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41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금요일.
이날 오전 중으로 시험을 해치운 은하는 친구들과 교문을 나섰다.
아카데미로부터 금, 토, 일 외박을 허가받은 이들은 교문을 나서자마자 길을 신나게 뛰어갔다.
그동안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내내 아카데미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으니 조금이라도 빠르게 아카데미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따름이었다.
무엇보다 내기까지 했다.
역 앞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제일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쏘는 걸로.
“으하하하! 너희가 이 진파랑 님을 이길 수 있을 것 같…!?”
“하양아, 나이스!”
“그러게 누가 제일 먼저 뛰어가래? 이래서 빙구 오빠는 안 된다니까!”
“먼저 갈게, 오빠!”
건물 지붕을 넘으며 선두를 지키던 진파랑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하양이 그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마법으로 발을 묶었기 때문이다.
그사이 다른 이들이 그를 제쳤고, 진작 이런 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은하는 느긋하게 걸어갔다.
“아이스크림 잘 먹을게, 형.”
“씨…, 이번 달 용돈인데….”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한다고 그래? 게다가 아카데미에서 후원으로 살고 있으면서.”
“이건 할머니한테 꼬박꼬박 받는 용돈이란 말이야! 후원은 후원이고, 용돈은 용돈이지!”
“…할머니한테 받는다고?” “뭐, 뭐야, 왜 노려보고 그러냐?”
은하는 무섭게 생긴 불독이 그려진 지갑을 쥐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은하의 눈빛을 읽어낸 그가 지갑을 사수하려는 동착을 취하면서 주춤거렸다.
나는 할머니한테 꼬박꼬박 용돈을 받은 적이 없는데?
왜 이 형 혼자만 받은 거지?
그렇다고 은하는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진파랑이 건들거릴 게 뻔했으니까.
차라리 비싸게 얻어먹기로 했다. 파랑이 항의하고 싶은 얼굴을 하든,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고마워, 파랑이 형! 잘 먹을게!” “빙구 오빠가 쏘는 거라 맛있네?”
“내, 내 돈….”
더군다나 다른 아이들도 은하처럼 비싼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그는 홀쭉해진 지갑을 내려다보며 늑대 귀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은 가던 길을 마저 가기로 했다.
가게에서 유유자적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평일 외박을 허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동아리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늦지 않게 약속장소에 집합해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야 했다.
먹민지나 은혁이, 서나는 몰라도 우리는 첫 활동이니까.
은하는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잡담을 나누는 수빈을 쳐다보았다.
할짝거리는 아이스크림이 콧잔등과 안경테에 묻었는지도 모르는 그녀는 시험이 끝났기 때문인지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내 그의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대뜸 재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뭘 봐? 기분 나쁘니까 딴 데 좀 봐주지 않을래?”
“얘도 성격이 참…. 콧등에 묻은 아이스크림이나 닦은 다음 째려보지 그래?”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은하는 버럭 화를 내는 배수빈을 무시하기로 했다.
그녀가 고대문학연구 동아리에서 잘못된 만남을 계기로 성격파탄자가 되
는 미래를 막기는 하였으나, 동시에 그와 대등하면서 상하관계가 구축된 관계로 나아가는 미래마저 사라졌다.
지금으로서는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이전 삶에서 그가 분위기를 잡으면 그녀는 금세 저자세로 나왔으니.
…어쩔 수 없지.
결국 고삐를 잡아야 하는 사람은 파랑이 형 한 사람만이 아닌데, 뭘. 이제 와서 한 명이 더 는다고 해도 별 차이 없는 거지.
음…, 제길.
회귀 전, 나사 빠진 동료들 때문에 얼마나 정신이 사나웠던가.
이번 삶에서는 그들을 포함해 다른 이들까지 끌어들이려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특히 촉새 같은 경우는 말 몇 마디 섞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차은우는 필히 끌어들여야 할 인재였다.
그가 동아리 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이태원으로 가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서나야, 우리 어떻게 가야 해?” “동묘앞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서 이태원역에서 내리면 돼. 넉넉잡아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은하는 3월초에 수빈에게 접근하러 고대문학연구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용건을 해결하자마자 바로 아카데미에 신고를 넣었다.
