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44
아카데미에서는 학기말에 한 번씩 플레이어 종합능력평가를 실시한다.
수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학생들이 플레이어로서 갖춰야 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종합능력평가는 학생들의 실력을 배양시키는 한편, 서로 어울려 놀자는 취지도 가지고 있었다.
일반 중등과정으로 보면 수련회나 수학여행, 운동회 같은 것이었다.
“그러면 뭐해.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민지에게 설명을 듣고 있던 은하는 저만치에 있는 단군 플레이어조합을 보고는 툴툴거렸다.
올해 1학년 1학기 종학능력평가는 유격훈련이었다.
6반 감독관은 플레이어로서 필요한 체력을 증진시키고, 더위도 이기는 정신력을 갖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개소리가 따로 없었다.
아직 아카데미 생활에 낭만을 품은 학생들의 군기를 다지기 위한 일이 분명했다.
“사람들이 벌써 모여 있는데? 우리가 너무 늦게 온 건가….” “아니야. 정각에 판매한다 그랬어. 저 사람들이 빨리 온 거야, 망할.”
“먹민지, 욕.”
“왜 망할!”
“파랑이 형, 저게 다 줄인 거지?” “은혁아, 보면 모르냐. …망했네.”
이 더위에 유격훈련을 실시한다는 공지를 받은 학생들은 자외선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그러던 중에 단군 플레이어조합에서 오늘부터 훈련대비용 선크림을 판매할 것이라는 정보가 아카데미 내에 기습적으로 퍼졌다.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구매대란이 일어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제 은아 언니가 그랬단 말이야. 아카데미에서 판매하는 선크림은 꼭 사두는 게 좋을 거라고….”
“맞아. 연화 언니도 그랬어.”
남자아이들은 기다란 행렬을 보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선크림이야 다른 제품도 있었으니 굳이 단군 플레이어조합의 선크림을 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민지와 서나는 다른 모양이었다.
며칠 전에 은아와 연화로부터 단군 플레이어조합에서 만드는 선크림은 자외선 차단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땀이 흘러내려도 효과가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그야말로 유격훈련에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 따로 없었다.
“아직 우리까지는 괜찮아! 안 그래, 서나야?”
“맞아. 한정판매라지만 우리까지는 괜찮을 거야. 우리도 문 열기 전에 미리 왔는걸.” “야, 너희들 설마 저 줄에 서려고? 아서라, 선크림은 안 발라도 되잖아. 왜 피곤하게 열을 올리….”
“빙구 오빠는 짜져 있어!”
“파랑 오빠는 가만히 있어.” “…….”
이럴 때는 몸을 사리는 게 맞았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체득한 은하나 은혁은 가만히 있기로 했다.
괜히 껄렁껄렁 말하려던 진파랑은 민지와 서나의 사나운 엄포를 받고 주눅이 들었지만.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화를 낼 필요까지 있냐.”
늑대 귀를 접은 파랑이 삐졌다.
정작 민지와 서나는 그를 무시하고 줄을 서러 가버렸지만.
어쩔 수 없이 은하와 은혁이 그를 위로해주어야 했다.
그나저나 하양이랑 수빈이는 지금 뭐하고 있기에 안 오는 거야?
벤치에 앉은 은하는 아직 오지 않은 두 사람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여기에서 모이기로 했건만, 두 사람은 연락도 되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났나.”
“하양이랑 수빈이니까,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간 건 아닐까?”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수빈은 공부벌레였고, 하양은 책벌레였다.
두 사람은 죽이 잘 맞았다.
틈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서나도 두 사람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고.
은혁의 말대로 오는 길에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을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은하는 뒤편에서 다가오는 기척을 감지했다.
“치, 아니야. 내가 톡도 보지 않고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겠어?” “어? 뭐야? 언제 온 거야?”
“은하 너는 안 놀랐어?”
“아직 멀었어.”
은혁은 사람들 틈에 섞여 다가온 하양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녀는 기척을 감추는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체내 마나를 갈무리하는데 도가 튼 그녀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위장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그리고 그녀의 재능은 도서관에서 수빈과 공부하면서 한층 개화했다.
은하도 그녀가 지척까지 올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였다.
“대장은 어떻게 알아차린 거야?”
“다 경험이야, 경험.”
