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31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학생들은 5월 연휴가 끝나는 대로 기다리고 있을 지옥을 맛봐야 했다. 결국 중간고사에 대비하기 위해서 연휴에 쉬지도 못하고 시험공부를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외부 견학이 예정되어 있는 오늘은 중간고사를 응시하기 전에 맛보는 마지막 휴식인 셈이었다.
“여러분에게 꼭 당부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알다시피 마나관리기구는 국내의 편재를 감시하고 있다 보니, 근무에 집중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중등아카데미 1학년 학생들은 마나관리기구를 견학하고 있었다.
덕수궁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서울시청을 철거하고 건축한 건물은 헤아릴 수 없는 보호마법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문 앞에서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한 안내자는 마나관리기구의 전신이던 마나관리국이 존재했던 시대에 대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와…, 건물 진짜 멋지네! TV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야.”
“바보처럼 입 좀 벌리고 있지 마. 그러다 파리 들어가겠다.”
8반 파랑은 드높은 건물을 보며 입을 벌렸다.
다른 학생들이 안내자를 따라가고 있는 데에도 건물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결국 은하는 꼬리를 팍팍 흔들며 감탄하고 있던 파랑의 귀를 붙잡고 끌고 와야 했다.
회전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수빈이 안내데스크 앞에서 팸플릿을 살피고 있었다.
“…어떤 걸로 하지.”
“인터넷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뭐 하러 팸플릿 같은 걸 챙겨?”
“맞아, 저 사람이 설명해주는 걸로 충분하지. 머리 아프게 왜 그런 걸 읽으려고 해?”
“기념으로 가져가려 그런다, 왜.”
안경을 고쳐 쓰며 눈살을 찌푸리는 배수빈.
그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는 듯 팸플릿을 종류별로 1부씩 챙겼다. 그러고는 진파랑을 불렀다.
“방금 민지랑 서나한테 문자 왔어. 오빠 좀 잘 챙겨달라고 그러더라.”
“뭐? 걔네들 아주 웃긴 놈들이네!? 내가 뭐 문제라도 일으킬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뭐야?”
“알면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 나도 오빠한테 제발 부탁하는 건데, 오늘 아무 문제 좀 일으키지 말자, 응?”
기가 찬 진파랑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와 같은 반인 그녀는 8반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은하는 최근 진파랑의 보호자가 된 그녀를 보고 피식 웃었다.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책임감 있게 파랑을 챙기려 하는 모습이 배수빈다웠다.
그러니 골칫거리 진파랑을 넘기고 마음 편히 마나관리기구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생각이었는데.
“근데 너는 왜 따라오는 거야?” “왜 따라오기는. 견학하고 있잖아.” “그게 아니라 노은하 너는 6반이면 6반 애들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이지, 왜 8반을 따라오느냐는 거잖아.”
“…….”
배수빈이 눈초리를 세우며 물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오늘 견학은 각 반별로 진행되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는 6반 학생들과 같이 견학을 해야 마땅했다.
필시 6반 담당교관이 자리에 없는 그를 찾고 있을 터였다.
“…우리가 애도 아니고. 꼭 반별로 봐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잖아. 자유롭게 보면 되는 거지.”
“솔직히 말해 봐.” “뭘?”
“반에 친구 한 명도 없지?”
이 역시 배수빈의 성격이었다.
돌려 말하는 일 없이 직설적으로 말하는 성격.
그녀에게 친구가 없냐는 말을 들은 은하는 이전 삶에서나 이번 삶에서 어째서 그녀에게 친구가 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사람이 배려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없는 게 아니라 안 만드는 거야. 누구랑 다르게 안 만드는 거라고.”
“뭐? 지금 그 누구가 날 말하는 건 아니지?”
“아니, 너 맞는데.”
“…아니거든! 내가 그래도 너보다 친구는 많거든!”
뜨끔한 배수빈이 소리를 질렀다.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따라가던 학생들이 깜짝 놀라 돌아볼 정도로.
“거기 학생. 제가 아까 말했잖아요. 조용히 해달라고. 다음에도 그러면 퇴장시킬 거예요.”