1학년 부원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고대문학연구 동아리는 규칙에 따라 폐부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동아리로서 인정을 받게 된 문화탐방 동호회가 폐부된 부실을 사용하게 되었다.
본의 아닌 일에 불과했던 계기.
하지만 문화탐방 동아리 부원들은 은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졸지에 감사인사를 받게 된 그는 차라리 이 기회를 이용하기로 했다.
차은우를 포함하여 미래에 온태양과 그 동료들이 들어갈 동아리에 입부하겠다고.
동아리 부장은 흔쾌히 허락했다.
내친 김에 하양이랑 수빈이도 같이 들어가자고 꼬드겼고.
동아리 홍보기간이 지났을 때였다. 고대문학연구 동아리에서 탈퇴하여 다른 동아리에 들어가기도 애매한 하양과 수빈에게도 권유했다.
하양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고, 수빈은 겉으로 싫은 티를 내면서도 조용히 발을 내밀었다.
그런데 의외는 진파랑이었다.
“근데 오빠, 트래킹 동아리에서는 중간고사가 끝났는데에도 활동하지 않는 거야?”
“오늘이 활동일이기는 한데….”
“응? 그럼 거기는 어떡하고?”
“하양아, 저 오빠한테 너무 물으려 하지 마. 이럴 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가는 게 좋아.”
“야! 진서나! 지금 다 들리거든!?”
[내가 언제?]“하긴, 빙구 오빠가 친구가 없기는 하지.”
“괜찮아, 파랑이 형! 친구가 없어도 우리가 있잖아! 친구가 얼마 없다고 인생이 막장인 건 아니잖아?” “오빠 성격이 그 모양이니 친구가 하나도 없지. 차라리 공부라도 해. 그게 100배는 더 유익하겠다.” “…….”
동네북처럼 털리는 파랑이었다.
은하는 반박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못 박혀 있는 그를 보고 피식 웃었다.
사실 그도 의외이기는 했다.
트래킹 동아리에 뼈를 묻겠다더니, 언젠가부터 동아리는 참여하지 않고 문화탐방 동아리를 기웃거렸으니.
저 형도 성격이 문제기는 하지.
시끄러운 진파랑을 멀리하지 않고, 그를 챙겨주는 사람들은 이들밖에 없었다.
필시 트래킹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깨달은 것이리라.
어쩌면 그와 어울려 다니는 이들이 죄다 문화탐방 동아리에 입부했으니 소외감이 들어서 덜컥 입부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덩치만 큼지막한 바보 늑대가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파랑이 형도, 배수빈도….
고삐를 잡는 일은 여간 힘들지만 이 애들이랑 서로 잘 지내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
이전 삶에서 안개꽃 파티는 때때로 서로 으르렁거리며 충돌했다.
이유정이 중재를 해주지 않았으면 파티원들 사이의 다툼에서 사망자가 나왔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은하는 이번 삶에서 꾸릴 파티에 파티원들 사이의 궁합 또한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다행히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여기에 차은우를 집어넣는다 해도 분란이 일어날 일은 없으리라.
그녀는 어느 때에도 고운 마음씨를 잃지 않는 성정의 소유자였으니.
수빈과 다르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그녀를 파티에 집어넣는 건 비교적 수월하리라.
“…….”
적어도 은하는 집합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야 했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게 하나 있었다.
“─6분 47초. 시간은 칼 같이 지켜야 한다는 걸 배우지 못했는지….”
“아이 참, 민호야, 그럴 수도 있지. 얘들아, 어서와! 오늘은 하양이랑 수빈이랑 은하랑 파랑 오빠도 있네? 동아리 활동은 오늘이 처음이지?”
“그리고 첫 활동이면 첫 활동답게 제일 먼저 도착해 있을 것이지….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 말도 배우지 못한 건지, 얼마나 멍청하면….”
문화탐방 동아리에는 이전 삶에서 온태양과 그의 동료만 있던 것이 아니라 그의 대항마였던 목민호도 입부해 있었다.
그리고 민호는 차은우의 소꿉친구이기도 했다.
