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25
고급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은 뒤, 고대문학연구 동아리는 YH호텔에 입점해 있는 카페를 찾았다.
모두 모처럼 평일에 외출했으니, 최대한 늦은 시간에 귀가하겠다는 속마음을 품고 있었다.
은하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닌데, 뭐.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는 카페였다.
은하는 ‘그 새끼’가 쏜다는 제안에 대뜸 가장 비싼 음료를 주문했다.
그때 ‘그 새끼’가 못내 감추지 못한 얼굴표정이 어떠했던지.
한창 하양에게 커피에 대한 지식을 설파하고 있던 ‘그 새끼’는 한순간 얼굴을 굳히고 말았다.
게다가 2차 공격을 가했으니.
“하양이 너도 커피에 대한 거라면 잘 알고 있지 않아?”
“…으, 은하야….”
하양이 점원에게 카드를 건넨 채 굳어 있는 ‘그 새끼’의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 못했다.
눈짓으로 그걸 말하면 어떡하냐고 타박하며.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한결같았다.
“너희 아버지도 카페하시잖아.”
“…응.”
그녀가 입술을 부루퉁 내밀었다. 이제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음료를 받은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실컷 ‘그 새끼’에게 쪽을 주고 난 그는 그녀를 따라가며 그녀의 화를 풀어주어야 했다.
“저거 진짜 마음에 안 드네….”
한편, 카드를 지갑에 넣은 부장은 은하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이 안 가던 1학년이었다.
기회를 봐서 쫓아내기로 결심했다.
“…싸가지 없는 자식.”
사사건건 방해만 해대는 1학년.
다른 부원들도 한마음이었다.
그들이 은연중에 자신들을 깔보는 그의 태도를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다른 이들도 동참하리라.
어차피 동아리는 올해 신입부원이 한 명이라도 입부하면 온존할 수 있었으니.
그를 쫓아내더라도 문제없을 터.
단지 정하양만 있으면 된다.
그녀를 어떻게든 구슬릴 수 있다면 앞길 창창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그녀를 잡지 못해도 수빈은 동아리에 남으리라.
자신에게 호감을 품고 있으니까.
그녀를 관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적당히 톡이나 보내주면 그만이니.
그러니 어디 마음껏 나대 보라고.
우리가 쫓아내기만 할 줄 알아?
다른 동아리에 소문을 퍼뜨려서, 내가 고개도 들고 다니지 못하도록 매장시켜버릴 거니까.
“어디 찐따처럼 아카….”
순간 그는 멈칫했다.
동아리 부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은하가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
잘못 봤다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로 살벌한 눈초리였다.
숨이 턱 하고 막히는 줄 알았다.
뭔 눈이 저렇게 무서워.
반허영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부원들이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
“그놈의 나 때는 무슨, 나 때는…. 그렇게 나때나때 말하고 싶었으면 그냥 라떼나 마시고 있을 것이지, 왜 마시지도 못하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거야?”
은하는 혀를 끌끌 찼다.
대화가 참 재미없었다.
3학년 부원들이 아카데미 생활에 조언을 해주겠다고 꺼낸 이야기에는 무조건 이렇게 해야 옳다는 인식이 다분하게 깔려 있었다.
온갖 유세를 다 떨기까지 했으니.
은하는 괜스레 듣고 있는 자신이 창피할 지경이었다.
하양이나 수빈은 장단을 맞췄지만, 그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망상으로 점철된 자위를 보는 건 사양이었다.
“에스프레소도 못 마시는 주제에.”
결국 화장실로 도망쳤다.
페이퍼타올로 물기 묻은 손을 닦은 그는 거울을 보며 투덜거렸다.
이러다 감자튀김은 먹지도 못하고, 저들과 기숙사로 돌아가게 생겼다.
지하철에서까지 저들을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짜증이 났다.
그 상태에서 자리로 돌아가려다, 테라스로 나와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불쾌감이 치솟았고.
하양이 쟤는 왜 저기 있는 거야?
