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23
저녁, 개인자율 연습시간.
수빈은 포인트를 사용하면서까지 수련장을 예약했다.
그만큼 학생들의 예약신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리벽 바깥에서 지켜보는 학생들은 혹시나 빈자리가 남지는 않을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자리를 비켜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예약시간이 지날 때까지 이용할 생각이었다.
…죽이지 못했어.
수빈은 제8위계 몬스터 철인을 상대했을 때를 떠올렸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교관들이 구해줄 때까지 철인에게 철저하게 당하고 있었을 뿐.
그때 그녀는 몬스터를 실제로 마주한 공포와 몬스터에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패닉을 겪었다.
동시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수빈아, 오늘은 이제 그만하지?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너 그러다 몸 상할 수도 있어.”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담당교관이 그녀를 말렸다.
수빈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나서, 제9위계 몬스터를 주시했다.
꼴좋다.
내가 잘난 척할 때부터 알아봤어.
3등이라도 우리랑 다를 바 없네.
3등도 운이었던 거지, 뭐.
저러다 중간고사에서 떨어질걸?
철인을 쓰러뜨리지 못한 그때.
그녀는 자신을 비웃는 소리를 들었다. 까르르 조롱하는 소리도.
그 소리는 지금도 들리고 있었다.
분명 유리벽 바깥에서 보고 있을 사람들도 자신이 실패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그래. 나는 다른 아이들을 살피고 올 테니, 무슨 문제 생기면 호출하렴.”
그녀도 알고 있다.
자신의 처세술이 좋지 않다는 걸.
가시 돋친 어조로 사람들을 대하니 사람들이 좋게 생각할 리 없었다.
그렇다고 고치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들에게 굽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아카데미에 지원했다.
성공하기 위해.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기 위해.
“…큭…!”
제9위계 몬스터 언럭키(Unlucky).
수빈은 가까스로 강아지처럼 생긴 몬스터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무릎으로 놈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배를 짓누르고, 두 손으로 검을 붙잡았다.
이제 숨통만 끊으면 끝이었다.
…낑
언럭키가 울었다.
수빈은 동그란 눈망울에 자신이 비치자 순간 멈칫했다.
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릎에서 놈의 장기가 움직이는 감각이 전해졌다.
등골이 오싹했다.
“아아아아아─!!”
죽이지 못하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는 발로 언럭키를 마구 찼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웅크린 놈이 낑낑 소리를 내더니 축 늘어졌다.
…끝난, 건가?
놈의 죽음을 확인하기가 무서웠다.
수빈은 놈을 찼던 발이 싸늘해지는 감각을 느끼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조금 전에 교관이 말했던 것처럼 휴식이 필요했다.
“…뭘 꼬라봐.”
수빈은 억지로 얼굴을 굳혔다.
유리벽 바깥에 있던 아이들이 흠칫 놀랐다.
그들을 쫓아낸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들이 중얼거리던 조롱은 무시했다.
“…왜 안 보는 거야.”
이럴 때 위로라도 받을 수 있다면.
그녀는 ‘1’이 줄지 않는 파인톡을 바라보기만 했다.
어렸을 적부터 친절하게 대해줬던 소꿉친구 반허영.
사실 수빈은 아카데미에서 허영을 다시 만났을 때 이것은 운명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반허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가 매일 아침, 매일 밤마다 파인톡으로 안부를 물었으니까.
그게 기뻤다.
허영은 어머니를 제외하면 그녀가 유일하게 연락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녀의 인간관계는 협소해서 파인톡 대화목록에는 두 사람밖에 없었지만.
「나」: 오빠, 뭐해요?(오후 05:11)
「나」: 저는 수련장에서 몬스터를 죽이는 훈련 하고 있어요! 저녁은 먹었어요?(오후 06:11)
「나」: 힝… 연락이 없네… ㅠㅠ (오후 06:45)
「나」: 바쁜가 보네요…(오후 07:01)
「나」: 제가 오빠 귀찮게 하는 거 아니죠?(오후 07:11)
다리 사이로 고개를 파묻은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았다.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그녀는 스마트폰 없이도 잘 살던 사람이었다.
