 않았지만.
“정말이지?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내가 왜 누나한테 거짓말을 해?”
“나중에 거짓말하면 화낼 거야.”
“그럴 일 없다니까.”
“알았어. 배고프지? 우리도 얼른 치킨 먹자!”
그제야 은하는 치킨을 먹을 수 있었다.
은아는 그가 치킨을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접시가 빌 때면 치킨을 올려주었다.
그가 먹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다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데 네가 뭘 어떻게 했으면, 그런 소문이 돈 거야?” “나 별로 한 거 없는데….”
은하는 자신이 수빈에게 했던 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치킨을 우물거리면서 별 거 아니라는 듯이 털어놓았다.
정작 이야기를 들은 은아와 창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요즘 누가 어디서 만난 적 있냐며 초면에 말을 걸어?”
“복이 많아서 말을 걸었다니….”
“처음에 말을 걸기가 애매해서….”
변명조로 중얼거리는 은하.
은아는 한숨을 쉬었다.
새삼 남동생의 엉뚱함을 재확인한 그녀가 치킨을 우물거리는 그에게 쓴소리를 입에 담았다.
“은하야, 아무리 친해지고 싶어도 초면에 그런 식으로 다가가면 누가 경계하지 않겠니?”
“…누나 말이 맞아.”
“그리고 상대가 부담스러워하게 싫다는데도 그런 식으로 쫓아다니면 어떡해?” “나는 여자화장실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부분에서 깼다.” “창진이 너는 가만히 있고!”
은하는 치킨을 먹으면서 은아에게 된통 혼이 났다.
초면에 상대의 경계심을 자극하며 다가갔던 일도.
스토킹을 하는 것처럼 그녀를 졸졸 따라다닌 행동도.
물론 은하 역시 그녀가 말한 대로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수빈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친구를 만들려고 했던 적은 처음인걸.
회귀 전에는 유정이한테 맡겼고, 이번 삶에는 걔네가 다가왔으니까.
타인에게 벽을 치고 살았던 은하는 자신이 직접 타인에게 다가간 적이 없었다.
언제나 다가오는 쪽은 상대였다. 언제나 누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기만 했다.
인생을 그렇게 살다시피 했으니,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일이란 것이 익숙지 않았다.
…어렵네. 다른 애들은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친구를 만든 거야?
먼저 다가가서 친구가 되는 일.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와서 말하건대, 이전 삶에서 유정이 먼저 다가오지 않았더라면 평생 홀로 지냈으리라.
“은하야, 잘 기억해. 친해지기 위해 친해지는 게 아니라, 서로가 알고 지내다 보니 친해져 있는 거야.”
“…응.”
“걔하고 친해지고 싶은 네 마음은 이해하겠는데, 당장 친해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치.”
은하는 생각 끝에 답했다.
고등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이전에 배수빈과 연을 만들어두면 될 뿐.
또한 그녀가 누군가와 사귀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러면 우리 시간을 들여가면서 천천히 친해지도록 하자. 그 애는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네가 불쑥 거리를 좁히려 해서 부담스러워하는 걸 거야.” “…누나 말이 맞는 것 같아. 누나 말대로 천천히 알아가는 걸로 할게. 그런데…, 어떻게 다가가면 될까?”
“다가가려 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대해. 은하 네가 잘하는 거잖아.” “어?”
“그게 네가 잘하는 거야.”
은하는 은아가 단언하자 당황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이라니.
그는 짐작이 가는 게 전혀 없었다. 평소에는 무의식적으로 하던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려 하니, 머릿속에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사이, 조용히 치킨을 먹고 있던 연화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은아 네가 먼저 다가와줘서 고마웠어. 나는…, 낯을 많이 가려서 누군가랑 친해지는 게 어려우니까.”
“연화야…, 오늘 너무 예쁘다!”
“너도 오늘 너무 예뻐.”
은아가 연화에게 안겨들었다.
가슴에 파고드는 그녀를 토닥이는 연화는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쩌면 그 애도 누가 다가와주기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몰라.
네가 다가올 때마다 화내는 것도,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런지도….”