정하양과 ‘그 새끼’.
어찌된 영문인지 그들은 단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상황으로 보아서는 바람 쐬러 나온 하양을 ‘그 새끼’가 따라 나온 것 같았다.
‘그 새끼’는 동아리 설명회 때부터 하양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은하는 ‘그 새끼’가 생각하는 것이 훤히 예상이 갔다.
앨리스의 직계인 하양과 친해져서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는 속셈일 게 뻔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해충은 퇴치해야 마땅했다.
남의 밥상 위에 수저를 올린다니, 눈에 흙이 들어가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은하는 살며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귀를 기울였다.
“─그래? 주말에는 바쁘구나.”
“…네, 죄송해요. 주말에는 아버지 카페에서 일을 도와야 해서요.”
“아니야, 아버지 일 도와드려야지. 하양이 너 정말 효녀구나? 하하하.”
“…아니에요.”
‘그 새끼’는 공격이 실패하더라도 여유로운 태도를 연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듣기에 부자연스럽고 오글거리는 대사가 따로 없었다.
나이도 2살밖에 차이 안 나면서.
말투가 참 늙었다.
국어책이라도 읽는 것 같은 웃음은 대체 무엇인지.
“평일에는 아카데미에 있을 테니까 나랑 저녁 먹을 시간은 있겠네?”
“그게…, 친구들이랑 훈련하느라 저녁 시간이 일정치 않아서….”
“괜찮아, 내가 너한테 맞출게.”
“…네.”
“하양아, 너무 부담 갖지 마. 그냥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밥 좀 먹자고 그러는 거니까.”
하양은 이런 일이 익숙지 않았다. 밀어내도, 밀어내도 자꾸 다가오는 남자를 매몰차게 대할 줄 몰랐다.
그녀가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던 은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기로 했다.
“혹시 영화 좋아해?”
그러던 그때, ‘그 새끼’가 기회삼아 세 번째 공격을 시도한 것이다.
“나한테 영화 티켓이 생겼는데…, 같이 보러갈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하양이 너 영화 좋아하고 시간 되면 영화 보러가지 않을래?” “…….”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인데….”
허, 참….
은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제는 영화까지 보러가자니.
자신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참 겁도 없었다.
“─으, 은하야?”
그는 더 이상 지켜볼 필요도 없이, 그녀를 등 뒤로 숨기고 ‘그 새끼’와 대치하는 상태로 섰다.
뒤에서 하양이 깜짝 놀란 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는 그녀가 부른 소리를 무시하고 ‘그 새끼’를 노려보았다.
“그 영화 이미 봤거든요?”
“…너….”
가시 돋친 어조.
‘그 새끼’가 눈을 부릅떴다.
은하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그 새끼’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고, 오히려 잘 됐다는 식으로 대항했다.
“…아직 개봉 안 한 영화거든….”
먼저 눈을 피한 ‘그 새끼’.
눈이 뻑뻑해, 눈을 찔끔 감았다 뜬 ‘그 새끼’가 꼬리를 마는 강아지처럼 목소리를 낮췄다.
은하는 대놓고 코웃음을 쳤다.
‘그 새끼’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이냐 하는 것처럼.
“제가 잘못 말했네요. 그거 저랑 같이 보러가기로 했어요.”
“…….”
“야, 가자.”
“어? 으, 응!”
그는 더 이상 ‘그 새끼’를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에 배수빈의 인생을 더럽히는 ‘그 새끼’를 가만두고 싶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직 ‘그 새끼’는 죄를 저지르지도 않았으니까.
아니, 없으면 만들면 되지.
보아하니 수빈도 ‘그 새끼’를 아직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의 심기를 건드릴 일도 없으니 적당한 이유를 들어서 ‘그 새끼’를 매장해버려도 될 것 같았다.
소문이란 원래 먼저 꺼낸 사람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이었으니.
근데 얘는 왜 실실 웃고 그래?
은하는 고개를 돌렸다.