“…죄송합니다. 노은하 너 진짜….”
황급히 안내자에게 사과한 수빈이 이를 갈며 은하를 노려보았다.
은하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렸다.
친구가 없는 게 아니거든.
내가 일부러 안 만드는 거야.
올해 은하는 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6반으로 배정되었다.
그러다 보니 반별로 움직일 때에는 혼자서 움직이는 일이 많았다.
5반 하양과 민지가 둘이서 다니고, 8반 수빈과 파랑이 서로 다퉈대고, 10반 은혁과 서나가 즐겁게 지내는 것과 다르게.
그는 혼자였다.
그렇다고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다만 혼자 둘러볼 생각을 하자니,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그러다 보니 바로 가까이에 있던 두 사람을 따라다니던 중이었다.
“넌 너희 반으로 돌·아·가.”
수빈은 이 상황을 흡족해했다.
그동안 몬스터를 죽이는 훈련에서 그에게 당하고만 살아왔던 그녀는 이 기회에 되갚아주려 하는 것이다.
“맞아! 넌 너희 반으로 돌아가!
아이구, 꼬셔라.”
그리고 진파랑도.
지금 상황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지 배꼽을 잡고 웃어대고 있었다.
…너희들 나중에 두고 보자.
너희가 이대로 무사할 줄 알아?
은하는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대로 두 사람을 철저히 굴려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배수빈에게 주인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몬스터를 들이대리라.
진파랑이 다시는 대들지 못하도록 흙을 실컷 퍼먹게 만들리라.
등 뒤에서 놀려대는 수빈과 파랑을 속으로 씹어대며 자리를 벗어났다.
때마침 6반 근처에 5반이 있었다.
은근슬쩍 기척을 죽이고 자연스레 5반 학생들 사이로 숨어들었다.
“어? 은하야! 어디 있었어?”
“뭐야. 너희 반 안 가고 왜 이리로 온 거야? 알았다, 너 친구 한 명도 없어서 우리한테 온 거지?”
하양과 민지는 8반의 누구들처럼 그를 쫓아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지는 왜 왔냐고 놀리면서 그가 있을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이래서 소꿉친구가 좋은 거지.
민지가 이렇게 고맙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소꿉친구가 좋기는 했다.
반면에 이전 삶에서 함께 사선을 넘나들었던 동료 아닌 동료 놈들은 참으로 매몰찼다.
“대한민국 마나관리기구의 구조는 총 일곱 가지 국(局)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관리국, 감시국, 통제국, 정보국, 파견국, 특무국, 사무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어느 국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도 그다지 상관없지만, 플레이어가 되기를 바라는 여러분은 각 국이 어떤 일을 하는지 확실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감시국과 통제국의 업무를 알고 있는 사람?”
마나관리기구의 역사를 설명하던 안내자가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손을 드는 이는 얼마 없었다.
최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지만, 기억하는 사람이 드문 모양이었다.
더 이상 손을 드는 사람이 없자, 안내자는 누군가를 지목했다.
공부벌레 배수빈이었다.
“마나감시국과 마나통제국은 국내 마나흐름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그럼 감시국과 통제국의 차이도 알고 있나요?” “엄밀히 따지면 감시국은 사무직, 통제국은 현장직의 성향을 띤다고 알고 있습니다.”
“공부 열심히 했나 보네요. 학생이 말한 내용에 조금 추가를 하자면, 국내 마나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관찰하는 게 감시국, 세분화하여 관찰하는 게 통제국이라 할 수 있어요.
학생은 이따가 저한테 와서 상품을 받아 가세요. 그러면 정보국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 사무국은 당연히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니 패스할게요.”
이번에는 손을 드는 이가 많았다.
마나정보국은 매스컴에서도 자주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편재와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주로 플레이어가 경험적으로 모은 정보를 라이브러리로 통합하는 일을 하고 있지요. 때때로 작전에 대해 브리핑하기도 하고요.”
안내자는 그 외에도 관리국, 특무국, 파견국에 대해 설명했다.
