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36
이 세상 최고의 비약 엘릭서.
거의 모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비약의 존재는 대한민국을 미래에 어떠한 나라도 감히 얕보지 못하는 국가로 이끌었다.
모든 나라에서 어떻게든 엘릭서를 얻기 위해 굽실거렸으니까.
그걸 만든 게 하양이 아버지고….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엘릭서를 만들었다고 해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드네.
이전 삶에서 엘릭서는 오직 한 명, 정석훈만 만들 수 있던 포션이었다.
가장 뛰어난 의 기프트 소유자였던 그는 특정 재료를 더해 권력자들이 탐욕을 낼 만한 포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전 삶에서 앨리스그룹이 미래에 재계 4위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정석훈의 뛰어난 경영수완과 더불어 엘릭서의 존재도 있었다.
재료를 알고 있다고 만들 수 있는 포션도 아니었으니까.
몬스터에게 끝없는 증오를 품었던 정석훈은 포션의 성능을 개선하려고 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다 그는 엘릭서를 만들어냈고, 플레이어들의 삶에 기여하기 위하여 엘릭서의 재료를 무료로 공개했다.
하지만 어느 포션 제작자도 그가 세상에 공개한 엘릭서를 제작하지 못했다.
재료로부터 추출해내는 마나성분이 정석훈의 이 아니었으면 추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엘릭서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구하기가 워낙에 까다로워서 결국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비약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다.
“…나도 어쩌다가 경매에서 본 게 전부였으니까.”
엘릭서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석훈과 깊은 인연을 맺은 사람이거나, 그만한 힘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구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바람과 달리 엘릭서가 플레이어들의 삶에 크게 기여하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뭐, 마냥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 온태양이 갤럭시그룹의 후원을 받고 로서 활약하게 된 것도 엘릭서 덕분이었으니….
세상에 최초로 공개된 엘릭서는 온태양이 소유했다.
그가 제작을 의뢰했던 포션이 바로 엘릭서가 된 것이었으니.
“운도 좋은 녀석. 최가인한테 가장 구하기가 어려운 재료를 얻어내기도 했으니, 원….”
온태양의 가정사는 불우했다.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을 보살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포션의 재료를 모으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만들어진 포션이 바로 엘릭서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비약의 가장 중요한 재료를 가지고 있던 갤럭시그룹의 직계와 맺어지는 건 정해진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엘릭서를 만들어야 해. 온태양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은 녀석의 어머니를 엘릭서로 치료하는 방법밖에 없어.
은하가 오늘 던전을 찾은 이유는 스킬석보다 순전히 엘릭서의 재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전 삶에서 안개꽃파티는 우연히 미확인 던전을 발견하고, 던전에서 엘릭서의 재료 중 하나를 찾아냈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은하는 엘릭서를 손에 넣어 온태양에게 평생 갚지 못할 빚을 달아둘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더군다나 정석훈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까지 했으니.
재료만 있다면 엘릭서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터였다.
“정화의 별은 얻었고, 남은 재료는 이제 3개인가.”
엘릭서의 재료는 전부 하나하나가 구하기 어려운 영약이었다.
적색던전에서만 자생하는, 눈앞에 피어 있는 하얀 꽃도 그런 종류 중 하나였다.
이외에 남아 있는 재료는 3개였다. 귀문지대의 마나를 품은 귀문밀화, 청정지대에 사는 눈꽃요정의 정수, 마지막으로 달빛 아래에서 핀다고 전해지는 달빛의 축복.
그나마 정화의 별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다.
자생하는 지대를 알고 있었으니.
나머지가 문제네. 귀문밀화는 아마 어떻게든 구할 수 있을 같기는 한데 눈꽃요정의 정수는 일단 눈꽃요정의 서식지부터 찾아야 하고….
무엇보다 달빛의 축복이 문제야.
“…찬찬히 생각해볼까. 온태양이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달빛의 축복은 정체를 아는 이가 극히 드문 재료였다.
엘릭서가 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영약이었다.
그래서 그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달빛 아래에서 핀다는 정보만 들어서 알고 있을 뿐.
그것을 어떻게 구하는지 관해서는 하나도 알고 있는 게 없었다.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뿌리는 자르면 안 된다고 했던가. 정화의 별이 다시 자랄 수 있도록 줄기만 자르라고….”
이전 삶에서 은하는 정화의 별을 정석훈에게 넘기면서 혼이 난 적이 있었다.
구하기 어려운 정화의 별이지만, 뿌리를 남겨놓으면 자생하는 곳에서 언젠가 다시 자라날 것이라고.
그런데 안개꽃파티가 뿌리도 함께 뽑아갔으니 질타를 받을 만도 했다.
물론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정화의 별의 줄기만을 잘라냈다.
한 손에 여덟 송이나 되는 영약을 쥐고 있는 그의 입가에 환한 웃음이 걸렸다.
“이 정도 양이면 엘릭서 재료로만 쓰지 않아도 될 테니….”