“치.”
그녀의 위장마법을 꿰뚫어본 것은 단지 경험만이 아니었다.
위장마법은 흐름에 녹아 있을 때만 효과를 발휘하는 마법이었다.
흐름을 거슬러 감정을 보이는 순간 위장마법은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어떠한 위장마법도 감정의 동요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결국 가장 뛰어난 위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셈이었다.
물론 하양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감정의 동요에도 파훼당하지 않는 위장마법을 만들고 싶어 했지만.
적어도 그가 이전 삶에서 죽는 날까지 그런 마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근데 뭐하다 이제 온 거야?”
“연지가 앨리스 라이프에서 신상이 나왔다고 그랬거든. 잠깐 그것 좀 받으러 다녀왔어.” “신상?”
“응! 짠! 앨리스 라이프에서 다음 주부터 발매할 선크림이래!”
하양이 돌연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가방에서 꺼낸 것은 선크림이었다.
그녀는 앨리스 라이프의 선크림을 유창하게 설명해나갔다.
듣자하니 일반인용과 플레이어용이 따로 발매되었다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설명하고 있는 제품은 당연 플레이어용이었고.
“그럼 이것만 바르면 문제없겠네? 김민지랑 진서나는 헛수고 한 거네. 꼴좋다! 고마워, 잘 쓸게!”
“음…, 아마 효과는 민지랑 서나가 사오려는 선크림보다 떨어질 거야. 연지 말로는 이게 플레이어용이어도 처음부터 플레이어용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제품이랑 차이가 있을 거라고 했으니까.”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하양아, 나도 하나만 줘!”
파랑과 은혁은 선크림의 차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선크림을 인수만큼 챙겨온 하양은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에서 이긴 민지와 서나가 돌아왔다.
그들은 그늘 아래에서 선크림의 효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단군 플레이어조합에서 판매한 건 백탁현상이 심했다.
얼굴이 하얗게 번들거렸다.
“하양아, 근데 수빈이는? 아까부터 연락도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수빈이는 아까 오다가 만났어. 갤럭시그룹의 후원을 받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어서 못 갈 것 같대.”
서나는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구미호가 따로 없다고 웃음이 터진 파랑은 민지에게 명치를 가격당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저마다 차이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얼굴은 분이라도 칠한 듯이 새하얗게 되어 있었다.
은하도 마찬가지였고.
앨리스 라이프를 써야겠네.
민지와 찍은 셀카를 확인한 은하는 효과는 떨어지더라도 백탁이 없는 앨리스 라이프의 선크림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그가 물티슈로 얼굴을 닦으려는데─.
“─너희 얼굴이 그게 뭐야?”
“…몬스터가 따로 없네.”
그를 찾아 아카
데미를 돌아다니던 공청기와 공백기는 얼굴을 구겼다.
☆
점심시간이었다.
하지만 은하는 점심을 먹기도 전에 공청기와 공백기에게 등을 떠밀려 교양동으로 가고 있던 중이었다.
“얼굴에 선크림 묻은 거 아니지?”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왔다니까. 그렇게 못 믿겠으면 네가 확인 좀 해보든가.” “음….”
“왜, 뭐.”
“아니, 눈매가 참 험상궂게 생겼다 싶어서.” “…….”
은하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어머니나 은아는 개성적이란 눈매를 험상궂다는 말로 폄하하는 공백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덧붙이자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눈매이기도 했다.
“악! 뭐하는 거야!”
“네가 험상궂게 생겼다는 눈매로 만들어주러 그런다, 왜.”
“하지 마! 나는 너처럼 못생겨지고 싶지 않단 말이야!”
“이게 진짜…!” “아악!”
그는 복도 한복판에서 손가락으로 공백기의 눈썹을 찢어 올렸다.
눈이 사선으로 가늘어진 공백기가 악악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1년 전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공백기는 얼얼해진 눈을 만지면서 불평을 늘어놓기만 할뿐, 작년처럼 적의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잘들 논다, 둘 다.”
반면에 길을 안내하던 공청기는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쉬었다.
“서현 누나는 이런 애가 뭐가 좋다고….”
“한 번 더 할까?”
“아니야.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그가 툭 하고 뱉은 말에 공백기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입에 지퍼를 채웠다.