글쎄, 걔가 그럴 애는 아닌데.
그는 회의적인 감정을 품으면서도 연화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모처럼 그녀가 조언해주는 것이니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쨌든! 오늘은 너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시켜!”
“은혁이랑 파랑이 형 가져다주게 싸가지고 가도 되지?”
“당연하지!”
본격적으로 치킨을 즐기기로 했다.
“─치킨이다!”
은하가 기숙사에 돌아갔을 때에는 치킨 냄새를 기가 막히게 포착해낸 파랑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
그날 이후, 은하는 굳이 수빈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은아가 강조한 자연스러운 만남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경험을 통해 다짜고짜 다가가도 역효과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천천히 알아가기로 했다.
‘천천히’라는 말을 의식하다 보니, 흐르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지만.
그나마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만한 일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동아리 홍보였다.
“와, 장난이 아니네. 무슨 동아리가 이렇게 많아?”
“동아리로 인정받지 못하고, 아카데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동호회도 있는 모양이야.”
3월 셋째 주.
이날부터 중등아카데미의 동아리와 동호회는 부지 곳곳에서 홍보활동을 펼쳤다.
점심을 먹으러 가던 아이들은 학생식당으로 가는 길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대장, 나는 플레이어 아카데미에 부활동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
“허락 없이 밖으로 못 나가는데, 숨을 쉴 만한 환경은 만들어줘야지. 부활동은 그래서 있는 거야.”
중등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이들은 어디까지나 학생이었다.
아카데미는 학생의 원활한 학업을 돕기 위해, 그들이 자유로이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했다.
스트레스는 해소해야 하니까.
아카데미의 부활동은 종류가 다양했다. 아카데미라는 특수성을 살린 부활동이 있는가 하면, 취미를 위한 부활동도 있었다.
여기에는 학생의 자율적인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그들이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는 취지도 숨어 있었다.
“되도록 부활동 하나 정도는 들어가는 게 좋을 거야.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랑 궁합이 맞는 파티가 어떤 것인지 생각할 수 있으니까.”
이전 삶에서 은하는 부활동에 들어가지 않았다.
오로지 수련하는 데에만 열중했다.
그때는 부활동이 가져오는 이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자신이 원하는 파티를 만들려면, 그만한 실력을 지닌 사람들과 연을 만들어둬야 했다.
“넌 어디 들어갈 생각인데?”
주변에서 나눠주는 홍보지를 받던 파랑이 시큰둥하게 물었다.
은하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문화탐방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은하야, 그게 무슨 동아리야?”
“정기적으로 국내에 있는 명승지나 관광지를 다니면서 편재의 흐름을 관찰하는 동아리야.”
그가 고민 끝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동아리는 문화탐방 동아리였다.
온태양을 비롯해, 그의 동료들이 상당수 입부하는 동아리.
이번 삶에서 그는 미래에 십이좌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는 온태양과 그의 동료를 자신의 파티로 영입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 문화탐방 동아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비록 그가 원하는 만남은 온태양이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때에나 이루어지겠지만.
문화탐방 동아리 사람들을 지금부터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중등아카데미 문화탐방 동아리에도 온태양의 동료가 있을 터.
그는 온태양의 동료 중 031기수에 속했던 두 사람을 떠올렸다.
차은우.
호시미야 카에데.
어느 쪽이든 탐이 나는 인재였다. 두 사람 모두 이전 삶에서 온태양을 지원하는 서포터와 레인저로 활약한 인물이었다.
특히 호시미야 카에데는 제2위계 몬스터 매구를 토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기여한 것으로도 알고 있었다.
일단 차은우부터 접근해야겠네.
차은우는 필시 문화탐방 동아리에 입부할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동아리 부원이라는 이유로 접근하기 수월하리라.
그런 생각으로 은하는 문화탐방 동아리 사람들을 찾으려 했다.
“어? 잠깐만, 쟤 이번에 차석으로 입학한 노은하 아니야?”
“그러네? 옆에 있는 애는 정하양이잖아?”
“뭐? 정말?”
“””””…….”””””
