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248
1학년 종합능력평가 둘째 날.
이른 아침부터 기상한 학생들은 퉁퉁 부은 얼굴로 북한산 일대를 뛰어야 했다.
중등아카데미에 입학하고 1학기가 다 되어가는 그들은 더 이상 아침구보에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는 학생들도 소수에 불과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모르는 사이아카데미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점심시간도 지나버렸네….”
다음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뒤에는 PT(Player Training)가 있었다.
이번에는 전날보다 많은 학생들이 탈주를 감행했고, 북한산 곳곳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물론 은하는 설렁설렁 움직이면서 추격해오는 교관들을 피해다녔다.
급기야 약이 바짝 오른 교관들이 점심을 빌미로 그를 잡으려 했지만, 그는 전날에 챙겨놓은 봉지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이따가 몇 개 더 훔치고…. 잠깐, 어제 애들이 전부 먹었다고 했던가. 그럼 건빵이라도 챙겨야지 뭐.
그러다 보니 점심을 먹을 때에도 베이스캠프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못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돌아온 그는 오후수업을 시작하는 학생들 중에서 6반 학생들을 찾았다.
그들을 찾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어제부터 그를 쫓느라 정신이 없던 6반 담당교관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뭐 잘못 먹었나?
왜 저렇게 쪼개고 있는 거야?
굳이 감지망을 전개하지 않더라도 6반 교관이 눈으로 보내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그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은하는 냉큼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수업별로 반이 나뉘었나 보네.
6반 담당교관은 노려보기만 할 뿐, 그에게 뭐라 말을 걸지 않았다.
한편 학생들 사이에 파고든 은하는 다섯 개로 찢어진 그룹을 살폈다.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감지망을 배우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벽면보행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편재를 해소하는 방법이나 파티를 이루고서 움직이는 방법을 배우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가 속해 있는 그룹에서는 검술로 대련을 벌이고 있었다.
보아하니 6반과 9반이 친선경기를 치르고 있던 것 같았다.
임시적으로 만든 경기장에 들어간 6반 학생이 땅바닥에 철퍽 주저앉자 맞은편에 모여 있던 9반 학생들이 왁자지껄 함성을 질렀다.
반면에 6반 학생들은 의기소침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박 교관! 6반 애들 실력이 겨우 이것밖에 안 돼? 게임이 이래서는 영 재미가 없는데 말이야. 올해는 나한테 삼겹살 얻어먹으려 했던 거 아니었나?”
“크윽…. 이거 왜 이러십니까. 아직 대련은 끝난 게 아니거든요?”
6반 교관은 이를 갈았다.
네 판이나 연속으로 9반이 이기자 6반 교관은 더 이상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9반 교관이 마음껏 웃으며 여유를 부리는 것도 여기까지였다.
6반 교관이 은하를 불렀으니까.
“은하야! 노은하─!!”
“…….”
“그래, 그래! 아유 귀여운 내 새끼! 얼른 앞으로 나와라, 얼른!”
당연히 이름이 불린 은하는 얼굴이 단번에 썩어버렸고.
얼굴이 썩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대련장으로 나서는 그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코웃음을 치던 9반 교관도 사색이 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야! 박 교관! 너 이렇게까지 해서 내기에서 이기고 싶어!?”
“이거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요? 은하도 우리 반 학생인데, 왜요.”
“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나도 쟤 실력이 어떤지 뻔히 알고 있는데…!”
“그럼 그쪽에서도 능력자 한 명을 내보내든가요.” “…큭….”
이를 가는 사람이 바뀌었다.
졸지에 두 사람 사이에 끼게 된 은하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빠지고 싶었다.
하지만 6반 교관은 이대로 은하를 놔줄 생각이 없었다.
“은하야. 내 맘 알지?”
“…….”
사실 은하와 6반 교관의 관계는 첫 만남부터 좋지 않았다.
오늘 점심때만 해도 6반 교관은 그를 잡고야 말겠다고 식사자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햇볕에 그을린 얼굴을 입술이 닿을 만한 거리까리 들이밀고 애교를 부리고 있다니.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입술 좀 치워줬으면 싶었다.