그제야 은하는 공백기로부터 몸을 돌렸다.
멀리서 공청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적어도 너보다 잘생겼거든.
민지가 얼마 전에 그랬다.
남자아이들은 대다수가 꼭 자신이 잘생긴 줄로 착각하고 있다고.
은하도 그 말에는 동의했다.
공백기 같은 이가 수두룩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우리 누나가 나한테 툭하면 얼마나 잘생겼다고 그러는데.
은아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이전 삶에는 외모에 대해 몰랐지만 이번 삶에는 자신의 외모가 어떤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걸음을 맞춰 따라오고 있던 공백기는 우웩 하는 얼굴을 했지만.
“진짜 서현 누나는 왜….”
“둘 다 여기서는 조용히 하라니까. 너희가 시리우스그룹의 얼굴이란 걸 아직도 이해 못하겠어?”
한편, 공청기는 더는 참지 못하고 아옹다옹하던 두 사람을 꾸짖었다.
그는 시리우스그룹의 대표자로서 체통을 지키라는 말을 늘어놓았다.
내가 왜 대표자인데.
은하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031기수에서 시리우스그룹의 후원을 받는 학생들의 대표역할을 맡고 있었다.
아버지가 시리우스그룹에서 중역을 맡고 있는 데다, 차석으로 입학했기 때문이다.
정작 그는 시리우스 모직의 후계인 공백기에게 모든 일을 떠맡기고 있었지만.
그러나 이번 일처럼 맡기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대표자로서 갤럭시그룹의 직계에게 인사를 하러 가야 하는 경우처럼.
“031기수에 갤럭시그룹의 직계가 입학했어. 달갑지는 않아도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얼굴을 비추러 가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야.”
대한민국 10대 재계그룹의 직계란 그룹의 입장을 대변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대해야 했고, 뒤탈을 만들지 않기 위하여 적어도 예우를 해줘야 했다.
시리우스에서도 직계가 입학했다면 갤럭시의 직계와 대등하게 교류할 자리를 마련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표자인 은하가 갤럭시의 직계를 만나러 가야 했다.
한서연하고 거래한 것도 있으니….
어차피 그는 싫어도 갤럭시그룹의 직계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전에 한서연에게 벽해수의 후원을 부탁하면서 들어주기로 했던 대가는 겸사겸사 하는 것에 불과했다.
오히려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직계를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니까.
“그래도 점심은 먹고 하지….”
“가서 먹을 거니까 조금만 참아봐. 그렇다고 거기서 걸신들린 것처럼 먹지는 말고.”
공청기는 은하의 불평을 일축했다. 시리우스그룹의 후원을 받은 이들의 총대표인 그는 갤럭시그룹의 직계를 대할 때 주의하라고 일러두었다.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라면서.
“듣기로 성격이 장난 아니라더라.”
“나도 알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은하는 공청기의 의문에 답을 주지 않았다.
갤럭시그룹의 직계에 대해서라면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먼 미래에 갤럭시그룹을 이어받는 직계 최정훈에 대해 모른다고 해도, 직계 최가인에 대해서라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온태양의 정실이었으니까.
그녀는 온태양의 후원자인 동시에 그와 약혼을 맺은 관계이기도 했다.
용사라고 불리며 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던 온태양의 연인이었으니 그만큼 그녀의 유명세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나쁜 쪽으로.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 여우였지.
굳이 비유하자면 그랬다.
그녀는 오만하고, 아집이 강했다. 그러면서 머리에 든 것은 없었으며, 타인을 하인처럼 부리기를 잘했고, 사치와 허영에 빠져 살았다.
오죽했으면 플레이어들의 회합에서 자격도 없이 참석했으면서도 말도 안 되는 생떼까지 부렸으니.
또한 그녀는 2대 선녀 하백련을 짐을 들어주는 아랫사람처럼 대하며 제 쇼핑에 따라오게 만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못생긴 여우 따위는 보고 싶지도 않지만….
은하는 갤럭시그룹의 후원을 받는 이들이 모여 있는 다과회장 앞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볼일이 있었다.
장단을 맞춰주어야 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들어간다. 옷매무새 정돈했지?”
공청기는 문을 열었다.
고개를 끄덕인 은하도 이 앞에서 가면을 쓰고 행동하기로 결정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문 너머.