걸음을 맞춰 따라오고 있던 하양이 뭐가 그리 좋은지 웃고 있었다.
“야, 정하양. 너 지금 잘못한 거, 알아, 몰라?”
“…알아, 나도.”
“근데도 웃음이 나와?”
“그래도 은하 네가 와줬잖아.”
“내가 매번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싫으면 싫다고, 앞으로는 확실하게 말하란 말이야. 알았어?” “응, 알았어.”
그녀를 꾸짖어봤자 소용없었다.
전혀 듣지 않는 얼굴이었으니까.
은하는 헤실헤실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대답하는 그녀를 내려다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냥 자리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동아리 부원들이 뭐라 하는 소리는 개 짖는 소리로 치부하기로 했다.
“다음에 시간 되면 올게요!”
“다음에 시간 없어. 안 올 거야.”
그는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나왔다.
팔을 붙들린 그녀는 웃기만 했다.
“수빈이랑 친해지려고 들어온 거 아니었어? 이렇게 나가도 돼?”
“생각해보니 이럴 필요 없겠더라. 그리고 이미 걔랑 친해졌는데, 뭘.”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그녀는 더 이상 별 말이 없었다.
카페를 나온 두 사람은 밤거리를 조용히 걸었다.
불현듯, 그녀가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은하야.”
“왜?”
“영화는 언제 볼 거야?” “웬 영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되묻는 은하.
걸음을 멈춘 하양이 눈썹을 팔(八) 자로 만들었다.
이윽고 입술을 삐죽 내밀며─.
“─아까 나랑 같이 영화 보러가기로 했다고 말했으면서.”
“…그거는 당연히 거짓말이었지. 너까지 믿으면 어떡해?”
은하가 과장된 동작으로 대꾸했다.
그러자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채로 그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얘가 정말…, 사춘기인가?
은하는 그녀의 태도를 이해했다. 그가 바라는 대답을 해주기 전까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명이었다.
골치가 아팠다.
한 번 결심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으니.
결국 은하는 두 손을 들었다.
“…알았어. 시간 되면 보러 가자.”
“응! 좋아!”
“대신 영화는 네가 고르는 거다? 나는 그냥 따라만 가는 거야.”
“치, 알았어.”
“다른 애들한테도 연락해줘.” “…치.”
은하는 대놓고 혀를 차는 그녀를 못 본 척했다.
대신 소매를 잡아끌었다.
조금은 기분이 풀린 하양이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돌아가기는 아깝고….
“우리 감튀나 먹으러 갈까?”
“흥, 은하 네가 사.”
“수빈이도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하양아, 수빈이한테 연락해봐.”
생각해보니 배수빈을 두고 왔다.
그녀는 화장실이라도 갔던 것인지, 짐을 챙기러 자리로 돌아갔을 때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 성격상, 이런 자리에는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일단 물어보기로 했다.
“아, 수빈이도 온대! 지금 어디냐고 묻는데?”
“어, 정말? 걔가 웬일이지….”
하양이 수빈의 톡을 받았다.
두 사람은 건물 지붕 아래에서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
수빈도 알고 있었다.
날이 지날수록 그에게서 오는 톡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걸.
그의 주변에 여자들이 많다는 걸.
그래도 그가 참 좋았다.
친구 한 명 없이 혼자였던 그녀가 유일하게 속마음을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아임 파인!]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생겼다.
성격 나쁜 자신을 받아주는 이들. 그들과 매일 같이 이야기하다 보니, 점점 그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던 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장점도, 단점도.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람을 좋아했다니!
그리고 그녀는 하양에게 들이댔던 그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마치 찬물을 뒤집어쓰기라도 한 듯 정신이 들었다.
하양이가 꼬리친 건 아니겠지?
아니야, 하양이가 그럴 리 없어.
그녀는 이내 조금이나마 떠올랐던 그에 대한 마음도 떨치기로 했다.