정화의 별은 엘릭서의 재료 이전에 마나회로에 쌓인 불순물을 제거하고 마나순도를 높이는 일에 기여했다. 즉, 마나효율을 높여주었다.
체내 마나가 적은 그로서는 효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체내 마나를 증가시키는 영약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효율을 추구할 수밖에 없지.
모든 생물체의 체내 마나는 정해져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흔히 말하는 그릇이 성장기를 지난 다음부터는 확장을 멈추고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물체의 체내 마나는 그릇의 수용량을 넘어서지 못했다. 자칫 수용량을 넘기고 말았다가는 폭주를 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만약 체내 마나를 늘리는 영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험물로 취급될 물건이었다.
그릇에 담긴 마나의 순도를 높이는 영약을 찾는 게 이로웠다.
그중에서 정화의 별은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영약이었다.
벌써부터 기대되네.
이전 삶에서는 정화의 별을 그대로 정석훈에게 팔아버렸다.
이번 삶에서는 정화의 별의 효과를 받지 못할 때까지 섭취하리라.
뿌리는 남겨 놓았으니 정화의 별은 적색던전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다시 자라리라.
“아지트로 쓰기 딱이야.”
그는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옷장 문을 닫았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휴일이지만 얻는 게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
“어디 갔다 이제 온 거야? 옷은 또 이게 뭐고…. 어라? 이거 마법….”
“잠깐 흙장난 좀 하고 왔어.”
“네 나이가 이제 몇인데 흙장난? 혹시 어디서 맞고 온 건 아니지?”
“…누나, 내가 어디 가서 맞고 올 사람으로 보여?”
“음…, 내 동생이지만 그건 아니지. 어디 가서 환자라도 안 만들고 오면 다행인…아얏!”
“은아 너는 못하는 소리가 없니. 둘 다 어서 와서 저녁이나 먹으렴.”
은하는 가까스로 저녁 시간이 돼서 집으로 돌아왔다.
정석훈에게 정화의 별을 부탁하다 돌아오는 게 늦었다.
그는 아직 보고되지 않은 영약도 능숙하게 포션으로 만들어냈다.
은하는 감사의 뜻으로 정석훈에게 가족들과 나눠 마시라는 의미에서 포션을 나눠주었다.
지금쯤 하양이가 놀라고 있겠지.
다른 친구들에게도 포션을 나누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정화의 별 5송이로는 모두 나눠 마실 만한 양이 되지 않았다.
3송이는 엘릭서의 재료였고.
걔네들한테는 나중에 다시 자라날 정화의 별을 맛보게 해줘야지, 뭐.
집으로 가져온 포션 중에서 일부는 어베니어 일가에게 전달했다.
지금껏 도움받기만 했던 브루노와 줄리에타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오늘도 줄리에타에게 아티펙트에 기프트를 부여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옷에 혈흔을 감추는 마법을 부탁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브루노에게 디바이스를 빌리기도 했으니.
앞으로도 은하는 위층 사람들에게 신세를 질 생각이었다.
정작 브루노와 줄리에타는 대가를 바라고 돕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들이 충성을 맹세했다고 한들,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됐다. 정당한 보수를 지불해주어야 했다.
‘엄마, 이게 뭐야?’
‘어베니어는 아직 마시면…. 엄마가 마시지 말라고 그랬지?’
‘…맛있다. 이거 내꺼야!’
은하는 조금 전에 위층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베니어가 어쩌다 포션을 맛보고, 득달같이 포션에 달려든 것이다.
결국 줄리에타와 브루노의 몫까지 마셔버린 어베니어는 곱슬기가 있는 머리칼을 번쩍 세우며 흥분했다.
재능 덩어리가 영약까지 먹었으니 장래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형아! 그것도 줘!’
‘너무 많이 마셔도 좋을 게 없어. 줄리에타 누나, 어베니어가 어려서 마나회로가 정화되는 과정에서 그만 의식을 잃고 쓰러질지도 몰라요. 문제 생기지 않게 침대로….’
‘응, 알았어. 엄마랑 코 자러 갈까? 은하 보스도 조심히 돌아가.’
여하튼 포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은하는 남아 있는 포션을 가족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하나는 남겨두고.
가족들이 플레이어는 아니라지만, 정화의 별은 건강에 이로운 효능이 함축되어 있었다.
보약이 따로 없었다.
“…뭐야? 너 또 왜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야?”
“형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뭐라는 거야?”
맞은편에 앉아 있던 파랑이 눈살을 찌푸렸다.
밥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먹느라 머리에 밥풀이 붙어있는 줄도 모르고.
그러거나 말든 은하는 관심을 끄고 저녁을 먹었다. 어머니가 오랜만에 솜씨를 발휘한 저녁이었던지라 입이 즐거웠다.
“다들 주목─!”
저녁을 모두 먹은 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던 가족들을 붙잡은 뒤, 냉장고로 달려갔다.
우유처럼 새하얀 액체가 담긴 병을 테이블 위로 탕 올려놓았다.