관리국은 마나에 관련된 모든 것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관리국은 다른 국과 업무가 겹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국민들이 마나관리기구와 관리국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특무국은 특수임무를 수행하지, 뭐. 파견국은 플레이어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고….
각 국은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 편하고 쉬운 업무는 하나도 없었다.
안내자는 혹시라도 마나관리기구에 들어올 생각이라면 안이한 마음을 품지 않는 게 좋을 거라 첨언했다.
국가공무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몇몇 학생들은 얼굴을 굳혔다.
각 국 직원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는 더더욱.
“공무원도 편한 게 아닌가 보네.”
“세상에 편한 게 어디 있겠어.”
“하긴, 다들 고충이 있는 거겠지.”
견학을 통해 각 국의 업무를 다소 엿볼 수 있었던 민지는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
은하는 파주에 편재가 발생했다며 다급히 통제국과 파견국에 연락하는 감시국 직원들을 바라보며 답했다.
마나관리기구는 정년이 보장되지만 박봉이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플레이어들에게 이상적인 직장은 아니었다.
일손이 부족한 것은 당연지사였고, 퇴근도 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바로 저들이었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보게 될 것은 마나정보국의 모니터실입니다.”
안내자는 마나정보국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경고했다.
결코 체내 마나를 꺼내지 말라고.
플레이어들이 시시각각으로 보내는 정보를 취합하는 정보국에서 마나를 발현했다가는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안에 들어가서 놀라지도 마세요.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으니까요.
자칫 잘못했다가는 라이브러리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도 있거든요.”
“”””…….””””
정보국으로 들어간 학생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직원들이 공간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정구를 둘러싸고, 키보드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닥다닥 하는 소리가 나돌았다. 소리에 연동하는 것처럼 수정구가 간헐적으로 푸른빛을 뿜었다.
한편, 수정구 뒤편에 설치돼 있는 모니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정보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안내자가 작은 소리로 손짓했다.
정신을 차린 학생들이 살금살금 움직여 정보국을 빠져나왔다.
“이처럼 정보국은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후, 우리가 지금 이렇게 생활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인류가 경험적으로 얻어낸 정보를 다뤄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학생들은 정보량에 압도되었다.
그들은 안내자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면 사무국으로 이동해볼까요.”
주요 행정구에는 마나관리기구를 축소한 지부가 설치되어 있다.
안내자는 지부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며, 사무국으로 이동했다.
“…여기는 정말 적응이 안 되네.”
“으…, 머리야….”
은하와 민지도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과도한 정보량이 불러온 멀미에 시달렸다.
그러다 보니 하양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
대단해! 정말 대단해!
이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정보국 모니터실에 들어선 순간, 하양은 공간 전체를 뒤덮는 정보에 감탄하고 말았다.
마나를 통해 정보를 읽어낸 그녀는 정보국의 사람들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꼭 몸으로 책을 읽는 것 같아!
신기한 감각이었다.
그녀는 수정구로 들어가는 마나를 일일이 읽어내며 정보의 바다에 푹 빠졌다.
책을 한 번 읽으면 누가 주변에서 건드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하양.
학생들은 정보국을 빠져나가는데, 그녀는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느라 그들을 보지 못했다.
응? 저 마나는 뭐지?
그러던 중이었다.
그녀는 수정구로 들어가지 않고, 샛길로 빠져나가는 마나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근처에 있던 흐름을 살며시 건드려보았다.
…대단해!
다른 마나랑 비교도 안 돼!
마나가 품은 정보량이 방대했다. 전신을 훑고 지나간 감각에 흥분한 그녀는 냉정함을 잃고 말았다.
저 정보를 읽고 싶다.
앨리스의 회장 민준식도 알아주는 독서가인 하양은 샛길로 빠졌다.
그녀가 그곳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문이 잠겨 있네?
책 앞에 장사 없다.
정보를 읽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 하양은 보호마법이 전개되어 있는 문고리를 따버리기로 했다.
수많은 마나의 흐름을 보고 있는 그녀는 정보국을 떠다니는 흐름에 접촉하지 않고 마법을 전개했다.