“네가 여기서 9반 교관 콧대를 콱 꺾어버리면 혼내지 않을게.” “…….”
“까짓것 내 수업 A+는 보장한다! 넌 그냥 과제만 제출하면 돼!” “…좋아요.” “사랑한다, 은하야.”
…어쩔 수 없지.
사실 은하로서도 불편하기만 했다. 담당교관과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여러 모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교관이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용서하며, 자신의 수업에서 A+를 주겠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게 뭐 어렵다고.
검만 한 번 휘두르면 되는데.
친하지도 않은 6반 학생들이 돌연 우유 빛깔 노은하를 외치는 상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6반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다지기로 했다.
반에서 친하게 지내는 이가 없어서 교내활동에 대한 정보를 친구들에게 듣고 있던 판국이었으니.
“…박 교관. 후회 안 할 거야?”
“왜 이러십니까, 김 교관님. 쫄리면 그냥 이쯤에서 졌다고 인정하세요. 이러다 김 교관님 자존심이….”
“내 자존심은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박 교관. 박 교관 반에 최종병기가 있다고 우리 반에는 뭐 최종병기가 없는 줄 알아?”
“그게 무슨….”
“우리도 최종병기는 있다 이거야! 민호야, 나와라! 네 차례 됐다!”
9반 학생들의 함성.
6반 학생들이 이에 질세랴 목청껏 소리를 질렀지만, 9반의 함성에는 이기지 못했다.
“”…….””
그들의 함성을 받으며 걸어 나온 목민호는 은하를 지긋이 노려보고 있기만 했다.
은하 역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마침 잘됐네.”
“뭐가 잘됐다는 거지?” “그런 게 있어.”
목민호의 실력이 어떤지 확인하고 싶었다.
과연 031기의 주역이라 할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은하는 바로 조금 전까지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던 6반 교관으로부터 목검을 받았다.
“박 교관. 우리 돼지고기가 아니라 소고기로 바꿔.”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은하는 저도 감당하지 못하는 애입니다.”
“그거야 박 교관이 짬이 부족해서 그런 거고…. 바꿀 거야, 말 거야?”
“좋습니다, 소고기.”
교관들의 신경전에는 그냥 신경을 끄기로 했다.
은하는 자신과 같은 자세를 취한 목민호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바라는 대로 움직여볼까.
대련은 두 교관이 물러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민호는 제자리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상대가 공격하려 움직이는 순간, 그때 드러나는 빈틈을 노리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은하는 그가 원하는 대로 일부러 빈틈을 드러내 큰 동작으로 달려들었다.
느려.
목민호는 즉각적으로 자세를 낮춰 지면에서 발걸음을 떼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기울인 민호가 그를 향해 뛰어나가며 굳은 손으로 검을 쥐었다.
하지만 민호의 예상과 다르게 검이 은하의 옆구리를 스쳐지나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반격을 당했다.
“…큭…!”
검을 쥔 채로 바닥에 엎어진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기색이었다.
그는 자신이 있던 자리에 서 있는 은하를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검을 늦게 휘둘러도 되는 사람은 상대의 속도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뿐이야.
앞으로 우리가 상대해야 할 놈들은 생물의 규격을 초월한 몬스터인데 그놈들 상대로도 가만히 있으려고?
상대보다 검을 늦게 휘두르며 얻는 이점은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나서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상대의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을 때를 전제하고.
목민호의 실수는 자신의 관점에서 은하를 평가하고 있었던 점이었다.
그래서 그가 달리기 시작했을 때, 은하가 순간적으로 가속하는 모습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의 검이 옆구리를 스치기도 전에 은하의 검이 그의 등허리를 내리친 것이다.
은혁이랑 큰 차이가 없어 보이네.
공격이 한 번 실패한 것을 깨달은 목민호는 자신의 실력에 자만하지 않았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만들기 위해 기세 좋게 돌진하여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은하는 그 공격을 뒷걸음질을 치며 여유롭게 피해냈다.