가벼운 마음으로 주변을 구경하던 아이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홍보지를 나눠주던 사람들이 그와 정하양을 보고 눈을 빛내고 있었기 때문에.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이었다.
“너희들 혹시 암벽등반 동아리에 관심 없니!?” “신화와 문학 동호회에는 몬스터를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를 잔뜩 가지고 있어!”
“야! 비켜! 남자라면 당연히 검술부지!”
동아리 부원들이 거리를 좁혀왔다.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어느새 아이들은 그들에게 포위를 당하고 있었다.
“노은하! 너는 얼른 하양이 데리고 어서 피해!”
“민지야, 은하랑 하양이만 피해야 할 때가 아닌 것 같아….”
인파에 휩쓸려 소리치는 민지.
몰려드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서나.
서나의 말이 맞았다.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성적이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언니 오빠가 잘해줄게.” “여친 사귀고 싶지? 아, 남친도.”
“우리 정말 가족 같은 동아리야. 내가 들어와서 후회했다는 사람을 한 명도 본 적이 없거든?”
아이들은 서로 등을 맞댔다.
마치 몬스터에게 포위당한 것처럼.
[얘들아, 내가 신호하면 뛰어! 은하는 하양이 잘 챙기고!]그때 서나가 텔레파시를 보냈다.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은하는 사람들 틈에서 하양을 무사히 데리고 나올 수 있도록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노은하.”
“…왜?”
진파랑이 제법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다가오는 사람들을 향해 송곳
니를 드러낸 그가 사망플래그를 세웠다.
“─살아서 보자.”
형, 괜히 분위기 잡지 마.
물론 은하는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쪽이 더 파랑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오냐! 전부 다 덤벼!”
흥분한 진파랑이 소리친 것이다.
때마침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나가 텔레파시로 신호를 보냈고.
[얘들아, 뛰어! 오늘 점심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자!]“당분간 같이 못 다니는 거 아닌가 몰라! 대장, 이따 봐!”
“너희들은 모두 가! 여기는 내가 막…컥…!”
“닥치고 뛰어, 이 빙구야!”
아이들은 몰려드는 인파를 헤집고 제각기 뛰었다.
은하와 하양도 체내 마나를 발현해 부지를 달렸다.
한참을 달려서 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했을 때에야 두 사람은 뛰기를 멈출 수 있었다.
“무서워서 혼나는 줄 알았어.”
“진짜 무서운 사람들이네. 당분간 학생식당 근처에는 얼씬 못하겠다.” “그래도 재미있었어!” “그러게.”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다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시간도 제법 지났으니 간단히 매점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여기서 가까운 매점이….”
“나 알아! 이 건물 안에 있어.”
“아카데미 구조를 다 외운 거야?” “저번에 심심해서 안내책자를 보다그만….”
하양이 혀를 내밀며 쑥스러워했다. 피식 웃은 은하는 그녀가 가리키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매점을 찾으러 모퉁이를 돌려 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고대문학연구 동아리입니다. 잘 부탁드─.”
모퉁이를 돌자마자 불쑥 튀어나온 홍보지.
한 순간 멈칫했던 은하는 홍보지를 나눠주던 사람을 확인하고 눈을 깜빡거렸다.
배수빈이었다.
“네가 왜….”
“오늘은 아니거든.”
그녀가 의심 어린 눈초리로 눈살을 찌푸렸다.
은하는 재빨리 부정했다. 더 이상 그녀를 따라다니지 않기로 결심한 그로서는 내심 억울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녀는 멋대로 어림짐작한 모양이었다.
무언가 한소리를 하려고 입을 열려 했으니까.
바로 그때─.
“─수빈아, 무슨 일이야?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아, 오빠. 아무것도 아니에요.”
매점에서 나온 남자가 배수빈에게 친근한 행세를 하며 다가왔다.
그 순간, 은하는 보았다.
자신을 노려보고 있던 그녀가 금세 표정을 바꿔,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남자를 올려다보는 모습을.
아하, 이놈이….
아무래도 만나기 않기를 바랐는데 만난 모양이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