원체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아카데미 수업은 생각보다 힘들어서 어딘가에 하소연을 하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자신을 걱정할지도 모를 어머니에게 토로할 수는 없었다.
결국 반허영밖에 없었다.
성격 나쁜 자신에게도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은.
한 번만 연락 받아주면 안 돼요?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고 싶다.
스마트폰을 부여잡은 그녀는 연신 톡이 오기를 기도했다.
바로 그때.
“─눈앞에 몬스터를 두고 다른 데 정신팔고 있으면 어떡해!?”
성난 소리가 고개를 들게 했다.
☆
얘가 진짜 겁대가리를 상실해서….
은하는 짜증이 치밀었다.
친구들의 훈련을 도와주고 있었던 그는 근처에서 수빈이 몬스터를 상대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필시 저번 수업에서 있었던 일이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린 듯했다.
배수빈은 그런 사람이었다.
자존심이 강해서 지기 싫어하고, 경쟁심에 불타오르던 사람.
그럼에도 그녀가 그를 만날 때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노예로서 살았던 이유는 ‘그 새끼’를 죽이기 위해서였다.
또한 자신을 노예로 부렸던 이들과 그 일에 관련된 사람들을 남김없이 죽이기 위해.
그런데 그가 회상에 잠겼던 사이, 배수빈은 그가 아는 그녀답지 않게 몬스터에게 빈틈을 드러냈다.
언럭키를 앞에 두고 스마트폰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난 죽은 줄 알고….”
“마석이 떨어질 때까지 몬스터는 죽은 게 아니야, 멍청아!”
“멍청이? 그래도 말이 심하잖아!”
“몬스터가 죽은 척 연기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폰이나 보고 있었으니 멍청이 아니면 뭐야?” “…….”
“몬스터를 상대할 때에는 절대로 한 눈 팔지 마. 알았어?”
“…흥.”
하마터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은하는 수빈을 심하게 꾸짖었다.
그녀도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아는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도 대꾸하지 못했다.
“알았으니까 그만 가! 여기는 내가 예약한 곳이니까.”
배수빈이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억지로 그의 등을 밀어 수련장에서 쫓아내려 했다.
은하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라.”
“…….” “따지면 내가 네 목숨 구해준 거나 마찬가지야.” “누가 언제 구해달라고 했어? 네가 멋대로 구해준 거잖아!” “그러면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지. 아니면 내가 구해주기 전에 미리 말하지 그랬어?”
“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얼굴이 새빨개지며 성난 배수빈.
은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가 몬스터를 상대로 정신을 팔았던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당히 화가 난 채였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녀에게 오기가 나기도 했고.
“내가 플레이어 업계의 격언 하나 알려줄게. ‘구해준 사람은 호구요, 구해진 사람은 호구 잡힌 격이요’.”
개인주의가 강한 플레이어 업계. 그런 세계에서 플레이어가 대가없이 누군가, 동업자를 도울 리가 없다.
십중팔구 빚을 만들어 두기 위해.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빚을 진 사람들은 마음 한편에서 채무감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목숨과 관련된 빚이라면 더더욱.
“너 나한테 빚진 거야.”
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자존심이 센 배수빈은 누군가에게 빚지고는 절대로 못 사는 성격이란 것을.
실제로 그녀가 반박도 하지 못하고 두 손을 주먹 쥐고 있지 않은가.
그는 그녀가 약점을 잡힌 모습에 속으로 키득거렸다.
이전 삶에서 배수빈은 웬만해서 빈틈을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기에.
큰 빚이 하나 있기는 했지.
내가 산 거.
이전 삶에서 은하는 노예 우리에 갇혀 있던 배수빈을 샀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하는 말에는 무엇이든 따랐다.
비록 자존심이 용납 못했다 해도.
‘야.’
‘…응.’
‘지시 어기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쪽이 더 효과적이었어. 리더도 알 거 아니야. 결과적으로….’
‘네가 내 파티에서 대체할 수 없는 캐스터라는 건 알아. 그래서 내가 너한테 편의를 봐주고 있는 거고.’
‘…….’