언제든 그에게 반격할 수 있었지만 목민호의 전체적인 실력을 평가하고 싶었다.
이게 끝이야?
실력을 평가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점점 검으로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약해지고 있었다.
재빠르게 휘두르던 손길도 이제는 목검을 쥔 손가락까지 여실이 보일 정도로.
그럭저럭 하는 수준?
은하의 전체적인 평가로는 민호는 기본기가 돼있는 한편 제법 기교를 부릴 줄도 알았지만, 그것을 지탱할 뒷심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생각이 많았다.
목민호는 한 번 반격을 당한 이후 은하의 의미 없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다 보니 종국에는 방어적으로 검을 들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뭐야?”
더운 날이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민호는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은하는 손등으로 턱 끝에 맺힌 땀을 닦는 그를 내려다보며 자신이 생각한 바를 툭 내뱉었다.
“너는 검에 잡생각이 너무 많아.”
그것만 없으면 참 좋을 텐데….
그것은 미래에 만들 파티에 민호를 영입대상으로 고려해서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목민호는 뜬금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디서 주워듣기나 했을 말을….”
물론 그에게 망상에 빠지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려던 민호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6반 담당교관이 대련이 끝나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은하를 두 팔로 와락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은하야, 사랑한다! 아이구 복덩이! 이 예쁜 것을 과연 누가 낳았을꼬! 오늘부터 내 아들 할래!?”
“…죽이고 싶다.”
우락부락한 가슴에 파묻힌 그가 중얼거린 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
그날 밤 민지에게 들은 이야기로, 031기에는 자신의 대항마라 불리는 남학생들이 몇몇 있다는 것 같았다.
목민호도 그중 한 명이었다고.
그런데 오늘 낮에 있었던 대련으로 학생들이 생각을 바꾸었다고 한다.
031기 중에서 검으로는 노은하를 따라올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당연한 소리 아니야?” “네가 말하니까 정말 재수 없다.”
민지는 우웩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은하는 뚱한 얼굴로 장작을 팼다. 학생들은 현재 캠프파이어를 위해 번갈아가며 때림도끼로 장작을 패고 있었다.
“참고로 최은혁이랑 빙구 오빠도 네 대항마로 여겨지고 있어.”
“…그건 기분 나쁘네.”
“문제는 그게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인데?”
밤인데도 무더웠다.
산이라 그런지 모기가 드셌다.
방벽을 전개하고 있었지만 근처를 알짱거리는 모기에게 신경질을 부린 그가 퉁명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장작을 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기에게 몇 군데를 물린 김민지는 팔을 벅벅 긁으며 대답했다.
심각한 어조로.
“나한테 네 번호를 가르쳐달라는 여자애들이 늘고 있어.” “뭔 소리래.”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중등아카데미에 입학한 후로 여태껏 번호를 알려달라고 말을 건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6반 학생들은 그를 피했고, 거의 친구들과 같이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네가 오늘 목민호를 이겨서 그래. 대등하게 싸웠으면 괜찮았을 텐데, 하필이면 네가 목민호를 가르치는 것처럼 상대해서….”
“뭐 때문인지는 대충 알 것 같네. 그냥 네가 초등학생 때 했던 것처럼 적당히 거절해줘.”
“그게 불가능하니까 너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잖아.” “왜?”
은하의 물음에 민지가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정말 몰라서 묻냐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은하는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괜찮았지만, 아카데미에 다니는 애들의 집안은 내가 뭐라 말할 레벨이 아니라고.”
“내가 귀찮다고 했다고 그래.”
“내가 그렇게 안 말했을 것 같아? 그럼 또 나한테 은하 좀 설득하라고 닦달하니까 이러는 거잖아.”
“그럼 그냥 내 번호 줘.”
“감당할 수 있겠어? 후회 안 해?” “…….”
민지가 저렇게 말하니 생각과 달리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은하는 답하지 못했다.
다만 그녀에게 부탁한다고 말하고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마침 그녀가 장작을 팰 순서였다.
…여러 모로 골치 아파지겠네.