가장 접근하기 쉬울 법한 그녀에게 상대하기 성가신 강아지 한 마리가 붙어 있던 셈이었다.
“뭐!? 너 말 다 했어? 목삐리리, 넌 맨날 말하는 게….” “…이제부터 네 녀석하고 동아리를 같이 해야 한다니. 격렬하게 나가고 싶어졌다.” “허, 참! 그래! 나도 너 싫으니까 나가라 좀!”
“…아니. 내가 먼저 들어온 거니까, 네가 나가야지.”
덧붙여 그와 파랑은 사이가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
은하는 만나자마자 눈을 부라리는 두 사람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검둥이와 늑대 아닌 개의 싸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참 다난했다.
☆
문화탐방 동아리의 활동내용은 답사하는 지역의 문화를 경험하는 한편,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편재를 해소 혹은 신고하는 일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마나통제국의 업무를 아카데미 학생들이 행하는 동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이 모처럼 밖에 나와 편재를 해소하는 일만 하고 있을 리 없었다.
“점심으로는 피자를 먹을 거예요. 이태원은 피자가 맛있기로 유명한데 특히 저 언덕 위에 있는 집은….”
문화를 경험한다는 부분은 굉장히 포괄적이었다.
동아리 부장이 말하는 것처럼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이고, 거리를 구경하는 일도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뜻이었다.
‘그 새끼’가 만들었던 동아리처럼 너무 놀고먹자 하는 활동만 아니면 어느 정도 눈감아주니까.
그러면서도 문화탐방 동아리는 제대로 활동에 임하기도 했다.
조금 전에 동아리 부장은 신입부원들에게 편재를 해소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어렸을 적에 편재를 해소하는 법을 배운 적이 있었던 친구들은 빠르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이들은 편히 경리단길을 둘러보며 먹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너희 정말 잘하는데? 오히려 우리가 너희한테 어떻게 하나 가르쳐달라고 해야 할 판이야.”
“제가 저번에 말했잖아요. 대장이 예전부터 알려준 거라고!”
“그래, 그때 못 믿어서 미안해. 그런데 은혁이 넌 왜 은하한테 대장이라고 부르는 거야?”
“대장은 대장이니까요! 말하자면 이야기가 참 길어지는데….”
“은혁아, 여기 마르게리타 먹어봐. 정말 맛있다. 하양아, 그치?”
“그러네. 치즈가 이렇게 쭉쭉 늘어나는 건 처음 봐!”
“그게 말하자면 유치원 때로 거슬러 올라가서….” “은혁아, 여기 페페로니도 먹어봐. 소스가 정말 맛있어.” “…서나야, 나 아직 다 안 먹었어.”
은하는 뒤에 있는 테이블에서 은혁이 떠드는 이야기를 일부러 들으려하지 않았다.
다년간의 경험이 괜한 이야기에는 고개를 들이밀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알려주었다.
고소한 치즈 냄새를 풍기는 피자나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피자조각을 입에 집어넣자마자 열기와 냄새가 입안에서 폭발적으로 퍼지고, 조각을 잡아당기자 치즈가 길게 쭉 늘어났다.
“너, 뱃속에 거지라도 들어 있지? 아까 케밥도 먹어놓고 피자가 지금 뱃속에 들어가니?”
“왜 이래?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면 배터지게 먹어야지.” “…좋겠다. 돈 걱정 하지 않아서. 누구는 지금 먹고 있는 피자 값이 후원으로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나 하고 있는데….”
“후원으로 나간대도 갤럭시그룹이 그렇게 깐깐한 그룹이 아니야.”
고대문학연구 동아리라면 몰라도, 문화탐방 동아리는 제법 실속 있는 동아리였다.
은하는 피자를 마음 편히 먹지 못하는 수빈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손에 든 피자를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녀의 관심사는 입학시험에서 상위권에 속했던 학생들을 곁눈질하는데 있었다.
범생이는 피자를 즐기는 시간에도 경쟁자들이 앞서나가지 않을지 항시 감시하고 있었다.
…독하네. 먹을 때에는 돈 쓰는 걸 아끼는 성격은 변함이 없구나.
은하는 혀를 내둘렀다.