‘근데 그 편의에 내 지시를 어겨도 좋다고 한 적은 없는 걸로 아는데.’
‘리, 리더, 왜 그래…. 유, 유정아, 네가 뭐라고 말 좀 해봐.’
‘미안, 나는 은하 편이라….’
‘이, 이래서 사랑에 눈이 먼 친구랑 친하게 지내면 안 되는 거였어….’
‘야, 배수빈. 너 지금 나랑 얘기하고 있는 거야. 한 눈 팔지 마.’
‘미, 미안….’
‘미안?’
‘…….’
‘너랑 내가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 그런 관계였던가?’
‘…죄, 죄송…합…니…다….’
그녀는 엄연히 그의 노예였다.
은하는 분명 수빈을 해방시켰지만,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그와 그녀 사이에는 기이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용서…해…주…세요….’
평생을 걸쳐 갚을 수 없는 빚.
그는 그것을 철저히 이용했다.
‘저번에 쌍둥이들이 알려줬다는 거. 그거 한 번 해봐.’
‘…리더, 정말 이러기…에요?’
‘해봐.’
‘…….’
‘해.’
‘…수, 수빈이는 이제 자유에요!’
은하는 아직도 배수빈이 어금니를 악물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했던 대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빚은 개뿔. 네 입으로 말했잖아. 구해준 사람은 호구라고. 넌 그냥 호구인 거야. 내가 갚을 줄 알고? 이, 호, 구, 새, 끼, 야.”
“네 말대로, 대가없이 구해줘 놓고 그걸 써먹지 못하면 호구인 거지. 근데 내가 호구로 있을 것 같아?”
“…야, 너 지금 뭘….”
은하는 바닥에 엎드려 쓰러져 있던 언럭키를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그녀의 얼굴에 들이댔다.
“고맙다고 말도 안 하겠다면 뭐…, 다시 얘한테 당하고 있으라지.”
“내가 이런다고 겁먹을 것 같아!?”
“왜? 죽일 수 있어?” “…….”
언럭키가 깨어났다.
녀석은 눈앞에 있는 배수빈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배수빈은 얼굴 위로 침이 떨어지자 그대로 경직되었다.
“그냥 처음에 고맙다고 말하지.” “…야, 야, 야, 이러지…마….”
“내가 왜? 널 구해줘서 얻는 것도 없는데 뭐 하러.”
“마, 말하면 되잖아. 그러니까 이거 저리로 치우란 말이야.”
“말이야? 어디서 반말이야. 아직도 너랑 내 입장이 구분 안 돼?”
“…치, 치워주세요.”
자존심이 고개를 들었던 그녀는 곧 언럭키를 마주하고 얼굴을 고쳤다.
언럭키를 안고 있는 은하는 그대로 낄낄거렸다.
아직 못 들은 말이 있었다.
“더 할 말 있지 않아?”
“…마워.”
“뭐? 잘 안 들리는데.” “…고마워.”
“더 크게. 내가 귀가 안 좋아서.”
“고맙다고!” “뭐가 고마운데?”
“나 구해줘서 고맙다고 개새끼야!”
“마지막 단어가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 좋아.”
어깨를 으쓱인 그가 아무렇지 않게 언럭키를 죽였다.
바닥에 마석이 떨어졌다.
“겨우 이거 가지고 왜 울려 그래?” “…죽여 버릴 거야. 너 진짜, 내가 죽여 버릴 거야.”
“그 말은 몬스터나 죽일 수 있는 다음부터 말하든가.”
은하는 눈시울이 붉어진 수빈에게 대꾸했다.
그녀가 화를 참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아, 근데 이러면 안 되는데….
그는 뒤늦게 제 실수를 깨달았다. 그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도 모자랄 판에, 심기를 자극하고 말았으니.
어떻게든 그녀의 기분을 풀어줘야 했다.
마침 수련장 안으로 서나와 하양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희 거기서 뭐하고 있어?”
“어? 수빈아, 안녕.”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서나.
반대로 수련장 안으로 불쑥 들어온 하양이 수빈에게 인사했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배수빈은 흥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럼에도 하양은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수빈이 너도 훈련하러 온 거야?”