그녀가 막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머지않아 자신의 번호가 학생들에게 퍼지고 마리라.
자신의 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민지만이 아니었으니까.
에이, 설마 그러겠어?
은하는 자의식과잉이라 생각했다. 민지가 야단을 떨고 있는 것이라고.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은하야.” “차은우?”
그러던 중이었다.
연화에게 톡을 보내려 하고 있던 은하는 자신에게 다가온 은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까지 그의 옆에서 도끼를 내리찍고 있었는데, 교대를 했는지 저만치에서 목민호가 장작을 패고 있는 중이었다.
“땀 많이 났지? 이거 써.”
“…웬 수건이야?”
그는 은우가 건넨 수건을 받았다.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가만히 손에 쥐기만 했다.
“가인이가 너 쓰라고 주래.” “최가인이? 왜?”
“오늘 민호랑 대련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하더라.” “…….”
은하는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내다보았다.
다른 학생들이 일하고 있는 가운데 베이스캠프에 홀로 있던 최가인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가인이가 은하 네 번호 좀 달라고 하던데…. 저번에 만났을 때 번호교환하지 못했다고 해서.”
“…….”
은우가 자신의 두 손을 붙잡으며 그에게 사정했다.
차은우의 부탁이었다.
그녀와 연을 만들어두기 위해서는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옳았다.
그깟 번호야 가벼운 마음으로 줄 수도 있었다.
상대가 최가인이라 문제였지.
이 수건도 필요 없는데….
마음 같아서는 수건도 돌려주고 싶을 따름이었다.
은우가 애교를 부리지만 않았다면.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녀가 그러고 있자니 이상하게 절박하게 보였다.
어?
그러다 민호와 눈이 마주쳤다. 한창 도끼를 내리찍고 있던 그가 손을 움직이지도 않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유야 뻔했다.
차은우의 행동이 자꾸 눈에 밝히는 것이다.
은하가 확인삼아 수건을 흔들자, 민호가 흉흉한 마나를 발하려 했다.
나름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좋아. 대신 수건은 목민호한테 가져다줘.”
“가인이가 너 쓰라고 준 건데? 음…, 그래, 알았어.”
“꼭 네가 준 거라고 말하고.” “나 거짓말은 못 하는데….”
“그럼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해봐.”
“…알았어.”
은우가 진지한 얼굴로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더라도 이전 삶에서 라고 불린 그녀가 거짓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는 했다.
하지만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어느 쪽이든 목민호는 차은우를 보내준 자신에게 고마워하게 되리라.
영입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는 만큼 그와 친분을 다져놓는 게 좋았다.
“은하야.”
은우는 이미 은하의 번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허락을 받으려 했다는 건 그녀가 그만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필시 최가인이 알았다면 다짜고짜 번호를 달라고 했을 테고, 은우는 반항도 못했을 테니까.
“나도 네가 대련하는 거 봤어.”
“…….”
“정말 멋지더라.”
목민호에게 걸어가던 그녀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수에 잠긴 듯한 미소였다.
차은우는 늘 그런 얼굴이었다.
하지만 민호에게 수건을 건네주는 그녀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같은 미소지만 이상하게 달랐다.
은하는 그것이 신기했다.
그러나 어느 쪽이 좋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목민호에게 향하는 미소가 좋다고 답할 수 있었다.
“…시작하나 보네.”
민지에게 돌아가려던 은하는 잠시 감지망을 전개했다.
곳곳에서 편재가 확인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학생들은 어제부터 마나를 발하며 갖은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들이 흩뿌린 마나가 편재가 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북한산은 인접해있는 의정부의 영향으로 대기 중에 녹아든 마나가 상당했으며, 귀문에 위치해 있었다.
내일이 기대되네.
편재가 이만큼 발생하고 있다.
차례차례 몬스터도 생기고 있고.
그렇다면 마나 중에서도 다루기 난폭한 귀문일
대의 마나에 노출되어 있을 밀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부디 바라던 결과가 나오기를 빌었다.
“…….”
그리고 그날 밤.
학생들은 몬스터들이 우는 소리에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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