어쩌면, 하양과 친해지지 않았다면 그녀는 전후사정을 따지지 않은 채 그에게 꼬리쳤다고 화를 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정하양에 대해 알고 있는 그녀는 어이없는 망상을 전개하지 않았다.
하양이는 그런 애가 아니야.
얼마나 착하고, 친절한데.
편견도 없고….
그녀는 갤럭시그룹의 ‘직계’를 통해 자신과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원을 받는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 갤럭시그룹의 ‘직계’는 왕이었다.
‘그녀’는 오만했고, 사람을 가렸다.
‘그녀’의 밑에는 계열사 아이들이 가신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평범하게 후원을 받는 이들은 모두 ‘그녀’와 가신들의 하인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세계를 직접 목격한 그녀는 더더욱 성공하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들과 엮이지 않겠다고.
‘그러면 나랑 같이 훈련할래? 나도 아직 몬스터 죽이는 게 무서워서….’
그래서 하양이 앨리스의 직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그녀에게 반감이 들었다.
하지만 하양은 그녀가 생각한 대로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양은 자신과 다를 바 없었다.
자신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정재계의 사람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했던 게 부끄러웠다.
…노은하 걔도.
생각할수록 짜증이 나는 사람.
그 역시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이상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녀가 아무리 매몰차게 대해도, 은하는 한 번도 등에 업은 배경을 내세우지 않았다.
‘일어나.’
은하가 자신이 쓰러뜨리지 못했던 제8위계 몬스터 철인을 뭉개버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났다.
그때 은하가 보여주었던 힘은 단지 정재계의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받아온 교육의 결과라고 단정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노력한 것이리라.
자신보다 더.
“어? 수빈아, 여기 나와서 뭐해? 춥지 않아? 안으로 들어가자.”
“…….”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올곧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테라스로 나온 그녀는 노은하에게 신경전에서 밀린 반허영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조금 전까지 무언가 씨부렁거리던 반허영은 그녀를 보더니 대뜸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수빈아, 혹시 영화 좋아해?”
“…….”
처음에는 동아리를 그만두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하등 도움도 안 되는 동아리였다. 그럼에도 동아리에 들어왔던 이유는 순전히 이 사람을 위해서였다.
이제는 그럴 이유가 사라졌지만.
“…그거, 하양이한테 권하려 했던 영화티켓 아니에요?”
“…….”
“…씨발.”
이번에 입을 다문 것은 그였다.
그녀는 얼간이 같은 표정을 지었던 그를 보고 입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이 남자 앞에서 제 성격을 억누르고 살고 있었다.
잘 참았다, 배수빈.
그녀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이 새끼가 다른 사람한테 권했던 티켓을 나한테 권하고….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그녀는 반허영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쌍욕만이 아니었다.
“─악!!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분이 풀리도록 팼다.
선제공격을 당한 그는, 쓰레기는 동아리 부원들이 나와 말릴 때까지 얻어맞아야 했다.
“흥! 오빠들.”
두 손을 탈탈 턴 그녀가 쓰레기를 부축하는 부원들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동아리 그만둘게요.”
“뭐!? 야!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수, 수빈아, 잠깐만…!”
“수빈아, 이러면 안 돼!”
그녀는 쫓아오지는 않고 붙박인 채 부르짖기만 하는 부원들에게 등을 돌렸다.
“아, 속 시원하다!”
저녁식사로 먹었던 프랑스 요리가 말끔히 소화된 기분이었다.
매너 같은 걸 신경 쓰며 먹느라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몰랐던 음식이었다.
“배고파.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에 뭐라도 먹고 갈까?”
그녀는 허기진 배를 쓰다듬었다.
뭐라도 사먹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아임 파인!]파인톡 알림음이 울렸다.
이내 문자를 확인한 그녀는 입가를 환하게 끌어올렸다.
「하양」: 수빈아~! 나랑 은하랑 감튀 먹으러 갈 건데 여기로 올래?(오후 08:47)
「하양」: 은하가 쏠 거야(´v`) (오후 08:48)
「나」: 콜! (≧∀≦)(오후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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