“우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나관리기구 최상층으로 올라온 하양은 주변을 떠다니는 흐름을 살폈다.
정보를 담은 마나는 마치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있었다.
그녀는 주변이 유리창으로 도배된 공간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읽었다.
정보를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하게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어떡하지.”
한껏 정보를 만끽한 그녀는 슬슬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무심결에 저질러버린 실수. 이것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었다.
“…몰래 나가야겠다.”
나는 모르는 일이야.
그녀는 가끔 은하가 보이는 얼굴을 흉내 내며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러다 공간 중심으로 눈이 갔다.
지면에서부터 몇 계단 떨어져 있는 연단 같은 장소에 웬 캡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이 공간의 정보가 저 캡슐을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저게 뭐지?
얼핏 보기에는 요람 같기도 했다.
뚜껑을 덧씌운 아주 커다란 요람.
그만 호기심이 동한 하양은 캡슐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내 내부를 들여다보고 멈칫했다.
“…어?”
캡슐 안에는 자신보다 나이 어린 남자아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남자아이는 이목구비가 꽤 예뻤다.
잡티 하나 없이 새하얀 피부와 연한 갈색 머리칼.
하지만 그녀는 아이의 외모보다도 아이가 가슴 위에 모은 두 손에 더 관심이 갔다.
아이는 웬 로자리오를 손에 쥐고 있었다.
정교하게 음각된 로자리오.
중심부에 위치한 붉은 보석은 주변을 떠도는 마나에 반응해 연한 빛을 반짝였다.
“…예쁘다.”
예쁜 남자아이가 예쁜 로자리오를 쥐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백설공주처럼 잠을 자고 있는 게 꼭 누군가 깨워주기를 기다리는─.
“─…어?”
순간 잘못 본 줄 알았다.
남자아이가 눈을 뜨고 있었으니까.
눈을 마주친 하양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으로 주저앉았다.
“…뻐근해 죽겠네.”
잠에서 깨어난 남자아이는 스스로 유리벽을 열고 몸을 일으켜다.
허리를 좌우로 흔들어 기지개를 편 남자아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하양을 발견했다.
“…….”
“네가 오늘 대타야?”
“…어?”
“되게 얼빵하게 생겼네. 이래서는 영 믿음직….”
남자아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아카데미 학생이었으니까.
“내가 잠이 덜…. 아니, 깼는데….”
“…….” “왜 아카데미 학생이 여기에 있는 거지?”
“오늘…, 견학이라….” “애초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보호마법이 걸려 있어서 들어오지 못했을 텐데….”
“…….”
문고리를 따서요.
하양은 그 말을 하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여기에 들어와서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거야? 웬만해서는 정보량에….”
“…….”
“위장마법을 겹겹이 두르고 있네?”
“…….”
“뭐야. 반항하지 말고 풀어봐.” “…앗!”
남자아이는 그녀가 두르고 있었던 위장마법을 간파해냈다.
비상식적으로 방대한 마나를 품은 소녀.
더군다나 소녀는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고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프트 때문인가?”
남자아이는 곧장 그녀의 기프트를 유추해냈다.
수많은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이는 기프트 .
흔하디 흔한 기프트에 불과했지만, 그녀의 방대한 마나가 더해지면서 정보의 바다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재미있네.”
“어? 지, 지금 뭐하는 거야!?” “잔말 말고, 한 번 누워봐.”
흥미가 샘솟은 남자아이는 그녀를 자신이 누워 있던 요람에 눕혔다.
로자리오를 쥐어주며.
하양이 이리저리 저항해 보았으나, 그녀는 남자아이가 구현화한 마법을 떨쳐내지 못했다.
마나로 온몸이 꽁꽁 묶인 그녀는 요람에 누워 남자아이를 올려다보는 것밖에 못했다.
“마침 내 대타가 오지 않으니…. 그때까지 한 번 해볼래?”
“…네? 뭐, 뭘요!?”
상대를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가 상당한 실력자라는 것을 깨달은 하양이 재빨리 말을 고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람에서 나온 아이는 유리벽을 내렸다.
“─좋은 꿈 꿔.”
세상이
암전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