그는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하며, 곁눈질로 다른 유망주들을 살폈다.
…성에 차는 애들이 없네.
아직 중등아카데미라 그런 것인지. 유망주들은 제법 보인다 하더라도 황금세대의 주역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동아리 회장, 부회장 정도.
그마저도 파티원으로 상정한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이전 삶에서 마나관리기구에서 고위직을 차지했다.
관료의 자질은 있어도 플레이어의 자질은 미미했다.
이중에서 끌어들이고 싶은 사람은 차은우랑─.
은하는 지면에서 붕 뜬 발을 흔들고 있는 차은우에게 눈길을 주었다.
맨 끝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그녀는 선배들을 상대로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이내 그는 시선을 옆으로 향했다.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를 풍기는 목민호는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고 묵묵히 피자를 먹고 있었다.
─목민호 정도인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꼭 뭘 쳐다보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귀찮아서 상대하기 싫었던 은하는 고개를 홱 돌렸다.
가게 안에도 그랬지만 가게 밖으로 외국인들이 꽤나 지나가고 있었다.
이태원, 흔히 한국 속의 외국으로 통하는 도시.
그러나 그것은 허울 좋은 표현에 지나지 않았다.
이 시기 이태원은 아직 힘없는 외국인들이 모인 지역이란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이태원이랑 다르네.
하긴 어쩔 수밖에 없나.
이후 세계는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국가 간의 교류가 단절되었다.
그나마 거리가 가까웠던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외국인들의 귀국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국가의 사람들은 조국으로 귀국이 불가능해서 지금도 계속 한국에 남아 있어야 했다.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았던 시기.
그리고 계급화가 두드러지던 시기.
조국이 아닌 나라에서 재앙을 맞은 외국인은 갖은 차별을 당해야 했다.
한국만이 아니었다.
그러한 사례가 전세계 어디에서든 일어났다.
어느 나라에서든 능력이 없는 외국인은 환영받지 못했고, 차별과 박해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이태원이 새롭게 다시 태어나려면 아직 몇 년이나 더 남았으니….”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피자를 먹고 있는 거야? 이거나 봐. 나처럼 피자 두 개를 하나로 합쳐서 먹어야 맛있는 거라고!” “빙구 오빠, 지금 뭐하는 짓이야? 다 같이 먹는 피자인데 혼자 그렇게 집어먹으면 어떡해!?”
이 정리되고, 무엇보다 한-이 회담으로 인하여 국가에서 외국인에 대한 지위는 꽤 향상되었다.
여전히 그들은 호기심 어린 대상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몇 십 년이나 흐르더라도 여전히 외지인으로 여겨지는 그들은 조금이라도 국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플레이어가 되고자 했다.
그리고 서울이 침공당하는 그날.
외국인들은 제 몸을 돌보지 않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인다.
끊임없이 생명이 사라지는 세상.
그들은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살아남은 사람들을 더 나은 미래로 이끌었다.
…이태원은 멸망했지만.
서울을 침공한 대군은 제일 먼저 용산구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용산구 일대는 외국문화의 집결지로서 다시 태어난다.
진정한 의미로.
그래도 지금이나 미래에나 편재가 이렇게 많은 건 여전하네.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은하는 쓰레기통 주변에 모인 편재를 발견했다.
용산구 일대에는 편재가 심했다. 인종도 국가도 워낙에 다른 이들이 살고 있기 때문인지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마나의 성질도 그만큼 다양했던 것이다.
“나한테는 좋은 일이지만….”
꿈틀거리는 편재를 손으로 쥔 그는 마나를 주입하여 편재를 해소했다.
편재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피자나 마저 먹으러 갈까.
용산구가 한 차례 멸망하고 난 뒤. 일대 곳곳에 새로이 던전이 생기고, 폐허 속에서 수많은 아티펙트가 발굴된다.
무엇보다 부촌으로 유명한 이태원동과 한남동이 무너지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수확의 시기인 셈이다.
부와 명예는 따 놓은 당산이면서 백련을 위협하는 세력을 약화시키는 계기로 이용할 수 있을 테니.
그러니 소란은 커질수록 좋으리라.
그가 지켜야 할 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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