“웬 우유?” “아빠, 우유가 아니라 보약이야.”
“이게 보약이라고?”
아버지는 커다란 병에 담겨 있는 새하얀 액체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매한가지.
그는 가족들의 의문에 답하지 않고 인원수만큼 가져온 종이컵에 포션을 따랐다.
“…냄새 좋다!”
“엄청 예뻐!”
병을 따는 순간 연유처럼 달콤한 향이 주변에 퍼졌다.
누구보다 빠르게 냄새를 포착한 파랑이 테이블 위로 손을 올렸다.
늑대 꼬리를 요란하게 흔들며.
반면에 옆에 앉아 있던 은애는 성분이 기체로 변해 위로 올라가는 모습에 눈을 빛냈다.
은하는 종이컵 위에 손을 얹었다. 정화의 별로 만들어진 포션은 바로 마시지 않으면 성분이 날아가 버려 뚜껑을 따자마자 마셔야 했다.
“이게 어디서 난 거니?”
“해피니스에서 가져온 거야, 엄마. 은애야, 쭉 들이켜.” “쭉?” “쭉. 천천히 마시면 좋은 성분이 다 날아가서 원샷해야 해.”
“…우와! 엄청 달다!”
가족들이 저마다 입맛을 다셨다.
먼저 포션을 받은 은애는 신나게 종이컵을 들이켰다.
이내 눈웃음을 그리고 있던 그녀가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는 목 넘김을 멈췄다.
“멈추지 마. 마셔, 마셔.” “천천히 맛보고 싶은데….”
그는 은애가 포션을 맛보지 못하게 종이컵을 들어올렸다.
연유처럼 달콤한 맛에 심취해있던 은애가 불만스런 얼굴을 지었어도 어림없었다.
“이건 할머니 거예요.” “은애가 더 마시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나 말고 은애한테 주렴.”
“은애는 더 마셔도 효과가 없어요. 할머니가 드세요.”
“…그래. 은하 네가 보약을 만들어왔다는데 사양할 수는…어머?”
가족들은 할머니가 포션을 마시고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는 저마다 입맛을 다셨다.
어서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보약이 뭐 이리 달아? 그리고 몸이 갑자기 건강해지는 기분이….”
“술을 마신 것처럼 몸이 화끈거리네요. 어라? 당신, 왜 오늘따라….”
“응? 왜?” “…….”
“…….”
은하는 눈빛만으로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부모님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은애는 어려서 많이 못 마시지만, 그만큼 누나한테 따라야줘야지.
은하는 은아만 편애했다.
포션이 가득 담긴 종이컵을 받은 은아는 던전에 다녀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화의 별을 찾은 보람이 있었다.
“회로가…?”
“느껴져?” “마나의 질이 높아진 것만 아니라, 체내 마나가 발현되는 속도가 조금 빨라진 것 같은데?”
은아는 포션의 정체를 파악했다. 눈빛을 달리한 그녀가 체내 마나를 발현해가며 변화를 확인했다.
영약을 처음 먹어본 그녀는 상당히 놀라워하는 기색이었다.
누나랑 은애는 영약을 자주 먹이고 가족들한테도 건강에 좋은….
“야! 얼른 나한테도 줘!”
“…줘?” “주세요!”
은하는 제 차례가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파랑에게 장난쳤다.
평소라면 짜증을 냈을 진파랑도, 포션을 마시기 위해 그가 지시하는 모든 명령을 군말 없이 따랐다.
그리하여 포션을 얻을 수 있었다.
힘든 노력 끝에 얻어낸 포션은 감미로운 음료와 다를 바 없었다.
“와씨, 조오온…!”
“파랑아. 욕 쓰지 말랬지?” “어어어엄청 맛있네 이거!”
금세 말을 바꾼 진파랑.
은하는 파랑의 머리털이 중력을 거스르고 바짝 서는 모습을 보았다. 영약이 회로를 정화해가는 감각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은하야, 정말 나는 너 없으면 못 살 것 같다.”
“앞으로도 나한테 잘해. 생각나면 앞으로도 좋은 거 먹게 해줄게.”
“내가 어깨 주물러줄까?”
당분간 진파랑이 싹싹하게 굴리라.
피식 웃은 은하는 병에 남아 있던 포션을 단숨에 들이켰다
연유처럼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포션이 입안으로 넘어갔다.
몸속이 후끈 달아올랐다.
마나회로가 정화되고 있었다
.
이대로라면 내일 아침에는 포션이 흡수돼서 마나효율이 두드러지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것도 궁금해지네.
은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스킬석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체내에 받아들이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으, 졸려….” “오늘은 언니랑 같이 잘까?”
“나도 졸리네. 먼저 올라가보마.” “이상하다. 원래 이 시간에 내가 잠이 올 리가 없는데….”
“…….”
“…….”
“…나도 졸리네.”
이날, 가족들은 평소와 다르게 이른 시간에 눈을 감았다.
모두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