“마석이 떨어져 있는 거 보니까, 몬스터를 죽인 것 같네.”
“…그거 내가 죽인 거 아니야.”
자존심이 센 수빈은 토라진 어조로 서나의 추측을 부정했다.
입가에 손을 댄 서나는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한 모양이었다.
은하의 검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눈치가 빠른 여우였다.
서나는 은하와 수빈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를 예민하게 포착했다.
“은하가 잘못했네, 잘못했어.”
“야, 진서나. 잘못하기는 무슨….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쟤가….”
“보나마나 뻔해. 은하 네가 수빈이 대신에 몬스터를 죽여 놓고, 생색을 부리고 있었던 거겠지.”
“…….”
은하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상황을 파악한 하양이 헤실헤실 웃으며 수빈에게 달라붙었다.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기까지.
“그러면 나랑 같이 훈련할래? 나도 아직 몬스터를 못 죽였거든.” “됐어. 교관님한테 부탁해서 새로 몬스터를 만들어달라고….”
“교관님, 조금 전에 볼일 있다면서 밖으로 나갔는데?”
하양의 권유, 서나의 지적.
애써 태연한 척을 하려던 배수빈이 얼굴을 구겼다.
그때 은하는 여우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잔머리를 굴리는 여우였다.
“수련장도 한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공간 낭비니까 같이 훈련하자.” “…….”
“여기는 따로 훈련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주고, 우리 쪽으로 와.”
“그러고 보니 수빈아, 혼자 수련장 빌리는데 포인트 꽤 들지 않았어?”
수빈은 입을 다물었다.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수련장은 개인수련장이 없어서 많은 포인트를 사용해야 했다.
지금도 시간당으로 계산해서 포인트가 빠져나가고 있었으니.
“앞으로 우리랑 훈련 같이 하자.” “맞아. 수련장 예약하는 포인트도 서로 돌아가면서 쓸 수 있잖아.”
“…그럼 한 번만.”
수빈은 하양의 손에 끌려갔다.
하양의 친화력이 좋은 것인지, 서나가 분위기를 잘 파악하는 것인지.
수빈은 어느새 두 사람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훈련하고 있었다.
“…나도 한 수 배우고 싶네.”
은하는 은근슬쩍 친구들의 훈련에 동참하려 했다.
그러자 그녀들이 눈초리를 세웠다.
어쩔 수 없이 은하는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수빈아, 번호 좀 알려줄래?”
“응? 번호?”
“아! 나도! 번호 좀 알려줘! 앞으로 훈련할 때마다 연락할게.”
“…응, 알았어.”
사이가 좋아진 세 사람이었다.
훈련이 끝났을 때에는 서로 번호를 교환하고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은하는 혀를 내둘렀다.
속으로 마냥 부러워하며.
“…정하양 너는 동아리 단톡방에 쟤 연락처 있는데 뭐라 교환해?”
은하가 툴툴거렸다.
그때 귀가 좋은 서나가 웃었다.
“그러면 은하 너는 수빈이랑 번호 교환하지 않아도 되겠네, 뭐. 어차피 동아리 단톡방에 있을 테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싫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얘들아! 우리 다 같이 교환하자!”
은근슬쩍 끼어드는 은하.
배수빈은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분위기에 휘말려 번호를 교환했다.
☆
다음날 아침.
[아임 파인!]은아가 톡을 보낸 모양이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은하는 아침에 온 문자를 확인했다.
“어라?”
친구들 단톡방은 간밤에도 대화가 끊이지 않았던 듯했다.
마지막으로 파랑이 보낸 문자가 새벽 4시 37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먼저 잠을 자기 정말 잘했다.
은하는 스스로에게 칭찬했다.
“─어라?”
그러다 은하는 수빈이 보낸 문자를 발견했다.
댕댕이, 하양, 배수빈 4
얘들아, 얼른 일어나~
07:03
3
누나 굿모닝!
07:00
6
배수빈
죽여 버릴 거야.
06:47
1
바보 형, 은혁, 먹… 6
ㅋㅋㅋㅋㅋ
04:37
300+
아침부터 잠이 확 깨는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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