그곳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니!?”
“미, 미안해….”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차은우였다.
☆
“짠! 서현아, 여기 봐봐!”
“내가 내 사진 멋대로 찍지 말라고 했지?”
운이 좋지 않았다.
모처럼 따라다니는 학생들을 떼고 혼자 점심을 먹으려 했던 서현은 하필이면 교정을 산책하고 있던 서연을 만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 결과, 서연은 점심을 먹고 있던 그녀의 곁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셀카를 찍으려 하지 않나.
“왜? 이것 봐. 내 여동생이 이렇게 예쁘게 나왔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있겠니?”
“얼른 지워.”
“자, 한 장 더!”
“…….”
입을 꾹 다문 서현.
그녀가 불편한 심기를 보이든 말든 서연은 무표정을 유지하는 여동생을 몇 번이고 찍어댔다.
“톡으로 보낼 테니까 프사로 써.”
“싫어.”
“그냥 프사 한 번만 올려보라니까? 요즘 세상에 기본 프사를 사용하는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다고…. 그룹 모임에서 애들이 네 취향이 고리타분하다고 얼마나 놀려대는지 아니?”
“걔네들이 그러든 말든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뭘 해도 욕할 테니까.”
“내 여동생이 사교성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쉰 서연은 그녀의 어깨에 등을 기댄 채로 몸을 돌렸다.
서현이 그녀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녀는 오뚜기처럼 앞으로 나아가다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무시하기로 했다.
이대로 무시하고 점심을 먹는다면 언니의 호기심이 떠나지 않을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맞다!”
그러나 서현은 오히려 한서연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말았다.
“오늘 은하가 가인이한테 인사하러 가기로 했는데.” “…뭐?”
“최가인 걔가 성격이 그 모양이라 은하가 힘들어할 텐데…. 안 되겠다, 서현이 사진이라도 보내줘야지.”
은하가 최가인을 만나러 갔다니.
서현은 대뜸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배시시 웃고만 있었다.
여동생이 관심을 보인 것이 굉장히 기쁘다는 듯이.
그제야 서현은 그녀가 오늘 우연히 자신을 만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짓궂기 짝이 없었다.
“만나러 간 이유가 뭔데?”
그렇기에 서현은 긴 이야기를 피해 알고 싶은 부분만 묻기로 했다.
하지만 서연은 그것도 좋다는 듯이 그녀가 묻는 말에 술술 대답했다.
“은하가 참 걱정된다. 그치?” “걱정되지도 않으면서….”
서현은 기가 차서 대꾸했다.
정말 걱정이 되었다면 공백기에게 맡겨도 될 일을, 구태여 은하에게 맡길 필요는 없었다.
그냥 보고 싶었던 거겠지.
그녀는 서연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서연은 그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자신의 반응을.
그리고 은하가 저지를 일을.
은하의 성격을 모르지 않는 이상, 문제가 다분히 발생할 다과회장에 그를 보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은하한테 화 풀라고 네 사진을 보냈단 말이야.”
“누구 맘대로 내 사진을…, 잠깐, 어떤 사진을 보낸 건데?”
“어때? 잘 나왔지?”
서연이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서현은 그녀가 내민 스마트폰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은하에게 보낸 사진을.
빼앗아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확대해서 이리저리 살폈다.
“왜 이런 걸 보낸 거야?”
“잘 나왔는데 뭘.”
“내가 이상하게 나왔잖아.”
“…이게 어디가.”
“얼굴도 크게 나오고, 눈도 짝짝이로 나오고, 앞머리도 정리 안 됐는데….”
서현은 손가락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설명했다.
처음에는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던 서연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설교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그녀는 서현이 그토록 바라던 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말을 남기며.
“몰라! 그럼 서현이 네가 예쁘게 찍어서 보내주든가!”
“…뭐? 언니, 잠깐….”
“나는 고등부로 돌아갈게!”
“…….”
달아나는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서현은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다 무릎 위에 있던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언니 때문이야.”
카메라 어플을 기동시켰다.
렌즈 방향을 바꿨다.
그러다 스마트폰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나와 흠칫 놀랐다.
“…….”
이윽고 머리카락을 단정히 정돈한 그녀는 카메라 렌즈와 눈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